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디지털 인더스트리 소프트웨어가 10월 13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프라이빗 챔버에서 ‘Agentic Enterprise Connect 2026’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의 AI 애플리케이션 구축과 운영 확대를 지원하는 ‘인텔리전스 센터 X(Intelligence Center X·이하 ICX)’를 국내에 공식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수아 기술총괄 부문장과 아시아태평양 데이터·AI 부문 필드 CTO 겸 프리세일즈 디렉터인 사이먼 게린(Simon Guerin), 톰 데 그루트(Tom de Groot) 제품 개발 디렉터가 참석해 기술 구성과 제조업 적용 방안, 국내 사업 현황을 설명했다.
ICX는 기업의 기존 시스템에 분산된 데이터를 연결하고, AI 에이전트의 분석 결과를 담당자의 승인과 후속 업무 실행으로 이어주는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틱 시스템이다. 지멘스는 AI가 개별 업무에서 답변을 생성하더라도 시스템 사이의 정보 전달과 승인 절차가 분리돼 있으면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데이터의 맥락과 업무 흐름, 통제 체계를 함께 설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수아 부문장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통해 제품 출시 기간 단축과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고 있지만, 특정 영역에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멘스가 지향하는 자율형 기업에 대해서는 사람과 AI, 로보틱스가 함께 움직이는 운영 체계라고 설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데이터 간 관계, 다양한 에이전트를 관리할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파일럿이 운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데이터 맥락과 업무 인계의 단절
지멘스는 기업들의 AI 투자가 실제 운영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간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표에서 제시한 조사 수치에 따르면 AI 프로젝트의 74%가 실제 운영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개인 업무에 AI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65%였지만 조직 전체 성과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12%였다. 지멘스는 이 수치를 개인의 업무 효율 개선과 전사적인 성과 사이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사이먼 게린 CTO는 그 원인을 컨텍스트, 인텔리전스, 액션, 오케스트레이션, 거버넌스의 다섯 영역으로 구분했다. AI가 기업의 부품과 설계 변경 이력, 업무 규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컨텍스트의 문제라면, 개별 시스템에 붙인 AI를 다른 업무에서 재사용하거나 일관되게 관리하기 어려운 것은 인텔리전스의 문제라고 전했다. AI가 올바른 결과를 내놓아도 사람이 다른 시스템에 다시 입력해야 하는 구조는 실행 단계의 단절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여러 업무와 시스템을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션도 같은 맥락에서 다뤄졌다. 각각의 작업 시간을 줄이더라도 담당 부서 사이의 대기와 정보 인계가 그대로 남으면 전체 처리 시간은 충분히 단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어떤 에이전트가 어떤 데이터와 판단 근거를 바탕으로 조치했는지 기록하지 못하면, 운영 중 문제를 추적하거나 다음 실행을 개선하는 데에도 제약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사이먼 게린 CTO는 발표 이후 미디어 질의응답에서 AI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주요 원인으로 초기 결과에 대한 실망을 들었다. 기업들이 이를 모델의 역량 부족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업무 맥락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문제가 빈번하다는 평가다. 그는 단기간에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식 그래프를 꼽으며,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AI에 제공하는 것이 답변 품질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기존 제조·업무 시스템을 연결해 AI 활용 범위 넓히는 ‘인텔리전스 센터 X (ICX)’
지멘스가 제시한 ICX는 기업이 사용 중인 제조·업무 시스템을 기반으로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틱 시스템이다. PLM과 ERP, MES를 비롯한 기존 시스템과 데이터 플랫폼을 연결 대상으로 삼으며,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에 분산된 환경에서 기업의 데이터와 AI 모델을 활용하도록 구성했다.
지멘스는 개별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더라도 다른 부서나 시스템으로 결과를 전달하는 과정이 끊겨 있으면 전체 업무의 처리 시간을 줄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ICX는 이러한 시스템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담당자의 검토와 후속 업무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업이 이미 구축한 데이터와 업무 환경을 활용하면서 사람과 에이전트가 협업할 수 있는 운영 기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ICX는 컨텍스트, 인텔리전스, 액션의 세 영역과 전반의 통제를 담당하는 거버넌스로 구성된다. 그래프 스튜디오가 데이터의 맥락을 제공하고, AI 클라우드가 모델을 운영하며, 멘딕스가 업무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다.
데이터 관계는 그래프 스튜디오, 모델 운영은 AI 클라우드, 업무 처리는 멘딕스
컨텍스트 영역을 담당하는 그래프 스튜디오(Graph Studio)는 PLM, ERP, MES, QMS와 문서 등에 분산된 정보의 관계를 지식 그래프로 표현한다. 기업의 자산과 사건, 준수해야 할 조건 등을 온톨로지로 정의하고, 데이터에 업무 규칙과 처리 논리를 연결해 에이전트가 판단에 필요한 맥락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AI는 개별 데이터의 내용과 함께 다른 정보와의 연관성, 해당 업무에 적용되는 조건을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를 연결할 때는 원천 정보를 별도 저장소에 복사하거나 이동시키지 않고 기존 위치에서 조회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원천 시스템의 접근권한도 이어받아 사용자가 볼 수 있도록 허용된 범위에서 에이전트가 정보를 활용하도록 한다. 지멘스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데이터를 재가공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복 관리와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리전스 영역의 AI 클라우드(AI Cloud)는 기업 데이터와 지식 그래프의 맥락을 바탕으로 맞춤형 머신러닝·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환경이다. 수율과 고장, 수요, 위험 등 업무별 예측에 필요한 모델을 학습·평가한 뒤, 에이전트와 애플리케이션이 호출할 수 있는 도구 형태로 제공한다. 배포 이후에도 모델의 성능 변화를 관찰하고 재학습을 관리해, 개발부터 운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지원한다.
모델 게이트웨이는 호스티드 LLM과 프라이빗 LLM, 산업 특화 모델, 기업이 자체 구축한 머신러닝 모델 등을 연결한다. 지멘스는 애플리케이션과 모델의 연결을 관리함으로써 모델 교체에 따른 애플리케이션의 변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제공된 모델은 멘딕스의 에이전트와 앱, 워크플로는 물론 분석 및 대시보드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액션 영역을 맡는 멘딕스(Mendix)는 AI의 분석 결과를 사람이 사용하는 앱과 실제 업무 절차로 연결한다. 업무용 앱과 워크플로, 케이스 관리를 통해 에이전트의 작업과 담당자의 검토, 승인 이후의 시스템 정보 갱신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구성한다. 정해진 일정이나 이벤트, API 호출에 따라 업무를 시작할 수 있으며,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지점에는 승인 절차를 포함한다.
에이전트의 구축과 실행, 통제도 멘딕스에서 이뤄진다. 에이전트는 워크플로 안에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호출해 결과를 검증하며, 담당자는 같은 업무 화면에서 제안된 조치를 승인하거나 거절하고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승인과 검토를 정식 업무 단계로 다뤄, 에이전트의 분석 이후에도 담당자가 처리 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발표에서 ‘트러스트(Trust)’로 소개한 거버넌스는 이들 영역에 걸쳐 판단과 실행의 근거를 추적한다. 사용자의 요청부터 에이전트의 계획 수립, 데이터 조회와 모델 호출, 결과 검증, 담당자 승인까지의 과정을 기록하며, 각 단계에 사용된 데이터와 모델 버전, 적용 정책, 책임자를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업무가 끝난 뒤에도 사람과 에이전트가 어떤 근거로 조치했는지 검토할 수 있는 구조다.
사이먼 게린 CTO는 AI를 기업 전반으로 확대하려면 모델과 에이전트가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을 파악하고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단과 실행 이력은 결과를 검증하는 근거가 되며, 문제가 발생한 단계를 찾아 수정하고 이후의 업무를 개선하는 데에도 활용된다는 설명이다.
에이전트 권한은 도구·역할별로 제한…판단 이력은 감사와 개선에 활용
미디어 질의응답에서는 제조 현장에서 에이전트의 권한이 커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외부 입력으로 AI의 행동을 바꾸려는 프롬프트 인젝션과 에이전트의 권한 이탈 우려에 대해, 톰 데 그루트 디렉터는 프롬프트 인젝션과 SQL 인젝션 등 취약점에 대응하는 보호 기능을 플랫폼에 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이전트의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시스템 프롬프트와 워크플로 설정, 역할 기반 접근제어를 제시했다. 업무 흐름 안에서 에이전트가 수행할 수 있는 조치와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정하고, 다른 시스템에 접근할 때에도 부여받은 역할의 범위 안에서만 동작하도록 제한한다는 설명이다. 실행 이후에는 추적 기록을 통해 문제가 발생한 판단 단계를 찾아 수정하고, 이후의 실행에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린 CTO는 반도체와 조선, 항공우주·방산, 정부, 금융 등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요구가 높은 분야의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을 개발해온 경험도 강조했다. 톰 데 그루트 디렉터 역시 복잡한 조직에서는 모델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시간과 함께 규정 준수 요건을 충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중요하다며, ICX의 가치를 평가할 때 이러한 운영 준비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가 실제 제조 설비를 자율적으로 제어하는 수준까지 구현됐는지를 묻는 질의에 게린 CTO는 기술적 가능성보다 신뢰와 거버넌스, 조직이 정한 규칙과 책임이 자율성의 범위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 답변에서 구체적인 설비별 제어 지원 범위나 무인 운전 사례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이날 시연에서 확인된 방식은 중요한 조치에 사람의 승인을 포함하는 업무 흐름이었다.
국내 반도체·조선·전기전자에서 파일럿 진행…6개 제조 산업 우선 공략
지멘스는 한국에서 메모리·HBM, 조선, 배터리, 자동차, 디스플레이, 철강 등을 ICX의 우선 적용 산업으로 제시했다. 조선에서는 여러 조선소와 장기간의 운영에 걸친 부품 구성 및 이력 관리, 반도체에서는 웨이퍼부터 칩까지의 결함 추적, 배터리에서는 셀부터 팩과 최종 제품까지 이어지는 데이터 관계가 주요 활용 대상으로 언급됐다. 자동차 분야에는 설계 변경을 ERP와 MES 등 생산 관련 시스템에 연결하는 업무를 예로 들었다.
국내 수요와 도입 현황에 대해 이수아 부문장은 질의응답에서 반도체와 전기전자, 조선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지멘스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 등 제조업계의 AI 플랫폼 추진 움직임도 언급했지만, 추가 고객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의 활동은 대규모 본사업보다는 제한된 시나리오를 통해 기술과 투자수익률(ROI)을 검증하는 단계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부문장은 올해 기업들이 데이터 준비와 거버넌스, 모델 운영 방식을 점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AI 프로젝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시장의 전개에 대한 전망으로 제시됐으며, 특정 고객의 상용 전환 일정이나 계약 규모가 발표된 것은 아니다.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이 지멘스를 선택할 이유에 대해서는 제조 데이터와의 연결성을 들었다. 이수아 부문장은 팀센터(Teamcenter) 등 지멘스의 PLM 환경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를 ICX와 직접 연결함으로써, 별도 플랫폼에 데이터를 다시 가공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중복 관리와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식 그래프를 활용하는 다른 산업 AI 플랫폼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확장성이 강조됐다. 게린 CTO는 GSK가 그래프 스튜디오를 이용해 공급망을 연결한 사례를 들며, 수십억 개의 트리플로 표현되는 데이터 관계를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부품과 변경 이력을 관리하는 제조업에서는 관계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규모를 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트윈·로보틱스 협력과 연계…기업별 에이전트 구축도 지원
지멘스는 기업이 자체 업무에 맞는 에이전트를 만들고 배포할 수 있도록 ICX 기반 템플릿과 워크플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아 부문장은 질의응답에서 설계와 생산, 운영에 특화된 에이전트를 지멘스 제품에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산업별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과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에 대해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국내 로보틱스 기업들,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언급했다. 이 부문장은 가상 공장 환경에서 로봇을 개발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에 지멘스의 제조 솔루션과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으나, 국내 협력 기업의 구체적인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관련 기반으로는 CES 2026에서 공개한 ‘디지털 트윈 컴포저(Digital Twin Composer)’를 소개했다. 지멘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과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 시뮬레이션, 실제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연결해 제품과 공정, 공장 환경을 가상으로 검토하는 소프트웨어다. 이 수아 부문장은 이와 같은 AI 팩토리 구상에서 ICX가 온톨로지와 AI 모델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상용 전환의 판단 기준은 전체 처리 시간과 재사용 비용
ICX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에 지멘스가 제시한 출발점은 반복 빈도가 높고, 여러 시스템을 거치며, 업무 인계와 대기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프로세스다. 전체 시스템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가치가 큰 업무를 선정해 자체 데이터로 작게 시작하고, 구축한 그래프와 모델을 다음 에이전트·워크플로·앱에서 재사용하는 방식을 권고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 AI의 답변 속도와 함께 승인 및 후속 조치까지 걸리는 전체 시간, 업무를 추가할 때 필요한 개발·검증 비용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적용이 파일럿 단계인 만큼 앞으로 확인할 부분은 실제 생산 환경에서의 성과다. 가상 시연에서 제시한 대응 시간이 고객 데이터와 접근권한, 기존 시스템 연동 조건 아래에서도 유지되는지, 잘못된 판단을 어느 단계에서 발견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가 상용 전환의 판단 근거가 된다. 도입 전후의 업무 처리 시간과 운영 비용, 사람이 재검토해야 하는 비율 등 구체적인 결과가 제시돼야 제조 현장에서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
지멘스가 제시한 운영 방식에서는 에이전트의 분석 능력과 함께 사람이 승인할 조치, 에이전트에 허용할 권한, 판단을 추적할 기록이 중요해진다. 향후 국내 고객 사례에서는 이러한 통제 체계를 유지하면서 얼마나 많은 업무로 적용을 넓혔는지, 먼저 구축한 데이터 관계와 워크플로를 얼마나 재사용했는지가 ICX의 확장성을 확인할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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