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나 쓰이던 블랙박스가 차량용으로 사용되며 이제는 내비게이션 만큼이나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됐다. 사고 당시의 상황을 녹화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 덕분에 목격자가 없는 사고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어이없는 상황을 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빠르게 발전하는 블랙박스
블랙박스의 주된 목적은 사고시의 상황을 영상으로 녹화하는 것이지만, 요즘은 다양한 기능과 또 다른 부가 도구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SD 화질의 단순 녹화가 되는 것이 첫 차량용 블랙박스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화질도 HD급, 촬영소자 또한 CCD에서 CMOS로 소형화되며 가격은 낮아지고 발열 문제도 개선됐다. 게다가 주행중 고속으로 지나가는 차량의 번호판을 선명히 식별할 수 있을 만큼 녹화기술도 발달했다.
블랙박스 장착 드라이버가 많아짐에 따라, 주행 중 사고 외에도 내 차량에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일들에 대한 예방 및 감시가 가능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주차 중인 내 차량의 훼손 감시다. 주행중이 아닌 주차중에도 차량의 주변이 상시 녹화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됨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1채널 -> 2~4채널 제품으로 무게중심 옮겨져
카메라 수에 따라 나뉘는 채널 수와 관련해서도 발전이 있었다. 초창기 블랙박스는 전면만 촬영할 수 있는 1채널 제품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전·후·좌·우 모든 방향을 촬영할 수 있는 4채널 제품이 나오는 등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일반적으로 블랙박스 카메라 수는 많을 수록 좋다. 앞만 감시해도 충분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다양한 각도로 촬영해야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물론 채널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제품 값이 비싸지고 설치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요소라는게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블랙박스의 '컨버전스'도 눈여겨 볼 만
최근 블랙박스는 '녹화' 기능뿐 아니라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거듭나고 있다.
차량 운행 시 자주 애용하는 것은 주행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GPS, 고속도로 통행료를 손쉽게 낼 수 있는 하이패스 등이 있다. 이 것들을 하나하나 단일 제품으로 사용에 비치할 경우, 차량 내부는 복잡해 질 뿐 아니라 미관상 좋지 않다.
이 점에 착안, 최근 블랙박스 업체들은 GPS,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등의 역할을 겸한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덕분에 깔끔한 차내 공간 배치가 가능해졌다.
내게 맞는 블랙박스는 무엇?
그렇다면 내게 맞는 '블랙박스'는 어떤 제품일까? 제품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몇 가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단순히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영상을 녹화할 목적이더라도 2채널 이상 제품을 구입하는게 좋다. 전면 뿐 아니라 후면까지 녹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 발생 시 앞·뒤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했을 때에도, 앞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동시에 후면에서 일어나는 일도 모두 감시할 수 있어 내 차를 좀 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 역광으로, 블랙박스에 담긴 화면이 어두워졌다.
녹화된 영상의 화질 및 녹화 방식도 제품 구입 시 꼭 확인해 봐야 한다. 제품의 사양이 '평준화'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지만, 제조사마다 녹화 영상을 담는 기술적 노하우가 달라, 담기는 영상 화질에 차이가 있다. 예를들어, 낮 시간 터널을 통과할 때 빛의 양이 갑자기 달라져 선명한 화면을 담는데 시간차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블랙박스가 어떤 상황을 녹화하게 설정 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부 제품들은 모든 상황을 담는 '상시 녹화' 기능을 갖췄는데, 이 경우 장면을 모두 녹화한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저장 공간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요즘 제품들은 충격이나 동작 등 특정 '사건' 발생시 촬영된 상황을 녹화하는 제품들이 크게 늘었다. 전체 장면은 남겨두지 못하지만, 꼭 필요한 상황들이 저장된다.
차량내 전원 공급 현황도 파악해야 한다. 블랙박스는 특성 상 '상시 전원'이 필수인데, 시동이 꺼질 때 차내 모든 전원이 꺼지는 상황이라면 제품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때문에 차량내에서 전원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곳이 있는지, 혹은 블랙박스에 별도의 예비 배터리를 장착시킬 수 있는지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내장 카메라의 시야각 역시 제품 구입 시 확인해볼 요소다. 요즘 출시되는 블랙박스는 일반각과 광각 카메라 등 두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광각 카메라의 경우 일반각보다 시야각이 넓게 보이지만 왜곡현상과 앞차의 번호판이 일반각의 카메라보다 작게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이 외에도 블랙박스로 촬영한 영상을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하고자 한다면 모니터가 있는 제품을 선택하고, 하이패스나 GPS 기능 등을 부가적으로 갖춘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 테크니컬라이터 이애련
편집 이진 기자 miffy@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