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추리게임의 주인공은 선량한 편이다. 진실을 밝히려는 정의로운 경찰, 형사, 혹은 탐정의 입장에서 범인의 의도를 밝혀내고, 복잡하게 얽힌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팀 요람의 인디 추리게임 ‘요람’은 다르다. 요람은 가문에서 버림받은 젊은 작가이자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 ‘아이린 린드버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추리게임임에도 이미 주인공이 살인자인 점이 독특하다.
리뷰에 앞서, 아래 내용에는 스팀 데모 버전과 텀블벅 프로젝트 소개에 기반한 초반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게임의 배경은 린드버그 가문의 가장, 아이린의 아버지의 사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이린은 아버지의 죽음과 유산 문제로 인해 장례식을 준비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두 언니와 남편, 법률대리인 등 여러 인물이 저택에 모인다. 폭우로 인해 모두가 저택에 고립된 상황에서, 아이린은 남편 리처드 빙엄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용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범인을 찾는 전통적인 추리게임들과 달리 ‘요람’은 공범을 만들고, 시신을 숨길 장소를 모색하며,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논리적 설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살인이 일어난 장소인 ‘서재’에 메이드 ‘도로시’가 우연히 방문하면, 아이린은 그녀를 제압하고 상황을 설명해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설득(과 협박을)한다. 설득이 성공하면 도로시는 공범이 되고, 실패하면 그대로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이 설득 과정은 인게임 시스템인 ‘논쟁’으로 표현된다. ‘논쟁’은 상대방의 대화를 듣고 모순된 발언을 ‘노트’에 기록한 후, 수집한 증거를 제시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승리하는 방식이다. 해당 부분은 단간론파의 ‘말탄환’ 시스템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이해해도 되겠다.
이렇게 수집한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시스템 특성상 평소에도 다양한 장소를 세심히 조사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저택에 있는 공간들에 들어가면 ‘조사하기’를 통해 방을 둘러볼 수 있고, ‘대화하기’ 버튼을 통해 해당 장소에 위치한 인물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는 식이다. 보고, 듣고, 조사한 것은 자동으로 ‘노트’에 기록되고, 주요 단서나 중요한 대사는 색이 달라 쉽게 구분된다.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직관적이어서 조사와 논쟁의 난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그래픽과 BGM이 아름답게 그려져 이곳저곳을 조사하는 과정이 지루하지가 않다. 펜화풍의 섬세한 일러스트와 클래식풍 음악은 19세기 영국의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음울하고 서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인디게임임에도 상당히 수려한 연출이 게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특히 살인을 저지른 후 아이린이 자신을 변호하고 협박하는 장면에서 선택지가 하나로 고정되는 연출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의 심리적 압박감을 실감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또한 초반에 살인 장면을 제시한 뒤, 이후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 형식으로 풀어가는 전개 구조도 완성도 있게 짜여 있다.
정식 출시 버전에는 논쟁 파트에 성우 더빙이 추가될 계획인 만큼, 감정 표현의 깊이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플레이하면서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데모 버전기준 진행이 막히거나 클릭이 인식되지 않는 문제, 일부 맞춤법 오류 등 자잘한 버그가 존재했다. 가끔 게임이 튕겨 진행도가 일부 사라진 적도 있었다. (자동 저장이 있어 큰 피해는 없었다.)
그래도 개발팀이 지속적으로 오류 수정과 최적화를 진행 중인 만큼 정식 버전에서는 보다 매끄럽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편, 정식 출시 이후 즐길 수 있는 스토리에는 살인 은폐에 성공한 아이린 앞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며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흥미진진한 전개가 포함되어 있다. 관심이 생긴 이용자라면 스팀에 공개된 데모 버전을 미리 플레이해보며 미리 게임의 구조와 시스템을 익혀보는 것도 좋겠다.
인디게임에서 보기 드문 추리 장르에 도전한 ‘요람’이 어떤 완성도와 몰입도로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