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VR이 없었다면 컴퓨텍스는 어떤 풍경이었을까? 몇 해 전 오큘러스 리프트, HTC VIVE의 등장으로 인해 VR 기반 시장이 21세기 새로운 개척지로 떠오른 지 오래다. ICT 기업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컴퓨텍스 현장에도 마찬가지. 어떤 규모의 전시회라도 부스 한쪽에 으레 VR 부스를 마련하는 것이 이젠 기본이 된 것처럼 보인다. 어찌 보면 이젠 식상해져 버린 VR 체험 부스. 컴퓨텍스 2017에선 어떤 풍경이었는지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1박 2일 동안 모든 전시 품목을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컴포넌트를 전시한 MSI도 예외는 아니었다. 컴퓨텍스에서 체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VR 게임이 그랬지만, 역시 건슈팅 게임에 HTC VIVE를 동원해 자사의 그래픽 카드, 게이밍 노트북을 홍보하고 있었다.
또한, 레이싱 게임 킷을 설치해 가상 현실의 자동차 경주를 할 수 있었고, 한쪽에는 타이어 전시장까지 마련해 MSI에서 자동차용품까지 만들어내나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와 더불어 레이싱 게임이 아니라 롤러 코스터 가상 체험존도 마련해 시종일관 체험자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MSI가 그동안 보여준 그래픽 카드, 게이밍 노트북의 퍼포먼스가 가장 잘 나타나는 게 VR 게임이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다음은 STAR VR HMD를 선보인 ACER다. 원래 스웨덴의 게임 개발사 스타브리즈가 개발한 하드웨어로 컴퓨텍스에 참가한 ACER와 콜라보레이션 차원에서 체험존을 마련한 것이다.
일단 홍보하는 모토부터가 다르다. 이른바 IMAX VR로 21:9 비율의 화면을 약 210도 시야각으로 쏘아준다. 기존 오큘러스 리프트가 110도임을 감안하면 정말 일반 상영관과 IMAX 상영관의 차이라 볼 수 있겠다.
실제 STAR VR HMD 렌즈부를 보면 눈 양옆의 공간까지 꽉 찬 것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넓은 시야각으로 체험자로 하여금 더 높은 몰입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STAR VR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게다가 작동시 외부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LED는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HMD 같은 중후한 느낌을 선사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나 케이블의 압박. 천장을 이용해 케이블을 돌렸음에도 격렬한 건슈팅 게임 5분여 만에 오른쪽 사진처럼 HMD에 케이블이 엉키고 말았다. 언제쯤 무선 HMD가 나올까? 기다려지지 않으면 VR 게임유저가 아닌 게 확실하다.
다음은 ZOTAC부스다. 앞서 엉켜버린 STAR VR의 임시 대안이라고나 할까? 바로 백팩 PC, VR GO를 선보인 ZOTAC이다. 역시나 HTC VIVE를 통해 VR GO를 체험하는 넓은 부스를 마련했다.
VR GO는 평소 게이밍 미니 PC처럼 사용하다가 VR게임을 할 때 백팩 스트랩을 장착하고 등에 메는 방식이다. 초창기 그냥 일반 가방에 PC 부품을 욱여넣은 형태에서 벗어나 GO의 이름을 달고부터는 일체형 PC로도 손색없을 정도로 발전한 형태다.
약 3.5m x 3.5m 공간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복싱게임에 여념이 없는 체험자는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안전상 문제로 늘 옆에 도우미가 붙어야 하는 VR의 숙명적 단점도 절실히 깨닫게 한 체험존이기도 했다.
VR을 넘어 MR에 도전하는 업체는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의 쓰디쓴 상처를 딛고 융합현실, 즉 MR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MR이라는 미래로 가는 길엔 역시 길동무가 필요했을까? 컴퓨텍스의 마이크로소프트 부스에는 ACER, HP, 그리고 3D 글래시스의 MR HMD가 유리관 안에 고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직 체험을 하지 못해서 굉장히 아쉽지만,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OEM 차원으로 MR 기기들을 찍어낸다고 하니 기대가 사뭇 컸다. 과연 가격이 얼마나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것은 무리수일까?
마지막으로 컴퓨텍스의 단골 주인공 ASUS. Zenfone을 필두로 VR과 AR에 본격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ASUS는 구글 데이드림과 탱고를 Zenfone을 통해 모두 섭렵하는 대인배 정신이 느껴졌다. 그만큼 부스도 데이드림, 탱고, Live 3분야로 나누어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일단 탱고와 Zenfone 콜라보레이션 부스에서는 의자를 마련하여 자동차를 조종하는 체험이 이루어졌다. VR에 비해 AR은 아직 익숙치 않은 관람객이 많아 보였다. 그때마다 도우미들과 직원들이 1:1로 안내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구글 데이드림을 통한 VR을 체험하는 Zenfone부스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각자 지급된 구글 데이드림 HMD에 Zenfone을 삽입하여 영상을 체험하는 구성이었다.
아직 Zenfone의 소문이 덜 났다 싶을 정도로 관람객은 적었지만, 그 규모나 분위기만큼은 압도적이어서 컴퓨텍스 VR, AR 체험존에 당당히 이름을 걸 수 있겠다 여겨진다.
VR이란 게 참 뜨거운 감자 같다. 쉽사리 먹으려 달려들 수도 없고, 포기하자니 너무 큰 시장이니 글로벌 업체마다 눈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현실. 하지만, 속속 차세대 HMD가 개발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면 미래성장 동력의 개척지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컴퓨텍스 2017에서도 이를 반영하는 듯 기본 아닌 기본이 되어버린 VR. 행사 기간 내내 VR 체험을 도와주기 위해 고부분투하는 업체 관계자와 도우미들에게 무척이나 고마워진다.
글, 사진 / 다나와 정도일 (doil@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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