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학창시절 나무 난로, 석탄 난로까지 경험해 봤다. 20세기를 몇 년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주번일 때면 정해진 분량의 석탄을 받으러 창고 앞에서 줄을 서야 했다.(심지어 추억에 잠긴답시고 철제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놨다가 반쯤 탄 누룽지를 먹은 경험도 있다.) 지금은 어느 교실이나 온풍기나 라디에이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시대가 달라지는 만큼 난방기구도 천천히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과일만 제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철 따라 달리 준비해야 하는 생활용품들이 많은데, 냉방이나 난방을 위한 제품이 특히 그렇다. 예전에는 난방용품 하면 보일러 아니면 전기장판 정도였지만, 지금은 장소와 용도에 따라 그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전열기처럼 손발만 따뜻하게 해 주는 개인용 제품부터 작은 방을 커버해 주는 소형 제품, 교실에서 수십 명의 학생을 위한 중대형 제품까지 온기를 전해주는 다양한 난방용품이 소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제품에는 알게 모르게 생기는 유행이 있다. 어느 때엔 가격보다 성능을 우선시하고, 그러다가 성능 대비 가격이 좋은 제품이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어느 분야나 그렇듯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 꿩과 알 모두를 잡는 제품을 최고로 친다.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해 주면서도 전기세는 덜 내길 바라는 귀여운 이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제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엔 단순했던 난방용품의 종류는 그 카테고리만 십수 가지에 달할 만큼 다양해졌다. 내 방부터 욕실까지 온기로 가득 채워줄 난방용품에 대해 알아보자.
■ 욕실을 따뜻하게, 온열기
개인용 난방기는 많은 사람이 전열기를 사용한다. 열선을 사용하는 전열기는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는 고마운 제품이긴 하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범위가 생각보다 좁고, 일정 범위를 따뜻하게 해 주진 못해 손발 정도만 따뜻하게 해준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추운 겨울에 보일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욕실은 씻으러 들어가기 싫을 정도다.(그렇다고 겨울에 잘 씻지 않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청결함을 유지하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온열기는 빠르게 뜨거워지는 특수 램프를 사용한 제품으로, 전원을 켜자마자 온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넓은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순 없지만, 욕실처럼 잠깐의 온기가 아쉬운 곳에선 온열기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 게다가 욕실이나 화장실이 외벽과 맞닿아 있는 구조인 경우, 한파로 수도가 파열될 위험도 있다. 온열기는 사람과 더불어 수도의 동파도 막아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보일러가 물을 덥혀주기 전까지는 온열기의 힘으로 잠깐의 추위를 이겨보자.
▲ 컴프라이프 FB308G
난방이 잘 돼 있는 집이어도 욕실의 냉기는 어쩔 수 없다. 오랜만에 씻으러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곧장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으면 차가운 바닥과 공기에 온몸이 으슬으슬하다. 벽에 부착하는 컴프라이프 ‘FB308G’는 전원을 켜면 빠르게 열기를 발산해주는 난방기로, 물이 튀어도 안전한 특수램프를 사용해 냉기를 가시게 해준다. 겨울은 물론 여름철 욕실의 습기 제거에도 용이하다. 275W의 전구 2개를 사용하는데, 짧은 시간 사용하는 만큼 전기세 걱정도 적다.
▲ 지앤지비 핫똘이 SNK-2B
지앤지비는 기존의 자사 제품에서 밝은 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차단한 신제품 ‘SNK-2B’를 내놓았다. 2개의 전구를 개별적으로 켜고 끌 수 있으며, 전원을 넣으면 1초 만에 따뜻해져 효율이 높다. 전구의 소비전력은 1.2kW이며, 한 달 동안 하루 1시간을 사용해도 전기요금은 6천 원이 더해질 뿐이다. 온열기를 1시간이나 켜둘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5천 시간의 수명은 전구를 교체할 일이 없을 만큼 튼튼하다.
▲ 한솔일렉트로닉스 HNK-B02
한솔일렉트로닉스의 2구 온열기 ‘HNK-B02’는 4m의 전원 코드로 설치 범위가 무척 넓다. 소음과 냄새가 없어 사용에 거부감이 전혀 없고, 2개의 전구를 별개로 켜고 끌 수 있어 덜 추운 날엔 하나만 켜서 전기세를 좀 더 아낄 수 있다. 특수가공 처리된 골드 램프는 5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데, 행여 램프가 고장나도 전면의 커버를 돌리기만 하면 빼낼 수 있어 관리도 간편하다. 평소 전기세가 약 4~5만 원정도 나오는 가정이라면, HNK-B02를 1시간 사용할 때마다 불과 400여 원이 추가돼 전기세 걱정이 덜하다.
■ 공기를 따뜻하게, 컨벡터
북유럽에서 많이 사용하는 난방 방식은 열기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운 공기를 대류 현상을 이용해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하루종일 보일러를 가동시켜 전기세나 가스비 폭탄을 맞기 전에, 따뜻한 공기를 방의 구석구석으로 보내주는 컨벡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특히 잠잘 때 켜두는 전기장판은 저온화상의 위험뿐 아니라 전기세에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게다가 온기가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아 찬 공기에는 무방비 상태가 된다. 바닥보다는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보온의 기본이란 걸 염두에 두고, 따뜻한 공기를 날라 주는 컨벡터에 관심을 가져보자.
▲ MILL MILL 1000
‘MILL 1000’ 컨벡터는 열기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뜨거워진 공기를 순환시켜 온기를 더 넓게 확장시켜 준다. 알루미늄 히터로 산소를 태우지 않고 자연적인 대류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보온만 되는 전열기보다 효율적이다. 온기를 더 강하게 확산시켜 주는 터보 모드와 1시간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타이머, 과열되거나 기기가 넘어졌을 때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시켜 주는 안전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어디에 놓아도 어울리는 유려한 디자인은 덤이다.
▲ 코퍼스트 PT-1500G 글라스컨벡터
5평 크기의 공간을 덥혀줄 수 있는 코퍼스트의 ‘PT-1500G’ 글라스컨벡터는 스탠드를 이용해 바닥에 세워두거나 벽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다. 더운 공기를 순환시키는 난방 방식으로 소음이나 냄새가 없고, 정해둔 온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돼 과도한 전기세를 막아 준다. 750W 히터를 2개 사용하는 PT-1500G는, 사용자가 둘 중 하나만 사용해 소비전력을 조절할 수 있다. 방수등급 IPX4로 넓은 욕실에서 사용하기도 좋다.
▲ 보만 EH4711 (EH4710)
보만의 ‘EH4711’은 750W부터 최대 2,000W까지의 출력으로 찬 공기를 빠르게 덥혀 주는 컨벡터다. 강력한 난방능력으로 최대 11평 넓이까지 커버할 수 있고, 총 3단계의 난방 세기 조절로 더 빠르게, 혹은 더 넓은 공간을 온기로 채울 수 있다. 측면의 다이얼로 난방 세기를 조절하면 된다. 길이 625mm, 두께 100mm로 약간 큰 편인데, 그만큼 넓은 공간을 빠르게 따뜻하게 해 주니 덩칫값 한다고 보면 되겠다.
■ 따뜻한 공기를 구석구석으로, 공기순환기
여름철 친구와 당구장에 가면, 천정의 에어컨이 제 역할을 못 하는 테이블이 한두 개씩 있다. 보통은 에어컨 앞이나 냉기가 닿지 않는 곳으로 선풍기를 틀어두는데, 기자의 단골 당구장에는 에어서큘레이터가 있어 냉기가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 공기 순환기는 꼭 찬 공기만 날라주는 게 아니다. 겨울철 따뜻한 공기를 날라주기도 하는 것이 공기 순환기의 역할이다.
따뜻한 공기는 위로,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는데, 공기 순환기를 잘 사용하면 따뜻한 공기가 의미 없이 차가워지는 것을 어느 정도 재활용해 주는 역할을 해준다. 일반 선풍기와의 차이점은 전면 커버가 공기 전달에 효과적인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인데, 날개의 구조와 함께 바람을 더 멀리 보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겨울철 난방기와 공기순환기를 함께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인 난방을 할 수 있다.
▲ 파세코 PCF-MP024AW
상하 80도, 좌우 90도로 어느 방향으로든 쾌적한 바람을 보내주는 파세코의 ‘PCF-MP024AW’는, 여름과 겨울에 사용하는 바람의 종류를 달리할 수 있다. 자연풍에 가깝게 풍량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고, 수면풍은 첫 단계를 설정해 주면 30분마다 바람의 세기를 한 단계씩 낮춰 숙면에 도움을 준다. ECO 모드는 온도에 따라 풍량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기능이다. 하단에 LED가 배치돼 동작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함께 제공되는 리모컨으로 모든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다.
▲ 트라이던트 TD-B727air
전용 그릴 디자인으로 바람의 직진성을 높인 ‘TD-B727air’는 바람이 전방으로 직진하는 회오리바람으로 여름에는 일반 선풍기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실내 전체로 확장시켜 준다.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더 시원하고, 난방기와 함께하면 방 전체가 더욱 따뜻하다. 공기 순환기 자체 기능으로 환기에도 제격이다. 상하 좌우 자동 회전 기능으로 방 전체에 공기를 순환시키기에 좋고, 40W의 저전력으로 장시간 사용해도 전기세 걱정이 덜하다.
▲ 보네이도 530 에어서큘레이터 (일반구매)
기자의 단골 당구장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보네이도의 530 에어서큘레이터는 꽤 두꺼운 날개가 특징이다. 날개가 깊고 모터의 회전 속도가 높아 바람에 힘이 있고, 나선 모양의 전면 그릴은 바람을 전방으로 멀리까지 보내도록 도와준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530 에어서큘레이터와 함께 사용하면 방 안 전체의 온도가 균일해져 온도 관리에 더욱 효율적이다. 공기 순환이 필요할 때는 방향을 위쪽으로 해두면 되고, 냄새를 제거할 때는 열린 창문 쪽으로 틀어두면 환기가 더욱 빠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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