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 활동에 적합한 계절이 돌아왔다. 특히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기 전인 요즘이 최적의 날씨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캠핑의 꽃은 역시 숯불 바비큐가 아닐까? 평소 집에서는 숯불을 피워 바비큐를 해먹을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캠핑장처럼 야외에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는 공간에서는 어김없이 바비큐 파티가 벌어지기 마련이다.
맛있는 음식은 눈과 코로 먼저 먹는다는 말이 있다. 활활 타오르는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가 바로 이 표현에 딱 들어맞는 예가 아닐까? 이런 효과 덕분인지 야외에서 바비큐로 먹는 고기는 평소에 먹는 고기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맛의 차이가 단순히 기분 탓만은 아닌 듯하다.
한 지상파 뉴스에서 숯불에서 구운 고기와 프라이팬으로 구운 고기를 과학적으로 비교 분석한 적이 있다. 당시 뉴스 내용에 따르면 숯불에서 발생한 복사열과 원적외선이 고기의 육즙 손실을 막아주고, 안까지 고르게 익혀주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또한, 숯에서 발생한 재는 고기에 함유된 지방산을 중화 시켜 누린내를 잡는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한다. 즉 직화로 굽는 고기는 프라이팬으로 굽는 고기보다 더 부드러우면서 풍미도 높여준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었다.
숯불에서 고기를 구울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처음 숯에 불을 지피게 되면 엄청난 화력으로 활활 타오르게 되는데, 이때 바로 고기를 얹지 말아야 한다. 너무 센 불에서 고기를 구우면 겉은 타고 속은 제대로 익지 않거나, 혹은 너무 바싹 구워져서 뻣뻣한 고기를 먹어야 할 수도 있다. 불길이 사그라지고 숯이 붉은 홍조를 띠면 고기를 굽기에 적당한 때다. 더욱이 숯에 불을 붙이기 위해 착화탄을 사용한 경우라면 착화탄이 다 타서 재가 된 다음에 고기를 얹는 것이 좋다. 착화탄에는 보통 불을 잘 붙게 하는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바비큐를 할 때 숯의 종류까지 따지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으로 숯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숯이 판매되고 있고, 숯마다 화력이나 향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숯의 종류의 특성을 미리 익혀 둔다면 육식 생활을 즐기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숯의 종류와 특징
숯이란 목재를 적당히 태워 수분 등을 날려버리고 탄소의 비율을 극대화시킨 연료의 일종이다. 잘 구워 낸 숯은 탄소 90%, 수분 7%, 회분 3% 정도의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숯은 불순물이 적은 탄소 연료가 되어, 연비가 상승하고 더 뜨겁게 타오르며 연기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특히 이 숯을 요리용으로 사용하면 숯에 남아 있는 특유의 향이 식재료에 배어 잡내를 없애거나 독특한 풍미를 가미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바비큐 요리에도 숯이 널리 사용되는 것이다.
▶ 숯에도 색깔이 있나?
숯은 목재를 태워서 만들기 때문에 어떤 나무로도 만들 수 있지만, 나무의 재질이 단단할수록 좋은 숯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참나무를 주로 사용하며, 참나무로 만든 숯을 참숯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참숯을 만들 때 어떤 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백탄과 검탄으로 나뉜다.
▲ 노마드 바베큐 참숯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검은 색 참숯을 흑탄이나 검탄이라고 한다. 흑탄은 재료가 되는 나무를 600~900℃ 온도에서 탄화시킨 후 아궁이를 막아 밀폐된 상태로 서서히 식히는 방식으로 만든다. 불이 잘 붙고, 강력한 화력을 발산하지만, 지속시간이 짧은 것이 단점이다.
▲ 티원 참나무숯 백탄
백탄은 흑탄보다 더 고열인 1,000℃ 이상에서 목재를 태우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숯가마에서 숯을 꺼내 수분을 함유한 모래 등으로 빠르게 식히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때 겉에 모래와 재가 묻어 밝은 회색에 가깝게 된다. 흑탄과 비교해 화력 지속력이 좋아서 요리용으로는 흑탄보다 백탄이 더 적합하다는 평이 많다.
▶ 종류만큼이나 만드는 방법도 다양한 숯
▲ 비젼코베아 코베아 두번 구운 비장탄
비장탄은 숯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제품으로, 백탄의 일종이다. 비장탄을 처음 만든 곳은 일본으로, 지금도 일본의 특정 지역에 만든 비장탄을 최고급 숯으로 친다고 한다. 주재료는 참나무과의 졸가시나무와 떡갈나무가 사용된다. 비장탄은 탄소 함량이 매우 높아서 거의 쇳덩어리와 같은 강도를 가진다고 하며, 그만큼 연소 효율도 좋다. 그렇다고 고온에서 활활 불타오르는 숯은 아니다. 오히려 저온에서 은은하게 오래가는 숯이며, 원적외선 발산량이 많아 고기를 속까지 고르게 익히는데 매우 좋은 특성을 가졌다. 요즘은 라오스나 캄보디아 제품이 많이 수입되어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다만, 정말 명품, 최고급 비장탄은 여전히 가격이 비싸다. 그나마도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가 어렵다. 수요가 적어 수입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 반딧불이 열탄
열탄은 톱밥을 뭉쳐 성형한 후 구워낸 숯이다. 학창 시절 교실에서 난로를 땠던 세대라면 가운데 구멍이 뚫린 6각 기둥 모양의 탄을 기억할 텐데, 이 땔감이 바로 열탄의 일종이다. 톱밥을 압축했기 때문에 압축탄, 특정한 모양으로 성형했기 때문에 성형탄이라고도 부른다. 열탄은 가공된 숯인 만큼 불이 잘 붙고 화력이 오래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참숯이 주는 나무의 향은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열탄을 뭉칠 때는 옥수수 전분 같은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므로 열탄으로 고기를 구워 먹어도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 가격이 참숯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음식점에서도 자주 사용되며, 일본의 경우 고급 고깃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한때 성형탄에 인체에 해로운 화학적 물질이 첨가된다는 뉴스가 뜬 적이 있는데, 이는 열탄이 아닌 불탄이라는 또 다른 제품이므로, 바비큐용으로 성형탄을 구매할 때는 제품명과 성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당연하지만, 나무가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 카본텍 야자숯 브리켓
야자숯은 이름 그대로 코코넛의 껍질을 태워 만든 숯이다. 코코넛 열매의 껍질을 태워 가루로 만든 뒤에 여러 모양으로 성형해 판매되고 있는 성형탄이기도 하다. 야자숯도 가공된 제품이다 보니 온갖 썰에 시달려 왔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불이 잘 붙도록 첨가된 화학 물질이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일 것이다. 일부는 맞는 주장이다. 불을 붙이는 용도로 사용되는 착화탄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화학물질들이 첨가되며, 이는 코코넛 껍질을 원료로 한 착화탄도 마찬가지다. 이런 용도로 사용되는 제품은 야자숯이 아니라 야자탄이라고 부른다. 앞서 열탄과 마찬가지로 바비큐용으로 야자숯을 구매한다면 착화탄을 배제하고, 성분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식물성 기림을 착화제로 첨가한 제품이나 아예 어떠한 첨가물도 들어있지 않은 100% 코코넛 껍질 야자숯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야자숯은 참숯보다 불을 쉽게 붙일 수 있는 반면 연소 시간은 짧은 편이다. 대신 성형탄이므로 고르게 열을 전달하기 좋다. 또한, 참나무향과는 다른 코코넛 열매의 은은한 향이 고기에 색다른 풍미를 더해준다.
▲ 대원 대나무숯
대나무숯은 최근 수년 사이에 주목받고 있는 숯으로, 보통은 숯의 또 다른 효능인 정화 능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대나무숯 상품 정보를 살펴보면 강력한 흡착력을 활용한 건강효과를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그렇다면 바비큐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말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바비큐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대나무숯이라고 할 수 있다. 서두에 바비큐의 장점으로 복사열과 원적외선을 꼽았는데, 대나무숯은 참숯과 비교했을 때 3배에 이르는 복사열과 원적외선을 발생시킨다. 여기에 대나무 특유의 향은 참숯과는 또 다른 풍미를 고기에 더해준다. 연소 시간도 상당히 길어서 중간에 숯을 추가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강도도 매우 높아서 비장탄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다만, 국산 대나무숯의 경우 가격이 비싸서 주로 공기정화용 인테리어 용품으로 많이 사용된다. 바비큐 등의 연료로 사용되는 대나무숯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이 많다.
숯불과 함께하는 낭만 바비큐 파티!
물론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꼭 숯불을 피워야 할 필요는 없다. 전기가 충분히 공급되는 캠핑장이라면 전기 그릴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하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캠핑장은 전기가 제공되더라도 전력량에 제한이 있으므로 전기 그릴처럼 전력 소모가 많은 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기 그릴로는 숯불만이 가능한 멋과 맛을 구현할 수 없다. 결국 야외 바비큐에서 숯을 사용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다 있는 법이라 느껴진다. 올가을 캠핑의 절정기에 좋은 숯과 좋은 고기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낭만 넘치는 바비큐 파티를 하자!
기획, 편집 /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지원철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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