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커피 소비량은 전 세계 6위로, 종류를 막론하고 한 사람이 1년에 약 480여 잔을 마신다고 한다. 종이컵에 간단하게 타 먹는 믹스커피든 곱게 간 원두에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 원두커피든, 하루 한 잔 이상은 마신다는 소리다. 기자도 거의 매일 두어 잔을 마시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만큼 커피를 좋아한다. 아직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커피 전문점도 시장 규모가 3조 5천억 원 정도로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커피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커피’를 보면 원두가 10종, 커피 레시피가 50종이 넘는데, 거의 모든 메뉴가 실존하는 커피들이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 2월 3호점이 업데이트됐는데 해당 매장(?)에선 콜드 브루(Cold Brew) 커피와 원액을 판매할 수 있다. 비록 심각한 과금 시스템 덕분에 오래 즐기진 않았지만, 커피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려 했던 제작진의 의도는 인정할 만한 것이었다. 다양한 커피 종류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드는 콜드 브루 커피에 대해 알아보자.
STEP #1 : 먼저 알아둘 것들!
차가운 물로 우려내는 방식의 콜드 브루 커피는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가 ‘더치커피’다. 서양에선 ‘워터 드립’으로도 통용된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더치커피의 기원은 네덜란드 선원들이 장시간의 항해 기간 커피를 마시는 방법의 하나로 이용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 이 이야기에 대한 문헌이 없고, 서양에서 더치커피란 단어는 커피에 초콜릿, 깔루아, 아이리시 위스키를 섞은 칵테일의 이름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일본의 커피 업체가 마케팅을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것이 지금의 중론이다. 아무튼, 콜드 브루 커피에 대한 정확한 기원이나 어원은 밝혀진 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콜드 브루가 더 정확한 명칭이라고 해도, 커피에 대해 일본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국내에선 대부분 더치커피란 이름이 통용된다. 오히려 콜드 브루란 단어가 더 생소하다. 비록 오래 사용돼 이미 정착된 단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본 기사에선 일본어식 영어보다 서양에서 부르는 대로 콜드 브루 커피로 명칭을 통일한다.
STEP # 2 : 믹스커피에서 콜드브루까지
원두커피가 익숙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커피 하면 ‘맥X’을 떠올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참으로 좋아하는 그 잡지 말고) 커피-프림-설탕을 둘둘셋 비율로 타 먹는 것을 공식처럼 여겼고, 간편한 스틱 형태의 믹스커피가 나왔을 때는 그 개발자에게 노벨상이라도 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찾아 마시며 몸에 차곡차곡 당분을 쌓아나갔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에스프레소 커피 이전에도 커피를 마시는 종류는 다양했다. 앞서 언급한 '둘둘셋' 다방 커피가 일반적이었던 시절, 믹스커피와 더불어 커피메이커의 여과지에 분쇄한 원두를 담고 뜨거운 물을 내려 마시는 드립커피도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을 원두에 직접 붓는 핸드드립이나 굵게 간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고 거름망을 천천히 내려 걸러내는 프렌치 프레스 등 흔치는 않았던 방식도 오래전부터 활용돼 왔다.
90년대 후반 예의 ‘별다방’이 국내에 들어오며 에스프레소 커피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계로 추출해 적은 양에 무척 진하게 추출되는 에스프레소는, 처음 접해보는 대부분의 사람은 맛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다. 국내에 점점 커피전문점이 많아지던 때에도 에스프레소 자체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물을 탄 아메리카노, 캬라멜이나 초콜릿을 섞은 라떼 등 에스프레소 기반의 다양한 커피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의 커피 체인점은 약 6,400여 개로, 서울, 경기 지역에 절반이 몰려 있다. 이는 커피 프랜차이즈만을 집계한 수치로,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와 소규모 체인을 더하면 서울 내에만 무려 17,000곳이 넘는 카페가 운영 중이다. 1인당 커피 소비량도 연 400잔 정도로 무척 많은 편이며,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누구나 자신이 선호하는 커피 종류가 있을 정도로 커피 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게 됐다.
기자가 처음 에스프레소 커피를 접한 2006년 즈음, 카페를 운영하던 지인이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들어줬는데, 어느 날 ‘냉침 커피’라며 아메리카노보다 색이 연한 커피를 내줬다. 굵게 간 원두에 찬물을 붓고 4시간 정도 냉장고에 보관해 만드는 방식이라고 했다. 맛은 아메리카노보다 부드러웠고, 진하진 않았으나 향이 무척 좋았다. 나중에서야 이것이 콜드 브루 커피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란 걸 알게 됐다. 기자의 1순위 커피는 아이스 카페모카이지만, 가끔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판매하는 분쇄 원두를 사다가 냉수에 담아 마시기도 한다.
▲ 가장 간단하게, 보온병에 원두 두어 스푼과 냉수를 붓고 냉장고에 5~6시간 정도 보관했다가 꺼내 마신다. 여과지에 원두를 걸러내면 더 깔끔하게 마실 수 있지만, 무식한 기자는 커피에 섞여 나오는 약간의 원두 가루는 그냥 같이 마시는 편이다.
냉침 커피 특유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맛은 우유와 초콜릿, 에스프레소의 신나는 맛 조합과는 많이 다르다. 추출 방식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생각보다 복잡한 추출 기구를 준비해야 하고, 맛보기 전에 꽤나 오랜 시간의 기다림도 필요하다. 게다가 올해 초에는 콜드 브루 커피의 위생과 관련된 이슈가 터지며 시장에 타격이 있기도 했다. 커피를 추출할 때 나오는 유분이 무척 빨리 상하기 때문에, 상온에서 추출하는 경우 커피가 다 나오기도 전에 상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콜드 브루 커피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은 시정조치 이후 무엇보다 위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집에서 만드는 경우 많은 양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제조보다는 뽑아낸 커피를 냉장 보관하면 상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STEP # 3 : 커피를 만들다? 내리다? 뽑아내다?
위 사진이면 콜드 브루 커피의 모든 것이 설명된다. 적당히 갈아낸 원두를 아래가 뚫려 있는 컵에 담아 포트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차가운 물을 조금씩 떨어뜨리면 커피를 머금은 물이 포트에 조금씩 모인다. 보통 8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때로는 24시간 동안 내리기도 해서, 커피 제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종류이기도 하다. 제조 시간은 원두의 양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모으는 커피의 양에 따라서도 꽤 큰 차이가 있어 보통 12시간 정도로 기준을 잡고 제조한다.
같은 기구와 원두를 사용해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은 조금씩 달라진다. 원두 입자를 곱게, 혹은 굵게 갈아내는 것도 맛에 영향을 끼치고,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물도 그 속도에 따라 커피의 진한 정도가 달라진다. 기자 역시 특별한 기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냉침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맛(그리고 깜박하고 이틀 정도 지난 커피를 마셨을 때의 엄청나게 진한 맛)을 경험해 보고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콜드 브루 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하지만, 너무 고운 것보다는 약간 굵게 갈아낸 것이 좋다. 혹자는 아예 로스팅한 뒤 갈지 않은 원두를 오랫동안 냉침시킨 커피를 좋아하기도 한다. 원두의 종류도 자기 입맛에 맞는 것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추출에 사용하는 도구 역시 무식한 기자처럼 병 하나만 사용할 수도 있고 워터드립 기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콜드 브루 커피를 만드는 기구는 개인 카페에서 사용할 만큼 크기가 큰 제품도 있지만, 개인이 몇 번 마실 양을 만들 정도의 아담한 크기도 많다.
▲ SF 만화의 매드사이언티스트들이 사용할 법한 비커와 꼬불꼬불한 유리관이 모여 있다. 주로 매장에서 사용하는 추출 기구들이다. 개인용 도구는 크기도 아담하고 용량도 크지 않아 만드는 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다. 플라스틱 재질도 있지만 주로 유리와 도자기 재질이 많고, 물이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나 정수 필터가 장착된 경우 가격대가 꽤 올라가기도 한다.
워터드립 세트는 크게 3개로 나뉜다. 상단의 물탱크, 중단의 커피 로더, 하단의 서버다. 서버 위의 커피 로더에 여과지를 깔고 갈아낸 원두를 적당량 채우고, 약 30~40mL의 물을 천천히 고루 부어 원두를 살짝 불려 준다. 물탱크에 물을 채우고 선호도에 따라 얼음을 추가해 커피 로더 위에 올린다. 물탱크 하단에는 물이 조금씩 떨어지도록 가는 점적 노즐이 있다. 제품에 따라 물이 떨어지는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서버에 커피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상온이나 냉장고에 보관한다. 물탱크의 물이 모두 여과되면 완성. 추출이 끝난 콜드 브루 커피는 하루 정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농도에 맞춰 마시면 풍미가 더욱 좋다.
STEP # 4 : 콜드 브루 도구는 어떤게 필요하나?
아래에 추천하는 제품을 비롯해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한 제품들을 찾아보고, 눈과 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콜드 브루 세트로 커피에 대한 사랑을 한 층 더 깊게 가꿔 보자.
휴레드 빈플러스 워터드립 가정용 더치커피기구 500ml
휴레드의 ‘빈플러스 워터드립’ 세트는 약 50~55g의 커피를 사용해 5인분 정도의 콜드 브루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기구다. 최대 500ml 정도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고, 수량 조절 밸브가 있어 물탱크의 수량이 줄어들며 수압이 약해져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으면 밸브를 풀어 원활하게 추출할 수 있다. 추출 시간은 약 4시간 정도 소요돼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다. 물탱크는 플라스틱이고 다른 부분은 유리다.
이와키 워터드립 커피메이커 4인용
이와키의 4인용 워터드립 커피메이커는 2007년 일본에서 굿디자인 상을 수상한 만큼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약 40g의 커피를 넣어 4인분을 추출할 수 있고, 물 450mL를 채우면 1초에 한두 방울의 물이 떨어진다. 떨어지는 물의 조절은 물탱크의 물 양으로 조절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하자. 커피 로더 하단에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필터가 있어 청소만 잘해 주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누보 홈 콜드브루
누보의 홈 콜드브루 세트는 물탱크 하단에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밸브가 있어 원하는 속도와 수량을 맞출 수 있다. 추출을 시작한 뒤에도 물탱크와 커피 로더의 결합부를 확인할 수 있어 조절도 간편하다. 실리콘 재질의 필터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450mL의 물로 추출하면 약 420mL 가량의 콜드 브루 커피를 얻을 수 있다.
디킨즈 아이작 700
스테인리스 소재로 제작된 디킨즈의 ‘아이작 700’은 기구 자체가 아니라 별도의 거치대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인데, 물탱크와 커피 로더 사이의 밸브가 아이작 700의 핵심이다. 위생은 물론이고 추출 중에도 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향과 맛을 찾기가 수월하다. 추출한 커피의 용량도 최대 700mL까지 보관할 수 있는데, 사용자들의 후기에선 대부분 500mL 정도를 추천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5시간 정도.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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