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짜증났으면 굳이 명절에 별로 안 친한 부하직원한테 이런 카톡을...

지난 설, 분노의 카톡을 날린 내 회사 선배는 정확히 2시간 뒤 자신이 직접 빚은 만두 사진을 보내며 뿌듯해했다. 결혼하면 다 저렇게 되는 걸까? 

▲ 지난 추석에 필자가 직접 부친 동태전. 

비주얼은 괜찮아보이지만 소금덩어리다 (간 조절 실패)

아직 필자는 미혼이라 명절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 쓰레기를 만들어도 훌륭하게 요리로 바꿔주는 어머느님이 계시니까.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결혼해 명절 음식을 해야 한다면?  급 위가 아파진다.

▲ 후손들아… 내 차례상은 햄버거와 치킨을 올려다오

나 같은 ‘요알못’에게 명절 음식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이다. 혹 우여곡절 끝에 요리 하나 완성해서 차례상에 올리게 된대도 조상님들의 단식 선언은 불 보듯 뻔할 거다. 가문의 평화를 위한다면 시작도 않는 쪽이 베스트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

▲ 사옹원 추석 음식 전 세트

그래서 특훈에 들어갔다. 장보기부터 재료 다듬기, 조리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훌륭하게 생략해줄 추석 HMR 알아보기! 요즘 HMR 퀄리티는 내가 만드는 쓰레기 같은 요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 세팅만 잘하면 고조~ 고조 할머니까지 속일 수 있습네다  (사진: 비비고 공식 홈페이지)

당장 제사상 앞에 차려도 손색없는 비주얼! 대기업이 보장하는 맛! 돈 나갈 구석 많은 명절의 큰 지출까지 막아줄 경제적인 가격까지!  자, 요알못들은 뜨거운 불 앞에서 육수 흘리며 음식 준비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당장 마트로 달려갈 준비 하자!

1. 남들 신선코너로 갈 때, 그대 냉동 코너로 가라

▼ 이런 사람에게 특히 추천해요 ▼

"맞벌이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오직 MSG 기반의 바깥푸드만 섭취하며 

온실 속 잡초처럼 곱게 성장한 덕에 

미역국 하나 못 끓이는데, 

어느날 갑자기 덜컥 결혼, 

첫 명절에 맛있는 차례 음식을 만들어 가야 하는 며느리"  

▲ 오늘은 님들이 백종원이쥬~ (사진: 픽사베이)

마트에 들어서면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라. 식품코너의 프레시함 대신 냉동코너의 냉기가 나를 기쁘게 맞을 것이다. 이번 추석 요리의 답이 바로 이 냉동고 속에 있다.

각 푸드의 점수는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반영해 평가되었습니다. 태클 걸면 슬퍼짐... 

▶ 비비고 남도떡갈비

맛 : ★★★★☆

비주얼 : ★★★★☆

조리 난이도 : ★★☆☆☆

귀차니즘 : ★★★☆☆

총평 : 별 하나 뺀 이유는 딴짓하다 태워서...

▲ 비비고 남도떡갈비 (사진: 비비고 공식 홈페이지)

이거슨 흡사 코리아 함박 스테이크! 우리집 프라이팬으로도 재현되는 불맛과 육즙을 가득 품은 고기의 풍미를 일품이다. 

▲ 비비고 남도떡갈비 (사진: 비비고 공식 홈페이지)

다진 고기를 뭉쳐 만드는 일반 떡갈비와 달리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고기가 식감을 살렸다. 느끼함을 한방에 잡아주는 파가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 피코크 모듬전 (사진: 이마트몰)

명절 요리의 전소미, 강다니엘, 장원영! 명절 요리 센터 오브 센터 전이 냉동식품으로 나왔다. 집에서 만들려면 재료 손질부터 노가다다. 밀가루 날리면서 부침옷 입히고, 손 데여 가며 구멍 난 곳에 달걀물 땜빵까지 해야 한다. 이런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3가지 전을 모아 놨다. 

▶ 피코크 모듬전

맛 : ★★★★★

비주얼 : ★★★★★

조리 난이도 : ★★★★☆

귀차니즘 : ★★★★★

총평 : 모듬전이라서 은근 조리 난이도가 있음, 섬세한 파이어 강약강약이 필요함.

▲ 피코크 모듬전 (사진: 이마트몰)

짭조름하면서도 보드라운 동태전, 조카들이 잘 먹지만 절대로 양보 못하는 동그랑땡(고기완자전), 재료의 조합이 가장 중요한 꼬치전까지! 이번 추석 전은 모듬전 하나로 끝내도 될 법하다. 게다가 해동 없이 바로 굽기만 하면 되니 시간 버릴 필요 없는 꿀템이다.

▶ 피코크 송편

맛 : ★★★★★

비주얼 : ★★★★★

조리 난이도 : ★☆☆☆☆

귀차니즘 : ★☆☆☆☆

총평 : 전자렌지에 돌려도 맛과 비주얼이 살아나는 가성비 갑의 떡! 떡주제에 이~뻐!

▲ 피코크 송편 (사진: 이마트몰)

옛말에 떡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자식을 낳는다던데… 아재들 투박한 손으로 암만 예쁘게 빚어봐야 극악무도한 외형이니 슬쩍 전자레인지에 송편을 데워 오자. 대기업이 빚어낸 예쁜 모양과 맛으로 우리아이 외모를 지켰다. 

▲ 피코크 송편 (사진: 이마트몰)

새초롬하게 길쭉한 모양에 방앗간에서 갓 찧어온 듯 쫄깃한 떡과 달콤고소하게 들어간 속까지! 참기름만 살짝 발라주면 차례상 비주얼 완성이다.

▶ 아워홈 왕갈비탕

맛 : ★★★★★

비주얼 : ★★★★★

조리 난이도 : ☆☆☆☆☆

귀차니즘 : ☆☆☆☆☆

총평 : 끓는 물에 넣고 3분... 내 인생 갈비탕을 만났다... 

▲ 아워홈 왕갈비탕

일단 제품명에 ‘왕’이 붙었다는 건 내용물이 실하다는 자신감이자 명절날 얼큰하게 속을 풀어줄 국물이 일품이다. 갈빗대에 실하게 붙은 살은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하여 뜯어먹는 맛이 있다. 양지를 베이스로 한 육수에 무를 넣어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 아워홈 왕갈비탕

특히 찬물에 오랜 시간 핏물을 빼 고기 누린내를 잡고, 푹 고아 갈빗대 골즙까지 쭉쭉 빨아내 진한 육수는 썸녀가 와서 ‘한 입만~’을 외쳐도 못 준다.

2. 과한 안부 묻기에 지친 1인가구여. 편의점에서 위로 받자 

▼ 이런 사람에게 특히 추천해요 ▼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거쳐 

수컷들만 바글거리는 남초 직장만 10년 이상 근무,

나날이 죽어가던 연애세포를 

웹툰 '하이브'의 히로인 성 대리를 만나 소생시키고

D기업 최초 '2D 캐릭터와 결혼식한 남자'라는

 기념비적인 역사를 계획 중인...

어쨌든 오는 추석은 가족 모두 해외여행 가고 

나홀로 집을 지킬 30대 후반 아재"

▲ 돼지도 추석을 즐길 권리가 있다 (사진: 픽사베이)

명절이면 돌아오는 청문회에 지쳐 고향이고 뭐고 혼자 있고 싶을 때. 그래도 추석 음식은 먹고 싶은 나의 돼지런함이 밉다. 아무리 저렴한 냉동 음식이라도 이것저것 다 먹기에는 가격과 양이 부담되는데… 이럴 땐 편의점으로 눈을 돌려보자. 적당한 양과 다양한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다. 도시락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혼추족에겐 합리적인 소비이다.

▶ 신동진 쌀밥 한정식

맛 : ★★★★★

비주얼 : ★★★★★

가격 : ★★★★★

귀차니즘 : ★★★★★

총평 : 5,900원에 차례상이라니... 이게 레알 혜자다. 다만 근처에 CU편의점 없으면 발품 꽤 팔아야 할 수 있으므로 귀차니즘 만점 드림

▲ CU 신동진쌀밥

신동진씨를 어머니라 부르고 싶었으나 신동진은 쌀 이름이다. 솔직히 이 정도면 집밥보다 더 꿀맛이다. 무려 12첩 반상을 A4용지 만한 플라스틱 도시락에 담았다. 잡채부터 바싹 불고기, 나물과 만두까스, 찹쌀떡까지. 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주는 나의 새로운 어머니 신동진씨의 섬세함에 감동의 눈물을 흘려보자.

▶ 한상가득 도시락

맛 : ★★★★☆

비주얼 : ★★★★★

가격 : ★★★★★

귀차니즘 : ★★★★★

총평 : 차례상 갬성이 뿜뿜하는 정말 예쁜 도시락. 다만 기름진 음식과 육류가 많아서 야채와 적절하게 머무려 먹어줘야 함. 안 그러면 느끼해 ㅠㅠ

▲ GS25 한상가득 도시락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모듬전과 코리아 퍼플라이스 흑미밥, 너비아니에 잡채까지. 추석 대표적인 음식을 한데 모아 놓았다. 도시락 그대로 차례상에 올려도 비주얼이 사니, 올 추석엔 도시락으로 미니 차례를 지내보자. 도시락 사면 딸려오는 컵라면이 국물 요리를 대신하기 좋다..

3. 에어프라이어로 원시주방에서 탈추울~!

▼ 이런 사람에게 특히 추천해요 ▼

"공룡멸종 시기부터 시작된 듯한 독거노인의 삶에 지친 나머지

인간다운 의식주는 포기, 

냉장고는 집 인테리어 제품으로 전락한 지 오래고

큰 맘 먹고 마트에 쇼핑가도 오로지 주님만 모셔오는

'미각이 뭐예요?' 싶은 사람"  

▲ 이들은 원시인이다, 왜냐하면 에어프라이어가 없기 때문이다 (사진: 픽사베이)

"요즘 에어프라이어 없으면 원시인이라던데… " 

"미안하다, 나 원시인이다."

시간도 절약해주고, 편리하며, 냄새 걱정 없이 요리하는 신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무조건 에어프라이어가 답이다. 타노스도 못 날릴 것 같은 방대한 크기의 에어프라이어에 튀김, 구이, 찜, 볶음까지~ 심지어 죽어가는 튀김을 심폐소생 하여 추석 후에도 추석의 바삭바삭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어서 에어프라이어를 영접하여 바삭함이 입안을 뛰어노는 요리를 맛보자. 원시주방에서 생활했던 지난 날이 후회될 것이다.

▲ 러빙홈 AG-E6012

입문용 에어프라이어로 불리는 제품이다. 에어프라이어 붐이 일기 시작하던 초기, 저렴한 가격과 평타 이상의 성능으로 공구 대란이 일기도 했다. 터치식 조작부로 작동이 쉬워 초보자도 편하게 쓸 수 있으며 7가지 메뉴의 자동 요리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야말로 가성비甲 제품이다. 단 3인 이상 가구가 사용하기에는 용량이 작을 수 있다.

▲ 보토 쿡에어 로세리티 에어프라이어

치킨은 통으로 돌려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다. 말 그대로 통구이(로티세리)가 가능한 10L 대용량으로 4인 이상 가구가 사용하기 적합하다. 뉴트로 갬성 제대로 저격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오븐, 토스터 기능까지 합쳤다. 문을 열면 전원이 자동적으로 차단되어 안전하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가정집에서 사용하기 좋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사진 / 김명신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