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추억 한 구석엔 바이엘 몇 번, 체르니 몇 번이 존재할 것이다
“아! 나도 피아노 계속 배울걸.”
친구들이 왕왕하는 말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친구들 모두 피아노 학원 한 번쯤은 다녀봤고, 웬만하면 체르니까지는 배웠다고 하는데 지금은 악보도 읽기 어렵다고 한다. 어른이 되고 나니 문득 살면서 악기 하나쯤은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 석양이 진다...... 가 아니라 친구랑 합주하는 모습, 멋지지 아니한가!
자, 우리 쉽게 쉽게 가자. 처음부터 목표를 어렵게 잡으면 실패할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초딩 때만큼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 않으니 목표를 다시 설정해보자. 개인적인 성취감을 더 크게 맛보고 싶다면 아주 구체적으로 목표를 잡는 것도 좋겠다.
예를 들면 이렇다. 지금부터 연습에 돌입해 연말 송년회 때 멋들어지게 연주해내는 것! (
잘 보이고 싶은 이성 직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어필 찬스!
) 12개월도 안 남았으니 간단한 악기로 일단 콩나물 대가리와 친해지는 연습을 하자. 여기 몇 가지의 악기를 추천한다. 언제 어디서나 연습하기 좋도록 가볍고 앙증맞은 사이즈는 물론, 배우기도 쉬운 악기들이다.
기타 친구, 우쿨렐레를 소개합니다!
▲ 구아바~ 구아바~ 거리며 망고를 유혹하던 그 우쿠렐레 맞다
우쿠렐레는 기타를 닮았지만 사이즈도 작고 줄이 4개라 코드 잡기가 쉬운 악기다. "촤라랑~" 거리는 가벼운 소리를 들으면 가보지도 않은 하와이 해변이 떠오른다. 소리가 기타처럼 크지 않아서 밤에 연습해도 부담이 없다. 여행 갈 때 가볍게 들고 다니기에도 좋은 악기. 반주가 가능해 치면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지금 소개하려는 악기 중 유일하게 부는 악기가 아니다.
▲ 기타리스트 정성하는 우쿨렐레도 화려하게 연주해낸다
▲ 몸집이 클수록 소리는 낮아지는 기본적인 법칙!
우쿨렐레는 우선 사이즈에 따라 소프라노, 콘서트, 테너, 바리톤으로 나뉜다. 소프라노가 제일 작고 바리톤이 제일 크다. 사이즈가 커질수록 소리는 낮아진다. 가장 기본적인 사이즈는 소프라노형, 대중적인 사이즈는 콘서트형이다.
두 번째로 모양에 따라 파인애플, 벨, 컷어웨이, 스탠더드, 바이타형 등이 있지만 크게 파인애플과 스탠더드로 나눌 수 있다. 파인애플형은 파인애플 모양처럼 동그랗고, 스탠더드형은 기타를 축소시킨 일반적인 모양이다. 파인애플형이 울림이 조금 더 좋다고는 하는데 크게 차이가 없으니 그냥 원하는 모양으로 고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파인애플형이 귀여운 맛이 있는 듯.
마지막으로 우쿨렐레의 소재는 합판이냐 단판이냐로 나눌 수 있는데, 가구로 치자면 합판이냐 원목이냐를 따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당연히 단판이 품질도 좋고 가격도 비싸다. 탑솔리드(전판만 원목), 탑백솔리드(측후판만 원목), 올솔리드(단판) 등으로 분류된다. 나무마다 음색이 다르다는데 이건 직접 들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겠다. 취미용으로는 올솔리드의 20만 원대 우쿨렐레를 추천.
▲ 아누에누에 ANN-PM2, 루아우 LU-10C, 꿈 GUC-SR30
▶ 우쿠렐레 고를때 알아두면 좋아요!
1. 우쿨렐레 3대 명품 브랜드는 카마카, 카닐레아, 코알로하다. 형편이 된다면 추천.
2. 나무로 만든 우쿨렐레는 습기에 약하니 여름철 관리에 신경 쓸 것.
▶ 송년회용 추천 퍼포먼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모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연주하면 좋겠다. 단조로운 스트로크 연주법이 아니라 아르페지오로 시작해 도입부부터 시선을 모을 수 있다.
맑고 고운 소리, 오카리나
우리 땐 학창시절에 리코더를 배웠는데 요즘은 오카리나를 배운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쉽다는 얘기다. 문구점에서도 살 수 있을 만큼 구하기 편하고 운지법만 익히면 금방 연주할 수 있다. 가격도 아주 저렴한 편.
오카리나는 일본의 뮤지션 노무라 소지로의 대황하 ost로 잘 알려져있는 악기다. 1986년 작이라 20대 청년들에겐 생소하려나? 어렸을 적 일요일 아침 KBS1에서 방영되어 눈 비비며 하염없이 바라보던 추억이 있다. 물론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시간은 겹치지 않았다.
대황하에 공감을 못하겠다면 최근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KBS의 장수 프로그램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오프닝 음악을 들어보자. 한태주님의 '물놀이'라는 곡이다. 오카리나의 깜찍한 음색이 잘 살아있는 곡이다.
오카리나 역시 소리의 높낮이별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콘트라베이스로 구분된다. 또 각각 C, G, F 키가 따로 있다. 도가 으뜸음인 C를 사용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기자는 소프라노 C나 알토 C를 추천한다. (참고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순서대로 CDEFGABC로 표기한다. 음알못이라면 꼭 알아두자)
▲ 생소한 원형 모양인 하늘소리 오카리나
( 출처 : 브루노 뮤직)
모양으로 나누면 오리형과 원형이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건 오리형이다. 오리형은 구멍이 13개, 원형은 8개가 나 있는데 그 말은 오리형이 더 많은 음을 낼 수 있다는 소리다. 오리형이 반 옥타브 정도 소리를 더 낼 수 있다. 음역대를 조금 더 넓히기 위해 더블 오카리나, 트리플 오카리나 등도 개발돼 나왔다.
재질은 도자기가 가장 좋다. 나무, 플라스틱, 메탈 등 다양한 소재를 쓰지만, 도자기가 가장 오카리나다운 음색을 낸다.
▲ 노블 오카리나 도자기 알토C, 나이트 오카리나 알토C, 예성 오카리나 소프라노C
▶ 알아두면 좋아요
1. 일반 오카리나는 음역대가 넓지 않아 곡에 따라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음이 있을 수도 있다.
2. 도자기 오카리나는 온도 변화에 따라 음정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 송년회용 추천 퍼포먼스
▲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 에일리
오카리나는 소리가 가진 느낌처럼 아련한 곡들과 잘 맞는다. 예시곡으로 도깨비 OST를 가져왔지만, 송년회 즈음 뜨고 있는 드라마의 OST를 연주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겠지? 하지만, 공유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
관객들이 이 곡을 들으며 공유를 자연스럽게 연상하여 현실 속에서 눈에 보이는 연주자와 비교하게 되는 게 함정
)
왠지 맥크리가 가지고 있을 것 같은 하모니카
하모니카처럼 친근하지만 어려운 악기도 없다. 소리 자체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들숨과 날숨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호흡량도 잘 조절해야 하고, 호흡과 손으로 소리를 잘 다듬어야 한다. 하모니카는 쏘울이 충만한 흑인 음악이나 어쿠스틱과 함께하는 포크 음악에 잘 어울리는 악기다. 하모니카의 매력을 모르겠다면 스티비 원더의 영상을 몇 개 찾아보자.
▲ 역시 하모니카는 쏘울이 충만해야 진가를 발휘하는 듯
하모니카는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크게 트레몰로, 다이아토닉, 크로매틱으로 나눈다. 아마 집 서랍 안에 있는 하모니카는 트레몰로 하모니카일 것. 부는 부분이 격자무늬로 되어 있고 반음은 낼 수 없다. 10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는 저음의 F, A 음을 내지 못한다. 밴딩이라는 주법을 익혀야 해서 난이도가 있다.
▲ 호너 Blues Band 하모니카 7개 세트
가수들이 사용하는 하모니카는 다이아토닉인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버튼을 눌러 반음까지 연주할 수 있는 하모니카다. 역시 어렵다. 시작은 트레몰로로 하고, 목표는 다이아토닉으로 삼자.
▲ 톰보 옥타브 하모니카 C, 미화 하모니카 프로페셔널22, 스즈키 SUA-23 스탠더드
▶ 알아두면 좋아요
1. 트레몰로는 반음을 내지 못한다. 따라서 키에 맞는 하모니카를 따로 사야 한다.
2. 자주 사용하는 키로 구매하자. 시작은 C, 다음은 C#으로 사는 걸 추천.
3. 부는 악기인 데다 금속 재질이라 침을 잘 말리는 게 중요하다. 연주 후엔 악기를 뒤집어 건조한 곳에 보관할 것. (냄새 관리도 필수!)
▶ 송년회용 추천 퍼포먼스
▲ 피아노맨 – 빌리 조엘
한번 들으면 누구나 하모니카를 꺼내 불고 싶게 만드는 곡이다. 같은 멜로디가 여러 번 반복되기 때문에 마스터하기도 쉽다. 사실 빌리 조엘은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를 썼지만, 트레몰로로도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다. 음 자체를 내는 것보다 소리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적은 투자로 시선 집중, 멜로디카
궁극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면, 멜로디카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이름이 생소하다고? 그럴 리가 없다. 멜로디카는 A.K.A 멜로디언이다. 초등학교 때 배웠다고 무시할만한 악기가 아니다. 현역 가수들도 적재적소에 멜로디언을 사용한다. 우에노 주리의 열연이 돋보였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선 클래식곡의 인트로로도 쓰이지 않았던가!
▲ 맞다. 노다메의 그 곡이다. 멜로디카로 완성한 랩소디 인 블루! 기가 막히다.
멜로디카 역시 소리의 높낮이에 따라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가 있지만 아주 다양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 소프라노와 알토를 아우르는 37건반 멜로디카가 일반적이니 그것으로 고르자.
▲ 호너 멜로디카 슈퍼포스 37, 스즈키 M-37C, 야마하 P-37D
▶ 알아두면 좋아요
1. 부는 악기이니 침 관리가 중요하다. 잘 말리자.
2. 건반악기과 관악기가 합쳐졌으니 기본적인 음계는 익히고 도전하자.
▶ 송년회용 추천 퍼포먼스
▲ 공원에서 – 유희열
여행 예능에서 전경을 비출 때 배경 음악으로 자주 등장하는 곡이다. 상큼한 멜로디가 특징. 피아노와 스트링 반주에 맞춰 멜로디언을 연주해보자.
▲ 보헤미안 랩소디 – 퀸
너무 시시하다면 혼자서 보헤미안 랩소디 연주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는지.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은 연주다. 프레디 머큐리도 하늘에서 재미있게 봐줄 것이다.
잭~ 돌아와~ 잭~ 타이타닉 OST의 그 악기, 틴휘슬
색다른 악기를 찾는다면 틴휘슬은 어떨까. 리코더보다 작고 얇은 악기로 ‘My heart will go on’의 그 악기다. 연주법이 리코더와 비슷해 독학하기도 좋다고. 가격도 착해 2만 원대로도 악기의 고향인 아일랜드산 또는 영국산 제품을 살 수 있다. 고향이 아일랜드인 관계로 아이리시 휘슬이라고도 불린다.
원래는 나무, 흙, 뼈를 깎아 만들었던 악기지만 요즘은 이름을 보아 알 수 있듯 양철판으로 만든다. 니켈 합금, 황동 등도 소재로 쓰인다. 소리 높낮이에 따라 로우 휘슬, 하이 휘슬로 나눌 수도 있지만, 휴대성이 좋은 것은 하이 휘슬이다. 키도 다양한데 D와 C가 있으면 웬만한 곡은 다 연주할 수 있다. 우리가 어릴 때 배웠던 리코더의 살짝 확장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클라크 C, 노블 D, 클라크 우드 D
▶ 알아두면 좋아요
1. 아일랜드 악기라 아일랜드 민요를 연주하는 용도로 태어났다. 아일랜드 민요는 D코드로 되어 있어서 악기도 D키가 대중적이다.
2. 틴휘슬은 페니 휘슬, 아이리시 휘슬, 하이 휘슬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 송년회용 추천 퍼포먼스
▲ 스타워즈 메인 테마. 수염은 기르지 말자.
덕후를 위한 선곡이다. 이왕이면 인트로 영상을 함께 틀어 싱크로율을 높여보자. OST와 함께 연주하려면 B플랫 키 악기가 필요하다.
▲ 아일랜드 민요 '대니보이' 이현우씨가 부른 곡도 유명하다
고전이다. 아일랜드 민요하면 가장 유명한 대니보이. 잦은 외침을 당한 아일랜드인들의 애환이 서린 곡이다. 각종 드라마, 영화의 주제곡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선 이현우씨가 부른 곡이 대표적이다. 특히나 아이리시 휘슬과 잘 어울리는 곡이기도 하다.
이거 뭐야, 무서워...노래만큼은 자신 있다면! 카주
이도 저도 귀찮을 땐 방법이 있다. 노래를 잘한다면 배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악기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도 메리트. 넓은 쪽을 호루라기 불 듯 입에 물고 허밍을 하면 끝. 내가 내는 소리가 카주의 얇은 막을 통해 변조되어 나오는 것. 잘만 불면 색소폰 못지않은 소리를 낼 수 있다. 별명이 가난한 남자의 색소폰이라나.
카주는 플라스틱이냐 금속이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굳이 비싼 것을 고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쉽고 기복이 없는 악기.
▲ 클라크 오리지널 틴 카주, 트로피 플라스틱 카주, 카주비 비행기 메탈 카주
▶ 알아두면 좋아요
1. 금속이나 플라스틱이나 악기 소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금속 카주는 불기 전에 수건으로 한번 닦아서 사용하자.
2. 뚜껑 안 떨림판은 찢어질 수도 있고, 잃어버리기도 십상이다. 떨림판만 따로 구매할 수 있다.
▶ 송년회용 추천 퍼포먼스
▲ 죽겠네 – 10cm
1분 40초 간주에 등장하는 악기가 카주다. 카주만 솔로로 불기보다 노래 중간에 쓱 꺼내 불면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그야말로 비밀병기 혹은 최종병기. 시선을 완벽히 사로잡는 퍼포먼스도 충분히 가능하다!
▲ 사진만 봐도 익사이팅! 송년회를 뜨겁게 달굴 준비 되었는가!
도장깨기처럼 하나씩 악기를 마스터하다 보면 금세 근사한 악기 하나에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 되어 있을지도. 악기는 어떤 것이든 꾸준히 연습하는 것만이 비결이니까. 혼자서 하려면 금방 포기할지도 모르니 위의 악기를 하나씩 맡아 밴드를 꾸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염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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