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의 가을. 아름답지만 어쩐지 마음이 허하다면 떠나야 한다
5월의 황금연휴가 끝났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10월의 황금연휴가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가을도 물론 좋다. 화려한 단풍에 하늘도 맑고. 날씨가 선선해지니 어쩐지 밤길을 걷고 싶고, 걷다 보니 이 생각 저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한숨이 나오고, 어쩐지 이 세상에 나만 혼자인 것 같고, 이유 없이 우울해진다. 그렇다면 떠나야 할 때다. 이 을씨년스런 한국의 가을을 여행으로 이겨내보자.
세련미 뿜뿜, 싱가포르
▲ 싱가포르는 대체적으로 이렇게 깔끔하고 현대적인 나라다
싱가포르는 위치 상 동남아에 위치하고 있지만 동남아 국가 답지 않은 부와 청결을 지닌 나라다. 깔끔한 호텔과 맛있고 고급진 레스토랑, 어마어마한 규모의 쇼핑몰, 휘황찬란한 야경까지 갖췄으니 세련된 도시 남녀들이 가기 딱 좋은 여행지. 평소엔 얌전한 도시지만 가을의 싱가포르는 조금 역동적이다. 각종 축제로 들썩이기 때문이다.
▲ 반짝반짝 빛나는 야경과 함께 하는 GPSS
<출처:GPSS 공식 홈페이지>
9월에는 엔진 소리가 심장을 울리는 F1 축제, 그랑프리 시즌 싱가포르(GPSS)가 열린다. 단순히 자동차 경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서트와 파티도 함께 열려 섬 전역에 활기가 넘친다.
싱가포르엔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많다. 그래서 10월엔 중추절도 성대하게 지낸다. 달의 축제이기 때문에 밤이 되면 달구경 파티도 벌이고 등불을 밝히기도 한다. 특히 차이나타운엔 공연이나 공예품부터 먹거리까지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시간이 된다면 차이니스 가든도 꼭 들러볼 것.
마지막으로 10월의 축제 하나 더, 디파발리다. 디파발리는 힌두교도들의 축제다. 그래서 이 기간의 싱가포르는 작은 인도가 된다. 디파발리는 어둠을 밝히는 빛을 기리는 행사로 온 거리가 반짝반짝거린다. 10월에 싱가포르를 간다면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겠다.
항공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싱가포르항공 등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6시간 정도.
기후 | 열대기후. 5~8월이 가장 덥고, 11월~3월은 우기다.
비자 | 90일 미만 무비자.
통화 | 싱가포르달러(SGD). 1싱가포르달러 = 810원(2017년 5월 기준)
언어 |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등
날 것의 자연을 만나다, 네팔
네팔까지 갔는데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엄홍길 대장처럼 설산을 오르라는 게 아니라 지구의 선물이라는 히말라야 산기슭을 걸어본다는 데에 의의를 두자.(그 자체도 고도가 높다) 산 자체는 계절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중 가장 쾌적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계절은 지루한 우기가 끝나는 가을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아름다운 건 자연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하고 착한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어쩌면 지구 태초의 모습을 만나고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페와호수를 품고 있는 포카라의 풍경
<출처:네팔관광청>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시작은 포카라라는 도시부터다. 여행자들이 많지만 얌전하고 순박한 네팔의 진가를 보여주는 곳. 트레킹 후에는 페와 호수를 바라보며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고 산속에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도 있다. 수도인 카트만두도 구석구석 둘러보자. 수십 가지의 고대 유적지는 물론 카오산로드 뺨치는 타멜 거리까지. 트레킹에 필요한 장비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구매하는 것도 좋다.
항공 | 대한항공이 주 3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
기후 | 6~9월은 우기, 10~5월은 건기로 나뉜다.
비자 | 서울의 주한네팔대사관이나 카트만두 공항에서 필요한 기간만큼의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15, 30, 90일 기간까지 받을 수 있다.
통화 | 네팔루피(NPR). 1루피 = 11원(2017년 5월 기준)
언어 | 네팔어
미국 뉴욕부터 캐나다 퀘벡까지
말만 들어도 설레는 뉴욕도 가을이 가장 눈부시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뉴욕을 만나려면 가을에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왕 뉴욕까지 갔으면 조금 더 이동해서 캐나다까지 찍고 오는 것도 좋다.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가을이 되면 단풍이 흐드러진다. 단풍잎이 국기에 새겨진 나라니 두말할 필요가 없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
우선 뉴욕부터. 가을의 뉴욕은 끝내주는 날씨를 보장하니 우리는 일상을 즐기면 된다. 쉑쉑버거와 블루보틀커피, 센트럴파크를 거닐다 보면 뉴요커의 피가 온몸 구석구석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캐나다는 9월 즈음부터 단풍이 물결친다. 동부는 빨간 단풍으로, 서부는 황금빛으로. 뉴욕에서 이동해 가기 좋은 곳은 동부 퀘벡이다. 이국적인 풍경에 단풍이 더해지니 한국의 단풍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퀘벡 안에서도 특히 단풍으로 유명한 도시는 몽트랑블랑, 이스턴타운십, 샤를부아 등이다. 또 퀘벡은 도깨비(라 쓰고 공유라 읽는다)가 머물러 우리에게도 친근한 도시 아닌가. 그곳에서 단풍도 즐기고 도깨비의 흔적도 따라가보자.
항공 | 뉴욕까지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직항으로 14시간 30분 정도 걸려 갈 수 있다. 퀘벡으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으니 뉴욕으로 들어가 뉴욕으로 나오는 게 편하다.
기후 | 뉴욕은 한국과 비슷한 사계절을 띄지만 일교차가 조금 더 심한 편이다. 퀘벡 역시 사계절을 갖고 있지만 여름은 더 뜨겁고 겨울은 더 춥다.
비자 | 미국은 ESTA 웹사이트에서 여행허가신청서를 작성하거나 미국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캐나다 역시 eTA를 발급 받아야 한다.
통화 | 미국달러(USD). 1달러 = 1130원, 캐나다달러(CAD). 1캐나다달러 = 830원(2017년 5월 기준)
언어 | 영어
쇼퍼들의 천국, 괌과 사이판
괌이나 사이판은 휴양지답게 항상 날씨가 좋은 편이다. 그런데 굳이 가을에 가라는 이유는 바로 쇼핑 때문이다. 두곳 다 미국령의 섬이라 11월에는 대대적인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이 기다린다. 게다가 괌은 섬 전체가 면세 구역이라 평상시에도 쇼퍼들로 넘친다. 임신 중이거나 아이가 있는 가정은 유아용품 쇼핑할 겸 괌으로 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꼭 들러야 할 쇼핑 스팟도 소개하자면 괌은 GPO, 괌 프리미어 아울렛이다. 그중에서도 타미 힐피거 매장을 꼭 들러볼 것. 사이판에서 갈만한 곳은 딱 하나다. DFS T 갤러리아. 사이판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미국 제품들이 싸고 할인율도 높다. 특히 버버리 매장이 제일이라는 후문.
닮은 듯 다른 두 섬 중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기자가 차이점을 알려주겠다. 괌은 좀 더 화려하고 쇼핑하기에 편하지만 그만큼 사람이 북적인다. 사이판은 괌보다는 한적하고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다양하지만 섬 자체가 작은 편이라 며칠 지나면 심심할 수 있다.
항공 | 괌과 사이판 모두 다양한 직항편이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국적기는 물론,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의 저가항공도 이용할 수 있다. 비행시간은 괌이 4시간, 사이판이 4시간 30분 정도.
기후 | 두곳 다 열대성 기후로 1년 내내 휴양지다운 날씨를 유지한다. 다만 스콜이 수시로 내린다.
비자 | 괌은 45일 미만 무비자, 사이판은 15일 미만 무비자.
통화 | 미국달러(USD). 1달러 = 1130원(2017년 5월 기준)
언어 | 영어
축제의 계절, 유럽 중부 독일과 오스트리아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여름과 겨울에 유럽을 많이 방문하지만 유럽도 가을에 날씨가 가장 좋다. 그래서 각종 축제들도 가을에 몰려있는 편.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축제 기간에 맞춰 여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추리고 추려 2개 나라만 선정했다.
▲ 옥토버페스트의 비어텐트 안에서는 저런 민속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맥주를 서빙해준다
독일의 축제 중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옥토버페스트가 가을에 열린다. 옥토버페스트만을 위해 뮌헨에 가는 여행객들이 무려 평균 600만명이나 된단다. 화려한 퍼레이드에 민속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행진을 하면서 맥주잔을 기울이는 흥겨움이라니. 축제 기간 중 제공되는 맥주는 옥토버페스트만을 위해 양조된 것이라니 이 때가 아니면 맛볼 수도 없다. 맥주를 사랑한다면 한 번쯤 가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오스트리아다. 사실 유럽 여행지에서 오스트리아는 누락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는 오스트리아의 자연도 스위스만큼이나 아름다웠다. 가을엔 그라츠라는 한적한 도시에서 슈타이리셔헤르프스트 페스티벌이 시작된다. 이름이 난해하지만 간단하게 예술 축제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영화, 음악, 건축, 연극 등 다양한 현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아주 고상하고 우아한 축제다.
항공 | 독일: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을 이용하면 뮌헨으로 바로 갈 수 있다.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정도. 오스트리아: 그라츠는 뮌헨을 경유해 들어갈 수 있다. 뮌헨에서 그라츠까지의 비행시간은 1시간 정도.
기후 | 독일: 뮌헨은 독일의 도시 중에서도 일조량이 높은 축에 속해 날씨가 좋다. 하지만 일교차가 심하고 특히 10월의 날씨가 변덕스러운 편이라 따뜻한 옷을 챙겨야 한다.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는 동쪽에는 대륙성 기후, 서쪽에는 해양성 기후가 나타난다. 그라츠는 오스트리아의 남서부에 위치해 해양성 기후를 띄지만 그래도 서늘한 편이다.
비자 | 관광 목적일 경우 90일 미만 무비자.
통화 | 유로(EUR). 1유로 = 1300원(2017년 5월 기준)
언어 | 독일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기분을 벗어날 수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리는 가을을 여행으로 제대로 만끽해보자.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염아영(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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