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영국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를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영국과 스페인을 중심으로 유럽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를 빠르게 확대하는 가운데 유럽 전통 강호가 즐비한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점유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차의 유럽 진출은 전기차 중심의 초기 시장 공략을 넘어 하이브리드와 SUV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해 온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4일 영국자동차산업협회(SMMT)와 독일 연방자동차청(KBA), 스페인 자동차산업협회(ANFAC) 관련 통계 및 현지 시장 분석자료에 따르면 먼저 올해 1~9월 영국 신차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17.5%, 독일에서는 4.5%를 기록했다.
이어 스페인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합산한 시장의 37.9%를 차지했으며 프랑스에서는 지난 9월 한 달간 점유율이 8.1%에 달했다. 국가별 집계 기간과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럽 주요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판매 기반이 확대되는 흐름은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중국 브랜드의 시장 침투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영국이다. SMMT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브랜드 신차 등록은 8만 1776대로 전체 시장의 23.3%를 차지했다. 같은 달 BYD는 2만 140대를 판매하며 폭스바겐에 이어 브랜드 판매 2위에 올랐고 MG는 1만 8026대를 기록했다.
중국 브랜드의 시장 침투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영국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특히 체리그룹의 '제이쿠 7'은 9월 한 달간 1만 814대가 등록되며 영국 전체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브랜드가 저렴한 전기차뿐 아니라 SUV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기존 유럽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페인에서도 BYD와 MG, 오모다, 제이쿠를 중심으로 중국 브랜드의 판매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합산한 전동화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37.9%를 기록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43.5%에 달해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차종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나타냈다.
스페인 시장에서 BYD는 올해 1~9월 3만 4381대를 등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6.9% 증가했다. 체리그룹의 오모다와 제이쿠 역시 같은 기간 2만 9475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1만 6299대보다 80.8% 늘었다.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일부 업체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브랜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영국과 스페인에서 중국 브랜드의 성장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제품 선택지가 자리하고 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영국과 스페인에서 중국 브랜드의 성장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제품 선택지가 자리하고 있다. BYD는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으며 MG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소형차와 SUV를, 체리그룹은 오모다와 제이쿠를 통해 하이브리드 SU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내연기관과 전동화 기술을 결합한 제품으로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힌 전략이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이 영국과 스페인보다 낮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4.5%로 집계됐으며 9월 한 달에는 6.1%까지 상승했다. 같은 달 BYD는 6040대를 등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85.6% 증가했고 샤오펑도 1250대로 418.7% 늘었다.
독일은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본거지이자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에서 중국 브랜드의 판매 확대가 갖는 의미가 크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와 촘촘한 판매·서비스망이 구축된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은 가격뿐 아니라 상품성과 기술 경쟁력에서도 기존 업체들과 비교 대상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프랑스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판매 기반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중국 브랜드는 약 1만 2680대를 등록해 전체 신차시장의 8.1%를 차지했다. BYD는 같은 달 3972대로 전년 동월 대비 281.9% 증가했으며 MG 역시 3787대를 등록하는 등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판매 기반이 확대되는 모습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다만 프랑스는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 등 자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강하고 전기차 구매지원 정책도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차량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 등을 반영한 환경점수 제도를 통해 보조금 지급 대상을 결정하고 있어 일부 중국산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국 업체들이 영국과 스페인에서 확보한 판매 성장세를 프랑스에서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외에 현지 생산과 유통망, 정책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의 차이는 중국 업체들의 유럽 공략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에서는 폭넓은 전동화 제품군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판매를 확대하는 반면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망 확보, 현지 규제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국가별 소비자 선호와 보조금 정책에 따라 제품 구성과 판매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제품 전략은 순수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BYD는 DM-i 기술을 적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유럽에 투입하고 있으며 체리그룹 역시 오모다와 제이쿠를 통해 하이브리드 SUV 판매를 늘리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진출을 단순히 저가 전기차의 시장 확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어려워진 이유다.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BYD와 체리그룹, 샤오펑 등 중국 업체들은 신차와 전동화 기술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이러한 변화는 올해 파리모터쇼에서도 확인된다. BYD와 체리그룹, 샤오펑 등 중국 업체들은 신차와 전동화 기술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 의지를 드러냈다. BYD는 초급속 충전 기술과 고성능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전시했으며 덴자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도 제시했다.
중국 브랜드의 공세에 대응하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폭스바겐과 르노, 스텔란티스 등은 보급형 전기차 개발과 생산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으며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추진하던 유럽 업체들이 이제는 자국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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