다음달 국내 판매를 앞둔 르노코리아 순수전기차 세닉 E-Tech는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을 발휘했다.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다음달 본격적인 국내 판매가 시작되는 르노코리아 순수전기차 '세닉 E-Tech'는 콤팩트한 차체로 도심 주행에 최적의 사이즈를 바탕으로 완전충전시 부산까지 가능한 긴 주행가능거리, 뛰어난 N.V.H 성능 등 장점을 두루 갖춘 모델이다.
실제 주행에선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을 거의 느낄 수 없던 마치 대배기량 내연기관차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뭐 하나 불편한 기색을 찾을 수 없던 승차감 및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이 눈에 띄었다.
다만 이런 장점을 두루 갖추고도 기존 국산 및 수입차 시장에서 경쟁 모델이 즐비한 상황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지는 불명확해 보인다. 더욱이 올해 판매 물량이 한정된 만큼 그다지 큰 흥행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없다.
기존 르노 라인업에서 볼 수 없던 미래 지향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세닉 E-Tech.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지난 17일,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국내 판매를 앞둔 르노코리아 세닉 E-Tech를 경험해 봤다.
먼저 지난 '2023 독일 뮌헨 모터쇼'를 통해 글로벌 최초 공개된 세닉 E-Tech는 앞서 1996년부터 르노에서 판매되던 MPV '세닉(Scenic)'의 5세대 완전변경모델로 순수전기차 기반 준중형 SUV로 변화를 꾀한 부분이 특징이다.
이런 출신 성분을 바탕에 둔 외관 디자인은 기존 르노 라인업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신선한 모습으로 공격적인 전면부와 분할형 헤드램프를 특징으로 그릴에는 특수 패턴을 적용해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콤팩트한 차체 크기에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주행 성능을 발휘하는 세닉 E-Tech.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또 여기에 플러시 도어 핸들, 알루미늄 스타일 엑센트, Y자 형상 테일램프 등으로 순수전기차 정체성이 반영된 깔끔한 인상을 전달한다.
차체 크기는 전장 4470mm, 전폭 1865mm, 전고 1575mm에 휠베이스 2785mm로 현대차 코나와 투싼 사이 정도 크기에 전기차 특성상 휠베이스는 투싼보다 30mm 여유로운 모습으로 2열 레그룸 및 헤드룸을 비롯해 트렁크 공간이 예상보다 넉넉하다.
세닉 E-Tech 실내는 다양한 디지털 장비가 눈길을 끈다.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실내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안드로이드 기반 오픈R 링크 인포테인먼트를 실행하는 12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이 역시 기존 르노 라인업에서 접할 수 없던 모습으로 시인성과 사용감에 있어서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는 스티어링 휠 안쪽에 버튼 식으로 배치되고 컴포트, 스포츠, 에코, 페르소 등으로 구성된 4개 모드를 지원한다. 각각의 모드에 따른 주행 변별력이 크진 않지만 다양한 계기판 선택 화면과 함께 엠비언트 라이트 등 변화로 화려함을 전달한다.
변속기 노브는 스티어링 휠 뒤편으로 마치 절지동물 더듬이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사용감에 있어서도 다른 스틱형 버튼들과 쉽게 혼동되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아쉬운 설정이다.
예상보다 넉넉한 실내 공간이 장점으로 특히 솔라베이 선루프가 동급에서도 드물게 탑재됐다.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세닉 E-Tech 실내에는 흥미로운 구성은 '솔라베이(Solarbay)' 파노라믹 선루프를 꼽을 수 있다. 간단한 버튼 동작으로 불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으로 르노 측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을 통해 차체 무게를 줄이고 헤드룸은 30mm 확장할 수 있었다.
국내 판매되는 세닉 E-Tech는 프랑스 북부 두에(Douai)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수입될 예정으로 올해에는 999대가 한정 판매된다. 당장 해당 세그먼트에서 후발 주차로 시작한 만큼 틈새시장 공략용으로는 적절한 수치로 보인다. 하지만 훗날 국내 수요가 더 증가해도 이에 대한 적절한 공급이 따라줄 지는 미지수다.
우천 상황에서도 여유롭고 안정적인 주행 질감을 발휘하는 세닉 E-Tech.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여하튼 르노 그룹의 전기차 전문 자회사 암페어(Ampere)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AmpR 미디움’을 기반으로 제작된 해당 모델은 1855kg부터 시작하는 비교적 가벼운 차체 무게에 최고 출력 160kW(218ps), 최대 토크 300Nm의 전기 모터가 장착되어 경쾌한 주행 질감을 만날 수 있다.
또 여기에 87kWh 용량 LG에너지솔루션의 고성능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60km 주행이 가능하고 130kW 급속 충전으로 약 34분 만에 20%에서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올해 국내 999대 한정 판매되는 세닉 E-Tech는 향후 수요 증가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또 정숙한 실내 N.V.H. 배경에는 차체 바닥과 배터리 케이싱 사이에 감쇠력 강화 폼을 삽입해 주행 중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스마트 코쿤’ 기술을 적용한 부분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실제 고속을 포함한 중고속에서 계기판 숫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을 경우 달리는 속도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한편 해당 모델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5494만 원부터 6656만 원 사이 책정될 예정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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