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AC Concentro M 807

ELAC 100년의 역사와 새로운 플래그십 Concentro M 807
이종학: 안녕하십니까. 오디오 평론가 이종학입니다. 반갑습니다. 요즘 많이 무덥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무기력해지고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이런 기분을 한 번에 날릴 만한 아주 멋진 제품이 등장해서 이번에 소개 영상을 찍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 옆에 있는 ELAC의 신작, Concentro M 807이라는 새로운 플래그십 스피커입니다.

이 제품에 대한 소개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도 역시 하이파이클럽의 한창원 대표님께서 함께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창원: 요즘 정말 덥죠?
이종학: 동남아가 부럽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는 사실 예전에 ELAC 공장에도 직접 가봤습니다. 당시 탐방기는 HIFICLUB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는데, 제가 방문한다고 특별히 공장에 태극기까지 걸어놓아서 마치 문화대사처럼 대접받았던 기억도 있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추억이 많은 브랜드입니다.


이종학: 제가 처음 ELAC이라는 제품을 만난 것은 아마 1990년대 중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한창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개념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정말 물밀듯이 새로운 제품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세운상가나 용산 같은 곳에 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당시 세운상가에 제가 단골로 가던 아주 조그만 숍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방보다 훨씬 작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아주 주먹만 한 스피커가 있었습니다.
잘 왔다면서 한번 소리 들어보라고 해서 앉아서 들었는데, 처음에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주먹만 한 스피커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겠습니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스피커라고 하면 크고 우퍼도 커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스피커를 막상 들어보니 음장도 굉장히 넓고, 반응도 빠르고, 해상도도 엄청났습니다. ‘와,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때 ‘하이엔드 스피커라는 세계가 바로 이런 세계구나.’라는 것을 처음 실감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모델이 Elegant 305였고, 외국에서도 ‘리틀 원더(Little Wonde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작은 스피커에서 그런 퍼포먼스가 나오는지로 꽤 유명했습니다. 당시 큰 충격을 주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브랜드였습니다.

이종학: 사실 여러분도 대개 ELAC이라고 하면 스피커 브랜드, 그리고 약 3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회사 정도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가 2026년 8월이고 한 달 뒤면 9월인데, 이때가 ELAC이라는 회사가 등장한 지 약 100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그러니까 이 Concentro M 807이라는 모델은 ELAC 창립 100주년 기념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회사는 1926년에 설립됐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스피커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일종의 연구소나 실험실, 랩 형태의 회사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수중파 탐지기라고 해야 할까요. 물속에 사는, 특히 고래 같은 동물들은 서로 음파를 주고받으면서 소통합니다. 그런 음파 탐지기를 개발했고, 나중에는 하늘에 있는 비행물체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음파 탐지기를 통해 찾는 작업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물론 이후 레이더가 등장하면서 훨씬 정교해졌지만, 당시부터 음향이나 계측 등 여러 면에서 상당히 앞선 회사였습니다.

이종학: 그 회사의 방계 조직으로 오디오 회사가 만들어졌고, 1948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턴테이블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1950년대에는 독일에서 가장 큰 회사라고 평가받았고, 자료를 찾아보니 1970년대가 LP의 전성기였는데 당시 많은 턴테이블 회사 가운데 유럽에는 Dual이라는 큰 회사가 있었고, PE(Perpetuum Ebner)라는 회사가 있었으며, 바로 ELAC이 있었습니다. ELAC은 유럽의 3대 턴테이블 메이커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옛날 빈티지를 좋아하시거나 독일 오디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ELAC이라고 하면 턴테이블부터 먼저 떠올리십니다. 누계로 보면 1970년대에 약 400만 대 가까이 생산했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1980년대부터 CD가 등장하고 아날로그가 퇴조하면서 자연스럽게 ELAC은 턴테이블이 아니라 스피커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됩니다. 그때부터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스피커 회사로만 보면 약 4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85년에는 4Pi라는 전방향성 트위터를 개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제가 말씀드린 Elegant 305를 보면 리본 트위터 방식이 등장하는데, 사실 ELAC에서는 이것을 AMT라고 부릅니다. 리본과는 조금 다릅니다. 리본보다 에너지감이 있고 직진성도 좋습니다.

이종학: 이번 Concentro M 807을 들어보면 현대적인 드라이버와 기술을 사용했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정통파 스피커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회사가 역시 1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만큼 ‘나름대로의 깊은 세계를 갖고 있다.’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차근차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한창원: 그러니까 이 스피커가 Concentro 시리즈 가운데 M 807이라는 최상위 모델에 속하는 스피커죠?
이종학: Concentro에는 1세대가 있고 이번에 나온 것이 2세대인데, 2세대에서는 현재 최상급 모델입니다.
한창원: 그러면 본격적으로 Concentro M 807을 알아보기 전에 우선 음악부터 한번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종학: 첫 번째 곡은 Saint-Saëns의 ‘Danse Macabre’입니다.
음악1 Saint-Saëns : ‘Danse Macabre’
이종학: 제가 LP를 많이 듣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LP에서 추구하는 소리가 여기서 정확하게 구현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스피커만의 역할은 아닙니다. BOP라든가 디지털 쪽에서 한창원 대표님이 워낙 고수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사운드를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LP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단단한 저역과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듯한 고역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저는 리본에서 재생되는 바이올린 소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엣지도 있고 찰기도 있으면서 두께감도 있는 느낌으로 바이올린이 음악을 리드해갑니다.

이종학: ‘Danse Macabre’의 뜻을 찾아보니 ‘죽음의 무도회’라고 합니다. 우리가 무도회라고 하면 왈츠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의 곡을 연상하지만 이것은 정반대 느낌의 춤곡입니다. 유럽에 흑사병이 돌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것에 대한 압박감이나 강박관념 같은 것을 배경으로 만든 곡이기 때문에 춤곡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음울합니다.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됐고, 스피드는 정말 놀랄 만큼 빨랐습니다. 음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음장과 스피드에 강력한 저역까지 함께 어우러져 거의 흠잡을 데 없는 소리를 내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창원: 말씀하신 부분에 굉장히 공감합니다. 아날로그 LP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저역의 무게감과 고역의 뻗침, 개방감, 특히 고역의 에너지가 디지털에서는 표현이 잘 되지 않았는데 이 시스템에서는 굉장히 잘 표현됩니다. 정말 놀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저희 시청회에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오디오에서 저는 ‘80년대 전축 감성’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80년대 전축 감성이라고 하면 약간 레트로하거나 올드한 것을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닙니다. 80년대 전축에서는 진짜 음악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오디오에서는 어떻게 보면 ‘소리’가 나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히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몇십 년 동안 오디오를 해왔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 스피커가 굉장히 좋습니다. 하지만 이 스피커를 이렇게 굉장히 좋게 만든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Concentro M 807을 완성한 레퍼런스 시스템



한창원: 시스템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늘의 메인은 ELAC Concentro M 807입니다. 파워앰프는 뒤에 있는 모노블록 파워앰프인 Orpheus H Three M800 OPUS 2입니다. 프리앰프는 전원부가 별도로 구성된 두 덩어리의 H Two 33BD OPUS 2입니다. 얼마 전에 Orpheus에서 OPUS 2로 업그레이드된 모델로 나온 앰프인데, 이 프리·파워앰프도 상당히 좋습니다. 스피커는 사실 파워앰프가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오늘의 조합에서는 거의 이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대부분을 끌어올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창원: DAC는 Esoteric Grandioso N1 스트리머/DAC를 사용했습니다. Esoteric에서 나오는 Grandioso 최상위 모델입니다. 그 아래에 옵션 전원부도 추가해서 디지털 소스 쪽에도 최고의 하이엔드급 기기를 붙여봤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가운데 있는 검은색 기기입니다. Oladra에서 나온 플래그십 뮤직서버 Presence라는 새 모델인데, 사실 이 제품의 역할이 지금 굉장히 큽니다. 이 뮤직서버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제가 요즘 오디오에서 80년대 전축 감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종학 평론가님이 방금 말씀하신 ‘집에서 듣는 아날로그 같은 자연스러운 소리’라는 느낌에도 이 뮤직서버의 공이 꽤 큽니다.


그리고 저희의 자랑인 BOP 퀀텀그라운드가 있습니다. 요즘 접지 케이블 쪽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튜닝하고 있는데 그것이 거의 완성돼서 오늘 이렇게 완성도 높은 소리가 나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정도 이 소리의 비결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Concentro라는 이름과 2세대에서 완성된 디자인
이종학: 본격적으로 이 스피커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제품은 Concentro라는 혈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Concentro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용어인데 세 가지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이탈리아어로 ‘집중하다’, ‘포커스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또 하나는 Concentric, 즉 동축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축형 스피커를 콘센트릭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Concert, 즉 음악을 전달하는 연주장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곱씹어보면 이 스피커가 지향하는 바가 잘 드러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창원: 콘센트릭에는 동심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Concentro라는 모델명이 시리즈 2에 와서 비로소 완성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Concentro 1은 일반적인 동축 드라이버를 사용했지만, 이 스피커는 트위터 주변에 미드하이 유닛 여섯 개를 배치해서 동심원 모양의 Concentro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이종학: 하나의 소재나 주제가 있으면 그것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독일 사람들의 연구열과 몰입감이 이런 부분까지 연결된 것 같습니다. 처음 보면 낯설 수 있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왜 저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납득됩니다.

이종학: 오리지널 Concentro는 2016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현재까지도 수석 디자이너로 30년 이상 ELAC에서 활동하고 있는 롤프 얀케(Rolf Janke)라는 분이 계속 관여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Elegant 305에서 처음 사용된 JET 트위터가 1세대이고, 이 스피커에는 6세대가 들어갔습니다. 원래 JET 트위터는 ELAC을 대표하는 기술입니다. 그 트위터가 바로 얀케 씨가 만든 기술입니다.
오리지널 Concentro가 약 10년 전에 나왔을 때 저도 리뷰 때문에 몇 번 들어봤는데, 그 스피커는 정말 거대했습니다. 우퍼가 네 발이나 들어가 있고 동축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 볼륨을 낮게 들었을 때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조금 흥미가 생겨서 볼륨을 계속 올렸더니 나중에는 거의 흉폭한 짐승이 으르렁거리며 날뛰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사운드가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ELAC에는 조그만 스피커나 4Pi 계통의 전방향 트위터 기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야수성도 가지고 있는 회사’라는 것이 제가 Concentro를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꾸준히 방계 모델이 몇 개 나왔고 계속 관찰해왔습니다. 이번에 2세대로 넘어오면서 1세대의 야수성도 분명히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의 가정 환경에 맞게 훨씬 잘 다듬어졌고, 음 하나하나를 따지고 까다롭게 듣는 분들까지 만족시킬 만큼 정교하고 치밀하게 새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창원: 저는 개인적으로 이전까지 ELAC 스피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 때문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 약 20년 전쯤 609 CE라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슬림한 인클로저 위에 전방향 리본 트위터, 즉 슈퍼트위터를 단 스피커였습니다. 그 스피커의 소리는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이 문제였습니다. ELAC 스피커의 디자인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일반 가정집에 가져다 놓기에는 너무 산업적인 느낌이 있었고, Concentro 1세대 같은 경우에는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달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디자인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종학: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사실 스피커를 연구하는 사람이 자기들의 연구 업적을 마치 논문을 쓰듯 그대로 제품에 표현한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한창원: 그래서 디자인 때문에 ELAC 스피커가 참 손해를 많이 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리는 정말 좋았습니다. ELAC의 리본 트위터, JET 트위터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리본 트위터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고역 에너지가 조금 덜 나오는 부분을 리본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거의 완벽하게 보완해 고역의 에너지와 질감을 상당히 잘 만들어냈습니다. 음질은 굉장히 좋았지만 디자인이 일반적이지 않았고 가정에 설치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피커는 제가 지난 6월 비엔나 오디오쇼에서 처음 봤습니다. 솔직히 개구리 눈처럼 생긴 이 부분을 보고 처음에는 ‘또 ELAC이 ELAC했구나.’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다시 보니 전체적인 디자인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곡면 디자인도 그렇고, 실제로 설치해 놓았을 때 아래 받침대와 발을 포함한 전체적인 모습도 좋습니다. 물론 모두 음질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설계한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이 스피커를 집 거실에 놓았을 때 인테리어적으로 굉장히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나온 Concentro 2세대는 제가 여태까지 봤던 ELAC 스피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입니다. 일주일 넘게 이 스피커를 계속 들어봤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ELAC 스피커의 음질은 이견이 없을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그래서 디자인과 음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가장 마음에 드는 스피커가 ELAC에서 드디어 나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LLD 드라이브 - 강력한 저역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기술
이종학: Concentro 시리즈를 만들면서 새롭게 도입된 기술 가운데 LLD 드라이브(Long Linear Drive)라는 기술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미드레인지나 우퍼를 보면 보이스코일이 길고 자석의 갭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스톤 운동을 할 때 자력이 골고루 미치지 못해 완전히 컨트롤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여기서는 보이스코일의 길이를 조금 짧게 하고 효율이 아주 좋은 네오디뮴 마그넷 여섯 개를 꽃잎을 붙이듯 배치했습니다. 중간에 틈새도 만들어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자속에서 벗어나지 않게 함으로써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입니다.

또 보빈이 앞뒤로 움직이는데, 이 보빈도 티타늄으로 만들어 열에 굉장히 강하고 내구성도 좋습니다. 비싸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보빈 소재로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스피커는 겉모습뿐 아니라 내부의 여러 시스템에도 최신 테크놀로지가 들어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전까지는 이런 기술들이 다소 투박한 외관 때문에 묻혔다면 2세대부터는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안에 무엇이 들어갔는지도 살펴보게 됩니다.
한창원: 이런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에 오늘 음악을 들으면서 ‘와’ 하고 놀랐던 음질이 나오는 것이겠죠.
이종학: 제가 요즘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힘 있고 펀치력 있는 저역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런 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고역의 에너지도 함께 가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역에 묻혀버립니다. 이 스피커도 사실 24Hz까지 내려가는 어마어마한 저역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저역에 맞서 버티려면 그만큼 중고역에도 기술과 투자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밸런스가 맞습니다.
한창원: 그렇다면 이런 기술이 들어갔을 때 실제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들어보고 판단해야 겠죠?
이종학: 두 번째 곡은 1970년대에 아주 유명했던, 퓨전 재즈 그룹이라고 해야 할지 어덜트 컨템포러리라고 해야 할지 구분하기도 어려운 Steely Dan의 ‘Babylon Sisters’를 골랐습니다.
음악2 Steely Dan - ‘Babylon Sisters’
이종학: 저는 Steely Dan을 좋아해서 LP도 여러 장 가지고 있고 좋은 시스템에서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70년대 녹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역이 굉장히 넓고 3D 이미지도 잘 구축됩니다. 특히 킥드럼이 나오고 중간중간 오르간이 들어왔다 빠지며, 코러스가 등장할 때는 마치 밀물처럼 파도가 밀려오듯 코러스가 쫙 덮었다가 빠지면서 리드 보컬이 등장합니다. 이런 전체적인 스토리가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마치 실제 공연장에 온 듯한 파워가 있습니다. 저는 사실 LP에서만 이런 소리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이제 디지털에서도 이런 파워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정말 놀랐습니다.
특히 미드하이와 미드로우, 로우미드에는 두 개씩의 유닛까지 투입해서 중역대의 에너지가 굉장히 꽉 짜여 있고 충실하게 나옵니다. 특히 보컬이 참 좋았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정말 넋을 잃고 들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창원: 외국 리뷰어들이 많이 쓰는 말이 있습니다. ‘I have never heard’, 즉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라는 표현입니다. 진짜 요즘 제가 오디오에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사운드에 깜짝깜짝 놀랍니다. 원래 깜짝 놀라는 것은 이종학 평론가님의 트레이드마크인데 오늘은 제가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이 곡에서 저역의 댐핑은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아직 우퍼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는데 순간적인 트랜지언트, 그야말로 타임 도메인이 이렇게 뛰어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러고 있다가 Steely Dan 특유의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한 보컬 음색이 싹 나오는데 그 안에 밀도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저역도 디지털에서 잘 되지 않았지만 이런 보컬의 밀도 역시 디지털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밀도로 재생됩니다. 그야말로 하이엔드의 정수, 아니면 하이엔드의 새로운 물결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싶습니다.
코러스 부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보컬과 코러스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여기서는 ‘보컬과 코러스의 대비되는 음색이 이렇게 극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상적인 조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굉장히 넓은 공간감과 순간적인 어택음은 ‘와, 대단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합니다. 이것을 우리가 고유 음색, 즉 팀버(timbre)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도 좋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스피커의 중립적인 음색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스피커가 강한 고유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면 전체적인 악기 음색을 자기 캐릭터 쪽으로 끌고 갔을 텐데 그런 음색적 특성이 없는 스피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음악 자체는 얼핏 들으면 밋밋해질 수도 있는 곡입니다. 그런데 음악의 전개를 정말 다채롭고 절묘한 리듬감으로 표현했습니다. 잘 녹음된 음원을 들었을 때 오디오적인 쾌감을 ‘나 이런 것 잘해.’라고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음악 속으로 스며들도록 표현합니다. 이것이 사실 고수의 영역입니다.
JET 6c와 6개의 미드하이, AS-XR 그리고 24Hz의 더블 우퍼


이종학: 여기서 유닛 구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겠습니다. 중앙에는 JET 6c, 즉 6세대 트위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 주변에는 40mm 구경의 미드하이가 배치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AS가 아니라 A입니다. AS는 셀룰로오스와 알루미늄을 샌드위치한 알루미늄 샌드위치 방식인데, 이 유닛은 셀룰로오스 없이 알루미늄으로만 만들어졌습니다. 주변에 여섯 개가 배치돼 있고 생긴 모습은 트위터와 비슷하지만 트위터가 아니라 미드하이 유닛입니다.

한창원: 트위터는 2,650Hz에서 50,000Hz까지 담당하며, 그 아래 미드레인지는 650Hz에서 2,650Hz까지 담당합니다. 일반적인 동축형 구성에서 유닛을 일렬로 배치하는 방식과 달리 이 스피커는 트위터 주변에 여섯 개의 유닛을 배치했습니다. 아까 보컬에서 느껴졌던 중역의 밀도도 이런 구성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이종학: 그리고 위아래에 보석처럼 생긴 유닛이 있습니다. 미드로우로 150Hz에서 650Hz까지 담당합니다. 이것을 AS-XR이라고 표현합니다. AS는 앞에서 이야기한 알루미늄 샌드위치이고, XR에는 LLD 기술이 연결됩니다. LLD 방식을 적용하면 실제로 측정했을 때 한 옥타브 정도 더 높은 주파수 대역까지 넓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XR은 Extended Range의 줄임말입니다. 이런 기술이 들어가 있는 AS-XR 방식의 115mm 구경 유닛입니다.

이종학: 사이드에는 역시 같은 AS 방식의 250mm, 즉 10인치 우퍼가 들어갑니다. LLD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에 대역이 훨씬 넓어져 10인치 구경임에도 24Hz까지 떨어집니다. 스피커 제작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창원: 10인치 두 발로 저역을 24Hz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것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쉽지 않은 기술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작은 스피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형기급 사이즈도 아닙니다. 그런데 이 사이즈에서 10인치 우퍼 두 발로 24Hz까지 내려간다는 것은 대단합니다.
이종학: 이런 스피커의 기술을 공부하다 보면 현대 스피커가 얼마나 진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공부할 부분이 정말 많은 제품입니다.
한창원: 그래서 음악을 하나 골랐습니다. 이 10인치 더블 우퍼로 24Hz까지 내려간다고 하는데 그것이 과연 진짜인지 한번 파악해봐야겠죠?
이종학: 이번에는 Yello의 ‘Electrified 2’를 골랐습니다.
음악3 Yello - ‘Electrified 2’
이종학: 이 음악은 전자악기와 컴퓨터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믹스해 가상의 공간과 가상의 사운드를 만든 곡입니다. 어떻게 보면 클럽에 가면 15인치, 18인치 우퍼들이 위아래로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데, 거기서 느낄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저역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것이 새로운 기술이 투입된 스피커다운 모습입니다. 각종 전자악기들이 화려한 음향 효과를 만들어내고 우리가 현실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사실 목소리밖에 없는데, 그 목소리도 상당히 리얼합니다. 입체적인 느낌과 변화무쌍한 사운드, 춤을 추게 만드는 반복적인 비트가 어우러지면서 마치 클럽에 와 있는 것 같은 약간의 야성적인 느낌까지 살아납니다. 이런 음악은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만든 음악이라고 설명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한창원: 말씀하신 것처럼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가상의 사운드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곡은 Yello를 다른 시스템에서도 많이 들어봤지만 의외로 재미없게 나올 위험이 큰 곡입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일렉트로닉 사운드’ 정도로 나오기 쉬운 음악입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서는 ‘아, 이 스피커가 대형기구나. Concentro 시리즈의 최상위 플래그십 스피커구나.’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저역 테스트용으로 선곡했는데 ‘합격’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저역이 나왔습니다. 음악 자체가 에너지가 상당히 강한 곡이기 때문에 앰프가 조금만 제대로 밀어주지 못하거나 스피커가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언밸런스하고 듣기 힘들며 재미없는 음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강력한 댐핑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역의 타건음, 바닥에 낮게 쫙 깔리는 초저역, 제가 ‘저역의 굴곡’이라고 표현하는 저역의 울렁임이 굉장했습니다.
전자음이 섞인 보컬이 계속 등장하는데 그런 몽환적인 분위기도 잘 전달합니다. ‘거침없다’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엄청난 규모감의 일렉트릭 사운드를 만끽했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대형 스피커를 사용하는 이유가 이런 음악에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거대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한창원: 스피커 뒷면을 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선 일반적인 패시브 스피커인데도 뒤에 방열판이 달려 있습니다. 왜 그런가요?

이종학: 내부 사진을 살펴보니 이 제품은 4웨이 방식의 스피커인데 크로스오버 네트워크에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뒷벽 위에서 아래까지 여러 개의 기판으로 나뉜 크로스오버 네트워크가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방열하기 위해 뒤쪽에 방열판을 붙여놓았습니다.

앰프가 들어가 있어서 방열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크로스오버 네트워크는 조그마한 박스 형태로 만들지만 이 제품은 그렇지 않고 굉장히 많은 부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것도 큰 용량의 좋은 부품들입니다. ELAC 관계자의 이야기로는 오디오 그레이드가 아니라 프리미엄 그레이드의 부품들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런 부품들은 크기도 크고 열도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예 뒷벽 전체에 크로스오버를 배치한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창원: 크로스오버의 방열을 위해 이렇게 커다란 방열판까지 설치한것이군요. 처음에는 저도 액티브 스피커인 줄 알았습니다.
이종학: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창원: 전원을 꽂는 곳은 없는데 방열판이 있으니 ‘이게 무엇이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에 맞춰 음장을 바꾸는 독특한 조정 기능
한창원: 방열판 위에는 또 굉장히 독특한 조정 장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액티브 스피커처럼 보입니다.
이종학: 처음 보면 볼륨 노브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한창원: 일반적인 패시브 스피커에서는 볼 수 없는 볼륨 노브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이건 무엇인가요?
이종학: 스피커를 세팅할 때 넓게 펼쳐서 음장을 크게 그려가는 분들이 있고, 반대로 조금 좁혀서 저역이 강력하게 터지면서 대신 안길이를 깊게 만드는 방식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제품은 일일이 스피커를 옮기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 Deep, Diffuse, Direct한 성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스위치를 제공합니다. 넓게 펼쳐지는 방식까지 자신의 감각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장 중앙에는 Concentric이 있습니다. 포커싱이 뛰어난, 일반적으로 핀포인트 음향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설정입니다. 조금 더 넓히고 싶다면 Diffuse로 가고, ‘나는 안쪽으로 에너지를 모으고 안길이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면 Deep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한창원: 저희도 직접 해봤습니다.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변화의 폭이 상당했습니다. 사실 저희는 스피커 위치를 잡는 데 정말 많은 고생을 합니다. 제가 항상 말씀드리지만 시청회를 한 번 할 때마다 스피커 자리를 잡기 위해 최소한 100번 정도는 움직여가면서 뎁스와 폭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조정합니다.
이 스피커 역시 가장 좋은 기본 위치는 찾아야겠지만, 일단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핀포커스 모드로 갈지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모드로 갈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손쉽게 튜닝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보너스 같은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종학: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디오를 거실에 놓으면 한쪽은 벽이 있고 한쪽은 뚫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좌우 두 스피커가 놓인 조건이 서로 다릅니다. 그런 경우 안쪽이나 창가에 있는 쪽을 Deep으로 설정하면 벽과의 간섭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스피커를 반드시 똑같은 방식으로 설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창원: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학: 그것까지 배려해서 이런 기능을 넣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스피커를 네 개 이상 설치해 홈시어터를 구성할 경우에도 네 개의 스피커를 각각 자기 환경에 맞게 튜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염두에 둔 것입니다.
한창원: 제가 예전에 청담동에 9채널짜리 홈시어터를 꾸밀 때도 똑같은 스피커인데 놓인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른 소리가 났습니다. 그것을 AV 프로세서에 있는 이퀄라이저로 맞춰보겠다고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놓인 위치에 따라 스피커 자체에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설치 환경에서도 정말 유용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세 곡만 듣기로 했는데 세 곡의 소리가 너무 좋아서 한 곡을 더 추가했습니다. 반대 성향의 곡도 한번 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종학: 마지막 곡은 이 스피커가 미드레인지 쪽에도 상당히 많은 투자와 튜닝을 했기 때문에 여성 보컬을 마지막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Carpenters의 곡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Solitaire’를 준비했습니다.
음악4 Carpenters - ‘Solitaire’
이종학: 초반부터 신이 준 선물, 신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의 목소리가 완전히 중앙에서부터 물밀듯이 쫙 퍼져나오면서 은은하게 공간을 장악합니다. 그다음 오른쪽에서 오빠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이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1970년대 팝의 명곡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꼭 현악이 붙습니다.
한창원: 스트링이 계속 백그라운드에서 보컬을 받쳐주죠. 요즘 음악에는 이렇게 스트링이 받쳐주는 경우가 없어져 조금 심심한 느낌도 있습니다.
이종학: 그 스트링이 쫙 깔리는 것이 70년대 명곡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창원: 그러다가 중반부에 드럼이 딱 등장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파괴력과 다이내믹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이종학: 드럼을 치는 패턴을 들어보면 이것은 카렌이 직접 연주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레코딩에서 카렌이 직접 드럼을 연주했습니다. 원래 재즈 드러머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카렌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서 곡에 맞는 스타일의 드럼을 함께 연주하기 때문에 이것이 또 절묘하게 아귀가 맞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 느낌을 표현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드럼입니다. 깊게 내려가는 킥드럼에서부터 중간중간 액센트를 줄 때의 드럼 움직임까지 잘 표현됩니다.
그리고 사실 굉장히 슬픈 곡입니다. 가사를 보면 고독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정말 눈물이 날 정도의 명곡입니다. 카렌이 비극적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까지 오버랩되면서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Carpenters라고 하면 굉장히 발랄하고 흥겨운 팝송만 생각하시지만 중기 이후에는 사실 상당히 아티스틱하고 진지한 음악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 느낌이 너무 잘 살아 있어서 정말 좋게 들었습니다.
한창원: 일부러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곡을 골랐습니다. 이 스피커는 스케일이 워낙 좋고 고역과 저역의 대역폭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런 음악만 계속 듣다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음악을 하나 더 들어보자는 생각에서 Carpenters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아름답고 실키한 음색을 들려줍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는 모습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앞에서는 그렇게 엄청난 스케일을 뿜어내던 스피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소곳하고 아주 농염하게 아름다운 Carpenters의 음색을 내줍니다.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은 제가 정말 많이 놀랍니다. 원래 이종학 평론가님의 트레이드마크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이 곡을 이렇게 큰 스케일로 들어본 것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듯 스피커 자체도 대단하지만 여기에 있는 프론트엔드 쪽 기기들이 워낙 막강합니다. 그런데 이 스피커가 프론트엔드에서 넘어오는 것을 모두 받아내면서 엄청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히 스피커의 능력입니다. 정말 바로 앞에서 밴드가 연주하고 있고 제가 정중앙에 딱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듯한 황홀한 느낌이었습니다.
원래 이 음악은 이 스피커가 중역대를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는지를 보려고 골랐습니다. 그런데 중반부터 이어지는 드럼과 악기 소리의 임팩트, 스케일을 들어보면 ‘도대체 이 스피커의 한계는 어디인가?’라는 반문이 들 정도입니다. 이전 곡과 달리 스케일은 크지만 전체적으로는 온화하고 부드럽습니다. 음악적인 느낌을 정말 따뜻하게 전달해주는 노래였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하이엔드 스피커
한창원: 그야말로 이 스피커는 장르와 음악을 가리지 않습니다. ‘ELAC에서 전천후 하이엔드 스피커가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오디오적인 쾌감을 추구하든 음악성을 추구하든 그것을 완벽하게 구현한 스피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음질적인 쾌감을 좋아하는 분과 음악을 사랑하는 분 모두에게 환영받을 만한 정말 훌륭한 스피커가 바로 ELAC Concentro M 807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종학: 개인적으로 저는 1970년대 팝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동안 여러 유튜브 영상에서 제가 좋아하는 70년대 팝송들을 틀어보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대부분은 결국 제외하게 됩니다. 그렇게 재미없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Steely Dan과 Carpenters가 모두 70년대 녹음인데 여기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재생됐다는 점에서 하나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 않았나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창원: 제가 요즘 새로 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스피커와 앰프는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 말을 바꿨습니다. ‘스피커와 앰프는 너무도 억울하다.’라고 말합니다.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어떻게 보면 음질적인 저하와 여러 단점이 있었고, 그러면서 말씀하신 70년대와 80년대의 음악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음악을 요즘 하이엔드 시스템으로 들으면 약간 무덤덤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디지털에서도 앞에서 말씀드린 ‘80년대 전축 감성’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쪽 소스부터 잘 만들어주고 나니 스피커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그리고 이 스피커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오늘 새롭게 경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종학: 개인적으로도 많이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스피커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한창원: 아무튼 ELAC에서 개인적으로 디자인도 너무 좋고 사운드도 정말 탁월한 스피커를 만나게 돼 오늘도 굉장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종학: 사실 오늘 굉장히 더운 날이라 이곳에 오면서 땀도 많이 흘렸고 조금 힘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음악을 듣고 이렇게 리뷰를 진행하다 보니 오히려 힘을 얻어갑니다. 여러분도 이런 스피커를 집에 들이시면 상당한 활력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장시간 함께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ELAC의 신제품 Concentro M 807에 대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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