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포즈는 시작일 뿐, 본격적인 결혼 준비는 혼수가전 장만부터다

내가 아직도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혼수 가전을 구매할 때 꼼꼼히 준비하지 않고 매장에 갔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매장에 들어선 나는, 매장 영업사원의 눈에 좋은 매출 공급원으로 보였을 테지. 

베어그릴스를 닮은 매장 영업사원에게 “전부 저희 브랜드로 구매하시면 추가 할인 들어갑니다"라는 필살기를 맞고 혼수 가전을 한방에 구매해버린 내가 '영업사원에게 당했구나' 하고 눈치 챈 것은 제품이 배송(혹은 설치)오고 일주일 뒤였다. 맘에 안드는 부분들이 막 나왔다. 그러나 이미 몇번씩 사용해버린 중고제품들. 낙장불입이다. 다시는 영업사원에게 휘둘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가전제품을 새로 갈아치우기 전까지 수 년간은 돌이킬 수 없다. 

나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혼수가전은 계획적이고 신중해야 한다. 예산에 맞추어 구성하는것, 그리고 미리 구매할 제품을 확실히 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우선 실속파 신혼부부들에게 추천할만한 초절약형 견적을 준비해봤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예산 300으로 구성하는 ‘절약형 혼수가전'

혼수가전을 구매하다보면 평소에는 손을 벌벌 떨던 10만원 20만원이 껌값으로 여겨질 정도로 씀씀이가 커진다. 그러다 보면 예상보다 더 비싼 제품도 '혼수니까' 하면서 덜컥 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기분파로 지르면 나중에 다른 곳에 쓸 돈이 없거나, 혹은 불필요한 스펙에 비싼 돈을 지불해서 후회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기본 퀄리티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모델들을 최대한 활용한 300만원 이하 견적을 알아보았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있다면 그 부분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으로 다른 제품을 더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 하면 된다.

TV : 40만원 전후의 중소기업 55인치 스마트 TV

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는 55인치 4K 업스케일링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제품으로 골라봤다. 대기업 유사 옵션 TV에 비해 예산 절감 효과가 아주 크다. 가격이 대기업 동급 모델의 절반 수준에 넷플릭스와 유튜브 기능까지 가능하다. 요즘 중소기업 TV도 패널은 LG전자, 삼성전자의 패널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 잘 살펴보면 알짜들이 있다. 이스트라 UA550UHD 스마트 언더사운드도 삼성전자 RGB 패널을 사용한 제품이다. 빠른 부팅과 빵빵한 스피커까지 겸비해 구매 후기들이 썩 괜찮다. 

냉장고 : 60만 원대 500~600리터급 중견기업 제품

냉장고는 겉모습은 비슷해 보이는데 부가기능이나 내부 파츠에 따라 가격대가 달라진다. 하지만, 아이도 없고 아직 집도 그리 넓지 않은 신혼부부들은 큰 냉장고를 무리해서 사는 것보다는 양문형 중에서 무난한 제품을 추천한다. 보통 신혼부부에게는 큰 덩치로 작은 주방 공간을 다 잡아먹는 800리터 이상급 냉장고보다는 500~600리터의 냉장고가 적합하다. 캐리어 클라윈드 피트인 냉장고는 570 리터의 용량에 적당한 가격, 깔끔한 외관으로 요즘 인기가 높다. 

세탁기 + 건조기 : 통돌이 세탁기 + 건조기 조합으로 합계 100만 원 이내

삼성전자 워블 WA14R6360BG 통돌이 세탁기와 중견 브랜드 위니아대우 건조기 조합으로 뽑아봤다. 통돌이는 삼성전자가 진리라는 말이 있는데, 통돌이인데도 조용하다는 후기를 보면 과연 그러하다. 세탁기 14kg은 막상 사용해 보면 그리 큰 사이즈는 아니고 2~3명 소규모 가족을 위한 용량이다. 두꺼운 겨울이불 한 장 빠듯하게 돌릴 수 있다. 위니아 건조기도 용량이 10kg 짜리여서 작은 편이지만, 14kg 용량의 세탁기에서 나오는 세탁물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무리 없을 것이다.

밥솥 : 20만 원대 6인용 IH 압력밥솥

젊은 부부들이 아무리 파스타, 라자냐와 같은 예쁜 요리를 자주 한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의 주식은 밥이다. 그러므로 밥솥은 마냥 싼 것 보다는 자녀들이 자라기 전까지 수 년 동안 든든하게 주방을 지켜줄 것으로 쿠쿠전자의 IH 압력밥솥을 골랐다. 아무리 신혼부부용이라도 2~4인용 밥솥은 추천하지 않는다. 앞으로 가족 구성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고, 손님들이 집에 찾아올 일도 늘어나기 때문. 

청소기 : 10~20만 원대 무선 청소기

무선 청소기 시장이 무르익다 보니 고만고만한 제품들이 많아져서 제품마다의 기능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흡입력도 집 바닥 먼지와 머리카락 제거하는 용도로는 20만원 미만의 가성비 제품도 고가의 제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다만 10만원 아래의 너무 싼 제품은 절대적인 스펙이 안 좋기 때문에, 10~20만원 사이에 포진한 청소기들을 추천한다. 위에서 소개한 델로라 V11은 대기업 제품 못지않은 흡입력(제조사 표기 기준)과 교체형 배터리 방식으로 편의성도 우수하다. 단점은 무겁다는 것.

에어컨 : 벽걸이형 중에서 40~50만 원대 스펙 좋은 제품

에어컨은 겉모습은 동일하지만 세부 기능과 에너지효율등급이 다른 파생모델이 많다. 혼수 초보(?)들은 신랑은 TV, 신부는 냉장고에 예산을 올인하고 에어컨은 예산을 아끼려는 경향이 많은데, 그것은 비추다. 에어컨은 전력 소비량이 높고 한번 쓰면 오래 돌리기 때문에 효율이 낮은 제품은 나중에 전기요금 폭탄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벽걸이형 에어컨 중에 꽤 좋은 모델을 추천한다. 삼성전자의 최신 라인업인 무풍에어컨으로 찬바람을 그대로 맞지 않고 냉기만 뿜어줘서 쾌적한 온도를 조성하며, 효율도 높은 편이다. 소형 평수에서 신혼을 시작했다면 덩치 큰 스탠드형 중에서 싼 것을 고르는 것보다 스펙 좋은 벽걸이형으로 시작하고 나중에 집을 넓힐때 스탠드형만 추가하는 쪽이 좋겠다.

절약형 혼수가전 총합 : 약 280~320만 원

예산 500으로 구성하는 ‘가성비형 혼수가전'

마냥 좋은 것을 찾다간 혼수 가전에 1000~2000만 원도 순식간에 탕진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예산을 500만 원으로 잡고 가성비 제품 위주로 실속형 신혼부부에게 어울리는 혼수가전을 알아보자. 

TV : 100~120만 원대 대기업 65인치 보급형 UHD 스마트 TV 

절약형보다 여유로운 예산을 TV에 많이 할애하여 65인치 대기업 제품을 골랐다. 부가기능과 화질에서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AS가 편하다는 것도 좋다. 만약 해외직구 제품을 선택할 경우에는 위 제품보다 한등급 위의 모델도 구매할 수 있다. 한편 TV 65인치부터는 크기가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집에 TV를 어디 놓을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설치할 것인지도 미리 정해둬야 한다. 

냉장고 : 60만 원대 500~600리터급 중견기업 제품

절약형에서 추천한 냉장고와 동일한 기종이다. 냉장고는 일단 보관만 잘되면 되니 추가의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면 이 제품처럼 디자인도 성능도 가격도 만족스러운 것을 선택하자. 만약 주방이 넓고 TV, 에어컨 등을 자취할 때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사용하여 예산에도 여유가 있다면 삼성전자, LG전자의 700~800리터급으로 올라가도 된다. 

세탁기 + 건조기 : 180~200만 원 사이에서 선택하는 대기업 드럼 + 건조기

신혼부부가 세탁기를 고를때는 건조기와 세탁기의 위치를 가장 많이 고려할 것이다. 다용도실 등 세탁기를 배치할 공간이 충분하다면 그 고민이 덜하겠지만 공간이 좁다면 세탁기와 건조기를 위 아래로 배치해 함께 사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통돌이는 쓸 수 없고 같은 회사에서 나온 드럼세탁기 + 건조기 조합으로 골라야 한다. TV와 더불어 욕심을 부릴수록 예산이 많이 추가되는 부분이다. 삼성 드럼세탁기는 버블샷 기능으로 세탁력을 강화했다고. 17kg이라 자녀가 태어나도 문제 없겠다. 건조기는 14kg 제품.

밥솥 : 20만 원대 6인용 IH 압력밥솥

TV와 세탁기에 예산을 올인했기 때문에 밥솥은 절약형과 같은 것으로 유지했다. AS가 편리하고 손님 방문이나 자녀 한명 정도까진 커버할 수 있는 6인용 IH 압력밥솥이다. 

청소기 : 40만 원대 대기업 중급 무선 청소기

청소기계의 애플, 다이슨의 중급형 모델 V8을 골랐다. 디자인도 독특해서 신혼 집들이 온 친구가 멀리서 봐도 “와 다이슨이네!”하고 알아볼 수 있다. 다이슨의 흡입력은 익히 유명하니 집이 넓거나 먼지가 늘 많이 쌓이는 환경이 아니라면 이 제품으로도 청결함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에어컨 : 100~130만 원대 최신 중급 스탠드형 에어컨 

집 면적이 넓거나, 혹은 평소 집 공간을 이곳 저곳 넓게 쓴다면 벽걸이 에어컨보다는 스탠드형 에어컨을 추천한다. 집 면적이 넓다면 자녀가 태어나도 이사할 필요가 없으니까 합리적인 선택이다. 삼성전자 무풍에어컨 AF16R5773WZK은 최고급 라인업은 아니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모델이며 가격, 효율이 합리적이어서 뽑아봤다. 무풍은 신혼부부보다는 훗날 아이가 있을때를 고려해서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실속형 혼수가전 총합 : 약 520~560만원

기획, 편집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손지유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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