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BL Summit Pumori와의 첫 만남

박성수 오디오 평론가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디오 평론가이자 마스터링 엔지니어 박성수입니다.

오늘은 JBL의 최신 시리즈인 Summit 시리즈의 Pumori를 듣는 날입니다. JBL의 최신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ummit은 ‘정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티베트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아주 유명한 산봉우리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모델 위로는 Makalu가 있고, 그 아래 모델로는 Ama가 있습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면, 지금 보시는 것처럼 JBL Pumori 스피커만 하더라도 규모가 결코 작은 스피커는 아닙니다. 이미 3웨이 구성이고, JBL 특유의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 구조가 들어가 있으며, 미드레인지와 우퍼도 갖추고 있습니다. 우퍼가 조금 작게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규모라면 웬만한 아파트 공간은 충분히 울리고도 남을 만큼의 음압으로 공기를 채우는 스피커라고 보셔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위로는 Makalu 같은 스피커가 있습니다만, JBL에서는 그 스피커를 상당히 넓은 공간에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반 가정용, 웬만한 가정 환경에서는 이 Pumori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JBL 대형 스피커의 계보
이렇게 대형 스피커를 다룰 때, JBL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JBL이 만들어온 대형 스피커의 계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JBL은 원래 Western Electric과 같은 쪽에 연관이 있는 PA 스피커를 만들던 회사입니다. 그런데 1950년대가 되면서 하이파이 오디오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 이후 JBL은 가정용 홈 오디오,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스피커가 바로 전설적인 Hartsfield입니다. 1950년대 중반의 제품입니다. 혼 로드 방식이 걸려 있고, 15인치 우퍼와 혼 드라이버를 갖춘, 프로페셔널 오디오 기계를 가정용으로 도입하는 도입기적 제품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는 조금 특이한 모델이 나왔습니다. 1957년에 등장한 Paragon이라는 모델입니다. 이 스피커는 분리형이 아니라 완전히 하나의 가구 형태였습니다. 어디에 놓아두면 보통 사람들은 스피커인지 잘 모를 정도로, 일반 가구 혹은 아주 고급 가구 같은 인상을 주는 일체형 시스템으로 만들어 제공되었습니다. 따라서 Hartsfield가 PA 사운드에서 하이파이로 들어오는 도입형 제품이었다면, Paragon은 그 이후 가정용 홈 오디오에 맞는 하이엔드 기기의 시작을 알리는 제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주 독특한 디자인을 띠고 있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1970년대가 되면 JBL이 다시 방향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1970년대에는 모니터 시리즈가 등장합니다. 이른바 43XX 계열의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제가 계속해서 반복해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1970년대는 음악 산업, 특히 오디오 산업과 음반 산업에서 아주 중요한 시대입니다. 특히 아날로그의 최정점에 올라가는 시대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튜디오, 레코딩 스튜디오, 사운드 스튜디오 쪽에서도 아주 절실하게 모니터 시스템이 필요했던 시기입니다. 거기에 발맞춰 JBL은 43XX라는 모니터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고, 거의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5년에 꿈의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Everest DD55000이라는 초대형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사실 그 당시에 DD55000 사이즈의 스피커는 거의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인피니티나 탄노이 정도였을까요? 몇 군데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DD55000 3웨이 시스템이 나오면서 “역시 JBL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후 JBL은 또 재미있는 방향 전환을 합니다. Project K2라는 레퍼런스급 스피커가 등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가상 동축형이라고 부르는 방식, 즉 우퍼 두 개의 가운데에 혼 드라이버를 끼우는 방식으로 급속하게 전환한 것입니다.

Project K2가 나온 뒤, 2006년 무렵에 JBL은 다시 한 번 선회를 합니다. 시간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Everest라는 이름을 붙이고 DD66000이라는 모델명을 가진 스피커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 역시 모양이 더 특이했습니다. 이처럼 JBL은 왜 이렇게 혁신이 잦을까 하는 의문을 애호가들에게 던져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JBL은 계속해서 시대의 코너스톤이 될 만한, 또는 레퍼런스가 될 만한 하이파이 초대형 음향을 고민해 왔습니다. 이러한 흔적은 JBL 대형 스피커의 계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Everest DD66000은 대략 2000년대 중후반에 나와서 거의 1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그 계열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20년이 되어 Summit 시리즈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또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쉽게 말해 레퍼런스가 될 만한 플래그십 스피커를 딱 하나만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세 가지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스탠드형의 Ama, Pumori, Makalu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음미해 볼 만한 내용이 많은 전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시스템 소개
오늘 Pumori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동원된 시스템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소스기기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소스기기는 Rockna Audio의 제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래쪽에 있는 은색 제품이 서버와 스트리머입니다. 위쪽에 검정색으로 보이는 기기가 WaveLight DAC입니다. 그리고 구동을 담당하는 앰프는 Esoteric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인 F-02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오늘 첫 번째로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준비한 곡은 캐나다의 여성 4인조 중창 그룹인 Anonymous 4의 음악입니다. 그런데 이 음악을 제가 처음으로 들려드리는 이유는 듣고 난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 음악1 Anonymous 4 - Wayfaring Stranger
여러분, 들어보셨습니까? 상당히 소박한 곡입니다. 원래 민요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JBL의 레퍼런스급 모델을 리뷰하면서 이런 여성 4중창단의 곡을 골랐을까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 JBL이라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이상한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JBL은 팝이나 재즈에 어울리는 시스템이라는 인식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클래식은 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해 보면,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JBL Pumori로 Anonymous 4의 음악을 들려드린 이유는 제가 일종의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JBL이 이제 뭔가 하려고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께서 지금 들어보셨는데, 성악이 어땠습니까? 상당히 밝습니다. 음색도 밝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바로 Horn Driver입니다. 여태껏 우리가 들었던 JBL 사운드의 핵심은 무엇이었습니까? 제가 앞서 설명드렸듯이 직접음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들어보면 직접음의 비율이 조금 높은 것 같기는 하지만, 과거에 들었던 JBL 사운드의 직접음 에너지보다는 조금 약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바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재즈나 팝은 잘하지만 클래식이나 예술음악 계열에서는 조금 곱지 않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라는 인식을 제가 깨고 싶었습니다. 여러분께 이 내용이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제가 듣는 한에서는 “JBL이 뭔가 갈 길을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가장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음색의 결이 상당히 고와졌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소리가 상당히 자연스러운 쪽으로 많이 흘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과거 JBL에서 우리가 잘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즉 주변을 둘러싸는 공간감에서 약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공간감이 잘 살아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과거에 비해 공격성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공격성이 약화되면 소리가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소리가 자연스러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수와 가수가 있는 공간의 사운드 스테이지와 화면이 상당히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초점도 잘 맞아 있었습니다. 이 정도로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 Summit 시리즈의 성격과 JBL다운 얼굴
그러면 이제 이야기로 가보겠습니다. Summit 시리즈를 개관해 보면, 어떤 성격의 시리즈라고 볼 수 있을까요?
우선 가장 먼저 나온 설명은 “JBL 창립 80주년을 기념하는 최고급 시리즈, 레퍼런스 시리즈”라는 것입니다. 아주 정확하게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Everest와 K2 이후에 상당히 긴 공백기가 있었는데, 그 공백기를 재정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제가 ‘재정리’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새로운 것을 열어본다기보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이 단어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딱 보았을 때 “저 스피커는 JBL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JBL은 아주 전형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우리가 그냥 보고 저것이 JBL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요?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고음부입니다. 이 고음부는 두 가지 요소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컴프레션 드라이버와 혼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앞쪽에도 혼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소리를 앞으로 벌리면서 확산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결합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은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진동판은 작고 뒤쪽의 마그넷은 큽니다. 그래서 강한 자기장이 걸립니다. 그리고 좁은 출력 구조에서 소리를 앞으로 쏟아내는 구조입니다.왜 이 구조를 쓰느냐면, 우선 음압 효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존재감이 강합니다. 고역의 존재감을 상당히 강조하는 형태의 사운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보는 것은, 오랜 시간 계속 구동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그다음으로 고음은 쏘는 방향과 각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방향으로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목표가 있습니다. 이것은 애당초 JBL이 PA 사운드에서 시작했다는 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특징입니다.
| 대구경 우퍼를 고집하는 JBL의 선택
두 번째 특징은 JBL을 보면 중역보다는 저역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JBL이 저음을 하나로만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DD66000 같은 예외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현대 스피커에서는 큰 우퍼 하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런데 요즘 다른 브랜드들, 예를 들어 영국이나 유럽의 여러 스피커 메이커들을 보면 이렇게 큰 우퍼 하나로 저음을 내는 경우가 드뭅니다. 구경이 작은 유닛을 병렬로 연결합니다.
하나, 둘, 세 개를 사용하면서 스피커의 사이즈를 키워가는 방식입니다. 반면 JBL은 큰 우퍼 하나를 채용해서 “저음은 이것으로만 들어라.”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양쪽을 생각해 보면, 실제 유행하는 트렌드는 작은 유닛을 병렬로 구동하는 방식이지만, JBL은 고집스럽게 하나의 대형 우퍼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JBL은 왜 이렇게 할까요?
이 부분을 ‘기술적인 보수성’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의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원래 하던 것을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JBL이 사운드에 대해, 특히 저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선택이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설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JBL이 만약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포기했다면, 즉 고역을 포기했다면 저역이 아마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대구경 우퍼를 사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음악2 Bizet - ‘아를의 여인’ 모음곡 제2번
이제 두 번째 감상곡을 들어보시겠습니다. 두 번째 감상곡은 Bizet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제2번 중 셋째 악장, Menuet입니다.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Bizet가 연출하는 프랑스 남부의 목가적인 분위기, 아를이라는 지역의 분위기를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리를 들어보면 저는 이런 말씀을 감히 드리고 싶습니다. JBL이 왜 이렇게 장르 편향성 논란에 시달려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음원을 들어보면,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D2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위력을 알 수 있습니다.

JBL의 말에 따르면 이 D2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듀얼 다이어프램, 즉 2중 다이어프램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구조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고역의 분할 진동을 줄이면서 전체 대역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JBL이 보여주었던 거칠다 싶은 고역이 상당히 순화되고, 또 비균질성, 즉 울퉁불퉁한 느낌도 상당 부분 약화되면서 아주 고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순히 “소리가 밝네요.”라고 말하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소리가 균일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쪽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HDI 혼 구조가 있습니다. 이 HDI 혼의 특징은 소리를 앞으로 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시청실 전체 공간에 고역이 고르게,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음향을 방사하는 시스템입니다. 과거 JBL의 익스포넨셜 혼 구조를 생각하시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다음 HC4 우퍼도 여기서 적절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봤을 때 넘치거나 부족한 부분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를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상중하의 밸런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JBL이 이제는 공간의 미학을 탐닉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변화의 조짐,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어느 수준까지 다다랐는지에 대한 부분을 제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MultiCap 네트워크와 대역 연결성

전체 각 대역의 연결성에 대해서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 JBL에서는 새로운 크로스오버 설계를 MultiCap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MultiCap 기반의 네트워크를 사용해서 대역 간 연결을 자연스럽게 해결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MultiCap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보니, 단일 커패시터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분산해서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전류와 위상 응답을 안정화 시키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Summit 시리즈가 도대체 왜 이런 식의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개발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Summit 시리즈는 JBL 하이엔드 오디오의 철학을 재정립하는 관점을 투영한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Greg Timbers에서 Chris Hagen으로 이어진 변화

우선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말씀드릴 것은 개발팀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Everest나 K2 계열의 개발을 담당했던 팀의 팀장은 Greg Timbers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Chris Hagen이라는 사람으로 팀장이 교체되었습니다. 책임자가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Greg Timbers가 대표하는 사운딩의 철학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선 스피커의 사이즈를 키우고, 거기에 극단적으로 큰 혼을 달며, 사운딩은 스튜디오 쪽의 정밀성을 결합하는 식의 음향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이것이 바로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Everest나 K2 계열 사운딩의 초점입니다. 그런데 두 계열은 방향이 전혀 갈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을 묶어보면 원래 기본은 같습니다.

그런데 Chris Hagen이라는 새로운 팀장이 들어오면서 JBL의 음향 철학에 근본적인 재점검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음향 목표를 설정하게 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Chris Hagen이 설정한 새로운 음향 목표, 또는 감각 설계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Everest 계열의 사운딩이 있고, K2 계열의 사운딩이 있습니다. 두 스피커는 딱 보아도 형상부터 내용까지 완전히 다릅니다.
80년대 중반에 나온 Everest DD66000 계열은 상당히 스케일이 크고 두터우며, 소리를 앞으로 쏟아내는 계열의 사운드였습니다. 즉 시청실 전체를 소리로 가득 채우는 사운딩을 보여주는 것이 Everest 사운드의 핵심이었습니다.그런데 K2 계열은 다릅니다. 여기서부터는 정반대로 갑니다. 스튜디오의 정밀성, 즉 소리를 절제된 형태로 정확하게 내는 쪽에 초점을 맞춘 사운딩을 만들어낸 것이 K2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Summit 시리즈를 보면 Chris Hagen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극단적으로 갈라졌던 두 계열의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는 생각을, 저는 이 소리를 들으면서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진짜 JBL 사운드, 21세기에 어울리는 JBL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는 새로운 음향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까 이 Summit 시리즈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JBL 80년을 기념하는 시리즈입니다.
여기서 아주 작은 중간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JBL 80년 동안의 음향 여정을 여기서 한 번 정리하고, 그 종합편을 들려드리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세 번째 곡을 여러분께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조금 전까지 JBL의 사운딩 철학이 소리를 공간 속에 풀어놓고, 그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전달력을 높이는 쪽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조금 규모가 큰 곡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Ravel의 곡을 선택했습니다.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를 골랐습니다. Pierre Boulez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 음악3 Ravel -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상당히 변화무쌍하고, 소리를 응축했다가 펼쳤다가 하며, 각 악기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닙니다. 이것이 돌아다니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소리를 쏘기만 하는 방식에서는 그것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일단 이 소리들이 돌아다니고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플레이그라운드가 필요합니다. 지금 이 음원, 그리고 지금 이 사운딩을 들어보면 공간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음색도 상당히 결이 고운 쪽입니다. 물론 텍스처의 균일성만 만들어내는 계열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웅장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어놓고, 그 속에 아주 안온한 공기를 채워놓으며, 소리가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면서도 명료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바로 제가 지금까지 설명드렸던 HDI 혼, 그리고 전체적으로 소리를 공간 속에 풀어놓으면서 공간과 사운딩의 조화를 찾아가려는 JBL의 21세기 사운드의 음향 목표이자 감각 설계의 목표가 여기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마무리
이제 JBL Summit 시리즈의 핵심 모델이 되는 Pumori를 시청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Summit 시리즈, Pumori 사운딩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JBL, 드디어 공간을 발견하다.” 저는 이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공간은 그냥 공간,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음장으로서의 공간이 아닙니다. 그 속에 JBL 사운드가 80년 동안 추구해온 명조성을 자연스럽게 실어 올리려고 했다는 뜻입니다. 명료한 음향과 자연스러운 공간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21세기, 또는 2025년 이후 JBL이 새롭게 설정한 도전 과제이자 음향의 도전 과제, 감각 설계의 도전 과제가 아니겠는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께 JBL의 최근 플래그십 시리즈로 등장한 Summit 시리즈의 중추 모델인 Pumori에 대해, 그 특징과 음향, 그리고 이들이 설정한 음향 설계와 감각 설계의 목표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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