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씨카 리서치 데이터 참고)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25만 마일(약 40만km)은 하루 평균 37.8km(KOSIS/2025년 기준)를 주행하는 국내 운전자가 약 29년을 꼬박 달려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국내 자동차의 평균 수명이 약 15년(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협회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신차 한 대를 완전히 폐차한 뒤 두 번째 차량으로 갈아타 그 차 역시 폐차 직전까지 몰아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거리인 셈이다.
자동차 수명은 운전자의 주행 습관이나 관리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국내에 등록된 약 2668만 대의 자동차 가운데 차령이 20년 안팎에 달하는 2006년 이전 연식의 잔존 차량은 118만여 대로 전체의 4.43%에 불과하다.
차량 수명이 짧은 이유는 소비 주기가 빠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계적 내구성 차이가 결정적이다. 잔고장 없이 오래 타도 기본 성능을 유지하는 품질을 갖췄는지가 차의 실질적인 수명을 좌우한다.
국산차는 이 장기 내구성 검증대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아이씨카 리서치(iSeeCars Research)가 발표한 최신 수명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25만 마일(약 40만km) 이상을 달릴 확률은 고작 0.8%에 그쳤다.
아이씨카는 3억 9500만 대 이상의 방대한 차량 데이터를 분석해 각 차종의 연식별 평균 주행거리 추세를 산출하고 이를 자체 통계 모델(Proprietary model)에 대입해 25만 마일 도달 확률을 추정했다. 실제로 25만 마일을 완주한 개체 수만을 단순 집계한 것이 아니라 주행거리 감소 곡선을 토대로 산출한 기대 확률이다.
조사 결과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계 브랜드가 상위권을 완벽히 장악했다. 브랜드별 순위에서 토요타는 19.7%로 전체 1위에 올랐고 렉서스(14.4%), 혼다(13.3%), 아큐라(9.5%)가 나란히 2~4위를 독식했다. 1위 토요타는 전체 33개 브랜드 평균(5.4%) 대비 약 3.7배 높은 내구성 확률을 기록했다.
토요타 차량 100대 중 약 20대가 40만km를 거뜬히 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기아는 초기 품질 조사 등에서 매번 하위권에 머물던 미국계 닷지(1.7%, 18위)나 지프(1.2%, 20위)보다도 낮은 하위권에 그쳤다.
토요타 대형 SUV 세콰이어. 아이씨카 리서치 조사에서 절반가량인 42.3%의 차량이 40만km 주행 거리에 도달했다. (토요타)
모델별 순위에서도 일본차의 독주는 이어졌다. 토요타의 대형 SUV 세콰이어가 도달 확률 42.3%로 전체 1위를 차지했고 렉서스 플래그십 세단 LS(38.8%)와 토요타 4러너(33.1%), 렉서스 RX 하이브리드(28.9%), 토요타 툰드라(28.2%)가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업계 전체 평균(5.4%)을 웃돈 상위 27개 모델 중 무려 25개가 토요타·렉서스·혼다·아큐라 계열이었다. 비일본계 모델로는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17.3%, 14위)와 쉐보레 서버번(11.6%, 24위) 단 2개 차종만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체 평균을 넘긴 모델을 단 한 대도 배출하지 못했다.
세그먼트별로는 픽업트럭 중 헤비듀티 차종인 램 3500이 31.9%로 가장 높았고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는 렉서스 RX 하이브리드(28.9%)와 토요타 하이랜더 하이브리드(20.7%)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전기차(EV)는 누적 주행거리가 짧은 차종 특성상 전반적으로 낮은 확률에 그쳤다. 표본 조건을 충족한 모델 중 테슬라 모델 X가 3.6%, 모델 S가 3.1%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재규어, 미니(MINI), 마세라티 등 3개 사는 브랜드 전체에서 40만km 도달 확률이 0.0%, 단 한대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래타는 차를 선택하고 싶다면 피해야 할 브랜드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현대차와 기아는 글로벌 신차 상품성 조사에서 호평을 받으며 급성장했지만 20~30년에 걸쳐 차체를 온전히 지탱하는 '궁극의 기계적 내구성' 지표에서는 여전히 전통 강호들과 현격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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