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가끔 주변 사람들 중에 '대체 신이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능력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끝내주고, 집에 돈도 많은 사람들 가끔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엄친아 또는 끝판왕, 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수 없다'라고 하기도 하죠.
IT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라는 명대사가 떠오르는, 모든 스펙을 다 갖춘 넘사벽 하이엔드급 제품들이 있죠. 관련 분야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 <이 구역의 미친X>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정수기 구역의 미친X]
300만원짜리 얼음정수기는 아리수를 에비앙으로 바꿔주나?
국내 유일! 얼음을 냉동보관 하는 정수기
LG전자 오브제컬렉션 퓨리케어 WD722RH / WD722RE
'성공'의 기준은 뭘까. 많은 이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고급 외제차를 떠올릴 것이고, 패션과 본인 캐릭터에 민감한 사람은 손목에 찬 오메가나 파텍필립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성공의 맛은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에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말 오후에 유튜브를 보면서 마시는 커피나 음료에 단단하고 투명한, 고오급 얼음을 '딸그랑' 하고 집어넣는 찰나의 소리 말이다.
'돈을 충분히 벌게 되면 꼭 얼음정수기를 들이리라. 냉동실 구석에서 생선 냄새 머금은 불투명한 얼음을 채굴하고, 다시 물을 채워 넣는 노동에서 벗어나리라'. 나에게 얼음정수기란 내 삶의 '급'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증명서에 가깝다. 그래서 이 글을 의뢰받고 나는 결심했다. 아! 이번 기회에 얼음정수기를 사야겠다. 나도 이제 고오급 현대인이 되어 보자. 마침 글의 주제도 얼음정수기 아닌가. 이걸 사 봐야겠다.
그런데 공략 상대의 레벨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이번 글에서 내가 소개해야 하는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는 출고가만 3,286,000원(케어십 서비스도 별도)이다. 아니 이게 맞나? 대체 이 정수기는 아리수를 에비앙으로 바꿔주기라도 하는 걸까. 얼음을 다이아몬드로 바꿔주나. 요즘 다이아몬드가 싸지긴 했던데...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아함으로, 이 제품의 정체를 파헤쳐보기로 했다.
LG전자 오브제컬렉션 퓨리케어 WD722RH (자가관리(케어십가입필요)) ▶ 2,661,090원
LG전자 오브제컬렉션 퓨리케어 WD722RE (자가관리(케어십가입필요)) ▶ 2,638,600원
정수기 / 데스크형 / 정수 / 냉수 / 온수 / 얼음 / 정수방식: 직수 / 직수관: 스테인리스 / 스마트폰제어 / 음성안내 / 얼음냉동보관 / 자동살균 / 직수관살균 / 코크살균 / 일일제빙량: 3.8kg / 일일제빙량: 345알 / 색상: 카밍 베이지, 에센스 화이트 / [출수] 정량출수 / 맞춤출수 / 10ml단위조절 / 반컵 / 한컵 / 두컵 / 1L / [관리유형] 자가관리 / 필터개수: 2개 / [무게/크기] 무게: 18.2kg / 크기(가로x세로x깊이): 240x465x497mm
소름 돋는 사실 "얼음정수기 내부가 냉동실이 아니었어?"
▲ 국내 얼음정수기 중 유일하게 영하의 전용 저장고를 갖춰, 얼음을 녹지 않게 냉동 보관한다.
나는 그동안 속고 살았다. 얼음정수기는 당연히 얼음을 만드는 기계니까 만들어진 얼음을 저장하는 곳도 당연히 냉동 상태겠거니 했다. 그런데 아니었나 보다. LG전자에 의하면 이 제품은 '국내 유일! 얼음을 냉동 보관하는 정수기'라고 한다. 그 말은 곧, 기존 국내 유통하던 얼음정수기는 모두 얼음을 냉동 보관하지 않았다는 거다.
제빙기나 얼음정수기의 얼음이 위생적으로 안 좋다는 뉴스를 보면서 '냉동 상태인데 위생이 안 좋을 이유가 뭐가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냉동으로 보관하는 것이 아닌, 보냉통에 얼음끼리 모아둬서 잘 안 녹았을 뿐. 냉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세균이 번식하는 환경이 되기 쉬웠던 것이다.

▲ 코어테크 컴프레서의 정밀 온도 제어로 얼음을 냉동 보관해 세균 생장을 억제한다.
(※ 24년형 모델의 내부 사진으로 최신 제품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그러면 반대로 얼음정수기에 냉동 보관 기능이 추가되면 좋은 점은 뭔가? LG전자의 설명을 보면 해당 제품의 저빙고(얼음 저장소)에 식중독 유발 세균을 방치한 후 7일, 14일차에 확인했더니 세균의 생장 억제가 확인됐다고 한다. 그러니 이 제품을 구매하면 일단 얼음 때문에 배탈 날 확률은 줄어들겠다.
위생 말고도 얼음 그 자체로도 장점이 있겠다. 얼음을 만들고 보관하는 온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얼음이 단단하게 유지된다. 어설픈 제빙기나 얼음정수기로 만든 얼음들은 죄다 푸석푸석하고 씹으면 과자처럼 바스러지는데, 이 제품의 얼음은 적어도 과자 같진 않을 듯 하다.
제빙량(3.8kg) 늘었다지만... 경쟁 제품에 비해서는?

▲ 하루에 최대 345알의 얼음을 만드며, 최대 90알의 얼음을 보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녀석, 얼음을 하루에 몇 개나 뱉어내고 얼마나 품을 수 있을까? 사계절 내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수혈해야 하는 '얼죽아'의 민족에게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사실 전문 제빙기와 비교하면 정수기라는 체급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실제로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가 2024년 첫 출시될 당시 ‘직수+제빙+냉동보관’이라는 신박한 구조로 기대를 모았지만, 초기엔 얼음이 나오는 속도가 느리거나 보관량이 적다는 불만이 꽤 있었다.

▲ 출시 연도 및 모델별로 일 제빙량과 저장 용량에 차이가 있으니 살 때 주의할 것!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자, LG전자는 AI 제빙 센서를 도입하고 무상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등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서며 기존의 아쉬움을 보완한 새로운 얼음정수기를 선보였다.
그 결과, 최근 출시된 모델은 하루 제빙량이 기존 대비 200%(3.8kg)나 늘었고, 저장 용량도 1.0kg으로 대폭 커졌다. 하루에 172알 정도에 불과했던 일 제빙량이 345알로 늘어났고, 저장 용량도 50알에서 90알로 증가한 것. 이 정도면 일반적인 가정에서 아이스 음료를 수시로 마시기엔 충분한 양이다.

▲ 일일 제빙량만 따지면 경쟁 제품들이 더 뛰어나지만,
해당 제품들은 얼음을 냉동 보관하지 않고 녹은 만큼 새 얼음을 계속 찍어내서 보충한다.
다만, 하루 8kg의 얼음을 쏟아내는 삼성 비스포크 AI 얼음정수기나, 6.3kg대의 SK매직 원코크 플러스 등 최근 출시한 타사 모델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대적인 생산량은 뒤처진다. 타 제품들이 '압도적인 물량'으로 승부한다면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는 양보다 '단단하고 위생적인 보관'에 방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손님, 주문하신 '워터 레시피' 반영한 물 나왔습니다.
▲ 제품 디스플레이 또는 LG ThinQ에서 맞춤 출수 등록과 편집, 삭제가 가능하다.
요즘 어지간한 신제품 정수기는 대부분 물 온도나 용량을 선택해서 뽑을 수 있다. 그런데 보통은 온도/용량 모두 사전에 설정된 몇 개의 구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러면 내가 정확히 원하는 온도/용량을 선택하려고 몇 번을 눌러야 해서 귀찮을 때가 있고, 사전 설정값을 벗어나는 완전한 커스텀은 안 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완전한 커스텀이 가능하다.
▲ 직관적 조작을 돕는 터치 디스플레이. (링크)
맞춤 출수 등록 기능을 이용하면 냉수/정수/온수를 설정할 수 있는데 특히 온수는 40~90℃ 사이에서 10℃ 단위로 세세하게 정할 수 있다. 또 물 용량 설정이 대박인데 120~1,000ml 범위에서 10ml 단위로 초미세 설정이 된다. 그리고 출수 후 몇 분이 지난 뒤 알림을 울려주는 기능도 있어서 컵라면이나 티백에 맞는 온수를 출수하고, 몇 분 뒤에 알람을 울려주게 할 수도 있다.
역시 고오급 제품은 위생과 관리가 핵심이다
▲ 물이 흐르는 곳을 일주일에 한 번 자동으로 10분 간 살균하며, 전용 앱으로 살균 시간도 설정 가능하다.
가전제품 중에서도 물이 닿는 제품은 위생 관리가 핵심이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정수기 내부를 일일이 뜯어 세척하거나 관리하는 건 상상만 해도 고통이다. 다행히 요즘 정수기들은 필터를 자주 갈거나 직접 세척할 필요가 거의 없게 나오지만, LG전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주인이 아예 신경을 끄게' 만드는 데 집요할 정도로 집착했다.

▲ 올 퓨리 필터 시스템에 대한 인증은 정수기 제품이 아닌 제품에 적용되는 필터에 대한 인증이다.
특히 물의 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LG의 '올 퓨리 필터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깨끗하다는 말로 때우는 게 아니라, WQA(미국수질협회) 인증을 획득하며 그 실력을 입증했다. 중금속 9종과 노로바이러스는 물론, 최근 이슈인 미세플라스틱을 99.8%까지 필터링해낸다. 말 그대로 아리수를 에비앙급으로 정제해내는 셈이다.
살균 시스템도 빈틈이 없다. 물과 얼음이 나오는 출수구와 토출구는 UV나노 자외선으로 상시 99.9% 살균하고, 내부 직수관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알아서 고온 살균을 진행한다. 정수기가 스스로 10분간 뜨거운 물을 흘려보내며 대장균 등 유해 세균을 99.99% 제거하니, 우리 그저 평소처럼 물을 받아 마시기만 하면 된다.
디자인... 흠, 뭐 이쁘긴 하네. 인정
내 삶의 '급'을 한 단계 올리는 가전제품이라면 그 성능만큼이나 '간지'나 '태'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성능, 좋은 물이라도 말통을 거꾸로 꽂아 쓰는 디자인이라면 당장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게 된다. 하물며 300만 원을 태우는데 디자인이 후줄근하면 되겠어?
다행히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는 디자인이 잘 빠졌다. 광고비 1원 한 푼도 안 받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도 그렇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외형에 세로 줄무늬 장식 파츠 조합이 좋다. 특히 카밍 베이지 색상은 요즘 새로 짓는 단독주택이나 신축 아파트들의 트렌드에 딱 맞아서 어디에 두어도 비싼 티가 나겠다.
▲ 얼음정수기는 주로 좌측이 얼음 토출구, 우측이 물 토출구로 구성되지만,
LG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얼음정수기는 얼음컵을 움직이지 않고 얼음과 물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얼음 토출구와 물 출수구의 위치, 각도를 절묘하게 설계해서 컵을 움직이지 않아도 얼음과 물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세심한 설계도 장점 중 하나다. 많은 얼음정수기들이 이렇지 못해서 디자인이 요상하거나, 물과 얼음을 각각 추출하는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이런 점에서도 비싼 값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완벽해 보이는 이 제품, 그래서 살까 말까?

이 제품은 단순히 물을 마시는 가전을 넘어, 일상의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제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화룡점정' 같은 아이템이다.
특히 LG가 자부하는 '얼음 냉동 보관' 기능은 위생을 넘어 얼음의 질감을 결정짓는다. 사실 위생이야 그렇다고 치고 "얼음 좀 단단한 게 뭐가 중요해?" 싶겠지만, 위스키나 하이볼처럼 얼음이 천천히 녹으며 맛을 유지해야 하는 음료를 즐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금방 녹아버리는 푸석한 얼음은 음료의 농도를 순식간에 망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제품은 ▲음료 본연의 맛을 따지는 미식가 ▲철저한 위생을 원하는 사람 ▲가전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효과를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한 가치를 증명할 것이다.

▲ 오로지 '얼음정수기'의 본질에만 집중하면 더 저렴한 선택지들이 많다.
많은 이들이 레인지로버의 승차감이 천상계라는 걸 알고, 포르쉐 911의 운동 성능이 천상계라는 걸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 차들을 사려는 엄두도 못 내는 건 왜 일까? 비싸도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값'의 범주를 훌쩍 넘어버리니 가성비의 차원에서 생각하면 구매하려는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이 제품이 위생, 편의, 디자인까지 현시점 최상급 정수기인 것은 스펙상으로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수십만 원 저렴하면서 얼음은 공장마냥 더 많이 뽑아내는 경쟁사 제품들을 보고 있으면, '정수기에 이만큼 태우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낀 돈으로 해외여행에 보태거나, 미국 ETF 중 하나에 투자하거나, 다음 차로 바꿀 때 보태거나 하는 게 누군가에겐 만족도가 좀 더 높을 수도 있겠다. 나처럼 말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김진우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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