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고기 등심과 로즈메리의 조합,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어차피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라는 모 연예인의 명언(?)처럼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고기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식자재가 된 지 오래다. 간단히 한 끼를 때운다고 해도 식단에 고기나 육가공품이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kg에서 2000년 31.9kg으로 늘었다. OECD 최근 자료에서는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이 52.5kg으로, 1970년과 비교하면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1인당 육류 소비량 순위에서는 14위를 기록했다.
▲ 한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돼지고기인 삼겹살, 오겹살 부위
(껍데기를 제거하면 삼겹살, 그대로 붙어 있으면 오겹살이라 지칭)
우리가 소비하는 육류를 종류별로 나누어 보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주류에 속하고, 오리나 양고기 소비도 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육류 삼대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돼지고기 소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으로, 2016년 기준 1인당 소고기 소비가 9.6kg, 가금육(닭고기, 오리고기, 거위고기 등) 소비가 14.2kg였지만, 돼지고기 소비는 무려 28.4kg에 달했다. 소고기와 비교하면 3배, 가금육과 비교하면 2배나 많은 돼지고기를 먹어온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고기를 사랑하는 우리는 실제로 고기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자주 먹는 삼겹살이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겠지만, 다른 부위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항상 익숙한 것만 찾다 보니 안타깝게도 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그리고 맛있는 부위들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정리해 보았다. 트렌디한 육식 생활을 위한 가이드!
더이상 비싸서 소고기 못 먹는다는 말은 하지 말자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 이력제 홈페이지>
맞다. 소고기는 비싸다. 앞서 살펴본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 분포를 보면 소고기의 소비량은 돼지고기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역시나 소고기의 비싼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나와에 등록된 한우의 가격을 살펴보면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등심이 100g당 7,000~10,000원 정도다. 반면 국내산 삼겹살의 가격은 100g당 1,500~2,000원 사이로 큰 차이가 난다. 정녕 우리는 지갑의 문제로 소고기를 멀리해야 하는 것인가!
▶ 한우가 제일 맛있지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정답은 NO! 미친듯한 애국심으로 한우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한우의 가격이 갈수록 비싸지면서 대체제로 각광받는 것이 바로 수입산 소고기. 작년 우리나라의 소고기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 소고기의 경우 품질은 한우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로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광우병 문제로 상당한 홍역을 치른 우리 국민입장에서는 수입 소고기가 찜찜하다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다. 이럴 땐 국내산 육우를 찾으면 된다.
▲ 미국산 푸드장 블랙앵거스 냉장 살치살
한우가 인기가 많은 것은 특유의 마블링으로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을 극대화했기 때문인데, 질 좋은 수입산 소고기는 한우 못지않은 마블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미국산 소고기의 경우 이전부터 곡물 사료를 먹여 키웠기 때문에 한우와 큰 차이가 없었고, 호주산의 경우 초기에 수입되던 소들은 방목하며 목초를 먹으면서 사육돼 우리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호주산 소고기들도 수출국의 입맛에 맞춰 사육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호주산 소고기는 곡물 사료를 먹여 지방 함량을 높이는 추세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서는 질 좋은 수입 소고기가 한우보다 맛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 한원푸드시스템 명장 이상정 실속 정육혼합세트 2호
육우는 다나와에서 주로 세트상품으로 등록되어 있다
육우는 한우와 젖소고기를 제외한 모든 국내산 소고기를 지칭하지만, 사실상 어렸을 때 거세해 고기용으로 사육한 홀스타인(젖소) 수소를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육우는 국내에서 도축, 가공, 유통 과정이 이루어지므로 수입산보다 유통 기간이 짧고, 그만큼 신선하다. 다만, 지방 함량이 한우나 수입산 소고기보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고, 실제로 판매가도 수입산 소고기보다 쌀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기존의 한우나 수입산 소고기가 너무 기름져서 느끼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육우가 오히려 딱 맞는 식감과 맛을 제공할 수도 있다.
▶ 부위만 잘 골라도 소고기 마스터
소고기라고 해서 모든 부위가 다 비싼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소나 돼지고기를 매우 세분화해서 분류해 판매한다. 등심이나 안심, 살치살 등 지방이 많아 식감이 부드러운 인기 부위는 그만큼 가격대가 높다. 반면, 살코기가 대부분인 비인기 부위는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여기에 속하는 부위가 부채살과 윗등심이다.
▲ 영주농협파머스마켓 부채살 1+등급
부채살은 요즘 마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부위다. 가운데 길게 박혀 있는 두꺼운 힘줄이 특징으로, 서구권에서는 Top Blade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소고기 고유의 식감과 더불어 가운데 힘줄의 쫄깃함까지 맛볼 수 있어 은근히 인기가 많다. 스테이크를 할 때 비싼 등심이나 안심 대신 굽기도 한다. 실제로 영국 요리 프로에서 인기 셰프 제이미 올리버가 가성비 스테이크로 추천할 정도다. 그만큼 등심, 안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리를 잘못하면 힘줄이 질겨지는 단점도 있다. 조리하기 전에 힘줄 부위를 칼로 미리 손질해 놓아야 한다. 주로 구이와 스테이크에 활용되지만, 손질만 잘하면 소고기산적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다.
▲ 홍천한우마을 홍천한우명가 우둔살
우둔살과 홍두깨살은 등심과 채끝살을 지나 꼬리 쪽에 가까운 엉덩이 위쪽 부위의 고기들이다. 이 부위의 고기들은 지방이 거의 없이 살코기로만 이루어져서 살짝 익혀도 질겨진다. 그래서 매우 저렴하다. 다른 인기 있는 부위들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 수준. 적당히 촉촉한 소스를 곁들이면 그럭저럭 스테이크 흉내를 낼 수 있으나, 굽는 것보다는 삶는 걸 추천한다. 아롱사태 급은 아니지만, 마늘, 파, 양파 같은 향신 채소와 함께 푹 삶아 내 얇게 썰어 내면 더욱 맛있는 소고기 수육을 즐길 수도 있다.
▶ 그래도 특별한 날에는 고급스럽게!
소고기가 비싸다고 해서 꼭 저렴하게만 즐길 필요는 없다.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가끔 사치를 부려도 좋다.
▲ 함평축협 천지한우 친환경 무항생제 1+등급 채끝살
살치살은 윗등심 끝에, 채끝살은 아랫등심 끝에 붙어 있는 부위로, 소고기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스테이크용으로 최고로 꼽히는 부위들이다. 살코기의 비중이 높으면서도 마블링이 적당히 분포되어 있어 최고의 식감과 풍미를 선사하는 부위로 꼽힌다. 대신 그만큼 가격대가 비싼 편이다. 수입산의 경우 한우의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으면서 맛은 뒤떨어지지 않으므로 수입 채끝살과 살치살을 추천한다. 요즘은 스테이크용으로 손질되어 딱 알맞게 포장 판매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편리하다. 채끝살과 살치살은 구이로 먹어도 제맛을 느낄 수 있다.
▲ 한결푸드 남도애한우 한우 1등급 안심
안심은 국내에서 등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부위지만, 역시 스테이크용으로는 최상위 부위로 꼽힌다. 지방이 적고 매우 부드러운 살코기가 특징으로 살코기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좋다. 서양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부위 중 하나라 수입산의 가격도 꽤나 나간다는 것이 단점. 그리고 지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 구이로는 제대로 맛을 살리기가 어렵다. 안심은 역시 스테이크가 제격이다.
오! 영원한 친구! 오! 행복한 돼지고기!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 이력제 홈페이지>
돼지고기는 앞서 1인당 육류 소비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자주 먹는 고기다. 특히 지방과 살코기가 겹겹이 붙어 있는 삼겹살은 국민 회식 메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친구도 매일 만나면 질리는 법. 최근 한돈을 브랜드화 하면서 돼지고기도 소고기 못지않은 다양한 부위들이 발굴되고 있다. 언제까지 삼겹살과 목살만 찾지 말고, 이제는 돼지고기도 트렌디하게 즐겨보자.



돼지고기 특수부위 중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고기로, 지방이 소고기의 마블링처럼 고르게 퍼져 있어 지방의 고소한 풍미가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육질도 삼겹살보다 단단해서 쫄깃한 고기의 식감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다만, 많이 먹으면 느끼할 수 있다.
▲ 다파라미트 도네누 양념 갈매기살
처음 들으면 정말로 갈매기 고기인 줄 착각한다는 갈매기살은 내장과 고기의 경계에 있는 부위다. 소고기로 따지면 안창살에 해당하며, 소고기와 식감도 비슷해서 인기가 높다. 항정살과 함께 가장 많이 찾는 특수 부위에 속하는데, 항정살과 달리 기름기가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머리 고기는 국밥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지만, 볼살이라고 부르는 돼지 관자놀이살은 구이로 먹었을 때 별미로 꼽힌다. 일반 소매점이나 마트에서 구하기는 힘들지만, 은근히 볼살 전문집이 군데군데에서 영업하고 있으니 찾아보자. 참고로 부위 명칭은 볼살이지만, 실제로는 뽈살로 불린다.
닭고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물 이력제 홈페이지>
소비량만 놓고 보면 돼지고기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기분상 주변에서 더 자주 접하는 고기는 아마도 닭고기가 아닐까? 진리의 치맥부터 시작해서 복날에 찾게 되는 삼계탕, 닭갈비, 찜닭, 닭볶음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된 닭 요리를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 매일 저녁마다 스치는 아름다운 광경
닭고기도 세분화하면 여러 부위로 나눌 수 있지만, 보통은 닭 요리에 닭고기가 통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딱히 분류를 나누는 의미가 없긴 하다. 그래도 요즘은 부위별로 포장된 닭고기 제품도 많이 파니, 부위별로 어울리는 요리를 소개해 보겠다.
많은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닭고기 부위는 역시 다리다. 닭다리는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황금 밸런스의 고기로 다른 고기들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보적인 식감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닭 다리는 어떠한 요리에도 최적의 식재료가 되지만, 색다른 닭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구이나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특히 캠핑장같이 직화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숯불구이로 풍미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살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부위로, 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근육을 키우기 위해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딱히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가슴살 특유의 뻑뻑한 식감을 선호하는 마니아들도 은근히 많다. 닭가슴살도 다리살처럼 구이나 스테이크로 요리해 먹을 수 있는데, 다리살과 달리 직화는 추천하지 않는다. 가슴살은 수분이 적은 부위이므로 직화로 구웠을 때 더 뻣뻣해질 수 있다. 촉촉한 양념을 곁들여 오븐이나 프라이팬에 굽는 방식을 추천한다.
▲ 한 때 없어서 못팔 정도의 인기를 누렸던 KFC 닭껍질 튀김
몇 달 전 한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닭껍질 튀김을 팔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맛을 보고 싶어도 못 본 사람이라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자. 닭껍질은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요리법도 적당히 간을 해 튀기기만 하면 끝이기 때문에 간단하다. 에어프라이어가 있다면 더욱 쉽게 만들 수 있다.
소, 돼지, 닭! 모두 지겹다! 색다른 고기가 땡긴다!!
지금까지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주 먹는 육류 삼대장을 살펴봤다. 그런데 매번 같은 것만 먹다 보면 가끔은 색다른 음식도 땡기는 마련이다. 가끔 색다른 고기 요리를 먹고 싶다면 양고기에 도전해보자. 양고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먹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소고기보다도 소비량이 많은 육류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중국집의 양꼬치를 통해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다만, 양꼬치만으로 양고기를 경험해봤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양꼬치의 경우 고기의 덩어리가 작아 양고기 특유의 향과 식감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제대로 된 고기 맛을 느끼려면 덩어리째 먹어봐야 한다.
양갈비하면 떠오르는 비주얼은 일명 토마호크 스테이크라 불리는 모양일 것이다. 기다란 갈비대가 손잡이 역할을 하고, 그 끝자락에 큼지막한 고깃덩어리가 붙어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갈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고기의 부위는 등심에 가깝다고 한다. 이런 형태로 정형된 양갈비를 ‘프렌치 랙(Frenched Rack)’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 랙은 갈빗대의 위치에 따라 명칭이 나뉘는데, 1~4번 갈비대를 ‘숄더랙’이라고 부르며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 5~12번 갈비대의 고기는 그냥 ‘랙’이라고 부르며 이쪽을 좀 더 고급 고기로 치지만, 국내에서는 따로 구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숄더랙의 가격대는 수입산 소고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양고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이다. 이 냄새를 즐기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래서 양고기를 판매하는 국내 음식점들은 양고기 냄새를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가정에서 양고기를 직접 손질할 때도 냄새 제거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를 최대한 제거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뒤에는 온갖 향신료로 냄새를 잡는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향신료는 후추, 커민, 마늘 등이 있고, 우유에 담가 두거나 끓는 물에 한 번 데쳐내는 방법도 있다. 냄새 제거만 제대로 했다면 양고기를 맛있게 먹을 준비의 90%는 끝났다고 봐도 된다.
고기를 위한, 고기에 의한, 고기의 삶을 향하여!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다. 야외 나들이나 캠핑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야외에 나가면 역시 먹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가을은 내 취향에 꼭 맞는 고기와 함께 더욱 맛있는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기획, 편집 /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지원철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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