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 가성비 계급도(첫 출시 가격 기준)를 만들어 봤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시대를 풍미했던 제품들(1060, 2070 super, 3080, 4070 super)이 역시 가성비가 좋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기세를 몰아서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가성비 기준으로 줄 세워 봤습니다. 가성비는 해당 그래픽카드의 대략적인 3DMark Time spy 그래픽스코어 점수를, 해당 그래픽카드의 글로벌 소비자 권장 가격(MSRP)으로 나누어서 산출했습니다. 성능이 올라가면 가성비도 오르고, 가격이 내려가면 가성비가 오른다는 점. 기억해 주시면 좋습니다. 과연 출시가 기준 그래픽카드 가성비는 누가 왕이고, 누가 노예였을까요?
가성비 점수 (Performance per cost(미화 $1 기준))
3DMark Time spy default test Graphics score ) ÷ 해당 그래픽카드의 최초 출시가(MSRP, 미국 달러 기준)
가성비 황제 급
출시가 기준으로 하면 역시 최신 세대가 왕입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도 최신 세대가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어떤 제품이 제일 가성비가 좋은지를 살펴 봐야겠죠.
1위는 RX 7600입니다. 출시 가격 $269, 타임스파이 점수는 보통 1만 1,000점 전후로 찍힙니다. 그래서 미화 1달러당 타임스파이 40.89로 전체 1위였습니다. 지포스 전체 1위가 RTX 4060 (35.78점) 이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더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DLSS, FSR 등의 업스케일링 기능을 사용하지 않은 레거시 성능 기준
RX 7800 XT는 이번 세대 라데온 중에서 그나마 가성비와, 절대적인 성능까지 모두 다 갖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죠. $499의 가격에 타임스파이 1만 9,000~2만점 사이에 위치합니다. QHD, WQHD 정도의 모니터에서 고주사율, 또는 풀옵션 게이밍에 적합합니다.
RX 7700 XT는 걸출한 형제 모델인 7800 XT에 밀려서 여론이 별로 안 좋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가격을 공식적으로 -$30 인하해 $419가 되어 가성비가 더 향상됐습니다. 국내 시장에도 가격 인하가 빨리 적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RX 7600 XT는 RX 7600의 파생형 개념으로 나왔지만, 성능 차이는 크지 않고 가격만 더 비싸서 원종인 RX 7600에 비해 가성비가 안 좋습니다. RX 7600을 구매하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가성비 공작 급
RX 7900 GRE는 원래 중국 시장과 유럽 일부 나라에만 풀렸던 제품인데요, 초기 출시 가격이 $649여서 가성비가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중국시장 제한을 풀고, 가격도 확 내려서 전세계로 팔겠다고 선언을 했죠. 글로벌 런칭 가격은 $549입니다. 만약 $549로 계산할 경우 가성비 점수는 36.97점으로 크게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성능이 비슷한 RX 7800 XT에 비해 여전히 가성비가 밀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RX 7900 GRE 보다는 RX 7800 XT를 추천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세대 하이엔드 제품인 RX 7900 XTX는 가성비 점수 30.03점입니다. 지포스 RTX 4080(22.93점), RTX 4090(21.88점)과 비교하면 깡성능 가성비는 월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한때 평균 가격이 150~160만 원대에 육박하여 해외에 비해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는 일부 대란급 특가를 제외하면 이 제품의 가성비를 누리기 어려웠습니다. 최근에는 파워컬러 브랜드의 제품들이 130만 원대로 낮아져 그나마 가성비가 많이 개선된 상황이죠.
RX 6800 XT는 이전 세대를 대표하는 모델입니다. RTX 3080에 대항하기 위해서 가성비를 RTX 3080보다 약간 더 좋게 세팅했기 때문에 정가 기준으로는 가성비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현시점에는 중고 RX 6800 XT의 가성비가 아주 좋은 것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RX 5500 XT 4GB는 성능은 낮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가성비 점수가 높습니다. 하지만 출시 당시 시대와 맞지 않는 낮은 성능, 그리고 경쟁 모델인 GTX 1650 SUPER가 가성비가 더 좋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해서 판매량은 높지 않았습니다.
가성비 후작 급
RX 6800은 1달러당 타임스파이 27.63점으로 전체 10위였습니다. 형님 모델인 RX 6800 XT의 가성비가 월등했기 때문에 빛을 못 본 비운의 제품입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이런식으로 형제 모델(같은 날 출시하는 같은 등급의 모델) 중에서 동생급 제품의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최신 RDNA3 세대에서도 7900 XTX가 7900 XT보다 가성비가 좋고, 7800 XT가 7700 XT보다 가성비가 좋았는데요, 이런 점은 향후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RX 6700 XT가 뒤를 바짝 따라붙습니다. 출시 당시에는 $479 였지만, 현재는 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입니다. 국내에 아직 유통되는 물량들이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40만 원대 극초반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오픈마켓 쿠폰이나 행사, 적립금 등을 감안하면 특가가 아니어도 38~39만 원대(달러 환산 시 $285)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타임스파이 점수는 약 1만 3,000점 전후이기 때문에, 이 제품의 가성비는 현재 신품 기준으로 45.61점이 넘는 상태입니다. ($285 : 13000점) 현재 신제품으로 유통 되는 모든 그래픽카드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편이므로 DLSS나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이용한 AI 이미지 생성 등이 필요하지 않다면 FHD~QHD 모니터에서 RX 6700 XT를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가성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슷한 제품을 지포스 진영에서 찾으신다면 RTX 3060 Ti 중에서 일부 재고 남은 것을 찾으시면 됩니다.
RX 5600 XT는 12위이며 현재 시점 기준으로는 성능도 중고 시세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가성비 백작 급
RX 6700 XT를 제외한 'RDNA2 기타 등등'이 모두 이 등급에 모여 있습니다. RX 6600 XT, RX 6500 XT, RX 6650 XT, RX 6750 XT, RX 6600 까지 5개의 RDNA2 세대 제품들이 모두 1달러당 타임스파이 약 25점 전후에 위치합니다.
이들 중에서 특히 RX 6650 XT와 RX 6750 XT는 판올림 버전이면서도 원종보다 더욱 안 좋은 가성비여서 여론이 안 좋았고 판매량도 형편 없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중입니다.
그나마 RX 6600은 초기 출시 가격은 $329로 비쌌지만 이후 정신을 차리고 $200~210 사이에서 팔면서 눈물의 속죄쇼를 벌였습니다. 현재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28만 원대이기 때문에, 현재 신제품 시세 기준으로는 가성비 점수 38.09점($210 : 8000)으로 가성비 상위권에 위치합니다. FHD 해상도에서 가볍게 게임 하실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어찌나 안 팔리는지, 해외 시장에서는 현재 신제품이 거의 단종되어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신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 남작 급
최상단에 위치한 RX 570은 출시 당시에는 나름대로 가성비로 인정 받았던 그래픽카드입니다. 물론 당시 지포스가 GTX 10 시절이어서 압도적인 위용을 뽐내고 있었기에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가성비 위주의 매니아층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RX 6400은 저렴한 출시 가격, 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낮은 성능으로 큰 인기를 못 끌었으며, RX 5700 XT는 한때 라데온 그래픽카드의 대장이었지만 성능은 경쟁사의 지포스 RTX 20 시리즈에 한참 못 미치며 인기가 없었죠. 중고 시세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 성능도 애매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추천할 만한 제품은 아닙니다.
RX 6900 XT와 RX 6950 XT는 RDNA2 세대의 최상급 대장 모델들인데 출시 가격 기준으로는 하나 같이 가성비가 꽝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출시될 당시 코인 열풍때문에 모든 그래픽카드의 시세가 2배로 뻥튀기 되어 있었기 때문에 AMD에서 당당하게 비싼 가격표를 붙였기 때문입니다. 지포스 중에서 비슷한 제품은 RTX 3090, 3090 Ti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마지막 남은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가끔 먼지 쌓인 창고털이 재고제품이 특가로 66~69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가성비 점수가 약 40~42점($510 : 21500)으로 높은 편이지만 문제는 RX 6950 XT가 굉장히 뜨겁고 전기를 많이 먹는 그래픽카드라는 겁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시원하고, 전기도 덜 먹는 RX 7800 XT쪽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가성비 기사 급
라데온 팬 분들께는 익숙한 이름인 RX 580과 RX 590입니다. 출시 당시 기준으로 경쟁 모델인 GTX 1060 3GB / 6GB를 겨우 이기는 정도의 성능인데, 가성비는 비슷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굳이 지포스를 놔두고 이 제품들을 구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제품 기준으로는 판매량이 시원찮았습니다.
이들 중에서 RX 580은 1차 코인 대란때 RX 570과 함께 이더리움 채굴용으로 많이 끌려가기도 했었는데요. 이후 1차 채굴 대란이 끝나면서 중고 시장에 싸게 풀리면서, 중고 기준으로는 꽤 점유율이 높은 웃픈 현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가성비 종자 급
베가 형제들은 라데온 진영이 지포스 GTX 1070~1080을 잡기 위해 야심차게 출시한 비밀 무기였습니다. 하지만 베가 64는 GTX 1080에게 밀렸고, 베가 56은 1070 Ti에게 밀리면서 극한의 라데온 마니아들만 사용하는 힙스터 아이템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들이 출시된 이후 코인 대란이 터지면서 출시 초반에 비싼 값으로 베가 시리즈를 구매해 눈물을 흘리고 있던 라데온 사용자들이 중고 가격으로 구매 가격에 맞먹거나 더 비싸게 처분하는 등의 반사 이익을 얻기도 했습니다. 물론 당시 베가를 쓰던 사용자들은 거의 대부분 베가를 처분한 뒤 미련 없이 지포스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가성비 농노 급
라데온 진영의 최악/최흉의 가성비는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 조차 잘 모르는, 라데온 팬들 조차도 기억에서 존재를 애써 지워버린 라데온 7(Radeon VII)이 차지했습니다. 지포스 RTX 2080 형제들을 저격해서 "제가 2080 Ti 한번 잡아보겠습니다! 하면서 늦은 타이밍에 등장했지만, 현실은 RTX 2080 Ti는 커녕 2080, 2070 Ti, 2070 SUPER, 2070 조차도 제대로 못 이기고 밀렸습니다.
가격이라도 저렴했으면 면피가 됐을 텐데 가격마저 $699로 성능이 월등히 높은 RTX 2080 SUPER와 동급이었기 때문에, 라데온과 AMD에 진심인 라데온 팬클럽 회장단을 제외하면 거의 구매하는 사람이 없었을 겁니다. 라데온 팬을 자처하는 저 또한 퓨리(R9 Fury)와 베가 64는 사용했지만 라데온 7은 도저히 구매 버튼에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라데온 그래픽카드 세대별 평균 가성비를 뽑을 경우 이렇게 나옵니다. 지포스와 마찬가지로 최신 세대인 RX 7000(RDNA3)의 가성비 개선이 유독 눈에 띄는데요. RX 6000(RDNA2) 시기는 가성비 개선이 거의 없고 정체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RX 6000(RDNA2) 시기가 2차 코인 대란으로 인해 그래픽카드 출시 가격이 많이 올라간 시기여서, 성능은 많이 올랐지만 가성비 점수 면에서 손해가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RDNA2 세대 그래픽카드들이 뒤늦게 재고 처분을 위한 속죄의 할인쇼를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다나와 최저가 및 오픈마켓 특가 기준으로는 RX 6600, RX 6700 XT, RX 6950 XT 등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하신다면 이들 제품을 한번 눈여겨보셔도 괜찮겠습니다.
최신 세대인 RX 7000 중에서는 RX 7600과 RX 7800 XT가 제품의 가격 포지셔닝과 상품성이 좋습니다. 다만 최상급 RX 7900 XT, RX 7900 XTX는 상품성을 강화한 지포스 경쟁 제품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AMD 본사의 공식적인 가격 인하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 글 / 다나와 송기윤 iamsong@cowave.kr
비교하면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