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두 편의 연재 기사를 통해 인텔 정품 CPU와 그레이(병행수입제품) CPU의 차이, 일부 판매상들의 부도덕한 판매에 의한 소비자 피해 사례, 정품과 그레이의 구분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최근 인텔의 정품 CPU, 즉 인텔코리아서 인정한 공식 유통 3사(인텍앤컴퍼니, 코잇, 피씨디렉트)에서 유통한 제품이 아닌 그레이(병행수입제품) CPU에 대한 판매량이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이로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또한 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레이 제품 자체는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타 PC 부품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CPU의 불량률을 생각하면 가격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그레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그레이 제품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의 여지를 넓혀줄 수 있는 하나의 제품군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
문제는 판매시 정품과 그레이가 분명하게 분리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판매자들이 그레이 CPU를 마치 정품 CPU인 것처럼 속여 팔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품을 속아 구매한 소비자는 나중에 CPU에 이상이 생겨도 인텔코리아의 공식 A/S처를 통해 수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혹자는 이에 대해 '제품의 구매처에서 교환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그레이 판매상들이 제품의 이상이나 소비자 요청시 흔쾌히 교환해 준다는 점에서 이 말도 맞다. 그러나 일부 부도덕한 판매자 중 소위 말하는 '배째라'식으로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있으며, 심한 경우는 아예 문을 닫은 업체도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인텔의 공인 유통 3사 중 하나인 인텍앤컴퍼니를 방문해 정품 CPU의 A/S 과정과 방법, 바뀌는 정책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인텔 공인 유통사 '인텍앤컴퍼니'
- 정품 CPU A/S, 어떻게 받아야 하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CPU의 먼저 정품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는 것이다. 정품 CPU의 확인 여부는 앞서 '내 CPU는 정품일까? [인텔 정품 CPU 확인 방법]' 기사를 통해 알아봤던 대로 리얼CPU 사이트를 방문해 확인할 수 있다.
만일 정품 CPU가 맞다면 인텔에서 지정한 공식 유통 3사인 인텍앤컴퍼니, 코잇, 피씨디렉트 중 한 곳에서 A/S가 가능하며, 이 경우 택배와 방문 모두 된다. CPU의 구매처와는 상관없이 정품 CPU는 3사에서 모두 보증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A/S가 가능하다.
▲ 인텍앤컴퍼니의 A/S 센터 전경
인텍앤컴퍼니의 경우 직접 방문해서 A/S를 받을 경우 고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 테스트를 돌려보고, 제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정이 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신제품과 교환해 준다.
시일이 상당히 지난 제품일지라도, 예를 들어 보증 기간이 다 되어가는 이전 세대 제품이더라도 이상이 생기면 동일한 가격의 신제품과 교환해 준다. 만일 과거에 10만원을 주고 구매한 CPU가 고장났다면 현재 그와 동일한 가격에 해당하는 새로운 CPU와 무상 교환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텍앤컴퍼니의 이신용 마케팅 팀장은 "정품 CPU에 대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오래된 제품일지라도 새제품과 교환을 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라고 전했다.
- 바코드 방식으로 바뀌는 정품 확인 방법
지난 2월 8일부터 인텔의 정품 CPU의 확인 방법이 시리얼 넘버 확인 방식에서 바코드 넘버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정품 CPU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것으로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이전보다 더 쉽게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정품 박스에 인텔 공인 대리점에서 발급한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종전의 시리얼 넘버 확인 방식은 박스에 붙은 시리얼 넘버 혹은 CPU의 히트스프레더 표면에 표기된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제약이 있었다. 조립PC를 구매한 소비자의 경우 시리얼 넘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CPU쿨러를 일일이 제거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CPU는 정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리얼 넘버가 리얼CPU에서 조회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CPU의 시리얼 넘버가 리얼CPU에 등록되기까지 약 2~3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미처 등록이 되기 전에 제품을 구매했을 경우다. 며칠 뒤에는 조회할 수 있다.
새롭게 바뀌는 바코드 방식은 이런 불편함들을 없앴다. 바코드 넘버가 표시된 스티커가 CPU 박스와 케이스(조립PC)의 옆면에 붙게 된다. 이렇게 붙은 바코드의 넘버를 리얼CPU를 통해 조회하면 시리얼 넘버와 동일하게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텔 공인 3사에 전화상으로 문의할 경우 제품의 유통 경로까지 다 알 수 있어 보다 투명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인텍앤컴퍼니의 이신용 마케팅 팀장은 "기존의 시리얼 넘버 확인 방식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바코드 확인 방식은 제품의 유통 내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품 CPU 확인도 한층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물론 판매자들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 소비자 피해 줄이기 위해 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
앞선 기사를 통해 그레이 CPU를 정품으로 속아 구매한 소비자의 피해 사례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부산 동래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용산 선인상가에 있는 한 도매상에서 70여 대의 조립PC를 구매한 적이 있으나, 정품으로 믿었던 CPU가 조회해보니 그레이 CPU임을 알게돼 큰 피해를 본 적이 있다. 이에 교체나 환불 등의 조치를 요구했으나 결국 거절 당하고 법정 싸움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거래명세표를 확인해본 결과 구매한 CPU의 총액만 무려 1천 3백여 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 부산의 한 PC방 업주가 구매한 70여대 PC의 거래명세서
이처럼 그레이 CPU를 정품 CPU로 판매하는 상인들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인텍앤컴퍼니를 비롯한 인텔 공인 3사는 소비자들의 이런 피해를 줄이고 CPU 유통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그레이 CPU를 정품으로 속여 파는 판매상들에 대해 엄중한 대처을 약속했다. 정품 판매몰인데도 불구하고 그레이 제품을 팔면 총판의 입장에서 아예 CPU를 공급하지 않는 등 강경책을 펴기로 한 것이다.
또한 다나와도 정품과 그레이를 철저히 구분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해당 업체에 제재를 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이 최초로 시행된 2월 첫째주까지만 하더라도 참여율이 그리 높지 않았으나, 현재에는 많은 업체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판매상들의 올바른 판매 문화와 구매자들의 철저한 확인 정신(?)이 중요하다. 그레이 CPU는 확인을 통해 구분할 수는 있지만,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 구입 전에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레이를 정품으로 속여 팔고 나몰라라 하는 위와 같은 악덕업체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결국 판매상들의 정직한 판매만이 정품과 그레이를 완전히 구분할 수 있는 길이다.
미디어잇 홍진욱 기자 honga@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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