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미니 PC는 작은 크기에 집중한 나머지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미니 ITX 규격을 중심으로 메인보드와 케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하드웨어가 출시되면서 이제는 웬만한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내는 미니 PC를 조립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그렇게 성능을 생각하면서 미니 PC를 조립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정보를 일정 수준 이상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미니 PC는 일반적인 데스크톱과 비교해서 절반도 되지 않는 크기이므로 하드웨어 규격이 어긋나 조립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점을 고려하며 하드웨어를 선택해야 일반적인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내는 미니 PC를 큰 문제없이 조립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이번 기사에서는 주요 하드웨어 별로 소비자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소개하겠다.

케이스

케이스는 PC의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인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내는 미니 PC라면 케이스 크기는 미들타워 케이스의 절반 정도가 적당하다. 그 정도는 되어야 그래픽카드와 CPU 쿨러 등 시스템 성능 및 발열 해소와 관련된 하드웨어를 고성능 제품으로 골라서 장착할 수 있다.

▲ 리안리 A4-H2O 서린씨앤아이

대략적인 크기는 330 x 150 x 250mm(측면 너비 x 전면 너비 x 높이) 내외로 볼 수 있다. 길이 300mm 정도인 고급형 그래픽카드와 240mm 규격 라디에이터가 장착된 CPU 수랭 쿨러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어서 일반적인 미들타워 케이스와 비교해도 호환성 면에서 크게 불리하지 않다. 그래픽카드를 고급형 제품으로 사용하지 않거나 기본형 공랭 CPU 쿨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 작은 크기의 케이스를 사용해도 문제없다.

▲ 미니 PC용 케이스에 모든 하드웨어 조립한 모습

한편 미니 PC용 케이스는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일반적인 케이스보다 하드웨어를 입체적으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립 과정이나 선 정리가 쉽지 않은 편인데 그 점이 부담스럽다면 약간 크기가 크더라도 구조가 평범한 케이스를 고르는 것이 낫다.

메인보드

미니 PC를 조립할 때 규격은 미니 ITX 한 가지로 통일된다. 물론 규격이 같다고 해서 아무것이나 골라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저전력 CPU가 일체형으로 장착되어 있어서 CPU 교체를 못하거나 PCIe x16 슬롯이 없어서 그래픽카드를 장착하지 못하는 제품도 있기 때문이다.

데스크톱 수준의 성능을 원한다면 미니 ITX 메인보드에는 AM4나 LGA 1200 등 최신 데스크톱 CPU를 장착 가능한 소켓이 있어야 하고 PCIe x16 슬롯도 최신 버전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 에이수스 ROG STRIX Z690-I GAMING WIFI 인텍앤컴퍼니 (사진=에이수스)

그리고 주의할 점은 메모리 슬롯과 M.2 슬롯이다. 메인보드 기판에서 차지하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노트북용 SO-DIMM 규격 메모리 슬롯이 제공되는 제품도 있는데 데스크톱용 DIMM 규격 메모리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M.2 슬롯은 현재 ATX나 m-ATX 메인보드에서는 거의 대부분 기본적으로 제공되지만 구형 미니 ITX 메인보드 중에는 종종 제외된 제품도 있다. 그런 제품들은 고성능 스토리지인 M.2 NVMe SSD를 사용하지 못하고 SATA SSD만 쓸 수 있으니 꼭 신경 써야 한다.

그래픽카드

그래픽카드는 PC 내부에서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하드웨어이다. 특히 지포스 RTX 3090 Ti나 라데온 RX 6950 XT 같은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길이와 두께가 상당하기 때문에 미니 PC용 케이스에 조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스럽게도 제조사마다 설계하는 그래픽카드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GPU를 사용한 제품이라도 어떤 것은 비교적 아담한 편이어서 미니 PC용 케이스에도 충분히 장착 가능하다.

▲ 기가바이트 지포스 RTX 3080 Gaming OC D6X 12GB (사진=기가바이트)

미니 PC용 그래픽카드를 찾는다면 크기는 320 x 130 x 60mm(가로 길이 x 세로 너비 x 슬롯 높이) 이하인 제품으로 고르는 것이 무난하다. 대부분의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이와 비슷한 크기이므로 일부를 제외하면 큰 문제없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성능이 높은 그래픽카드일수록 작동 시 GPU와 전원부에서 발열이 심하게 생기므로 케이스 내부에는 흡기와 배기를 위한 쿨링 팬이 반드시 장착되어야 시스템 안전성이 보장된다.

SSD

미니 PC용 SSD는 M.2 NVMe SSD가 안성맞춤이다. 크기는 SATA SSD와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고 두께가 워낙 얇아서 메인보드에 장착하면 부품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로 작아서 내부 공간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는 미니 PC에 잘 어울린다.

▲ 씨게이트 Firecuda 530 M.2 NVMe

작은 크기와 별개로 성능은 매우 높은 편이다. PCIe 4.0 x4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는 M.2 NVMe SSD는 데이터 순차 읽기 · 쓰기 기준으로 SATA SSD보다 10배 이상 빠른 성능을 보여준다. 그래서 M.2 NVMe SSD는 미니 PC 뿐만 아니라 다른 데스크톱과 노트북에도 기본 스토리지로 정착한 상황이다.

▲ 1TB 모델이 1,275TBW 제공하는 씨게이트 Firecuda 530 M.2 NVMe

한편 미니 PC에는 스토리지를 1개만 장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M.2 NVMe SSD 사용 빈도가 높아서 제품 수명이 빠르게 소진될 우려가 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SSD에서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래시 수명이 긴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SSD는 보통 TBW(TeraBytes Written, 기록 가능한 테라바이트)를 기준으로 수명을 판단하는데 1TB 모델 기준으로 1,000TBW 이상인 제품이라면 충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파워 서플라이

미니 PC용 파워 서플라이는 일반적인 ATX 규격보다 크기가 20~30% 정도 작은 SFX 및 SFX-L 규격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미니 PC용 케이스는 ATX 규격 파워 서플라이도 장착 가능하지만 그런 경우 내부 공간이 매우 협소해져서 다른 하드웨어나 쿨링 팬 추가가 힘들 수 있다.

▲ 마이크로닉스 Compact SFX 700W 80PLUS GOLD (사진=마이크로닉스)

파워 서플라이는 케이스에 맞는 규격의 제품이라면 대부분 호환성 걱정없이 장착 가능하지만 한 가지를 추가로 고려하면 더 편리하게 미니 PC를 조립하고 사용할 수 있다. 바로 풀 모듈러(Full Modular) 방식인 제품으로 고르는 것이다. 풀 모듈러는 사용자의 PC에 있는 하드웨어만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면 되므로 케이스 내부에서 파워 서플라이 케이블이 주렁주렁 늘어져 공간만 차지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고성능 CPU와 그래픽카드 사용 시 소비전력 낭비를 줄이고 기본적인 안전성 확보를 위해 80PLUS 인증을 통과한 제품을 고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CPU 쿨러

미니 PC를 구성하면서 고성능 CPU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수랭 CPU 쿨러도 조립 견적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CPU 역시 성능이 높을수록 작동 시 상당한 열을 내뿜기 때문이다.

▲ 비콰이어트 SILENT LOOP 2 240mm (사진=서린씨앤아이)

수랭 CPU 쿨러를 미니 PC용 케이스에 장착할 때 문제가 되는 점은 라디에이터이다. 웬만한 그래픽카드 못지 않게 부피가 상당하므로 반드시 케이스 제원 정보를 참조해서 거기에 맞는 제품을 골라서 선택해야 한다.

보통 240mm 규격에 쿨링 팬 결합 시 높이가 55mm 이하인 라디에이터라면 허용 범위에 속하는데, 케이스마다 약간씩 요구하는 크기에 차이가 있으므로 확실한 것을 선호한다면 케이스 제조사나 유통사에 수랭 CPU 쿨러 호환 여부를 문의하는 것이 좋다.

차근차근 알아보면 어렵지 않은 고성능 미니 PC

미니 PC는 일반적인 데스크톱보다 훨씬 작은 크기가 특징이다. 그래서 성능상 제약이 붙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CPU와 그래픽카드 등 주요 하드웨어는 데스크톱용을 사용할 수 있어서 노트북보다는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워낙 작은 크기 때문에 처음 미니 PC를 조립하는 사람이라면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 감을 잡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일단 케이스를 고르고 제원 정보에 맞춰서 다른 하드웨어도 하나하나 선택하면 된다. 케이스 제조사 · 유통사에 문의해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아무튼 아담한 크기에 멋진 디자인을 한 미니 PC로 웬만한 데스크톱 못지 않은 고성능을 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므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번 직접 조립해보기를 권한다.

방수호 기자/bsh2503@manz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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