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만 믿고 해외여행에 나섰다가는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제대로 알아보고 준비하지 않으면 비자라는 거대한 문턱에 막혀 여행이 좌절될지도 모를 일. 완벽한 여행을 위해 비자 공부는 필수다.
비자의 의미는?
비자는 어느 나라에 입국할 때 필요한 허가 사증을 뜻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여권과 헷갈리는데 여권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발행하는 증명서로 자국민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관리하는 수단이다. 비자는 방문하고자 하는 상대국가에서 발행하는 허가증으로 신원이 불분명한 외국인이 입국하는 것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무비자 입국 가능 국가가 많은 것은 그만큼 국가적인 위상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국가 국민의 불법체류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여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훌륭하다.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국가 수가 170개국으로 현재 호주와 함께 공동 7위다.
▶ 비자 종류와 발급 기준은?
① 미국
미국에 여행, 출장 등의 목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미국 관광비자인 B1/B1 비자를 받거나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ESTA를 신청하는 것. 전자는 주한미국대사관에 방문해 영어인터뷰를 통과해야만 하고 후자의 경우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신청 가능하다. 두 비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체류 기간과 신분변경 여부다. B1/B2 비자는 6개월간 체류할 수 있고 원하면 6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신분변경 가능성도 열려있는데, 신분 조정(I-485) 심사를 통해 영주권자로 전환할 수도 있다. 반면 ESTA로는 3개월간 체류할 수 있고, 체류 연장 및 신분변경이 불가능하다. 즉, 간단한 여행 목적이라면 ESTA(무비자)로도 충분하다. 여행 기간이 90일 이내고, 미국 비자 신청 거절 경력이 없으며, 이민법을 위반하거나 전과 기록이 없다면 승인받을 수 있다. 참고로 2011년 3월 이후 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리비아를 방문한 적이 없어야 한다.
② 중국
중국은 하루를 머물더라도 꼭 비자가 필요한 국가다. 비자 종류는 방문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관광목적의 L 비자나 업무 목적의 M 비자를 신청한다. 출입국 횟수에 따라 단수비자와 복수비자로 나누어진다. 관광(L) 단수 비자는 한 번 다녀올 수 있는 비자로 체류 기간을 30일, 90일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유효기간은 3개월이다. 더블비자는 체류 기간 30일 미만으로 유효기간 6개월 이내에 2회 다녀올 수 있다. 관광복수 비자는 체류 기간은 더블비자와 같지만 유효기간 12개월 이내에 여러 번 오갈 수 있다. 상용(M) 단수 비자는 체류 기간 30일, 90일 가운데 택할 수 있고 유효기간은 3개월이다. 상용 복수 비자는 유효기간 6개월과 12개월로 나누어 지고, 체류 기간은 30일, 90일 중에 선택할 수 있다.
과거에 관광비자는 항공권, 숙소예약내용만 있으면 대부분 발급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며 비자 발급이 한층 까다로워진 상황. 거부 사유는 대부분 '사진 부적격'이다. 이에 중국 비자 신청센터는 되도록 안경을 쓰지 않고 찍은 사진을 제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상용 비자의 경우 신규 발급이 더욱 어려워졌다. 필요서류는 재직증명서와 중국 측 기업의 초청장. 한데 초청장 발급을 여행사가 대행할 수 없고 본인이 중국 현지 회사로부터 직접 받도록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③ 일본
일본 정부는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2006년 3월 1일부터 사증 면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90일 이내 일본 방문을 원하면 비자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단기 체류의 경우 관광, 어학연수는 물론 영리적 목적까지 모두 허용된다. 90일 이상 체류를 원하면 재류자격인정증명서를 취득한 뒤 상용 비자, 단수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의 경우 남성은 18~ 30세 미만, 여성은 만25세 미만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고졸 이상이어야 하며 기간은 1년. 연장할 수 없다. 단 일본에서 취업이나 입학을 하면 취업 및 유학 비자로 변경할 수 있다.
한편 유럽의 상당수 국가는 한국과 무비자 협정이 체결돼 있어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다. 단 솅겐 조약에 의해 각각의 국가가 아닌 솅겐 가입국에 머무는 전체 체류 일이 3개월을 넘어선 안 된다. 남미의 경우 볼리비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비자 없이 30일~90일까지 머물 수 있다. 오세아니아 지역 역시 대부분 왕복 항공권만 있으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단 괌, 북마리아나 제도, 호주 등은 사전에 ESTA를 발급받아야 하며 파푸아뉴기니는 비자가 필요하다.
▶ 비자발급 소요 기간과 비용은?
ESTA의 경우 미국 전자여행허가제 공식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 접수 완료 후 최대 72시간 이내에 허가가 나며 발급비용은 14달러(한화 약 1만 6,000원)다. 여행사 대행의 경우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대 65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 신청 방법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므로 되도록 개인이 신청하길 추천한다. 미국의 B1/B2 비자 신청을 위해선 주한 미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 수수료는 160달러(한화 약 17만 9,000원)다. 영어인터뷰를 위한 교통비 및 기타 비용까지 포함하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고 할 수 있겠다. 비자가 찍힌 여권을 배달받는 데까지는 통상적으로 2~3일 정도가 소요된다.
중국 비자 신청은 비자신청서비스센터를 방문하거나 여행사에 대행을 맡길 수 있다. 당연히 직접비자신청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게 저렴하다. 비자 발급 기간은 당일, 1박 2일, 3박 4일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우편 신청을 하면 10일 정도 소요된다. 기간이 짧을수록 비싸지므로 되도록 여유 있게 신청하는 게 좋다. 여행사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 때문에 30~45%가량 가격이 올라간다. 비자신청서비스센터 세부 비용은 아래 표를 참고하길 바란다.
일본 비자의 경우 오전(9:30~11:30)이나 오후(1:30~4:00)에 신청하면 신청한 다음날(오전 9:30~11:30, 오후 1:30~5시)에 교부된다. 또 면접 결과 문제가 없고 추가자료 제출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었을 때 면접한 다음 날 사증이 교부된다. 별도의 비자 발급 비용은 들지 않는다.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 비자가 필요한 해외여행지 BEST5
① 부탄
히말라야 산맥의 절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신비의 땅 부탄. 사실 부탄은 여행하기 까다로운 나라다. 환경 보존을 위한 국가 정책에 따라 관광객 1인당 입국 비자 수수료도 40달러, 지속가능 관광 사용료를 65달러 내야 한다. 또 부탄 국적의 가이드 없이는 여행이 불가하며 하루 경비를 200달러 이상을 필수로 지출해야 한다. 관광객으로서는 불편하지만, 자국민을 최우선으로 하고, 당장의 이익에 눈멀지 않은 그들의 절개와 지조에 감탄하게 된다. 올해 부탄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인 대상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6~8월 중 방문하면 200~250달러의 필수 하루 경비가 적용되지 않고, 항공운임비 30~50%, 호텔비가 50% 할인된다.
② 아르메니아
우리에겐 낯선 나라. 처음 도착하면 쓸쓸한 도시의 민낯에 다소 당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서양의 문명이 교차하던 아르메니아는 주변 이슬람 국가의 침략에도 기독교에 뿌리를 둔 아르메니아 정교를 꿋꿋이 지켜왔다. 아흐파트와 사나힌 수도원, 해발 2,000m가 넘는 산지에 자리한 세반 호수, 코냑 등이 여행의 대표 키워드다.
③ 캄보디아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건축물로 꼽힌 앙코르와트는 그 자체로 캄보디아를 대변한다. 층층이 쌓아 올린 돔과 정교한 조각은 예술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그 높이와 규모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다. 나무뿌리로 휘감긴 따프롬 사원은 빠질 수 없는 뷰 포인트다. 캄보디아 여행의 장점은 적은 돈으로 쾌적한 숙박을 즐길 수 있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④ 볼리비아
새하얀 소금밭이 하늘을 비춰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분간할 수 없는 곳.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하던 사진에서 보던 바로 거기가 볼리비아에 자리한 우유니 사막이다. 어디 그뿐인가.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인 티티카카와 태양의 섬은 더없이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뾰족한 돌기둥들이 솟아오른 달의 계곡과 라파즈의 대표 유적 티와나쿠도 빠트려선 안 될 여행지다.
⑤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의 중심, 유라시아 대륙의 교역로였던 우즈베키스탄은 척박한 사막지대에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운 나라다. 중세 이슬람의 신학교인 나지르반베기 메드레세, 부하라 왕들이 기도하던 볼러하우스 모스크, 고고학적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마고키 아타리 모스크 등 화려한 이슬람 건축물들로 가득하다.
▶ 비자가 필요 없는 해외여행지 BEST 5
① 스페인
가톨릭과 이슬람, 아프리카와 집시 문화가 혼재돼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와 축구의 고장 바르셀로나, 프라도 미술관이 있는 마드리드, 이슬람의 흔적을 간직한 안달루시아 지방, 산티아고 순례길 등이 대표 여행지다. 낮잠 문화인 시에스타와 전통술 샹그리아를 즐기다 보면 여유 있고 생기 넘치는 도시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② 이탈리아
풍부한 문화유산부터 맛있는 음식까지 다 가진 이탈리아. 우스갯소리로 ‘이탈리아 사람은 조상 덕에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탈리아는 도시를 옮길 때마다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지역 특색이 뚜렷하다. 땅만 파면 문화유산이 나와 지하철을 확장할 수 없는 로마,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 트렌디한 패션의 도시 밀라노, 지상 낙원 아말피 해안까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곳이 없다.
③ 러시아
기차 여행의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다. 총 길이 9,300km,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꼬박 달려도 무려 6박 7일이 걸린다. 각기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열차에 올라탄다. 끝없이 이어지는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는 일은 따분하지만, 소란한 일상에 쉼표를 찍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 러시아와 한국은 2014년부터 비자면제협정이 발효됐다.
④ 미국
미국은 여행지로서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수없이 접해왔기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럴까? 자주 본 것과 직접 경험한 것은 분명 다르다. 세계 문화와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재즈와 블루스 선율로 가득한 뉴올리언스, 낮보다 밤이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죽음보다 깊은 계곡 데스밸리와 대자연의 위대함을 간직한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등은 죽기 전 두 눈으로 직접 봐야 하지 않을까?
⑤ 칠레
남북의 길이가 4,32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다. 반면 동서의 폭은 좁아 길쭉한 빼빼로를 연상케 한다. 이 때문에 북부와 남부의 자연경관도 상이하다. 북부에는 해안 사막 지대가 자리하고, 남쪽 끝부분은 남극과 맞닿아 있다. 모아이 석상이 자리한 이스터 섬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집약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꼭 방문해야 할 곳 중 하나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황민교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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