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생산 수입하는 르노 100% 전기차 세닉 E-Tech. 수도권 제1 순환고속도로(총 연장 128km)에서 하이퍼 마일링에 도전했다. (김흥식 기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주행 효율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리젠 하이퍼 마일링’에 다시 도전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9이 국도와 지방도 하이퍼 마일링으로 인증 전비보다 80% 이상 높은 효율성을 기록한 이후 고속도로는 어떨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다.
르노 세닉 E-Tech를 몰고 총 연장 128km의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돌아 보기로 했다. 고속화도로지만 주중에도 낮밤을 가리지 않고 딱 정해진 정체 구간이 있어 2시간은 족히 달려야 하는 구간이다. 재수가 없으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일도 허다한 곳이다.
세닉 E-Tech 출발전 배터리 정보. 배터리는 97%가 채워져 있었고 주행 가능 거리는 459km로 표시돼 있다. (김흥식 기자)
세닉의 출발 전 배터리 잔량은 97%, 주행 가능 거리는 458km로 표기돼 있었다. 트립을 초기화하고 약 20km를 달려 순환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첫 바퀴를 도는데 2시간이 걸렸다. 판교 방면으로 달려 시흥 하늘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총 주행 거리는 149km. 계기반에는 기대 이상의 전비가 표시돼 있었다.
다시 시흥하늘휴게소를 빠져 나와 판교, 의정부, 일산, 부천을 거쳐 돌아 갔을 때 이날 총 누적 주행 거리는 276km, 휴식 시간을 포함 총 4시간 30분이 걸렸다. 주행은 평범하게 했다. 가능한 구간에서는 시속 80km~100km를 유지했고 정확하게 교통 흐름에 맞춰 일상적인 주행을 했다.
전기차 '리젠 하이퍼 마일링' 놀랍게 상승하는 전비
전기차 리젠 하이퍼 마일링은 회생 제동 시스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세닉 E-Tech는 총 5단계 강도 조절과 원페달이 가능해 회생 제동시스템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김흥식 기자)
하이퍼 마일링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타이어 공기압, 와이퍼 위치 조정, 작은 소품까지 걷어 내는 경량화 등 필요한 것들이 있지만 이날 세닉 시승은 센터 모니터의 전원을 끄고 오디오, 공조 시스템을 일체 작동하지 않은 것이 전부였다.
분명하게 달랐던 건 운전 요령이다. 운전을 하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도 밟지 않았다. 패들 시프트로 5단계 회생 제동 시스템을 교통 상황에 맞춰 조작한 것이 전부다. 예를 들어 내리막, 또는 타력이 붙을 때는 가장 낮은 단계에 맞추고 감속이 필요할 때는 강도를 높여 배터리를 조금이라도 보충했다.
가장 신경을 쓴 건 순간 전비 그래프다.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그래프를 보면 급가속, 무리한 가속, 특히 페달을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또 하나 중요한 팁은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최대한 끌어 올리면서도 전비 그래프가 내려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달린 세닉의 전비는 얼마를 기록했을까?
수도권 제1외곽순환고속도로 2바퀴 총 277km를 달린 세닉 E-Tech가 평균 전비 8.9km/kWh를 기록했다. 이는 고속도로 인증 연비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김흥식 기자)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세닉의 공인 복합 전비는 4.4km/kWh, 고속도로 전비는 4.1km/kWh다. 그러나 이날 기록된 실제 전비는 8.9km/kWh였다. 고속도로 인증 전비 대비 약 2.17배(117% 상승) 높은 수치다. 단순 계산하면 1회 충전으로 약 774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미국 DOE(에너지부)의 내연기관 기준으로 보면 ℓ당 약 80km를 달린 셈이다.
무엇보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 내 정상적인 교통 흐름에서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닉의 놀라운 전비 효율은 운전 요령만으로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히트 펌프 시스템을 적용해 계절에 따른 배터리 효율 저하를 완화하고 회생 제동 시스템의 활용 여지를 넓힌 덕분도 있다.
여기에 NCM 배터리 기반의 안정적인 전력 흐름 제어, 무게 중심 최적화, 멀티 링크 서스펜션 기반의 균형 잡힌 승차감 등도 복합적으로 결합해 믿기 힘든 상식 밖 결과로 이어졌다.
기본기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 NCM 배터리의 효과
세닉 E-Tech는 LG에너지솔루션 NCM 배터리, 전기차 전용 플랫폼, 효율적인 배터리 관리 시스템으로 에너지 효율은 물론 주행 안정성까지 뛰어난 모델이다. (김흥식 기자)
세닉에는 87kWh 용량의 LG에너지솔루션 NCM 배터리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160kW(218ps), 최대토크 300Nm의 전기 모터를 기본으로 한다. 전기차 전용 AmpR 미디엄 플랫폼 위에 설계된 이 차는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통합해 무게 중심을 아래쪽으로 낮췄다.
이 구조는 전비뿐 아니라 고속 주행 안정성에도 긍정적이다. 조향비는 세단에 가깝고 스티어링 감각은 과도하게 가볍지 않으며 노면의 질감을 적절히 전달한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성과 잔잔한 구동 질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속도가 붙을수록 모터 토크가 묵직하게 차체를 밀어준다.
세닉 E-Tech의 실내. 12인치 클러스터와 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로 간결한 구성을 하고 있으며 친환경 소재를 적극 사용했다. (김흥식 기자)
세닉은 전반적인 상품성도 뛰어난 순수 전기차다. 프랑스 특유의 깔끔한 외관은 물론 실내는 12인치 클러스터와 12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이어지는 openR 링크 인터페이스, 직관적인 물리 버튼 구성, 그리고 운전자를 인식해 좌석과 미러를 자동 조절하는 Face ID 기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등 전자 장비는 전비 극대화를 위해 꺼두고 주행했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이 편의 장비들이 세련된 전기 패밀리카의 감성을 더한다. 또한 솔라베이(Solarbay) 파노라믹 루프는 가시광선·자외선을 다단계로 조절할 수 있어 실내 개방감과 프라이버시 모두를 고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환경 전기차 답게 실내 곳곳에 친환경 소재를 적극 사용한 것도 세닉 E-Tech의 또 다른 가치로 볼 수 있다.
[총평] 세닉 E-Tech는 단순히 “연비가 잘 나오는 전기차”가 아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회생 제동 제어의 세밀함, 프랑스식 감성, 그리고 패밀리카로서의 실내 완성도까지 균형 있게 맞춘 차다. 여기에 운전자의 습관과 이해가 더해지는 순간, 모든 전기차의 전비는 생각보다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하이퍼 마일링 주행으로 다시 증명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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