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판매량 증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2026년 3분기 주요 업체의 실적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볼보)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판매량 증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2026년 3분기 주요 업체의 실적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신형 전기차 출시와 제품군 확대로 판매 규모를 늘리는 기업이 있는 반면 가격 경쟁과 생산 초기 비용, 중국 시장 부진, 기존 고수익 차종의 판매 감소 등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2일 주요 완성차 업체의 실적을 종합하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3분기 승용차 부문의 순수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지만 조정 매출액이익률은 2.5%에 머물렀다. 이어 볼보자동차 역시 순수전기차 판매가 28.6% 증가했지만 영업적자로 전환하고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1~9월 영업이익이 98.7% 급감했다. 미국 전기차 전문 업체 리비안은 차량 인도량이 46% 증가했음에도 자동차 부문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선 벤츠의 올해 3분기 승용차 부문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6만 84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5%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승용차 전체 판매량은 40만 7232대로 7.8% 감소했고, 조정 영업이익도 5억 6000만 유로(약 8366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8% 줄었다.
이에 따라 승용차 부문의 조정 매출액이익률은 2.5%로 하락했다. 벤츠는 중국 시장의 판매 부진과 경쟁 심화, 비용 부담 등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고 올해 승용차 부문의 연간 조정 매출액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2~3%로 낮췄다.
벤츠의 올해 3분기 승용차 부문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6만 8428대로 전년 동기 대비 60.5% 증가했다(벤츠)
볼보자동차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3분기 글로벌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4만 5060대로 전년 동기 3만 5032대보다 28.6% 증가했다. 전체 판매에서 순수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2%에서 32%로 확대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판매량은 14만 1609대로 10.7% 감소했고, 매출액은 669억 스웨덴 크로나(약 9조 1700억 원)로 전년 동기 보다 22.6% 줄었다.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64억 크로나(약 8772억 원) 흑자에서 56억 크로나(약 7675억 원) 적자로 전환했으며, 영업이익률도 7.4%에서 -8.4%로 하락했다.
볼보는 중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미국 시장의 관세 부담, 전동화 차량 구매 인센티브 축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설명했다. 특히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0%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아졌지만 기존 주력 시장의 부진과 가격 경쟁 부담을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1~9월 매출액이 2333억 7800만 유로(약 348조 6687억 원)로 2.2%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7100만 유로(약 1061억 원)로 98.7% 급감했다. 다만 실적에는 포르쉐 관련 영업권 손상차손 약 64억 유로(약 9조 5616억 원)를 비롯해 총 87억 유로(약 12조 9978억 원) 규모의 특별항목이 반영됐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1~9월 매출액이 2333억 7800만 유로(약 348조 6687억 원)로 2.2%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7100만 유로(약 1061억 원)로 98.7% 급감했다(폭스바겐)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약 88억 유로(약 13조 1472억 원), 영업이익률은 3.8% 수준이다. 폭스바겐그룹의 1~9월 글로벌 순수전기차 인도량도 67만 87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폭스바겐 측은 전기차의 수익성이 아직 내연기관차보다 낮아 판매 차종 구성 변화가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 역시 판매 확대와 수익성 확보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올해 3분기 차량 인도량은 1만 924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고, 매출액도 21억 5500만 달러(약 2조 8776억 원)로 38% 늘었다.
그러나 자동차 부문 매출총손실은 8000만 달러(약 1068억 원)로 적자를 지속했다. 전년 동기 1억 3000만 달러(약 1736억 원)보다 손실 규모는 줄었지만 신형 전기 SUV 'R2' 생산 확대 과정에서 약 1억 2000만 달러(약 1602억 원)의 추가 매출원가가 발생하는 등 생산 초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기아 역시 전기차 판매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 부담이 나타났다. 기아의 올해 3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12만 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5.4% 증가했다. 전기차를 포함한 전체 전동화 차량 판매량도 30만 대로 47% 늘었다.
기아의 올해 3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약 12만 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5.4% 증가했다(기아)
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81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했지만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 회사는 국내와 서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확대를 추진하면서 인센티브와 가격 인하 정책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분기 인센티브 증가와 가격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효과는 각각 6060억 원과 1210억 원으로, 합산하면 7270억 원에 달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도 약 5700억 원 발생했다. 다만 기아는 판매 증가와 환율 효과, 미국 자동차 관세율 조정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개선됐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와 비용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글로벌 판매는 92만 7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 6772억 원으로 5.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5.9%로 0.5%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는 우호적인 환율과 원가 최적화,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에 따른 제품 구성 개선을 주요 요인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3분기 글로벌 판매에서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18.2%로 전년 동기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르노그룹 역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병행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9월 매출액은 418억 4800만 유로(약 62조 521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으며, 르노 브랜드의 유럽 승용차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 비중은 68.0%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순수전기차 판매는 75.2% 증가했다.
전기차 사업은 배터리와 전용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설비 전환 등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판매량 증가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리비안)
이들 기업의 실적은 전기차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반드시 같은 속도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벤츠와 볼보는 전기차 판매가 증가했지만 중국 시장 부진과 비용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리비안은 판매 확대에도 자동차 부문 적자를 지속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하이브리드차 판매 확대와 비용 관리, 환율 효과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늘렸다.
특히 전기차 사업은 배터리와 전용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설비 전환 등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판매량 증가만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성 개선 속도는 더욱 늦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환을 지속하면서도 하이브리드차를 병행해 시장별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하이브리드차 역시 각국의 배출가스 규제와 전동화 정책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어 장기적인 대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3분기 실적은 전동화 전환의 성패를 단순한 전기차 판매 증가율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향후 경쟁력은 전기차 판매 규모뿐 아니라 배터리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 개선, 지역별 제품 구성 최적화 등을 통해 얼마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지에 달릴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