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컴퓨터 부품은 아이보리 색이고, 가로 방향의 케이스 위에 모니터를 올려두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IBM 호환 PC의 도입부터 시작해서 1990년대 중, 후반까지, 모델별로 따지면 XT부터 시작해서 길게는 펜티엄까지 해당되겠네요. 삼성 매직스테이션도 그런 형태로 나왔던 적이 있거든요. 지금은 컴퓨터의 폼펙터가 바뀌고, CPU 쿨러나 그래픽카드같은 부품의 크기와 형태가 많이 달라졌고요. 케이스 자체의 디자인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철제부터 유리까지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면서, 예전같은 모습으로 케이스를 만들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강화유리 패널과 검은색 철제 패널, RGB LED 쿨링팬을 두른 케이스가 아무리 멋지고 현대적인 구조와 효율적인 내부 공간을 제공하더라도, CRT 모니터 아래를 지키고 있는 아이보리 컬러의 본체가 이따금씩 그리울 때가 있지요.
그게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인지, 정말 그런 케이스가 출시됐습니다. 실버스톤이 제조하고 마이크로닉스가 국내 시장에 유통하는 SST-FLP01W 되겠습니다. 가로 방향으로 두고 쓰는 HTPC 스타일에, 아이보리 컬러를 재현한 수준이 아니라 그 때 그 시절의 색상 그대로고요. 전원과 리셋 버튼, LED는 고전적인 스타일 그대로 배치했습니다. 여기에 요즘 세상에 어디에 쓸까 싶은 5.25인치 베이까지 2개가 달려 있지만, 그게 레트로한 컨셉 때문만은 아니고요. 위쪽 베이는 진짜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아래쪽 베이는 USB 타입 A와 타입 C까지 현대적인 포트가 자리 잡았습니다. 케이스 내부에는 ATX 사이즈의 메인보드와 파워를 장착하며며, 300mm의 그래픽카드까지 넣을 수 있기에 겉보기와는 달리 현대적인 고성능 시스템도 충분히 가능한 케이스입니다.
제품명 | SilverStone SST-FLP01W 마이크로닉스 |
케이스 종류 | HTPC |
재질 | 철제 패널, 전면 플라스틱 |
전체 크기 | 440x362x170mm |
무게 | 4.46kg |
드라이브 베이 | 5.25인치 1개(3.5인치 1개나 2.5인치 2개 장착 가능) 3.5인치 1개(2.5인치 1개 장착 가능) 2.5인치 1개 |
확장 슬롯 | 7+1개 |
메인보드 폼펙터 | SSI-CEB/ATX/M-ATX/미니 ITX |
파워 폼펙터 | ATX |
파워 장착 공간 | 170mm |
확장 카드 공간 | 길이 309mm, 폭 133mm |
CPU 쿨러 높이 | 높이 88mm(5.25인치 제거 시 138mm) |
기본 장착 쿨링팬 | 후면: 80mm x2 측면 120mm x2(120mm 1개 기본 장착) 측면 120mm x1, 80mm x1 |
추가 기능 | 레트로 데스크탑 디자인 5.25인치 드라이브 베이 |
하단 좌측 포트/버튼/LED 구성 | USB 3.0 타입 C x1 USB 3.0 타입 A x2 파워 버튼 x1 LED 조절 버튼 x1 3.5mm 오디오 x1 전원 LED 하드디스크 LED |
색상 | 베이지 |
참고 링크 | https://prod.danawa.com/info/?pcode=93500879 |
가격 | 145,000원(2025년 9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아이보리 컬러의 HTPC 케이스
요새 나오는 케이스는 다들 검은색 아니면 하얀색이고요. 그나마도 철제 패널보다는 유리 패널이 눈에 더 잘 띄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런 케이스의 홍수 속에서 아이보리 컬러의 수평 배치형 HTPC 케이스라니, 실로 근본력이 넘쳐 흐르는 조합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전면 패널의 디자인마저도 개인용 컴퓨터의 역사와 발전사를 공부하기에 충분합니다. 고전 컴퓨터가 그랬던 것처럼 큼지막한 전원과 리셋 버튼을 달아두고, 헷갈리지 않도록 따로 배치하고, 리셋은 일부러 누르기 불편하게 만들어 시스템을 보호합니다. 여기에 2개의 5.25인치 베이로 오른쪽을 채웠습니다. 위쪽은 진짜 5.25인치 베이고 아래는 커버로, 이걸 열면 USB-C 같은 최신 규격부터 3.5mm 오디오까지 여러 포트가 모습을 드러내지요. 그래서 레트로한 디자인에 묻혀서 사용하기 불편하하다는 말을 들을 일은 없습니다.
누가 봐도 레트로한 디자인이 이 케이스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이걸 위해 실버스톤이 케이스를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만든 건 아닙니다. 이 케이스는 2014년에 출시된 HTPC 케이스인 실버스톤 GD09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거든요. HTPC 시스템은 원래 TV 장식장 아래, DVD 플레이나 오디오 앰프 등을 넣던 공간에 들어가도록 높이가 낮고, 대신 폭은 넓은 형태를 가리킵니다. 요새는 스마트 TV도 있고 굳이 TV에 전용 컴퓨터를 연결할 필요가 줄어들다보니 HTPC라는 케이스 분류 자체를 보기 힘들어졌지요. 제품 특성상 케이스를 세우는 게 아니라 눕혀서 설치하게 되며, 굳이 세워서 쓰자면 못 할 것도 없지만 지지대가 모두 수평 방향 배치에 맞춰져 장착되어 있고요. 세워서 쓸 거라면 굳이 이 케이스 대신 후속작인 실버스톤 FLP02가 https://gigglehd.com/gg/17944488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를 바라는 게 더 낫겠죠.
케이스 외부 상세 보기
제품 박스
옆에는 스펙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스티로폼과 비닐을 사용한 포장
마이크로닉스에서 유통하는 실버스톤 SST-FLP01W 케이스입니다.
크기 440x362x170mm.
수평 방향으로 배치하는 HTPC 케이스입니다.
케이스 전면. 5.25인치 베이부터 줄무늬 디자인에 버튼 모양까지 옛날 케이스 디자인 그대로입니다.
실버스톤 로고와 전원, 하드디스크 LED
리셋 버튼은 잘못 눌리지 않도록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요.
2개의 5.25인치 베이가 있는데요.
위쪽 베이는 진짜 5.25인치 ODD를 위한 공간입니다. 전면 패널에 스프링이 있어, ODD 트레이가 나오면 자동으로 열리고, 들어가면 자동으로 닫히지요. 이런 방식은 슬롯 로딩 ODD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가 꼭 함께 있었더랬습니다.
두번째 5.25인치 베이 커버를 열면 3.5mm 오디오, USB-C, USB-A 등의 최신 규격 포트가 있습니다.
파워 버튼은 우측 아래에 있습니다.
케이스 상단. 확장 슬롯 쪽에 네모 격자 모양의 통풍구가 있습니다.
케이스 우측. 쿨링팬 커버가 있고요.
먼지 필터가 달린 플라스틱 커버는 간단히 열 수 있습니다.
케이스 좌측. 여기에도 쿨링팬 커버가 있지만 구조는 오른쪽과 다릅니다.
2개의 커버가 함께 붙어 있는 게 아니라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케이스 뒷면.
메인보드 I/O 백패널 위쪽에는 2개의 80mm 구경 팬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확장 슬롯은 7+1 구조입니다. 위쪽의 +1 슬롯은 수직 장착보다는 확장 카드의 폭을 넓혀주고, 확장 슬롯을 덮어주는 용도가 더 보입니다.
바닥입니다.
원형 미끄럼 방지 패드
원형 받침대
5.25인치 베이와 80mm 팬. 이건 참 귀하군요
케이스 상단은 철제 패널입니다. 이게 분리 가능한 유일한 패널이나 다름 없지요. 전면 플라스틱 패널도 나사를 제거하면 분리할 수 있기는 한데요. 전면 베이를 채우기 위해 패널을 분리할 필요도 없고, 전면에 쿨링팬을 달아서 청소 때문에라도 패널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보니 굳이 뜯어낼 이유는 없습니다. 측면 역시 철제 패널이지만 그보다는 플라스틱 커버와 먼지 필터의 존재감이 더 큽니다. 양쪽 모두 120mm 구경 쿨링팬 2개를 장착하는 공간이 있고, 그 위에 외부에서 제거 가능한 먼지 필터 커버가 있습니다. CPU가 위치한 방향에는 1개의 쿨링팬이 기본 장착되고요. 또 케이스 후면, 메인보드 I/O 패널 상단에도 2개의 80mm 구경 쿨링팬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베이는 여러 조합이 가능합니다. 전면 패널을 채운 5.25인치 베이를 보고 저걸 어디에 쓰냐고 한탄하실 분도 있겠지만 꼭 5.25인치 드라이브를 구해다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5.25인치 베이에는 5.25인치나 3.5인치 1개, 혹은 2.5인치 드라이브 2개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3.5인치 1개나 2.5인치 드라이브를 하나 장착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요. 파워 전면 공간에도 2.5인치 드라이브 하나를 고정할 수 있습니다. 스펙 테이블에서 파워 장착 공간이 170mm라고 썼지만 사실상 공간에 제한이나 구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듈러 방식의 파워가 아니어도 장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케이스 내부 상세 보기
케이스 내부입니다.
ATX 폼펙터 메인보드와 ATX 폼펙터 파워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조립하기 전에 케이스 상단 패널을 지탱하는 지지대와 드라이브 베이를 제거해야 합니다.
이제 메인보드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상판 지지대는 2개의 나사로 고정됩니다.
CPU 위쪽에는 2개의 120mm 팬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실버스톤의 120mm 팬 한 개를 기본 제공합니다.
메인보드 백패널 위에 2개의 80mm 구경 팬을 장착합니다.
드라이브 베이는 4개의 나사를 제거하면 분리 가능합니다.
전면 패널의 포트에 연결된 케이블
그 외에 전원/리셋 버튼과 전원/하드디스크 LED 케이블이 있습니다.
7+1개의 확장 슬롯과 하단 ATX 파워 공간
전면 패널은 나사를 제거하면 분리할 수 있지만, 시스템 조립을 위해 이걸 분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단 패널
어떤 부분이던 0.8mm 이상의 철제 패널을 사용했습니다.
상판 지지대와 드라이브 베이
설명서와 조립용 나사
아이보리 색에 맞춰 은색 나사를 제공합니다. 나사 머리 형태도 일반 케이스와는 다르지만 표준 나사 홀과는 당연히 호환됩니다.
CPU 쿨러만 신경쓰면 됩니다
이건 요새 보기 드문 형태의 HTPC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부품 호환성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선 메인보드 호환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ATX보다 옆으로 조금 더 넓어진 SSI-CEB 폼펙터까지 지원하기에, 일반 소비자용 메인보드는 아무런 문제 없이 들어갑니다. 그래픽카드의 장착에는 다소 제약이 있습니다. 길이는 309mm, 폭은 133mm까지입니다. 대놓고 길고 두꺼운 플래그쉽 그래픽카드를 품을 공간은 나오지 않지만, 적당한 크기의 하이엔드-메인스트림급 그래픽카드의 장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여기에선 MSI의 지포스 RTX 4070 Ti 슈퍼 벤투스 모델을 장착했는데요. 처음 카드를 넣을 때 각만 잘 보면 충분히 장착할 수 있고요. 측면에 12V-2x6 커넥터를 끼워도 케이스를 닫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습니다. 제공하는 확장 슬롯의 수는 ATX 폼펙터에 맞춰 7개이고, 그 위로 1개의 슬롯을 하나 더 제공하는 형태인데요. 이 추가 슬롯이 제공하는 공간 덕분에 옆으로 보조전원 케이블이 튀어 나와도 수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CPU 쿨러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어지간한 케이스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수냉 쿨러부터 달고 봤는데, 이 케이스는 그게 어렵습니다. 내부에 쿨링팬을 추가할 공간은 있지만 수냉 라디에이터까지 품을만한 사이즈는 나오지 않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공냉 쿨러의 사용이 강제되는데 이것도 잘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CPU 쿨러 위를 가리게 되는 드라이브 베이를 제거하면 138mm, 장착하면 88mm 높이의 쿨러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요새 어지간한 ATX 메인보드는 M.2 슬롯이 3개는 있으니 드라이브 베이를 아예 제거하면, 번들 쿨러와 비슷한 크기의 쿨러를 불편함 없이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드라이브 베이와 함께 쓰겠다면 HTPC 시스템을 위해 설계된 LP 타입 CPU 쿨러를 쓰길 권장합니다. 높이가 낮은 번들 쿨러여도 메인보드의 CPU 소켓 위치에 따라서는 드라이브 베이와 간섭이 생길 수 있거든요.
조립된 시스템 상세 보기
조립을 마친 실버스톤 SST-FLP01W 케이스입니다.
내부 공간을 보기 위해 드라이브 베이를 제거했습니다.
상단 CPU 쿨러 공간입니다.
드라이브 베이가 있다면 높이 88mm, 드라이브 베이를 제거하면 138mm 높이의 CPU 쿨러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카드와 파워 공간입니다.
길이 309mm, 폭 133mm의 확장 카드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아래쪽에 남는 공간이 많기에 ATX 파워라면 장착에 제한은 없으며, 선정리 공간도 넉넉합니다.
파워 앞에 남는 공간에는 2.5인치 드라이브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브 베이를 장착한 시스템입니다.
조립에 사용한 메인보드의 CPU 소켓 위치가 조금만 왼쪽으로 갔어도 레이스 프리즘 쿨러와 드라이브 베이를 함께 장착할 수 있었을텐데, 그게 안되서 레이스 스파이어로 바꿨습니다. 그래도 조금 닿긴 하네요.
이 케이스에서 드라이브 베이를 쓰겠다면 LP 타입 CPU 쿨러를 쓰길 권장합니다.
드라이브 베이는 5.2인치와 3.5인치.
3.5인치 2개.
3.5인치 1개와 2.5인치 2개 등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확장 슬롯은 전부 재사용이 가능한 커버가 달려 있습니다. 2개의 나사로 고정된 상단의 +1 슬롯을 먼저 분리해야 다른 슬롯에 조랍이 가능합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건 꼭 해보고 싶었어
여기서부터는 안 써도 될 내용이지만, 이 케이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이런 컨셉 사진은 꼭 찍어보고 싶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컨셉 사진이고요. 아무리 지지대를 상판에 배치했다고는 하지만 무거운 CRT 모니터를 케이스 본체 위에다가 두고 쓰길 권장하진 않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겠지만요. 24~27인치 정도 크기의 평범한 LCD 모니터라면 올려두고 쓰는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함께 사진을 찍은 모니터가 오래되기도 했고 보관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라 색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러니 옛날의 아이보리 컬러 시스템이 저런 색깔이었다고 오해는 하지 말아 주시고요. 진짜 아이보리 컬러는 실버스톤 SST-FLP01W 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구형 컨셉 시스템 상세 보기
SilverStone SST-FLP01W 마이크로닉스
근래 보기 드문 수평 배치형 HTPC 케이스에, 아이보리 컬러와 전면 5.25인치 베이를 내세워 레트로한 디자인을 극대화한 케이스입니다. 높이가 낮은 HTPC 케이스 특성상 CPU 쿨러 호환성에 다소 제약이 있고, 최근 나오는 케이스와는 이질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른 구조가 낯설게 느껴지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튼튼한 만듬새로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물건이고요. 8, 90년대 고전 시스템의 느낌을 이만큼 잘 살려주는 케이스는 단언컨데 없습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SilverStone SST-FLP01W는 매력적인 제품임에 분명합니다.
<저작권자(c) 기글하드웨어(https://gigglehd.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글하드웨어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