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기로 유명한 미군의 MRE에 이어 대한민국 군대의 전투식량을 맛볼 시간이다. 실제로 군대에 배급되는 전투식량은 민간에 판매되지 않지만, 군용 전투식량 제조사에서 직접 다양한 종류의 전투식량을 판매하고 있다. 야외에서도 간편한 조리와 취식이 가능하며 열량이 높아 등산, 낚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전투식량. 국방력 세계 6위에 빛나는 K-전투식량에 대해 알아보자.
K-전투식량, 어디까지 먹어봤니?
한국 군대의 전투식량은 수차례 진화했다. 먼저 전투식량이 개발되기 전인 1950년 6·25 당시 국군들이 먹던 주식은 바로 주먹밥. 물론 속재료 없이 소금간 정도만 되어 있었다. 제대로 된 전투식량이 아니다 보니 쉽게 상하고 전투 중 조리하기도 쉽지 않아, 생쌀을 씹거나 민가에서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이 밖에도 피감자, 쑥개떡, 우유를 굳힌 분유찜, 미숫가루 등이 주로 배급되었다.
본격적으로 K-전투식량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전. 미군에게 공급받은 전투식량 C레이션이 입맛에 맞지 않자 ‘김치’를 요구하는 군인들이 늘어났고, 우리나라에서는 부랴부랴 김치 통조림을 만들어 배급했다. 그러나 당시 부족했던 통조림 기술과 베트남의 더운 날씨 때문에 통조림에 녹이 자주 슬어 ‘녹물 김치’를 먹으며 싸워야 했다.
이후 1967년, 미군의 전투식량 기술을 도입하면서 드디어 K레이션이 탄생했다. 제대로 된 김치뿐만 아니라 고기 장조림, 소시지, 콩자반 등 여러 가지 메뉴가 포함되었으며 설탕, 소금, 고추장, 담배, 인삼차 등도 함께 배급되었다.
전투식량 1형, 2형, 3형 (사진 출처: 국방부 공식 블로그)
현대의 K-전투식량은 1형(레르토르형), 2형(동결건조형), 3형(즉각취식형), 특전식량으로 구분된다. 1형, 2형, 특전식량은 베트남전 이후 지속적인 연구 개발 끝에 1990년대 초반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완성되었으며, 3형 전투식량은 비교적 최근인 2000년대 들어 만들어졌다.
아직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K-전투식량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 메뉴를 다양화한 신형 전투식량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2024년에는 현재 4종 11식단에서 식단을 대폭 늘린 3종 27식단으로 개선되어 군대에 보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밥심! K-전투식량 메뉴는?
대한민국의 전투식량은 총 4종 11식단. ‘밥 먹었니?’가 안부 인사인 밥의 민족답게 K-전투식량의 모든 메뉴는 주식이 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한 끼에 1,100kcal 이상의 높은 열량을 제공한다. 다만 채식, 할랄 음식 등 20여 가지 식단으로 구성된 다른 국가의 전투식량에 비해 메뉴 구성 및 식단의 종류가 너무 단순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오고 있다. 현재 군대에 배급되고 있는 K-전투식량 4종 11식단을 자세히 살펴보자.
전투식량 1형 (레르토르형)
1식단: 쇠고기볶음밥, 조미밥, 양념꽁치, 볶음김치, 볶음고추장
2식단: 김치볶음밥, 흰밥, 고기완자, 두부조림, 멸치조림
3식단: 햄볶음밥, 팥밥, 양념소시지, 볶음김치, 콩조림
3분 카레처럼 뜨거운 물에 팩을 그대로 넣어 10분간 기다렸다가 개봉하여 먹는 방식이다. 총 3가지 식단이 있으며, 식단 하나당 5가지 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 데워도 밥이 떡처럼 굳어있는 경우가 많아 대체로 평이 좋지 않다.
전투식량 2형 (동결건조형)
1식단: 김치비빔밥, 된장국, 초콜릿, 참기름, 옥수수기름, 야채스프
2식단: 야채비빔밥, 두부국, 초콜릿, 참기름, 옥수수기름, 야채스프
3식단: 잡채비빔밥, 계란국, 초콜릿, 참기름, 옥수수기름, 야채스프
컵라면처럼 팩 안에 뜨거운 물을 붓고 10분간 기다렸다가 먹는 방식이다. 참기름, 옥수수기름, 야채스프가 함께 제공돼 입맛에 따라 비벼 먹을 수 있다. 밥 양이 많은 편인데, 충분히 기다려서 밥이 잘 익었을 경우에는 꽤 맛있다는 평이다. 함께 제공되는 국도 맛이 좋은 편. 총 3가지 식단이 있으며 모두 비빔밥이다. 또한 비빔밥과 국을 제외하면 3가지 식단이 동일한 구성이다.
전투식량 3형 (즉각취식형)
1식단: 쇠고기볶음밥, 파운드케이크, 볶음김치, 양념소시지, 미트로프, 초코볼
2식단: 햄볶음밥, 아몬드케이크, 볶음김치, 양념소시지, 쇠고기콩가미, 초코볼
뜨거운 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1형, 2형 전투식량의 단점을 개선하여 만들어진 신형 전투식량이다. 발열팩 지퍼를 열고 줄을 당기면 바로 열이 나기 시작하며, 팩 안에 발열팩을 넣고 8분간 기다린 뒤 섞어서 다시 8분을 기다린 후 먹으면 된다. 미군용 MRE 발열팩과 달리 물도 필요하지 않아 조리가 매우 간편하며, 맛에 대한 평가도 괜찮은 편이다. 단, 식단은 2개에 불과하며 모두 볶음밥이다.
특전식량 (특수작전용)
1식단: 개선미반압착식, 과자분말압착식, 아몬드강정, 초코바, 조미쥐치포, 땅콩크림, 이온음료
2식단: 고열량압착식, 팥분말압착식, 땅콩강정, 초코바, 햄, 땅콩크림, 이온음료
3식단: 개선미압착식, 빵분말압착식, 참깨강정, 초코바, 소시지, 땅콩크림, 이온음료
특수작전용 전투식량으로 보통 일반 부대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음식을 압착해 굳힌 것이며 별도의 조리 없이 개봉 후 그대로 먹으면 된다. 특수작전에 사용되는 만큼 조리 및 취식은 가장 간편하지만, 맛이나 식감은 최악이다. 모든 음식이 달고 짜며 대부분 딱딱하게 굳어있다.
전체적으로 다른 나라의 전투식량에 비해 메뉴 구성이 부족하고 디저트 및 음료가 부실한 편이지만, 좀 먹을 줄 아는 나라답게 일부 식단을 제외하면 (전투식량치고) 맛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한다. K-전투식량은 실제로 전 세계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고, 각국 전투식량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해외 유튜버들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K-전투식량 직접 맛보기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K-전투식량이 유행하면서 군대 밖에서도 전투식량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군대에 납품되는 ‘진짜’ 전투식량은 구하기 어렵지만, 전투식량 납품 업체에서 민간용으로 판매하는 전투식량들은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해 맛볼 수 있다. 야외에서도 조리 및 취식이 간편하고 진짜 전투식량보다 맛도 좋은 ‘싸제’ 전투식량을 소개한다.
참미푸드 육해공 야전식량 쇠고기비빔밥, 제육맛비빔밥 100g
뜨거운 물을 넣고 10분간 기다리면 밥이 완성되는 2형 전투식량이다. 실제 전투식량과는 구성이 조금 다른데, 전투식량에 포함된 국, 초콜릿 등이 없고 밥, 소스, 참기름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밀리터리 느낌이 물씬 풍기는 패키지와 달리 꽤 맛있는 편. 게다가 온수만 부으면 되고 그릇도 필요 없어 조리 및 취식이 간편하다 보니, 굳이 야외가 아니더라도 대량으로 구매해 집 또는 회사에서 즐겨 먹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쇠고기비빔밥과 제육맛비빔밥이 인기다.
참맛 더온 플러스 고추장야채 비빔밥 330g
현재 군용 전투식량 납품업체인 참맛에서 출시한 발열도시락이다. 줄만 당기면 만들어지는 3형 전투식량으로, 깊은 숲속이나 산 정상 등 물과 불을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빛을 발한다. 마찬가지로 전투식량에 포함된 기타 메뉴 없이 밥과 소스, 소시지 등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종이도시락과 스포크가 함께 들어있어 식기를 챙길 필요도 없다.
참맛 더온 발열도시락 플러스 6종 480g
쇠고기고추장비빔밥은 밀리터리 패키지로 출시되었고, 이외에도 짜장밥, 카레밥, 마파두부밥, 닭갈비덮밥, 소불고기덮밥, 제육덮밥 등 6종의 플러스 메뉴가 출시되어 있다. 특히 플러스 메뉴는 양을 150g가량 늘려 더 포만감 있게 만들었다. 맛이 다양하고 물도 불도 필요하지 않아 등산, 낚시, 캠핑 시 인기가 많다.
동방푸드마스타 고추나라/산채비빔 맛다시 90g
죽은 밥도 살려낸다는 추억의 ‘맛다시’ 역시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전투식량에 뿌려 먹으면 더 진한 향수에 젖을 수 있으니 전투식량과 함께 구매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과연 다시 먹어도 그때 그 맛일까?
참미푸드 일빵빵 파운드 케이크 100g
전투식량 일부 메뉴에 포함되는 파운드 케이크다. 100g만 먹어도 446kcal를 채울 수 있는 영양 간식으로, 전투식량답게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이 높아 빠르게 에너지를 채울 수 있다. 산에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아웃도어 활동 시 유용하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 박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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