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리뷰: 데빌서머너 쿠즈노하 라이도우 대 초력병단 (PS2)
새로운 여신전생 시리즈
여신전생은 오래된 시리즈이지만 지금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으며, 정통작 외에도 페르소나, 데빌서머너 같은 번외작품의 인기가 상당하다.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었던 3-녹턴 이후 확장판격인 녹턴-매니악스, 디지털 데빌 사가 1, 2의 출시, 그리고 PSP로 구 이식작이 나온 후 얼마 전에는 '데빌서머너 쿠즈노하 라이도우 대 초력병단'(제목 참 길다. 이하, 라이도우)가 등장해 또 다른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라이도우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새로운 브랜드라는 것이다. 물론 데빌서머너 시리즈 자체는 기존에 있던 시리즈이지만, 내용 면에서 데빌서머너에 라이도우가 종속된 것이 아니라, 여신전생 시리즈에 종속되어 있으면서 데빌서머너 시리즈와 평형으로 견줄 만 하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기존에 없던 액션을 강조했다는 점. 이러한 액션의 채택으로 인해 라이도우는 새로운 외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 아주 타이틀부터 게이머를 압도한다 ] |
새로운 이야기
'쿠즈노하 라이도우'란 악마 소환사가 대대로 물려받는 이름이다. 주인공은 '14대 악마술사'인 '쿠즈노하 라이도우'가되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렇게 이전 시리즈와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시작되는 라이도우 시리즈이지만, 배경과 캐릭터의 설정은 오랜 시리즈의 하나라고 생각될 만큼 절묘하게 맞물려 데빌서머너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라이도우의 이야기는 탐정 어드벤처물이라고 생각될 만큼 하나의 사건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거나, 숨겨진 것을 얻기 위해 악마를 이용해 미인계를 쓰거나 정열을 불어넣는 등 크게 어렵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요소가 즐겁다. (진행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힌트를 물어볼 수 있으며, 중요한 부분은 별도의 색으로 지정되어 있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시스템이 스토리 진행에도 스무스하게 파고들어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사건으로 연결, 그리고 그 사건으로 인해 단계별로 적과 조우하는 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전통적으로 여신전생 시리즈는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연출해 플레이어에게 어느 정도 부담감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이 라이도우는 다소 가벼운(가볍다고 해도 여신전생 시리즈 중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실제 게임 그래픽도 대부분 밝고 화사하기 때문에 스토리의 무게감을 줄여주고 있다. 덕분에 신규 유저에게도 문턱이 조금이나마 낮아지게 되어 이러한 요소는 실로 환영할 만하다.
[ 그러니까 탐정물이다 ] |
악마의 모습과 소리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녹턴 이후 라이도우까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없다고 해서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웅장함은 없지만 디테일면에서는 다른 게임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세계관에 부합하는 평균 이상의 그래픽을 제공한다. 또 악마 디자인 역시 개성이 확실히 표현되고 있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라이도우는 밝은 톤을 많이 사용해 무게감을 덜고 있다.
사운드 면에서는 향수를 불러 일으킬 만큼 동일하거나 어레인지된 음악을 사용하고 있으며, 소환한 악마들이 들려주는 소리도 정감(?)이 갈 정도이다. 다만 주인공의 음성은 이번에도 여전히 없으며(시리즈의 전통이다 -_-), 필드에 따라 때로는 허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좋은 음악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했다는 느낌일까. 음악만 놓고 보면 훌륭한 작품이며 나무랄 데 없지만 게임과 적절한 믹스가 취해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 악마들, 마스코트 격인 잭 프로스트, 매번 디자인이 바뀌는 네코타마 ] |
액션성의 강화
주인공이 성장하는 RPG에서 전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라이도우의 전투는 액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실 이는 크게 환영할 만한 요소는 아니다. 라이도우의 액션은 나름대로 수준 있고 꾸준히 파고 들면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 팬이 아닌 이상 게이머들은 사정을 봐주면서 게임할 만큼 무르지 않다. 액션을 채용했기 때문에 기존 작품과 다르다는 점에서 신선함다. 하지만 이러한 도전 만큼 단점도 늘어났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선 필드가 너무 좁다. 이 전투 필드의 이동 제한이 심해 액션 또한 그만큼 제한된다.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의 필살기가 없어진 대신 악마와의 연계기가 생겼는데 이 것의 유효성이 떨어진다. 속성 상성의 경우는 이번에도 건재해 약점으로 공격하면 쉽게 클리어가 가능하다. 전투 중 소환, 변경이 쉬워졌기 때문에 상성을 이용하기도 더 쉬워졌으며, 이 점은 난이도를 낮추는데 한 몫 한다. 즉, 전략성이 떨어지고 전투가 단순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가장 아쉬운 점을 하나 들라면 소환 악마가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악마라는 요소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본 시리즈에서 악마가 제한된다는 것은 그만큼 재미가 감소한다는 것과 같다. 물론 액션의 채택으로 인해 악마의 수가 늘어난다면 지금 보다 난이도가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제한한 것이겠지만, 악마를 수집하고 조합을 만들어 전투를 하던 재미가 감소했다는 부분은 과거의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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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악마!
그렇다!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악마일 것이다. 이것은 정통작과 외전작 모두 마찬가지이며, 이번에 발매된 라이도우에서도 같다. 하지만 라이도우에서 악마의 활용은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엿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하나만 소환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예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악마들의 수 자체도 상당히 줄어든 듯 하며, 악마 합체의 경우에도 이번 작품에서는 그 비중이 축소되었다.
이전에는 악마를 동료로 맞이하기 위한 회화가 번거로워 합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가 액션으로 바뀐 탓에 동료로 받아 들이는 데 어려움이 없어져(단순히 상성에 맞춰 공격한 후 버튼을 연타하기만 하면 된다) 합체보다는 차라리 동료로 맞게 된다. 즉, '있기 때문에 한다' 라는 느낌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한다' 라는 느낌이 줄어 들었다는 뜻이다. 다행히 탐문 수사를 하거나 퍼즐을 풀어가는 모습 등 스토리를 끌어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전 작품들보다도 악마를 잘 활용하고 있다.
새로운 전개
라이도우는 대체로 무난한 작품이었다고 본다. 무난하다는 것은 실패할 위험도 적지만 큰 임팩트도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기존 팬만이 아니라 새롭게 편입될 유저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듯 하다. 게임 발매와 더불어 미디어 믹스를 표방했는데, 본 작품의 성공 여부에 따라 시리즈화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라이도우 시리즈가 계속 전개되어 보다 완성도를 높여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 미려한 오프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