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스마트폰 업계가 한 가지 제품을 여러 나라에 판매하는 글로벌 전략을 중심에 두고 있다. 덕분에 아이폰이나 갤럭시, 넥서스 같은 제품은 주파수만 맞으면 어느 나라에서 구입해도 대부분의 언어를 읽고 쓸 수 있다. 한글도 안드로이드의 주요 언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가져오는 스마트폰은 조금 다르다. 안드로이드의 출생신고서가 조금 다른 탓이다. 안드로이드는 운영체제 그 자체에 대한 소스가 공개되어 있다. 사실상 모든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AOSP(Android Opensource project)에 기반을 둬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회사마다 만들어내는 안드로이드 결과물에는 차이가 있다.
■ 중국 인터넷 환경이 가른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
가장 큰 차이는 앱 마켓이다. 중국 스마트폰에는 안타깝게도 구글 플레이 서비스가 빠져 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쓰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지만 이걸 쓰는 과정이 그리 쉽기만 한 건 아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소니, HTC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주요 기업들은 개방형 핸드셋 연합(OHA, Open Handset Alliance)이라는 구글 중심의 협의체를 이루고 있다. 구글은 이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안드로이드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기술 지원도 해준다.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구글이 원하는 안드로이드의 그림을 그리고, 이를 인증해 ‘공식 안드로이드’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OHA 단말기가 갖는 가장 큰 차이는 ‘구글플레이 서비스’다. G메일, 행아웃, 그리고 앱과 콘텐트 장터인 구글플레이 등을 쓸 수 있는 권한은 OHA에 가입된 회사들 제품이 가장 우선이다. 구글은 이 외에도 이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OHA에 가입하지 않아도 별도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드로이드가 일정 수준이 되었다는 증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 중국 스마트폰들이 수준이 안 되어서 구글플레이가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역적인 한계도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의 인터넷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은 바이두, 텐센트 등을 비롯해 중국 내 기업들의 인터넷 서비스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사실상 구글이 필요 없는 몇 안 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중국에 판매되는 스마트폰은 구글과 관련된 서비스가 싹 빠진다.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고, 애플도 중국용으로 설정하면 검색 엔진을 비롯한 모든 환경이 중국에 맞춰진다. 우리가 이 중국판 안드로이드를 가져다 쓰게 되면 가장 먼저 괴롭히는 것이 이 구글 서비스다.
언어에 대한 문제도 있다. 중국에서 파는 제품들은 대체로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언어를 간체, 번체 등 2가지 중국어와 영어 정도만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넓어지는 데에 따라 몇 가지 언어가 더 들어가긴 하지만 아직 한국어는 ‘없다’고 봐도 별로 틀리지 않다.
■ 인증, 그리고 구글플레이
일단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했고, 국내에서 LTE 서비스를 쓰는 데 문제가 없다면 이제 언어와 구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이미 스마트폰의 국경을 넘기 위해 많은 이용자들이 대안을 만들어 두었다. 구글 플레이 관련 앱을 이용하려면 구글인스톨러 같은 앱을 활용할 수 있다. 공식적인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루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 기기가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애초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인증된 기기에 개별 코드를 부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기를 관리하게 된다. 이 인증 때문에 루팅이 필요하다.
구글의 인증을 받지 않은 안드로이드 기기는 이 코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히 구글 앱만 설치한다고 기능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안드로이드를 관리하는 ‘구글플레이 서비스’나 ‘웹뷰’ 같은 시스템 지원도 받지 못한다. 루팅을 통해서 안드로이드 인증키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구글플레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전체 과정에 위험 부담이 있고, 대체로 제조사들이 루팅된 기기에 대해서는 보증을 거절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구글플레이 없이 국내에서 안드로이드를 쓰는 건 거의 의미가 없고, 루팅 프로그램이나 구글인스톨러 등도 안정성이 좋아지고 있어 설치 과정에 그리 겁먹지 않아도 된다.
구글인스톨러를 이용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고, 구글과 기기를 동기화해서 G메일, 연락처, 구글드라이브, 시스템 동기화 등이 활성화된다. 기기가 우리가 익숙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구글 플레이 외에 최근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등이 협력해서 만드는 ‘원스토어’같은 외부 스토어를 쓰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지역 설정도 필요하다. 기기를 로컬라이즈하는 데에는 언어 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쓰는 시간 표시나 화폐단위, 도량형 같은 정보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당연히 기기에 한글과 한국 지원이 없다면 별도로 해주어야 한다.
이건 ‘로케일(locale)’ 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기기에 한국 설정이 없더라도, 강제로 한국 설정을 해 준다. 이렇게 되면 날짜와 시간 표시부터 ‘5월15일’처럼 표시되고, 숫자 사이의 쉼표 표시도 100,000,000처럼 뜬다. 시간은 15:30분처럼 표시되기도 하는데 이는 안드로이드의 시간 표시 옵션에서 ‘12시간 제’로 바꾸면 오후 ‘3시30분’으로 바뀐다.
무엇보다 앱들이 한국에서 쓰이는 기기로 인식해서 가능하다면 앱의 언어 표시를 한국어로 표시한다. 로케일 설정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앱이라고 해도 중국어나 영어로 뜬다. 운이 좋다면 로케일 설정만으로 안드로이드가 한국어 메뉴로 바뀌기도 한다. 안드로이드 속에 들어 있던 한국어 메뉴들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올려 놓은 기기들과, 한국어 메뉴를 집어 넣은 앱들에 한해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적어도 메뉴는 영어로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 한국어 키보드 설치
이쯤 됐으면 이제 한글 키보드를 설치하는 일만 남았다. ‘한글 키보드가 당연히 들어있는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없는 게 당연하다. 우리가 지금 다르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들은 당연히 중국 외 지역에서 쓰지 않는 것을 전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굳이 한국 키보드를 넣어 용량을 차지할 필요가 없다.
한글 키보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설치하면 된다. 영어로 ‘google korean keyboard’라고 검색하면 ‘google 한국어 입력기’를 내려받을 수 있다. 키보드 앱을 내려받은 뒤 마법사가 시키는대로 설정해도 되고, 설정 메뉴에서 키보드, 입력기, 언어 등의 항목에 들어가 한국어 입력기에 체크 표시를 해주면 키보드가 활성화된다.
키보드가 제대로 뜨지 않으면 입력창에서 키보드 아래쪽 지구본 모양 아이콘을 길게 눌러보자. 활성화된 키보드들의 목록이 뜨고, 여기에서 ‘한국어’를 체크하면 한국어를 쓸 수 있게 된다.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꼭 구글의 한국어 입력기를 쓸 필요는 없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는 한국어를 입력할 수 있는 갖가지 키보드들이 등록되어 있다. 어떤 것을 입력하든 결과물에 변화는 없으니 손에 맞는 편한 키보드를 골라서 설치하고 쓰면 된다.
■ 안 쓰는 앱 숨기기 & 런처 정리
이제 기본적인 설정은 마쳤다. 여기까지 제대로 이뤄졌다. 시스템 메뉴 등이 한글로 뜨지 않는 것 정도의 불편은 남아 있지만 앱들도 대부분 한글로 뜨고, 한글을 읽고 쓰는 데에 불편함도 없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역시 한국에서 쓰지 않는 제조사와 통신사 앱이 많이 깔려 있다. 이를 보이지 않게 삭제할 수 있다. 설정 앱에서 응용프로그램, Apps 같은 프로그램 관리 항목에 들어가서 쓰지 않는 앱을 골라내면 된다.
롬에 직접 깔지 않았다면 삭제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삭제, uninstall, remove 같은 항목을 눌러서 앱을 지우면 된다. 롬에 박혀서 지워지지 않는 앱들의 경우 ‘사용 안함’ 같은 항목으로 숨겨둘 수 있다. 이 항목은 안드로이드마다 달라서 표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런처도 바꿔주면 좋다. 중국 스마트폰들은 아이폰을 의식한 것 때문인지, 샤오미, 화웨이, 메이주 등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모든 앱이 바탕 화면에 뿌려진다. 반면 우리는 앱 서랍에 앱을 넣어 두고, 필요한 앱만 바탕에 꺼내 놓고 쓰는 방법을 선호한다. 이는 런처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된다.
가장 무난한 것은 구글이 제공하는 ‘구글 나우 런처’로, 이 런처를 설치하면 넥서스와 비슷한 화면 구성을 갖게 된다. 구글 나우 서비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런처’, 혹은 ‘launcher’를 검색하면 ZenUI, 버즈, 도돌, 노바를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런처들이 뜬다. 이 런처들을 이용해서 원하는 분위기로 꾸미기만 하면 된다.
테크니컬라이터 최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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