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집집마다 보급된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케이스도 많이 변했다. 30년 전에 가로로 눕혀서 책상 위에 올려 쓰던 '진짜 데스크톱' 형태에서 출발해 점차 세로로 세우는 타워형 케이스가 대세로 굳어지더니, 2010년대부터는 옆면이 투명한 측면 아크릴 케이스와 측면 강화유리 케이스가 대유행했다. 이후 수많은 케이스들이 나왔지만 측면 강화유리, 전면 흡기, 후면/상단 배기의 공식은 거의 변함없었다. 전면이나 상단에 메쉬 타공을 추가하는 정도가 변화의 전부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PC 케이스 업계에 새로운 붐이 일기 시작했다. (올해는 PC 케이스에 물고기를 키우세요! [차트뉴스]) 커뮤니티에서 '어항 케이스' 라고 부르는 유형으로, 올해 출시하는 신제품 PC 케이스의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다나와 리서치 기준, PC케이스 판매량 중 어항 케이스의 점유율은 2022년 0.1%에서 2023년 2.7%, 2024년(1∼7월 판매량 기준) 21.5%까지 치솟았다. 어항 케이스가 도대체 뭐길래 많은 이들이 찾기 시작한걸까?
물고기 키우는 어항이 아닙니다
1 '어항'은 왜 유행하게 됐을까?
▲ '내 본체는 영롱하고 아름다워야 해!!!'라는 생각이라면 어항 케이스를 강력 추천한다.
어항(형) 케이스가 대체 뭘까? 어항 케이스는 수십 년 동안 철판이나 메쉬, 쿨링팬, 라디에이터로 답답하게 막혀 있던 전면 패널까지(측면도 강화유리) 투명한 강화유리로 바꾼 케이스다. 그래서 내부 부품과 RGB 조명들이 각도 상관없이 시원하게 노출된다. 앞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대각선에서 봐도 예쁘고 멋있다.
▲ 제품명 : 쿠거 FV270 RGB 케이스
DIY와 커스터마이징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전면 쿨링팬이 없기 때문에 전면 강화유리 쪽 내부 공간이 비어서 그 위치에 피규어나 시계, 장식용 소품을 놓을 수 있다. 데스크테리어나 방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 바로 어항 케이스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항 케이스가 최근 갑자기 출시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수년 전부터 튜닝에 특화한 일부 케이스들이 이런 식으로 전면 투명 패널을 장착하고 나오긴 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어항 케이스의 가격대가 그 당시 최소 10만 원 언저리에서 시작해서 비쌌으며, 튜닝과 DIY에 특화한 케이스였다 보니 쿨링팬도 기본으로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거의 어항 케이스는 초기 가격 부담도 크고, 추가 비용도 더 들어가고, 여러 개의 쿨링팬을 추가 조립해야 하니 조립과 선 정리 난이도도 훨씬 높아 구매를 꺼려 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 다나와에서 상위 검색되는 어항 케이스들. 일반 케이스와 비교해도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다. (클릭)
하지만 작년, 그리고 올해 쏟아지는 새로운 어항 케이스들은 다르다. 쿨링팬을 기본 장착하고 있으며, 가격대도 작고 저렴한 제품은 무려 2만 원대, 3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적당히 크고 퀄리티도 좋은 제품도 5~7만 원대면 충분히 구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나오지? 싶을 정도로 저렴하게 나온다. 예전에는 어항 케이스를 맞추려면 쿨링팬까지 최소 15~20만 원은 써야 했는데 말이다. 한마디로 올해 어항 케이스가 갑자기 대세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예쁘고 가격도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 어항 케이스에 여러분의 취향을 가득 담아보자!
에쁜데 조금 까칠한 녀석?
2 어항 케이스 예쁘다고 샀는데...
▲ 어항 케이스는 측면 흡기, 후면 배기가 일반적이며, 쿨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우측을 메쉬 타공한 제품도 있다.
제품은 마이크로닉스 COOLMAX 멜로디 View (35,460원)
어항 케이스들은 측면과 전면에 강화유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기존의 전면 흡기 케이스에 비해 쿨링과 먼지 차단 측면에서 구조상의 약점을 지닐 수 있다. 쿨링에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면 어항 케이스보다는 기존의 전면 흡기 케이스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어항 케이스는 흡기와 배기가 직선적인 구조가 아니라서 전면 흡기 케이스보다 열 해소가 불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강화 유리로 전면이 막혀있기 때문에 하단이나 측면에서 공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하단 흡기는 그래픽카드를 라이저킷으로 세우지 않으면 그래픽카드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공기를 틀어막아서 CPU/램 쿨링 효율이 떨어진다. 바닥 공기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먼지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측면 흡기 방식은 공기의 흐름이 전면 흡기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순수한 쿨링 효율만 놓고 보면 전면 흡기에 비해 아쉬울 수 있다.
▲ 어항 케이스만 구매하면 끝? 아니다. 냉각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한다. (출처: 샵다나와)
하지만 그렇다고 어항 케이스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최근 PC 부품의 퀄리티가 많이 향상되어 어항 케이스의 단점으로 지적받던 것들이 대부분 해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CPU 쿨러의 스펙과, 케이스에 기본으로 달려 나오는 쿨링팬의 스펙도 예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아졌다.
예를 들어 10년 전 케이스에 기본으로 제공하던 쿨링팬은 모든 스펙이 불명이었고, 실제 풍량이나 풍압은 바람개비 수준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무료로 달아주는 쿨링팬도 풍량이나 풍압이 상향 평준화되어 어항 케이스의 불안감을 많이 해소해 준다. 먼지 또한 모든 흡기 통로에 먼지 차단 대책이 세워져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덜 유입된다.
무엇보다 CPU와 그래픽카드가 점차 저전력, 저발열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크다. 그 덕분에 요즘은 하이엔드급 사양만 아니라면 CPU와 그래픽카드가 과거의 동급 제품보다 덜 뜨겁기 때문에 케이스 쿨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하이엔드급 사양으로 PC를 구축하려면 냉각 시스템에 기존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어항 케이스에 입문해 볼까?3 가격대 별 주요 어항 케이스는?
어항 케이스에 입문할 때, 케이스의 디자인에만 신경 쓰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통풍구의 위치와 크기는 물론이고 케이스에 팬을 여러 개 장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하며(적절한 팬 배치는 케이스 내부의 열이 효과적으로 방출되는 것에 큰 영향을 준다), 더 깔끔한 비주얼을 원한다면 듀얼 챔버 디자인이 접목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제품 중에서 고르는 것이 좋을까? 최근에 출시되는 어항 케이스가 많이 늘어난 만큼, 뭘 골라야 할지 헷갈릴 수 있다. 가격대 별로 구매 후기가 좋거나, 후기가 많은 제품들 위주로 찾아서 소개한다.
5만 원 이하 어항 케이스
① 앱코 U30 마린 (블랙 37,900원, 화이트 44,900원) : 가성비로 '다나와 어항 케이스 인기순위 1위'를 사로잡다! 케이스 상단에 360mm의 CPU 수랭 쿨러 라디에이터, 400mm 길이 이하의 모든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미들타워 케이스.
② DAVEN AQUA (블랙 28,860원, 화이트 30,940원) : 3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가성비 미니타워. 컴팩트한 사이즈지만 최대 7개까지 쿨링팬을 장착해 냉각 성능을 높일 수 있다.
③ darkFlash DS900M RGB 강화유리 (블랙 38,240원, 화이트 39,770원) : 측면을 모두 강화유리로 깔끔하게 처리해 어항의 매력을 살린 미니타워 케이스. 최대 360mm 규격의 수랭 쿨러 라디에이터 장착도 OK.
5∼10만 원대 어항 케이스
① darkFlash DPW90 ARGB 강화유리 (블랙 75,310원, 화이트 80,980원) : 전면부터 좌측면이 모두 커브드 디자인의 강화유리인 점이 포인트. BTF 메인보드를 장착하면 더 깔끔하게 선 정리할 수 있다.
② BRAVOTEC 트레저 X80 EDGE 타이탄 글래스 BTF (블랙 95,020원, 화이트 104,980원) : 2면이 아닌 3면 파노라마 뷰로 어떤 각도에서도 선명하게 내부를 바라볼 수 있다. 우측 풀 메쉬 타공, BTF 메인보드 트레이, 리버스 쿨링팬 등 최신 트렌드를 모두 반영했다.
③ 잘만 P30 (블랙 90,140원, 화이트 93,460원, 블랙화이트 99,590원) : 사이드 패널에 I/O 포트를 배치한 미니타워 케이스. 블랙화이트 모델에는 그래픽카드 지지대가 포함된다.
10∼20만 원대 어항 케이스
① Antec C8 MESH (블랙 126,500원, 화이트 126,500원, 우드 139,000원, 알루미늄 139,000원) : 드넓은 시야와 뛰어난 확장성을 제공하는 빅타워 케이스. 3열 수랭 라디에이터도 및 120mm 시스템 쿨러도 10개까지 장착할 수 있다. 4면 스냅인 모듈식 패널로 내부 관리 및 조립도 용이하다.
② 마이크로닉스 ML-420 View BTF (블랙 145,000원, 화이트 145,000원) : 420mm 수랭 쿨러 및 BTF 메인보드를 사용할 수 있어 깔끔한 시스템을 구성하려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빅타워 케이스. 히든 그래픽카드 지지대를 기본 제공해 그래픽카드를 수평 혹은 수직으로 장착할 수 있다.
20만 원대 이상 어항 케이스
① 리안리 O11D EVO RGB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에디션 (420,880원) : 어항 케이스로 유명한 리안리의 한정판 케이스. 람보르기니를 상징하는 Giallo Orion 컬러를 상단 및 하단 RGB에 적용했다. 케이스 내부 후면의 5인치 LCD 디스플레이에 CPU 및 VGA 온도 및 클럭을 표기할 수 있다.
② HYTE Y70 Touch Infinite (피치 블랙 629,000원, 스노우 화이트 629,000원) : 하이트의 인기 PC케이스, Y70의 파생 모델. 2.5K 해상도의 14.5인치 터치 패널에 다양한 위젯을 띄울 수 있고, 챔버 구조가 적용된 내부는 성능 유지를 위한 개별 냉각은 물론, 불필요한 케이블들의 노출을 최소화 시켜주며, 수직 4개, 수평 7개의 확장 슬롯으로 대형 VGA 장착도 문제가 없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김진우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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