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I generated image @ChatGPT 5.2
지난 기사에서 턴테이블의 기초 이론을 숙지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제품을 고를 차례다. 하지만 익숙한 PC 부품과 달리 오디오의 세계는 브랜드 이름부터 낯설고, 스펙 표에는 암호 같은 숫자들이 가득하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칫 몇 백만 원이 훌쩍 증발해버리기 십상이다. 체크해야 할 항목이 많은 이유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다. 천천히 따질 건 따지고, 이해할 건 이해하면서 아름답고 감미로운 LP의 아날로그 사운드를 후회 없이 즐겨보자.

첫 번째 체크 포인트 : 플래터 돌리는 방식

<이미지 출처 : www.yoursoundmatters.com>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고민은 LP를 ‘어떻게 돌릴 것인가’다. 즉, 턴테이블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플래터 구동 방식이다.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플래터 중심에 모터를 직접 연결해 구동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와, 자전거 체인처럼 별도의 모터와 플래터를 고무 벨트로 연결해 돌리는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다.

▲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인 오디오테크니카 AT-LP120XUSB (정품)<491,400원>
다이렉트 드라이브는 회전 속도가 정확하고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벨트 드라이브는 모터의 미세한 진동이 플래터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해 보다 정숙하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준다. 과거에는 다이렉트 드라이브가 상급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벨트 방식 역시 기술력이 크게 향상됐다. 입문자라면 가격 부담이 적고 음질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
두 번째 체크 포인트 : 톤암을 움직이는 다양한 옵션

▲ 데논 DP-400<415,990원>의 톤암
두 번째로 살펴볼 부분은 톤암이다. 톤암은 턴테이블의 ‘손’에 해당한다. LP를 플래터 위에 올리고 회전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톤암을 원하는 트랙의 시작 지점으로 옮기고, 정확한 위치에 내려놓는 일은 생각보다 부담스럽다. 카트리지의 바늘은 매우 날카롭고, LP 표면 역시 쉽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 FiiO TT13<214,480원>의 START/STOP 버튼
이 때문에 입문용 턴테이블에는 자동 기능이 탑재된 경우가 많다. START 버튼 하나로 톤암이 앨범의 첫 곡 위치로 이동하고, 한 면의 재생이 끝나면 자동으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반대로 완전 수동 방식의 턴테이블은 재생이 끝난 뒤 사용자가 직접 톤암을 올려놓지 않으면, 바늘이 레코드 중앙을 계속 맴돌며 불쾌한 소음을 낸다.

▲ 프로젝트오디오 Primary E Phono<450,000원>의 리프트
수동 조작의 손맛을 포기할 수 없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요소가 있다. 바로 유압 감쇠식 리프트다. 톤암을 내릴 때 천천히, 부드럽게 LP 위에 안착시켜주는 장치로, 소중한 레코드의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이다. 특히 앨범의 첫 트랙이 아닌 중간 트랙부터 듣고 싶을 때 유용하다. 리프트는 톤암 옆에 레버 형태로 달려 있거나, START 버튼 근처에 UP·DOWN 버튼으로 제공되기도 하니 구성은 제품마다 다르다.

▲ Fluance RT81<509,900원>의 카운터 웨이트 부분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간 중급 기능도 있다. 톤암 뒤쪽의 카운터 웨이트로 조절하는 침압 조절이다. 침압은 바늘이 LP 표면을 누르는 압력으로, 카트리지마다 권장 수치가 정해져 있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침압계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입문자라면 매뉴얼이나 영상 가이드를 따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안티 스케이팅 조절 다이얼을 돌리고 있는 모습
<이미지 출처 : cracklingsound.com>
또 하나는 안티 스케이팅 기능이다. 카트리지가 회전 중 안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해주는 장치로, 침압이 수직 방향의 균형이라면 안티 스케이팅은 수평 방향의 균형을 잡아준다. 다만 이런 세밀한 조절 기능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므로, 입문 단계에서는 참고용으로만 알아두면 된다.
세 번째 체크 포인트 : 스피커와 어떻게 연결하나?

▲ JBL SPINNER BT<513,910원>의 후면 단자들
<이미지 출처 : www.lbtechreviews.com>
턴테이블과 스피커를 어떻게 연결할지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기본은 빨간색과 흰색 단자로 익숙한 RCA 출력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모델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아날로그 LP에 웬 블루투스?”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선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편의성을 중시한다면 블루투스만큼 간편한 선택지도 없다. 물론 턴테이블의 아날로그 신호가 무선 전송 과정에서 디지털로 변환되고, 스피커에서 다시 아날로그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주 미세한 음질 손실은 발생한다.

▲ SONY PS-LX310BT<288,990원>의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
그럼에도 입문자에게는 그 차이보다 무선이 주는 편리함이 훨씬 크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헤드폰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턴테이블은 모델명에 ‘BT’가 붙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 체크 포인트 : 스펙표만 잘 봐도 음질이 보장된다

▲ 크로슬리 C62<289,000원>의 스펙표
마지막은 스펙표를 차분히 살펴볼 차례다. 다른건 몰라도 딱 두 가지만 체크하자. 첫 번째는 와우 앤 플러터(Wow & Flutter). 회전 안정성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모터 출력이 부족할 경우 소리가 울렁거리는 현상을 수치화한 것이다. 입문용으로 무난한 기준은 약 0.1% 수준이며, 0.05% 이하라면 중급기 이상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간혹 0.2%를 넘는 저가형 모델도 보이는데, 입문용이라도 피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신호대 잡음비(SNR)다. 출력되는 오디오 신호 대비 기기 자체에서 발생하는 잡음의 비율을 의미한다. 60dB 이상이면 LP 특유의 노이즈를 제외하면 기기 자체의 잡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70dB 이상은 하이엔드 또는 마니아급 제품의 영역이라 볼 수 있다. 50dB 미만의 모델도 존재하므로,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은 스펙표에서부터 걸러내자.
너무 간편함만 추구하지는 말자

▲ AI generated image @ChatGPT 5.2
시중에는 10만 원 안팎의 스피커 일체형 레트로 턴테이블이 적지 않다. 1900년대 초를 연상케 하는 클래식한 디자인에 스피커까지 한 몸처럼 붙어 있으니,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디자인만 보고 섣불리 선택했다가, 오히려 LP 취미 자체에서 등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침압 조절이 불가능한 저가형 일체형 제품은 바늘이 LP 표면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고, 장기간 사용하면 소중한 음반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남길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중고 LP 거래 시장에서는 “일체형 턴테이블에서 재생했던 음반”이라는 설명이 붙으면, 정상적인 매물로 취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레코드 수명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소중한 LP와 긴 호흡으로 함께하고 싶다면, 조금 번거롭더라도 이번 기사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스피커와 턴테이블이 분리된 ‘제대로 된 구성’으로 시작하는 편이 현명하다. 처음의 선택이 곧 취미의 수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자! 이제, 낭만적인 LP 라이프의 세계로 힘차게 떠나보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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