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손들아… 밀 때가 왔다 (사진: 픽사베이)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산소를 수북하게 덮은 풀은 내가 아니어도 깎아줄 사람이 많겠지만, 내 몸을 뒤덮은 털은 나 아니면 밀어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이번 추석엔 사랑하는 나를 위해 내 몸의 거친 털들을 깔끔하게 정돈해 보는 건 어떨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모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소한 에티켓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에 들어서는 개인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그 지위(?)가 승격됐다. 덕분에 요즘에는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일단 없애고 보자’는 이들도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모를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이라 여기는 일부 사람들이 존재한다(심지어 ‘겨드랑이가 털 하나 없이 깨끗한 남자는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궤변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
왜 우리는 제모를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제모는 어떻게 헤야 하는가? 제모에 대한 A to Z를 준비했다.
왜 당신은 제모를 해야 하는가?
▲ 위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는 무관함을 밝혀 드립니다 (사진: 픽사베이)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몸과 머리털과 살갗은 부모로부터 받았으니 감히 훼손하지 않는다)’이라 하나 ‘제모성형 양명어이성 탄복부모(除毛成形 揚名於異性 歎服父母: 제모로 성형하여 이성에게 이름을 드날려 부모님을 탄복하게 함)’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부모님이 바라는 진정한 효가 아닐까?
현대인이 주로 제모하는 부위는 겨드랑이와 버뮤다삼각지대를 비롯한 비키니라인 쪽이다. 이 부위는 털이 성게형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밀집형 털에 땀이라든지 생리현상 후의 분비물이 묻으면 불쾌한 냄새가 풍기고 자칫 세균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제모를 하면 민감한 부위의 가려움증이나 염증 생성이 줄고, 세균이나 박테리아 번식이 최소화돼 각종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 이런 메이크업도 눈물 나는 제모의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사진: 픽사베이)
두 번째는 미용 때문이다. 여성들의 경우 단순히 보기 싫은 털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메이크업(즉 화장 잘 먹는 베이스를 위해)을 위해 제모 시술을 받는다. 얼굴 표면의 잔털만 제거해도 파우더 입자가 곱게 밀착하고 피부 톤이 한층 밝아 보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제모는 성형과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마가 너무 좁은 사람의 경우 헤어라인의 잔머리를 제거함으로써 시원한 인상을 완성한다.
▲ 수염 잘못 기르면 예수님 된다 (사진: 픽사베이)
매일 면도해도 턱이 거뭇거뭇한 이들도 깔끔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턱수염 제모를 한다. 지저분하게 자란 눈썹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말끔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모르는 이가 없겠지? 더욱이 제모 시에는 각질도 함께 제거되기 때문에 보다 매끈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자, 이래도 안 밀 텐가? 그대의 털!
장비를 골라보자 (날면도기 vs 제모 크림 vs 왁싱 크림 vs 레이저 제모기)
▲ 기사의 진정성을 높이기 위해 위 장비를 사용해 직접 털도 뽑았다... 누가? 우리가!
자!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제모를 위한 장비를 골라보자. 제모 장비는 크게 날 면도기, 레이저제모기, 제모 크림, 왁싱 크림까지 4개로 분류된다. 피부 상태나, 제모 부위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면 되겠다.
1) 대충 깎으면 되지 뭐… 털 따위에 돈 쓸까 보냐? 그렇다면 날 면도기
▲ 쉬크 인튜이션 포머그래닛 면도날
▲ 질레트 비너스 스월(하)
제모하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장비다. 날이 달린 면도기를 사용해 피부 표면의 털을 잘라내는 방법으로 쉽고 간단해 오랜 시간 애용되어 왔다. 얼굴, 팔, 다리 등 피부 표면에 보이는 거슬리는 털을 시원하게 깎아낼 수 있다(특히 털이 많을수록 들리는 ‘슥슥’ 사운드가 예술).
▲ 필립스 사티넬 BRE646/00
다만 날 면도기로 제모 시 제모가 깔끔하게 되지 않으며(샤프심 같은 잔털 잔류) 자른 부위의 털도 금방 자라나서 수시로 제모를 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날 때문에 피부가 상하기 쉽다. 자칫 상처가 나서 염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5중 날 면도기 등을 사용해 무빙을 최소화해야 피부 자극을 줄일 수 있다.
*날 면도기 사용 팁
▲ 니베아 맨 센서티브 쉐이빙 폼(상)
▲ 질레트 포오미 레귤러 쉐이빙크림(하)
면도기 포장 뜯자마자 냅다 피부에 들이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아무리 철갑 피부라도 상처가 날수밖에 없다. 우선 따뜻한 물로 제모 부위를 충분히 적셔준 뒤 전문 쉐이빙 폼을 도포한다. 털이 자란 방향으로 면도질을 하면 피부 자극 없이 부드러운 제모가 가능하지만 토막 샤프심 털이라든지 거뭇거뭇 그을음이 남을 수 있다. 아픔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마초남이라면 털 반대 방향에서 시원하게 면도날을 날리자.
2) 많은 돈을 쓸 순 없지만 내 털과 깔끔한 이별을 고하고파~ 그렇다면 제모 크림
▲ 뷰티포뮬러 쉐어버터 제모크림
▲ 뷰티포뮬러 로즈 제모크림
고체형의 크림을 피부에 발라 털을 녹이는 방법이다. 털을 제거할 부위에 바른 후 단단하게 굳혀 떼어내는 제품부터 물이나 스펀지로 닦아내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제모크림을 이용하면 통증 없이 부드럽게 털을 제거할 수 있으며 날 면도기보다 깔끔한 제모가 가능하다.
▲ 더샘 바디 앤 소울 제모 크림
하지만 대부분의 제모크림이 강한 알칼리성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피부가 약한 사람이 사용할 시 따갑거나 발갛게 부어 오르는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파마 약 향이나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나기도 해 후각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제모크림을 사용할 경우 피부염이 발생할 위험이 크니 주의하자. 사용 후에는 꼼꼼히 씻어서 크림 성분을 제거하는 것도 잊지 말길!
*제모 크림 사용 팁
▲ 바르면 털이 니글니글 녹는다고 알려진 티엠티알 발렌타인 제모크림
제모 크림도 잘못 바르면 털이 깔끔하게 밀리지 않는다. 극적인 제모 효과를 얻기 위해선 완전히 건조된 제모 부위에 털이 자란 방향으로 크림을 도포한다. 10분 정도 지나서 부드러운 수건으로 쓸어 내리듯 닦으면 털이 깔끔하게 밀려나는 것을 볼 수 있다.
3) 난, 고통을 즐겨요… 그렇다면? 제모 왁스
▲잘 녹인 왁스를 털털한 곳에 발라 모근까지 제거하는 왁싱 제모 (사진: 픽사베이)
영화 <브리짓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의 다리털을 시원하게 뽑아낸 그것! 바로 제모 왁스다. 오늘날 대다수의 왁싱샵에서 사용하는 왁스는 제모할 부위에 왁스를 녹여 얇게 펴 바른 뒤, 어느 정도 굳어지면 털이 난 반대방향으로 떼어내면 제모 효과를 톡톡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왁스 제모는 모근까지 함께 제거해주기 때문에 깔끔한 제모가 가능하며 제모효과도 4주간 지속된다.
▲ 지저쓰 슈가링 왁스
▲ 알롱 셀프 하드왁싱 키트
왁스는 이탈리아 최초로 셀프 왁스 키트를 개발해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스트랩사의 슈가링 왁스를 비롯해 국내 왁싱샵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알려진 알롱 셀프 하드왁싱 키트 등 손쉽게 사용하기 좋은 제품이 많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고통이다. 말이 좋아 왁싱이지 피부의 털을 뜯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모가 굵을수록 피부에 가해지는 통증이 크기 때문에 털이 굵고 많은 사람들은 다른 제모 방식을 추천한다.
*제모 왁스 사용 팁
▲7년 전 셀프 왁싱의 고통을 표정으로 공표해 화제를 모은 외쿡 언니
왁싱 전 털털한 부위에 따뜻한 물을 충분히 적셔준다. 그래야 모공이 크게 열려서 모근이 깔끔하게 뽑혀 나올 수 있다. 물론 고통도 줄어들고… 참고로 왁싱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1초를 넘기기 전, 빛과 같은 속도로 뜯어내는 것이다. 오히려 천천히 뜯으면 고통은 커지고 제모 효과도 줄어든다. 간단하다. 악! 쫘-악!
4) 내 털과 영원히 안녕할 수 있다면 그깟 돈이 대수임? 그렇다면 레이저 제모기
▲ 브라운 실크 엑스퍼트 IPL BD5001
▲ 필립스 루메아 에센셜 SC1996/70
가장 고가의 방법이지만 고통은 덜하고 효과는 확실한 방법이다. 레이저 제모는 멜라닌 색소에 반응하는 레이저를 활용해 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모낭을 파괴해 털을 제모하기 때문에 4~6번 정도 시술을 받으면 영구 제모 효과를 볼 수 있다. 팔 다리, 겨드랑이는 물론 눈썹, 인중 등의 잔털도 깨끗하게 제거해주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 이오시카 SIPL-1000B
▲ 라피타 JOC-9000
문제는 다른 제모 장비 대비 가격이 비싸며, 시술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구매 전 한국 식약처 등 인증센터로부터 허가된 정식 ‘의료기기’인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레이저 제모기 사용 팁
▲ 외계인같이 한 곳만 공략하지 말고… 넓게… (사진: 픽사베이)
레이저 제모기 초보자들이 흔히 하게 되는 실수가 한곳에 집중적으로 조사(레이저를 쬐는 것)하는 것인데, 이러면 오히려 제모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넓게, 균일하게 조사하는 편이 부작용도 줄이고 제모 효과에도 좋다.
제모후유증, 이렇게 관리하자
▲나무도 대패질 당하면 마이 아파~ (사진: 픽사베이)
위 장비들을 사용해 제모에 성공한 분들! 아마 털 떠난 휑한 피부 때문에 어색할 것이다. 자, 여기서 문제다. 깎았으니 디엔드일까? 물론 아니다. 어떤 장비를 사용했든 인위적인 힘으로 자극 받은 피부는 안정이 필요하다.
1) 피해야 할 것 – 일광욕, 사우나, 대중목욕탕, 격한 운동, 아주 매운 음식
▲제모 후 찜질은 특히 금물이다 (사진: 픽사베이)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될 시에는 색소침착으로 제모 부위가 거뭇거뭇해지거나 피부발진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24시간 동안은 강한 햇빛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왁싱 같은 제모를 하고 난 후에는 모공이 크게 열려 있는 상태다. 즉 이물질이 침투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사우나라든지 대중목욕탕, 땀 흘리기 쉬운 격한 운동을 삼가야 한다.
2) 만나야 할 것 – 쿨링 제품(수딩젤&수딩 파우더), 스크럽, 바디미백크림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데이랑스 알로에베라 100 수딩젤 / 웰코스 과일나라 알로에베라 모이스처 리얼 수딩 젤 미스트 / 네오팜 아토팜 더마 수딩 파우더
우선 쿨링 제품을 이용해 피부를 진정시키자.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이 수딩젤이다. 다나와에서 인기제품 3순위에 꼽히는 데이랑스 알로에베라 수딩젤은 알로에 특유의 쿨링 효과로 자극 받은 피부를 진정시키고 빠른 시간 내 수분보호막을 형성해 피부를 촉촉하게 가꿔주며 모공을 수축해준다. 젤의 끈적이는 촉감이 싫다면 미스트나 파우더 형태의 수딩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 LG생활건강 온더바디 벨먼 스파 사해소금 스크럽 바디워시
왁싱 제모의 경우 묵은 각질도 함께 제거되는데, 새로운 각질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남은 각질과 이물질이 섞여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주 3회 정도 스크랩을 해주며 새로운 각질층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물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 블랙샷 프리미엄 미백크림
마지막은 미백이다. 제모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부작용이 색소침착인데 이는 미백크림만 잘 발라줘도 복원이 가능하다. 요즘에는 미백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수분크림도 많으니 참고하시길~!
당부의 말씀… 제모하다가 팔다리를 잃을 수 있다?
▲ 오염된 면도기로 제모하다가 다리를 잃을 뻔한 다나 세지윅 (사진: Hotspot media)
지난 2012년, 영국의 40대 여성이 팔다리의 털을 밀던 중 진짜 팔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처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믿기 힘든 이 사건은 다름아닌 지저분한 면도기 때문. 제모 과정 중 여성의 몸에 상처가 나고, 습한 환경에 오랜 시간 방치돼 있던 면도기의 박테리아와 세균 등이 여성의 피부 속으로 침투하는 바람에 피부 심부 피하조직이 썩어들어가는 ‘괴사성 근막염’에 걸려버린 것이다. 다행히 절단의 비극은 막았지만 세균 감염으로 썩어버린 그녀의 팔다리를 치료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 면도날은 반드시 전용 세정제를 사용해 세척하자 (사진: 픽사베이)
미용 때문이든 위생 때문이든 제모는 결국 깨끗하고 청결한 신체 관리를 위해 시행하는 행위다. 그런데 제모에 사용되는 도구와 환경이 비위생적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셀프 제모 전에는 반드시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특히 날 면도기는 반드시 소독 후 사용하도록 하자.
번외, 조상님도 제모가 필요해
▲내 털도 밀었으니 조상님 털(?)도 밀어드리자 (사진: 픽사베이)
아무리 그래도 추석이다. 조상을 섬기고 어른을 공경하는 유교 사상을 장착한 한국인으로서 민족 대명절에 내 털 미느라 조상님 털까지 방치하는 것은 어쩐지 도리가 아닌 듯하다. 바쁜 현대인을 대신해 벌초 대행 업체도 등장했지만 그래도 우리 조상님은 내 핏줄이 정성스레 묵은 풀 하나하나 뽑아내고 깔끔하게 예초해주는 것을 바라실지도 모른다.
▲ 그린웍스 G-MAX 40V 예초기
다행히 요즘 판매되는 예초기는 5kg을 넘지 않는 가벼운 무게에 컴팩트한 충전 배터리를 장착한 심플한 디자인이 많다. 특히 핸들그립형으로 제작되어 여성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다나와 예초기 카테고리에서 인기상품 상위에 랭크된 그린웍스 G-MAX 40V의 경우 풀이 부드럽게 깎이기 때문에 누구나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예초 할 수 있으며, 소음과 매연도 적어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눈치(?)보지 않고 신나게 조상님 묘를 제모해드릴 수 있다.
▲예초 시 강추하는 남성 생활 한복 계량 개량 한복 린넨 삼베옷 st
참고로 벌초 시 굳이 전문 장비를 착용할 필요는 없지만 통풍이 잘 되면서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얇은 셔츠와 바지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색상은 가능한 흰색이나 밝은 색을 선택하자. 밝은색 의상은 조난 시 눈에 띄기 쉬울 뿐만 아니라 어두운 색만 보면 공격하려 하는 말벌의 습격을 차단할 수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오미정 (sagajimomo@danawa.com)
글, 사진 / 최미선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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