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의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고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면 후속작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개발사 역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게임 시스템과 콘텐츠를 도입하는 등 전작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으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그래픽이다.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초기 엑스박스의 성공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로,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당시의 최신 그래픽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특유의 묵직한 전투와 어두운 세계관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정교해진 캐릭터와 배경, 사실적인 조명과 그림자 표현을 통해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여온 것이다.
최근 출시된 최신작 '기어스 오브 워: E-Day'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시리즈의 출발점인 이머전스 데이(Emergence Day)를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레이 트레이싱과 RTX 메가 지오메트리 등 최신 그래픽 기술을 도입해 한층 사실적인 전장을 구현했다. 여기에 DLSS 4.5와 프레임 생성 기술까지 지원하면서 그래픽 품질과 성능을 조절할 수 있는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들이 실제 게임 화면에 가져온 변화는 어느 정도일까? 또 그래픽 품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능 부담은 얼마나 클까?
오늘은 기어스 오브 워: E-Day에 적용된 주요 그래픽 기술과 옵션별 화질 차이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성능 변화와 실제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도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 기어스 오브 워: E-Day, 핵심은 나나이트와 RTX 메가 지오메트리


지금까지 대다수 게임은 복잡한 3D 모델을 구현할 때 성능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폴리곤 수를 줄이거나 카메라와의 거리에 따라 정밀도가 다른 모델을 별도로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개발 과정에서 많은 작업이 필요할 뿐 아니라 게임 속 사물과 배경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언리얼 엔진 5의 나나이트(Nanite)다. 나나이트는 게임 속 사물을 구성하는 수많은 폴리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가상화 지오메트리 기술로, 화면에 표시되는 사물의 크기와 거리에 따라 필요한 수준의 폴리곤을 자동으로 선택해 처리한다.
덕분에 개발자는 복잡한 3D 모델을 일일이 단순화하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훨씬 정교한 사물과 배경을 게임 속에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기어스 오브 워: E-Day가 나나이트를 채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리즈 특유의 황폐한 도시와 무너진 건축물, 전장 곳곳에 흩어진 잔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물을 정교하게 구현해야 한다. 나나이트는 이러한 복잡한 환경을 구성하면서도 실시간 렌더링에 필요한 성능 부담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나나이트로 정교한 게임 세계를 구현하더라도 이를 레이 트레이싱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려웠다. 레이 트레이싱은 빛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그림자와 반사, 간접 조명 등을 구현하는 기술로, 빛과 상호작용하는 사물의 형태가 복잡해질수록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연산 부담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나이트가 구현한 고정밀 지오메트리 대신 단순화된 모델을 레이 트레이싱에 활용해 성능과 메모리 부담을 줄여야 했다. 그 결과 실제 화면에 표시되는 사물의 형태와 레이 트레이싱으로 계산한 그림자나 반사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고, 작은 사물의 그림자가 생략되거나 복잡한 구조물이 부정확하게 표현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어스 오브 워: E-Day에 추가된 기술이 엔비디아의 RTX 메가 지오메트리(RTX Mega Geometry)다. RTX 메가 지오메트리는 복잡한 지오메트리를 클러스터 단위로 처리하고 레이 트레이싱에 필요한 가속 구조를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갱신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나나이트가 관리하는 고정밀 지오메트리를 레이 트레이싱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기존에는 성능 부담으로 인해 단순화된 모델을 사용해야 했던 레이 트레이싱에서도 나나이트의 정교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작은 사물의 그림자까지 정확하게 표현하고 복잡한 구조물의 그림자와 반사도 실제 형태에 더욱 가깝게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잔해가 쌓인 바닥이나 복잡한 건축물처럼 작은 구조물이 밀집된 장면에서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어스 오브 워: E-Day는 나나이트의 고정밀 지오메트리를 레이 트레이싱에 활용하는 RTX 메가 지오메트리 구현을 선보인 첫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 나나이트와 RTX 메가 지오메트리가 만나면 어떻게 되나?



나나이트만으로 구현한 기어스 오브 워: E-Day의 그래픽도 충분히 정교하다. 실제 게임 화면을 살펴보면 사물과 배경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표현되며, 레이 트레이싱으로 구현한 그림자에서도 눈에 띄는 이질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RTX 메가 지오메트리를 활성화하고 동일한 장면을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나나이트만 사용했을 때 부정확하게 표현되거나 일부 생략됐던 그림자가 실제 사물의 형태에 더욱 가깝게 구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복잡한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에서 두드러진다. 주변 건물의 난간이나 격자 형태의 철제 펜스처럼 가느다란 구조물이 반복되고 서로 교차하는 부분에서는 그림자의 형태와 연결 상태가 한층 정교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에서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차이지만, RTX 메가 지오메트리가 단순히 그래픽을 화려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사물과 그림자 사이의 불일치를 줄여 장면의 사실감을 높이는 기술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 게이머가 감수해야 할 성능 하락

기어스 오브 워: E-Day는 나나이트를 기반으로 복잡한 게임 세계를 구현하면서 레이 트레이싱까지 기본적으로 적용한 게임이다. RTX 메가 지오메트리는 여기에 추가되는 기술로, 게이머가 그래픽 옵션에서 직접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게임 자체의 요구 사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지포스 RTX 5080으로도 DLSS 없이 4K 네이티브 해상도에서 원활한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려웠으며, RTX 메가 지오메트리까지 활성화하면 추가적인 성능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최고 그래픽 품질인 Ludicrous에서 레이 트레이싱을 Low로 설정했을 때 평균 프레임은 28.97FPS였지만, RT Max로 높이자 24.71FPS로 약 14.7% 감소했다.
여기에 RTX 메가 지오메트리를 활성화하면 평균 프레임은 22.02FPS까지 떨어졌다. RT Max만 적용했을 때보다 약 10.9% 낮아진 수치이며, RT Low와 비교하면 전체 성능 하락 폭은 약 24.0%에 달한다.
RTX 메가 지오메트리로 얻을 수 있는 그림자 표현의 개선 효과는 분명하지만, 이미 높은 하드웨어 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에서 추가적인 프레임 하락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RTX 5080에서도 4K 네이티브 해상도로 30FPS를 확보하지 못한 만큼,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는 DLSS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 기술의 활용이 사실상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 DLSS 4.5와 프레임 생성은 필수



앞서 확인했듯이 기어스 오브 워: E-Day는 지포스 RTX 5080으로도 4K 네이티브 해상도에서 원활한 플레이를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높은 성능을 요구한다. 이러한 성능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DLSS 4.5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 기술의 활용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실제 테스트에서도 DLSS 4.5와 프레임 생성의 효과는 확실했다. RTX 메가 지오메트리와 레이 트레이싱을 최고 수준으로 설정했을 때 22.02FPS에 불과했던 성능이 DLSS 4.5 품질 모드에서는 38.04FPS, 균형 모드에서는 45.14FPS, 성능 모드에서는 51.06FPS까지 향상됐다.
여기에 프레임 생성을 추가하면 화면의 부드러움도 크게 개선된다. DLSS 4.5 균형 모드에서 2배 프레임 생성으로 81.06FPS, 3배 프레임 생성으로 116.51FPS를 기록했으며, 성능 모드와 3배 프레임 생성을 조합하면 130.20FPS까지 높아졌다. 네이티브 해상도에서는 30FPS조차 확보하기 어려웠던 게임이 DLSS 기술을 통해 4K 고주사율 환경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표시되는 프레임이 높다고 해서 조작 반응까지 그만큼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프레임 생성은 실제 렌더링된 프레임 사이에 새로운 프레임을 추가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기본 렌더링 프레임이 낮으면 높은 생성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입력 지연에 대한 부담이 남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DLSS 4.5 품질 모드보다는 균형이나 성능 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업스케일링으로 기본 렌더링 성능을 충분히 높여야 프레임 생성에 따른 화면의 부드러움을 확보하면서도 조작 반응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임 생성 배율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기어스 오브 워: E-Day는 최대 6배 프레임 생성과 상황에 따라 배율을 조절하는 다이내믹 옵션까지 지원하지만, 생성 배율이 높아질수록 빠른 시점 전환이나 격렬한 전투에서 화면의 이질감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는 DLSS 4.5 균형 또는 성능 모드에 2~3배 프레임 생성을 조합하는 것을 추천한다. 무조건 높은 프레임을 추구하기보다는 기본 렌더링 성능을 확보한 상태에서 화면의 부드러움과 조작 반응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편이 합리적이다.
■ 완벽을 위한 선택, 게이머에겐 도움될까?

기어스 오브 워: E-Day에 적용된 나나이트와 RTX 메가 지오메트리의 조합은 그래픽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개발사의 선택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지오메트리를 레이 트레이싱에 활용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실제 게임에서 입증했고, 기존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정교한 그림자 표현까지 실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성과가 게이머에게도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림자의 정밀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비해 성능 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포스 RTX 5080으로도 4K 네이티브 해상도에서 30FPS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RTX 메가 지오메트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대가로만 볼 수도 없다. 아무리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했다고 해도 고가의 그래픽카드에서 기본적인 성능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면 최적화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DLSS 4.5와 프레임 생성 기술이 이러한 성능 부담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준다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업스케일링과 프레임 생성은 부족한 성능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지, 게임 자체의 최적화를 대신하는 기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고성능 그래픽카드에서는 이러한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60FPS 수준의 기본 렌더링 성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한때 논란을 불러왔지만 점차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DLSS 5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렌더링 성능 확보는 중요하다. DLSS 5의 뉴럴 렌더링 역시 상당한 연산 성능을 요구하는 만큼, 지금처럼 게임 화면을 구현하는 데만 하드웨어 성능을 대부분 소모한다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여유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족한 성능을 더 비싼 그래픽카드로 해결하도록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그래픽카드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게임의 요구 사양까지 계속 높아진다면 최신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이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을 추구하다 정작 그 기술을 경험할 게이머를 잃는다면 결국 PC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까지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어스 오브 워: E-Day가 최신 그래픽 기술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작품임을 인정하지만 그 결과물을 얼마나 많은 게이머가 합리적인 성능 부담으로 경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기사원문 : https://kbench.com/?q=node/282479 Copyrightⓒ kbench.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