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중 가장 맛있는 김치는 단연 김장을 하면서 푹 삶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고기 위에 얹어 먹는 ‘갓 담근’ 김치일 것이다. 김치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김장을 하지 않는 ‘김포족’이 크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10가구 중 6가구는 매년 김장을 하고 있다. ‘김치 없이 못 사는’ 한국인들이 점점 김장을 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트를 보며 김장 트렌드를 한 눈에 알아보자.
올해 김장 비용은 얼마?
요즘 사람들이 김장을 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비용’이다.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배추, 무, 고춧가루 등 김장 재료를 준비하는 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3년 올해 김장 비용은 얼마일까? 그리고 2022년에 비해서는 얼마나 올랐을까?
데이터 출처: (사)한국물가정보
올해 4인 가족 김장 비용은 약 30만 원 안팎이다. 전문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가 11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추 20포기를 기준으로 국내산 김장 재료를 구입할 경우 전통시장에서는 301,000원, 대형마트에서는 366,460원이 들어간다. 이는 2022년 김장 비용에 비해 소폭 하락한 결과다.
올해는 유난히 길었던 장마와 폭염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으나, 김장철을 앞두고 수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점차 회복되었다. 10월까지 ‘금값’이라 불리던 강원도 고랭지 배추 가격은 중부 및 남부 지역 배추가 공급되면서 한 달 전에 비해 60% 이상 하락했고, 작황이 좋았던 무와 마늘도 시세가 떨어졌다. 반면 대파는 여름에 이어 가을에도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만 이는 김장철을 앞두고 내놓은 정부의 김장 수급 안정 대책 및 대형마트의 각종 할인 혜택 등이 적용되지 않은 가격으로, 실질적인 올해 김장 비용은 여기서 약 10% 더 하락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여파로 천일염을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폭등하는 이슈가 있었는데,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면서 가격이 많이 안정화되었다. 정부는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올해 농산물 비축 물량도 만 톤 이상 풀었다.
김장재료 구입비용 조사결과 (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조사에 따르면, 11월 중순 배추 20포기 기준 김장 비용은 193,106원으로 11월 상순 218,425원 대비 11.6% 하락했다. 이는 김장 성수기를 맞이해 주요 김장 재료의 출하가 확대된 것과 더불어, 지난해 대비 70% 이상 늘어난 245억 원 규모의 정부 농수산물 할인 지원금 등이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는 고물가 시대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장 비용은 3년 연속 하락했다.
김장 비용 하락했지만, 정작 김장은?
이처럼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와중에도 김장 비용은 3년 연속 하락했지만, 반대로 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김장을 포기하는 이유가 단순히 ‘물가’ 때문은 아니라는 뜻이다. 실질적인 김장 비용이 지난 해보다 9% 정도 줄어들고 김장철을 맞이해 배추 한 포기를 1~2천 원에 판매하는 각종 할인 행사도 열리고 있지만, 올해 김장을 하는 대신 ‘김치를 사먹겠다’고 말한 소비자는 29.5%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대비 무려 14.7% 증가한 수치다.
데이터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의 김장 의향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가정 내 김치 소비량 감소(45.6%)였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집밥 대신 외식을 하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비중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김치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 먹을 수 있는 시판 김치 구매가 편해서(23.1%), 아직 남아있는 김치가 있어서(13.6%) 등의 의견이 뒤를 이었으며, 김장 비용이 부담된다는 답변은 8.9%에 불과했다.
데이터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장 김치보다 시판 김치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구매할 수 있어서’라는 답변이 54.5%로 과반에 달했다. 특히 포장김치의 맛과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이 답변을 선택한 소비자는 점점 늘어나, 2020년 대비 무려 11.9%나 상승했다. 이후로는 ‘김치 담그기 번거로워서’라는 답변이 32.8%로 2위에 올랐으며, 여기서도 ‘직접 담그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해서’라는 답변은 4.4% 밖에 되지 않았다. 비용보다는 포장김치의 편의성이 우위를 차지한 것이다.
김치, 1년 동안 사 먹으면 얼만데?
대상 종가집 행복이온 포기김치 10kg (43,960원)
올해 4인 가족 배추 20포기 기준 김장 비용은 약 20~30만 원선. 그렇다면 1년 동안 같은 양의 김치를 사 먹으면 얼마나 들까? 김장 김치는 대부분 7~12개월 사이 소진되는데, 김치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김장 김치를 소진하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는 추세다.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김치 소비량은 2000년 74.2kg에서 2020년 32.2kg로, 20년 사이 무려 50% 이상 감소했다.
* 직접 김장
배추 20포기 김장 비용 = 약 20~30만 원 (국산 재료 기준, 인건비 등 미포함)
배추 20포기 = 약 40~50kg
* 포장 김치
포장 김치 10kg 비용 = 약 4만 원
포장 김치 40~50kg 비용 = 약 16~20만 원
4인 가족이 배추 20포기를 1년간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4인 가족의 1년 김치 소비량은 약 40~50kg. 포장김치 가격은 제조사와 김치 종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10kg에 약 4만 원선이다. 4인 가족이 1년간 포장김치 20포기를 사 먹는다고 가정할 경우 약 16~20만 원이 드는 셈이다. 이는 국산 재료 기준으로, 여럿이 하루 종일 배추를 절이고 김치를 담그는 인건비는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배추 20포기를 한 번에 김장해 쟁여두는 김장 김치와 달리, 시판 김치는 보통 5~10kg 용량으로 판매되며 그 이하 용량으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대량으로 사둘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구입할 수 있어 언제나 갓 담근 김치 맛을 유지할 수 있고, 저장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도 포장김치의 강점.
산수야 절임배추 7kg+양념 3kg (33,920원)
이처럼 김장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김치가 떨어질 때마다 약 10kg씩 김장을 하는 ‘미니 김장’도 새로운 김장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김장 전에 미리 배추를 절이고 모든 김장 재료를 각각 따로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절임배추와 김치 속재료를 함께 판매하는 김장 세트도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래서 올해 김장 적기는?
올해는 큰 추위 없이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평년보다 김장 시기가 다소 늦춰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김장 적기는 11월 하순부터 시작된다.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과 중부 지방은 11월 하순에서 12월 상순, 보다 따뜻한 남부 지방은 12월 상순에서 12월 중순에 김장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11월 중순 이후부터는 여름철 이상 기후 여파가 줄어들고 농작물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김장 비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저렴하게 김장을 하고 싶다면 11월 말부터 본격적인 김장을 시작해보자.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cowave.kr
글 / 박다정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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