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고향은 강원도 안흥이다. 사면이 높은 산에 둘러싸인 안흥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도 선선하고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은 찌만 드리워도 빠가사리(동자개)들이 쉽게 낚여 여름만 되면 낚시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덤으로 수확 철만 되면 옥수수, 감자 등을 나눠주는 넉넉한 시골 인심까지…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일찌감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귀농하셨다. 그런데 당신이 사랑한 천혜의 환경이 겨울만 되면 돌변할 줄이야...
농한기가 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농업에는 비수기가 없다. 땅이 얼어붙은 겨울에도 창고와 하우스를 보수하고 이듬해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늘 외부에 나가 계시는데, 한파가 극성일 때는 외투만으로 추위를 견디기 어렵다고 하신다.
지난 11월 기상청은 '올해 겨울은 작년보다 더 춥고, 기습 한파도 잦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강원도에는 눈이 많이 내릴 전망이라고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추위로부터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밖에서도 안방 같은 따뜻함을 유지할 뭔가를 찾아야 한다.
아버지, 당신을 위해 열심히 검색질을 해보았습니다.
▶ 후보 1 - 발열&살균 실드
▲ Be a Bat Man (사진출처: Sun Dayong)
올해 2월, 중국 건축가가 발표한 안전 실드다. 이름은 ‘Be a Bat Man’. 박쥐 날개 같은 지지대를 백팩처럼 등에 걸치고 버튼을 누르면 PVC 필름이 펼쳐져 착용자를 감싼다. 이 필름 속에는 특수 열선이 탑재돼 있는데, 작동 시 순식간에 56℃로 가열돼 보온은 물론 살균 효과도 볼 수 있다.
▲ Be a Bat Man (사진출처: Sun Dayong)
다만 실용화까진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하다. 구체적인 기술 개발도 논의되지 않은, 아직은 디자인 단계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 실드를 설계한 Sun Dayong은 현재 투자자를 모집 중인데, 난 그 정도로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제품은 패스한다.
▶ 후보 2 - 충전식 무선 전기 히터

▲ 무선 전기 히터 Promenade (출처: Promenade)
많은 사람이 ‘배터리로 작동하는 무선 히터’를 찾는다. 발열 담요라든지 휴대용 손난로, 자동차용 소형 히터 등은 무선 제품이 존재하나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중대형 히터는 소비 전력이 큰 탓에 배터리만으로 작동하는 제품이 없다.
▲ 무선 전기 히터 Promenade (출처: Promenade)
그런데 2019년 충전식 무선 전기 히터가 등장했다. 아치형 파이프 형태로 제작된 이 히터는 내부에 코일과 배터리가 장착돼 있는데, 코일이 높은 열을 발산해 주변 공기를 따뜻하게 해준다. 전면에는 배터리양과 온도를 표시하는 LCD가 부착돼 있어 언제든 제품 상태 확인이 가능하며, 전용 충전기를 통해 한 번에 히터 6개를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이 제품도 설계 단계라 언제 실용화될지는 미지수다. 이 제품도 패스다.
▶ 후보 3 - 발열 조끼/패딩
▲ 장작불조끼 / ORORO 발열 후드티
옷 안에 전기 열선 같은 발열체를 장착해 히터 같은 따뜻함을 선사하는 아이템이다. 보편적인 난방기기처럼 전원을 켜면 순식간에 40℃로 발열하며,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USB 연결형이라 보조배터리와 간편히 연결해 사용할 수 있으며 세척도 할 수 있다. 단 일부 제품은 발열체를 완전히 분리하고 세척해야 한다.
▲ K2 USB 스마트 발열조끼 IMW18900
그렇다면 전자파 걱정은 없을까? 전기 열선을 사용하는 일부 저가형 제품은 미세 수치로 전자파가 측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EMF 인증마크 발급 기준인 2mG*가 넘지 않으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그래도 찝찝하다면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는 발열체(예:탄소 발열)를 탑재한 제품을 선택하자. 발열 의류는 점퍼, 후드, 조끼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었으며, 패딩, 양털, 폴리에스터 등 보온성 높은 소재로 제작되어 간절기에는 평범한 의류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일단 아버지 선물로 킵이다.
*EMF 인증마크 발급 기준 -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 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실험으로 전기장 10V/m, 자기장 2mG을 통과한 제품에 한해 발급된다.
▶ 후보 4 - 발열 액세서리
▲ M2 발열 숄
시골 아버지 집에서 40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절이 나온다. 아버지는 불교를 믿지 않지만 절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 건지, 여유가 날 때마다 그 절을 찾곤 하신다. 해외 사이트를 뒤지다 절 산책 난방 룩으로 추천하고 싶은 아이템을 발견했다.
이 제품 원리는 앞서 소개한 발열 조끼와 비슷하나 활용도가 훨씬 높다. 걸치고 있으면 완벽한 스님룩이나 펼치면 평범한 담요가 된다. 3단계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물 세척도 할 수 있지만 다림질은 금물이다.
▲ 발열 워머
목과 어깨에 집중적으로 열을 전달하는 발열 워머는 어떨까? 부드러운 폴리에스터로 제작된 워머 속에 전기 열선을 탑재해 단 몇 초 만에 40℃까지 발열하며 3단계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더불어 목과 어깨가 뻐근할 때 온열 찜질기로도 쓸 수 있으니 아버지께 꽤 유용한 아이템이 될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반드시 전원 플러그를 연결해야 하므로 집 밖에서는 사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음… 이거는 패스해야겠다.
▶ 후보 5 - 서바이벌 생존 담요
▲ 생존 담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버지가 혼자 산에 올랐다가 고립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아버지를 지켜줄 든든한 아이템은 없을까?’ 싶은 생각에 찾아본 아이템이다. 이미지만 봤을 때는 ‘이딴 걸 돈 주고 산다고?’ 의아했으나 설명을 읽어보니 묘하게 설득된다.
▲ 해외에서는 꽤 많이 사용 되는 듯하다
얼핏 보면 허접한 알루미늄 포일로 대충 만든 것 같지만 1970년대 나사에서 우주정거장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해 개발한 특수 금속 패드를 적용, 사용자 체열을 다시 사용자 쪽으로 반사해 체온을 유지해준다. 실제로 유럽 대규모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이 담요를 지급해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 쓰레기 아님, 사람임
이 외에 생존 담요는 불에 쉽게 타지 않으며 비가 올 때는 천막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상용품으로 하나쯤 준비해놓으면 좋을 듯하나, 이것만 선물해드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듯하니 일단 보류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난방 용품을 선물할 것인가?
아버지에게 최고의 난방기는…
돈입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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