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토미 비어 스탠드 바. 일본 최고의 맥주 따르기 장인을 만나는 곳. 2평짜리 가게의 맥주 영역전개. 안주 따위는 없다. 오직 다섯 가지 방법으로 따른 맥주가 메뉴다. 하지만 허락된 기회는 1인당 2잔뿐. 2시간 동안 잠깐 열렸다 사라지는 생맥주의 오아시스. 나는 그 한잔을 위해 신칸센을 타고 말았다.
일본 여행의 본질은 끼니마다 마시는 생맥주다. 히로시마 여행 중 매일 맥주를 마셨지만, 내 마음은 사막이었다. 어제 가려고 했던 시게토미 비어 스탠드 바가 휴무였고, 오늘은 그곳에서 기차와 버스로 3시간 반이 넘는 거리의 시골 바다 마을에 있거든. 사슴처럼 슬픈 눈을 한 나에게 아내는 애플워치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먹고 싶어? 신칸센 타고 갈래?”
신칸센을 타고 달리는 맥주 여행자
맥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10만 원을 태우는 길.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신칸센’은 시게토미 비어 스탠드 바에 늦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신데렐라 호박마차였다. 급하게 역에서 내려 가게를 향해 달린다. 내 뒤에는 직장인과 관광객이 달려오고 있다. 무엇을 쟁취하기 위해 달려본 것은 고등학교 쉬는 시간 매점 러시 이후 처음인데.
다행히 세이프다.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의 상위권에 대기할 수 있었다. 멀리 시게토미 선생님의 맥주 따르는 모습이 보인다. 이게 아이돌 콘서트지 무엇이겠는가. 나는 아내에게 설명했다. 우리는 맥주 따르기 만으로 각종 TV와 신문에 오르는 생맥주의 왕을 접견하는 거라고.
맥주에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20분을 기다려 2평짜리 시게토미 선생의 맥주공간에 들어갔다. 서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주문을 받는 직원 한 명, 시게토미 선생은 맥주 따르기에 몰입해 있다. 메뉴는 5가지지만 사용하는 맥주는 하나다. 맥주 따르는 방법에 따라서 메뉴를 나눈 것이다. 이건 무슨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와야 할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마셔보면 확신한다. 이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와야 한다고. 당신 대체 맥주에 무슨 짓을 저지른 겁니까?
처음으로 싱글 푸어(한 번에 따르기)를 마셔보았을 때 느낌은 경쾌함이었다. 목에 걸림이 하나도 없는 샘물을 마시는듯한 깨끗함과 경쾌하게 넘어가는 기분. 맥주를 기차라고 치면 이건 신칸센이구나.
곧바로 다음 잔은 트리플 푸어(세 번 나눠 따르기)이다. 거품이 가득 쌓인 게 카페 아인슈페너 같은 이 맥주를 마시면 탄산은 온데간데없고 폭신한 구름에 탄 것 같다. 이게 맞는 건가 싶어서 주변을 보니 이미 이곳의 사람들은 손으로 이마를 치느라 바쁘다. 그때 아내가 말했다. “난 차이를 모르겠는데.”
다행이다. 시게토미 선생님이 한국어를 몰라서. 정말 감사하다. 이곳에 히로시마 경찰이 있었다면 우린 국외 추방, 아니 평생 맥주 블랙리스트에 오를 뻔했다(앞으로 우린 소주나 보드카 밖에 못 마시는 거야!). 아내가 주문한 맥주인 ‘샤프’를 마셔봤다. 이 폭죽처럼 폭발하는 탄산감은 테라, 카스의 완벽한 상위호환인데?
솔직히 아내 이름으로 1잔을 더 시키고 싶었지만 멈춰야 할 때임을 알았다. 마감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결국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 직원분은 시게토미 선생님이 그려진 맥주 코스터를 선물로 줬다. 감사합니다. 시게토미 선생님.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그가 없는 세상은 맥주 없는 보리차야
시게토미 선생님. 그는 왜 이렇게 맥주를 잘 따르는 것일까. 영업시간이 끝나면 무엇을 하시며 지낼까. 온통 시게토미 선생님 생각을 하며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습관처럼 돈가스와 아사히 생맥주를 시켰다. 그런데 입이 멈추고 말았다. 분명 어제까지 맛있었던 맥주가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시게토미 선생님. 당신은 설마 그 차이를 느끼게 하기 위해 저희를 식당으로 쫓아낸 것입니까(아니다).
약간의 취기가 사라지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맥주를 입에 못 대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시게토미 선생님. 당신이 없다면 내 주변에는 맥주라는 이름의 보리차밖에 없으니까.
<제공 : 마시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