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소규모 연구소나 중소기업도 이제는 클라우드 컴퓨터로 자원을 빌려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컴퓨터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는 고성능 컴퓨팅 환경은 여전히 필요하다. 클라우드 컴퓨터 사용 시 초기 부담이 적고 유지보수가 간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기간 사용 시 비용 부담이 있다. 또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야 하는 만큼 데이터 보안이 중요한 연구소나 기업 환경 혹은 사용 데이터 용량이 큰 3D 렌더링, VFX(시각 효과), 설계 작업 등에서는 여전히 워크스테이션을 쓰는 게 기본이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워크스테이션용 프로세서는 지난 30일 출시된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다. 원래 이 분야에서는 인텔 제온 시리즈가 꽉 잡고 있었지만, 최근 라인업이 부재하면서 AMD 젠 5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는 최대 64코어 128스레드로 구성되며 일반 사용자가 프로세서를 구입해서 직접 조립할 수 있다. 함께 출시한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프로 9000 WS 시리즈는 기업용 워크스테이션에 탑재되며 최대 96코어 192스레드까지 지원한다.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9980X(이하 스레드리퍼 9980X)를 활용해 최신 워크스테이션의 기대 성능을 확인했다.

AI 및 3D 전문가를 위한 워크스테이션용 CPU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는 젠4 및 젠5 스레드리퍼에 호환되는 sTR5 소켓 기반의 워크스테이션용 프로세서다. 라인업은 24코어 48스레드인 9960X와 32코어 64스레드의 9970X, 64코어 128스레드의 9980X 세 개만 출시된다. 세 프로세서 모두 최대 동작 속도는 5.4GHz에 달하며, L3 캐시는 9960X 및 9970X가 128MB, 9980X만 256MB다. 열설계전력(TDP)은 모두 350W로 전용 쿨러가 필요하다.

칩셋은 AMD TRX50가 대응하며, 다중 그래픽 카드 및 저장장치 연결을 위한 PCIe 5.0 레인은 최대 80레인, 메모리는 4채널 구성에 최대 1TB DDR5-6400 RDIMM을 지원한다. 테스트는 기가바이트 TRX50 에어로 D에 스레드리퍼 9980X를 장착했다. 그래픽 카드는 AMD 라데온 RX 7900 XTX 24GB가 사용됐으며, 메모리는 네 개의 지스킬 32GB T5 네오 D-DIMM 메모리로 총 128GB 구성을 적용했다. 저장장치는 마이크론 크루셜 T705를 장착했다. CPU 쿨러는 실버스톤 XE360-SP5가 사용되었으며, 실내온도는 25도를 유지했다.

10분 간 처리한 영상 프레임 수를 바탕으로 CPU 성능을 수치로 환산하는 시네벤치 R23 및 2024 테스트를 각각 진행했다. 시네벤치 R23에서 스레드리퍼 9980X의 다중 코어 성능은 11만 1005점, 단일 코어 성능은 2162점으로 확인된다. 전 세대 최상급인 스레드리퍼 7980X는 다중 코어에서 9만 700점대, 단일 코어로 1980점 대가 나온다. 각 코어별 성능은 약 7%, 전체 성능은 19%가량 차이 난다.

시네벤치 2024 테스트의 경우 다중 코어 6602점, 단일 코어 130점으로 확인된다. 스레드리퍼 7980X가 5700점 및 118점대인 것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치 차이다. 일반 사용자용 제품인 인텔 코어 울트라 9 285K가 2400점대, 애플 M3 울트라가 2700점대가 나오는 테스트니 단순 산술로도 렌더링 시 처리 속도가 두 배를 넘는다.

영상 제작 및 3D 렌더링 성능을 변별력있게 판단하는 블렌더 4.5 벤치마크 및 V-레이 벤치마크도 각각 실행했다. 해당 테스트 도구는 실제 현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를 기반으로 제작돼 전문 사용자가 시스템 성능을 가늠하기에 좋다. 스레드리퍼 9980X의 블렌더 4.5 벤치마크 결과의 총합은 2008.4점으로 확인되며, 스레드리퍼 7980X의 1890점 대보다 소폭 높다. 동일 테스트에서 56코어 122스레드 구성의 인텔 제온 w9-3495X가 1171점임을 감안하면 두 배에 가까운 작업 효율 차이다.

V-레이 테스트는 10분 간 구동했을 때 14만 8879점을 획득했다. 동일 테스트서 스레드리퍼 7980X가 13만 1000점대며, 인텔 제온 w9-3495X는 10만 9400점 대다. 일반 사용자가 구할 수 있는 단일 구성의 프로세서로는 역대 최고 성능이다.

설계, 연구, 렌더링 등 전문 영역 용도로 더 적합해

앞서 진행한 테스트는 일반적인 사무용 및 게이밍 PC의 성능 측정에 가깝다. 산업용 PC는 SPEC(표준성과평가법인)에서 출시한 SPEC 테스트가 더 널리 사용된다. 테스트는 오토데스크 인벤터, LLVM-Clang, 데이터과학 분야, ONNX 추론, 블랜더 및 핸드브레이크, 옥테인 등 작업 환경을 기반으로 한 CPU 테스트 등을 기반으로 워크스테이션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측정하는 SPEC워크스테이션 4.0를 사용했다.

스레드리퍼 9980X의 점수는 ▲ AI 및 기계학습 4.01 ▲에너지 7.91 ▲금융 서비스 7.66 ▲생명 과학 5.75 ▲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4.96 ▲ 제품 디자인 3.78 ▲ 생산성 및 개발 1.77을 획득했다. CPU 성능은 4.28로 확인된다. 동일 테스트 시 스레드리퍼 7980X의 CPU는 3.99 ▲ AI 및 기계학습 3.7 ▲에너지 6 ▲금융 서비스 6.6 ▲생명 과학 4.4 ▲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4.5 ▲ 제품 디자인 3.3 ▲ 생산성 및 개발 2 정도가 나온다. GPU에 따른 결과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분야에서 전 세대보다 성능이 고루 증가했다.

일반 사용자용 CPU인 인텔 코어 울트라 9 285K의 경우 전 영역에서 2를 넘기기 어려우며, 인텔 제온 w9-3495X 및 스레드리퍼 7980X도 4~6 내외다. 흥미로운 점은 코어 수가 32개 더 많은 스레드리퍼 프로 7995WX 96코어 모델이 스레드리퍼 9980X와 성능이 비슷하다. 공정 개선과 동작 속도 향상을 통해 30%가량 더 많은 코어 수를 따라잡은 점은 고무적이다.

만약 워크스테이션을 변경할 예정이거나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와의 성능 차이를 비교하고 싶다면, 직접 SPEC워크스테이션 4.0을 다운로드한 뒤 실행하고 결과를 비교하면 성능 차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일반 작업용 PC로서의 성능은 어떨지도 시험했다. MS 365 및 포토샵, 라이트룸 클래식 작업을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 성능 전반을 측정하는 UL프로키온 오피스 생산성, 포토 에디팅 벤치마크를 각각 실행했다. 오피스 생산성 부문에서는 총합 8670점을 획득했는데, 인텔 코어 i9 14700F와 RTX 4080 슈퍼를 장착한 컴퓨터가 7000점을 조금 넘는다. 포토 에디팅 역시 1만 782점으로 8000점 대인 24코어 구성의 인텔 코어 i7-14900KF와 25%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스레드리퍼 9980X가 64코어 128스레드에 128GB DDR5 메모리를 장착했지만, MS 365나 어도비 소프트웨어의 다중 코어 활용에 한계가 있다. 또 소프트웨어 자체가 순차 작업이 많아 분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의 원인이다.

시스템 전반의 성능을 가늠하는 PC마크 10 성능 역시 기대보다는 낮다. PC마크 10은 앱 시작 속도 및 화상회의, 웹 브라우저 성능 등을 확인하는 필수 부문, 엑셀 및 워드 성능을 보는 생산성, 사진 편집 및 3D 렌더링, 비디오 편집 등이 포함된 디지털 콘텐츠 창작 세 가지 부문을 확인한다. 이때 총점은 1만 476점이다. 인텔 코어 울트라 9 285K 및 RTX 4090 조합 혹은 AMD 라이젠 9 9900X 및 라데온 RX 9070 기반 PC가 이 정도 성능을 발휘한다.

그래픽 카드 점수를 제외하더라도 전반적인 작업 성능은 일반 소켓 PC와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일반 사무용, 사진 편집용으로는 너무 스펙이 높으므로 일반 16코어 수준의 제품을 활용하는 게 발열 관리나 가격대 성능비 측면에서 이상적이다.

종종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라인업을 게이밍 PC로 쓰는 사용자가 있다. 당대 최고의 게이밍 PC를 쓰겠다는 일념 때문이다. 실제로 스레드리퍼 9980X의 게이밍 성능은 어떨까. 게이밍 PC 성능을 변별력 있게 확인하는 3D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및 CPU 프로파일 테스트를 각각 진행했다. 테스트에서 스레드리퍼 9980X의 물리 점수는 2만 6853점으로 AMD 라이젠 5 5600X3D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CPU 프로파일 성능은 전체 3만 355점, 16스레드 기준 1만 5599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게이밍 성능 면에서 AMD 라이젠 7 9800X3D의 파이어 스트라이크 물리 점수가 3만 9233점, 인텔 코어 울트라 7 265K의 물리 점수가 4만 9000점대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점수다. 애초에 스레드리퍼는 대량의 병렬 작업을 처리하기 위해 코어 수를 늘렸고, L3 캐시의 구조가 게임이 아닌 작업용으로 돼있다. 여러 반도체를 엮어서 만드는 칩렛 구조상 지연 시간이 발생하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당초부터 스레드리퍼는 게이밍 PC 용도로 나온 제품이 아니다. 게이밍 PC라면 라이젠 9000X3D 라인업을 활용하는 게 성능, 발열 면에서 훨씬 좋다. 이 정도로 물리 점수가 낮으면 제아무리 좋은 그래픽 카드를 장착해도 CPU 성능이 발목을 잡아 프레임이 떨어진다. 스레드리퍼로 게이밍 PC를 조립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으며, 차액으로 하이엔드 급 그래픽 카드를 사는 게 현명하다.

산업 용도의 워크스테이션을 위한 최상의 선택지

일반 사용자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의 위상은 대단하다. 스레드리퍼 프로 WX 라인업이나 인텔 제온 w 라인업 등은 제조사에서 완제품 형태로 판매하므로 일반 소비자용 PC로는 구성하기 어렵다.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역시 한 차례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건너뛰긴 했지만 최근 개인 사용자 수준에서도 3D 렌더링 및 AI 연산 등 복합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다시 소비자용 CPU로 돌아왔다.

이번에 짚어본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는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CPU로는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했으며, 제조사의 워크스테이션이 아닌 일반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에게 최선의 선택지다. 전 세대 대비 성능이나 코어 수가 극적으로 향상되진 않았지만, 작업 전반에서 10% 이상의 성능 향상을 보였다. 10시간짜리 작업에서 1시간이 더 줄어드는 것만으로 상당한 가치를 지니는 업무 환경이라면 투자할 의미는 있다.

가격은 24코어 48스레드의 9960X가 1499달러(약 210만 원), 32코어 64스레드인 9970X가 2499달러(약 350만 원), 리뷰에 사용된 64코어 128스레드의 9980X가 4999달러(약 700만 원)다. 이중 9980X만 256MB 캐시 메모리를 갖추므로 고연산 작업이라면 9980X를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반면 게이밍 PC나 일반 사무용 작업, 사진 및 영상 편집 용도라면 제 성능을 내기도 어렵고 지나치게 고가다. 전용 쿨러와 쿼드 코어 메모리, 메인보드, 빅타워 등을 포함하면 주변 기자재만 200만 원은 더 투입하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25년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최상의 CPU를 찾는다면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9000 시리즈가 정답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