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이 녀석 재주에 흠칫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는지 알려주기도 하며, 스마트폰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지고, 일하고 있을 때에는 손을 갖다 대지 않아도 부재중 안내로 넘어간다. 마치 눈빛만 봐도 아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더욱 스마트하게 만들어주는 비결은 뭘까? 그 해답은 바로 ‘센서’에 있다. 사람의 오감을 대신하는 센서는 외부 반응을 살피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동작되도록 도와준다. 스마트 기기에 사용되는 첨단 센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본다.

글/ 이준문 컨트리뷰팅 에디터

가로·세로 바로바로 바꿔주는 ‘가속도 센서’

중력 센서 혹은 G(Gravity)센서, 모션 센서로도 알려진 가속도 센서는 기울기를 측정하고, 직선상 속도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다. 이 센서는 애플의 1세대 아이폰에 사용되면서 스마트폰의 동작 인식에 대한 큰 변화를 일으켰으며,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짓(?)을 할 수 있도록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센서가 나오기 이전에는 위치 및 동작인식용으로 GPS를 사용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가속도 센서를 이용하면 단위 시간당 스마트폰의 직선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으며, X, Y, Z 등 3축에 대한 가속도 감지가 가능해 방향에 따라 가로모드, 세로모드로 화면이 바뀌거나 스마트폰을 뒤집으면 에티켓 모드로 변경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좌우로 흔들어 화면 속 주사위를 굴리거나, 투수의 구속을 측정하듯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쥐고 팔을 뻗으면 가상으로 공의 속도를 알려주는 것도 이를 이용한 대표적인 앱(App)이다. GPS가 수신되지 않는 터널에 진입했을 경우 가속 센서로 차의 속도를 측정하고, 이를 내비게이션 맵에 반영시키는 역할도 한다.

▲ 가속도 센서에 의해 스마트폰의 방향을 감지, 화면을 그에 맞게 자동으로 전환한다.

가속 센서에는 작은 추와 스프링이 연결되어 있으며, ‘관성의 법칙’에 의해 움직임에 따라 추가 반응하는 스프링의 변화로 가속도를 측정하는 비교적 간단한 원리다. 크기도 매우 작고, 소비 전력도 낮아 작은 스마트 기기에 쓰기 적당하다.

초기 스마트폰은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움직임을 파악, 레이싱 게임에서 스마트폰을 핸들처럼 조작했으나 스프링이 늘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 등 기계적 구조로 반응이 늦고 부정확한 문제가 있어 자이로스코프를 병행해 이용했다.

▲국내 한 업체가 개발한 3축 가속도 센서칩. 3X3mm 크기로 매우 작다(이미지 출처 : 바른전자)

아이폰4 혁신의 주역 ‘자이로스코프 센서’

출시 후 3일 만에 170만대가 판매된 아이폰4의 기능적 혁신 3가지를 꼽으라면 ‘레티나 디스플레이’, ‘페이스타임’, 그리고 ‘자이로스코프’를 들 수 있다. 특히 기존 휴대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티브 잡스의 ‘awesome’한 발표와 함께 등장한 자이로스코프는 당시 많은 이들에게 큰 기대감을 던져줬다. 위(Wii)와 같은 콘솔 게임기의 사실감 넘치는 동작인식을 아이폰에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타 스마트폰에도 자이로스코프가 하나 둘 들어가기 시작했고, 안드로이드는 진저브레드(2.3)부터 공식 지원했다.

▲ WWDC 2011에서 아이폰4의 자이로스코프를 소개하는 故 스티브 잡스

X, Y, Z 3축 방향에 대한 직선 이동거리를 측정하는 가속도 센서와는 달리 자이로스코프는 회전한 각, 즉 각속도를 알아낸다. 높이와 회전, 기울기 등 스마트폰의 작은 움직임도 감지하기 때문에 가속도 센서와 함께 사용하면 거의 완벽한 동작 인식 기능을 하게 된다. 원리는 무척 간단하다. 나무판 위에서 회전하는 팽이는 넘어지지 않고 똑바로 서 있는 것과 나무판을 기울여도 팽이는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팽이가 중력 방향으로 서 있기 때문에 팽이와 나무판의 기울기 측정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원리를 응용한 것이 자이로스코프이다.

▲ 자이로스코프 구조

자이로스코프는 가장 먼저 게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화면 속 과녁을 맞추는 게임은 화면 드래깅 대신 스마트폰 움직임만으로 정확하게 명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레이싱 게임도 기존 가속도 센서만 이용한 것보다 정밀하게 제어가 가능해 즐거움을 더해준다. 앞으로는 증강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그 역할이 기대되는 센서다.

나침반 앱을 만든 원리 ‘지자기 센서’

방위를 감지하는 데 사용하는 센서다. 앱스토어에서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디지털 나침반’을 떠올리면 된다. 동서남북을 알려주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관련 앱에서 많이 활용된다. 특히 카메라가 향하고 있는 지역이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증강현실 앱에서 카메라가 정확히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 감지한다.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자석이며, 지자기 센서는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원리다. 쇠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금속탐지기 앱도 나와 있다.

▲ 방위를 감지하는 지자기 센서. 1.56X1.56mm로 매우 작다.

▲ 디지털 나침반을 이용해 방위를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변신시킨 ‘GPS’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으로 탈바꿈시켜주는 핵심 센서이다.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정확한 시간과 거리를 측정해 3각 방법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위치 계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인공위성으로부터 받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경우에 따라 위치를 파악하는데 수분에서 수십분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끌고 나와도 한참 동안 위치를 못 잡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바로 이런 경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폰에서는 A-GPS를 사용한다. 위성 정보를 위성에서 직접 받는 것이 아닌 3G/4G망을 이용해 받는 방식이다. 게다가 요즘은 3G/4G 기지국을 이용한 위치 확인, 그리고 주변에 깔린 Wi-Fi망을 이용한 방식을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위치 추적 정확도는 상당히 높다.

▲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4개의 위성이 필요하다. (이미지 출처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

민감하게 반응하는 ‘근접 센서’와 ‘밝기 센서’

스마트폰 위쪽을 보면 수화구 옆에 작은 구멍이 하나 나 있다. 여기가 바로 근접 센서와 밝기 센서가 있는 곳이다.

▲ 스마트폰 상단에 있는 근접 센서와 밝기 센서

근접센서는 전화통화 시 얼굴(귀)과 스마트폰이 밀착된 것을 감지해 디스플레이와 터치 기능을 잠시 끈다. 만일 근접 센서가 없다면 귀나 볼에 화면이 눌려 제멋대로 동작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최근에는 이를 이용해 직접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고도 걸려온 전화를 받거나 갤러리에서 사진을 넘기는 등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밝기센서는 주변의 밝기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의 밝기 조절을 ‘자동’으로 두면 어두운 곳에서는 화면의 밝기가 낮아지고, 밝은 곳에서는 화면이 더 잘 보이도록 밝아진다.

▲ 베가 LTE의 모션 인식 동작 예

개인정보유출 막아주는 ‘지문센서’

일부 스마트폰에 보안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센서다. 사진을 비롯해 각종 개인 정보가 들어있어 분실될 경우 개인정보유출이라는 문제를 가져온다. 물론 비밀번호나 패턴 인식 등의 기능이 있지만, 본인의 지문만으로 쉽게 스마트폰을 켤 수 있는 제품도 나와 있다.

▲ 지문 인식 기능이 있는 모토로라 아트릭스

Tip. 앱을 통해 센서를 직접 확인해 보는 법

그동안 스마트폰 안에 꼭꼭 숨어 존재감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센서는 몇몇 앱을 통해 그 기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기종에 맞는 앱을 마켓에서 내려받아 실행하면 센서별로 제대로 동작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의심스럽다면 이를 통해 확인해보고 AS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iOS : MyDeviceChecker

https://itunes.apple.com/kr/app/mydevicechecker/id527413609?mt=8

안드로이드 : Check My Android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checkmyandroid.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