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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겨울로 가던 어느 날, 염하강철책길

    2020.12.01. 13:09:48
    읽음794 댓글3
    염하강 곁을 따라 걷는 길. 철책 너머 풍경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염하강 곁을 따라 걷는 길. 철책 너머 풍경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더 강해지기 전에 길을 나섰다.
    생각을 비우고 이야기를 담았다.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철책길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에 걸쳐져 있는 평화누리길은 총 12코스로 구성돼 있다. 김포시에 속한 1~3코스 중 1코스 염하강철책길을 걸었다.

    거리│14km
    소요시간│4시간
    주요코스│대명항→김포함상공원→덕포진→쇄암리쉼터→원머루나루→김포CC→문수산성 남문

    ●지도가 없어도 괜찮아

    하루가 다르게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었기에. 맘껏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종종 듣기만 하던 ‘평화누리길’을 검색해 본 연유는 그러했다. 완연한 겨울이 오기 전에 양껏 한 번 걸어 볼 요량으로. DMZ 접경 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에 걸쳐진 평화누리길은 총 12코스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중 김포시에 속한 1코스를 택한 이유는 꽤 단순했는데, 강변을 따라 쭉 뻗은 길이 명료해 보였기 때문이다(평소 소문난 길치다). 겨울에 성큼 가까워진 어느 날, 염하강철책길 트레킹은 그렇게 시작됐다.

    길을 안내하는 리본 그리고 갈대
    길을 안내하는 리본 그리고 갈대

    코끝에 맴도는 비릿한 바다 내음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명항에서부터 문수산성 남문까지 이어지는 염하강철책길은 말 그대로 염하강 옆 철책을 따라 펼쳐져 있다. 강 너머 강화도를 바라보며 걷는 동안 ‘경기둘레길’이라고 적힌 리본과 곳곳의 표지판이 길을 안내한다. 사실 이 표식들이 아니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직진 코스다. 지도에 그리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건 곧 별다른 생각 없이 걷기에 딱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명항에서 시작되는 평화누리길 1코스 입구
    대명항에서 시작되는 평화누리길 1코스 입구

    ●풍경 따라 흐르는 이야기


    ‘평화누리길’이라고 적힌 알록달록한 입구처럼, 길은 꽤 다채롭게 이어졌다. 몇몇 조형물이 설치된 길 초반부를 지나자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장면을 달리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박자박 흙길을 밟고 있다면, 덕포진이다.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가 벌어졌던 역사 속 바로 그 장소. ‘지역이 좋아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항구’라는 뜻을 가진 덕포에 ‘진(鎭)’이 붙게 된 건 조선시대, 서구 열강들에 맞선 군영이 설치되면서다. 서해를 지나 한양으로 가려는 서구의 배들을 물리치는 데 있어 물살이 강한 덕포의 손돌목은 최적의 입지였다(조선시대 총 106척의 배가 이 지점에서 침몰했다고 전해진다). 치열했던 격전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총 15대의 포대, 포를 쏠 때 필요한 불씨를 보관했던 파수청의 터는 1980년대 초 복원 및 발굴된 것들이다.

    이따금 탁 트인 장면이 머릿속 생각을 비워 낸다
    이따금 탁 트인 장면이 머릿속 생각을 비워 낸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현장, 덕포진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현장, 덕포진

    걸음을 옮겨 가기 전에 손돌에 대한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 없겠다. 고려시대, 손돌은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도로 피난을 가던 고려 고종의 배를 몰던 뱃사공이었다. 험한 물살에 배가 흔들리자 위협을 느낀 왕은 손돌의 목을 베었는데, 죽음 앞에서도 손돌은 물 위에 바가지 하나를 띄우고는 이를 따라가면 강화도에 무사히 도착할 거라고 일렀다고. 강화도에 잘 도착한 왕은 자신의 행동이 성급했음을 깨닫고 손돌의 장사를 거하게 치른 후 사당을 세웠다. 지금도 여전히 손돌의 기일인 음력 10월20일 진혼제가 치러지고 있다. 파수청 터 옆에는 손돌묘가 오롯하게 자리한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손돌목이 손돌목이 된 사연이다.

    죽음 앞에서도 충심을 발휘했던 손돌의 묘
    죽음 앞에서도 충심을 발휘했던 손돌의 묘

    ●길 끝에 찾아온 평화


    반 정도를 걸어왔을까. 유난히 살랑대는 억새가 눈에 들어온다. 물 위엔 자잘한 윤슬이 마구 흩뿌려지고 있었다. 무리를 이룬 철새들의 인기척만이 들려 올 뿐, 고요한 길은 말없이 이어졌다. 오랜 세월 부침 끝에 찾아온 평화다. 삼국시대부터 6·25 전쟁 때까지 외세의 끊임없는 침략을 받은 염하강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때, 남과 북을 나누는 철책이 세워졌다.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은 청명하게 남았다. 멸종위기의 동물과 도시에선 쉬이 볼 수 없는 야생식물들이 이곳에 살아간다.

    2011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세워진 조형물, ‘꿈꾸는 염하강’
    2011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세워진 조형물, ‘꿈꾸는 염하강’
    평화누리길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문장
    평화누리길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문장

    강화대교가 보이는 걸 보니 끝이 머지않은 듯했다. 조금만 더. 코스의 종착지인 문수산성 남문에 발 도장을 찍는 것으로 약 4시간의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수차례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동안 머리는 서서히 가벼워졌다. 그리고 비로소 평지에 안착했을 때, 마음은 잔잔하고 평온했다. 염하강이라는 테마를 떠올린다면 다소 필연적인 수순이긴 하다.

    강화도가 내다보이는 강, 그 위에 윤슬
    강화도가 내다보이는 강, 그 위에 윤슬

    염하강철책길 주요 SPOT

    김포함상공원
    김포함상공원

    김포함상공원│62년간 바다를 지키다 2006년 퇴역한 상륙함 내부를 전시장으로 개조했다. 대명항 부두에 정박해 있는 LST-671운봉함은 1944년 미국의 메사추세츠주 퀸시에서 만들어진 후 여러 전쟁을 겪고 돌아왔다. 전시관에서는 직접 해군이 되어 보는 안보 체험을 할 수 있다.

    부래도
    부래도

    부래도│손돌묘를 지나 걷다가 보이는 무인도. 전쟁 당시 군사적 요충지였던 섬 안에는 성터가 남아 있다. 염하강을 타고서 한강에 떠내려 왔다는 전설에 의해 부래도(浮來島)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문수산성 남문
    문수산성 남문

    문수산성│1694년, 숙종 20년에 강화도 입구를 지키는 목적으로 축조된 문수산성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과의 격전지였다. 평화누리길 1코스의 종점이자 2코스의 시작점이다.

    글·사진 김예지 기자 취재협조 김포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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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헤럴드 26.09.16.
      읽음 252 공감 2
    • 와인이 강처럼 흐르자 벌어진 일

      마시즘 26.09.16.
      읽음 213 공감 3 댓글 1
    • 웨이모 로보택시 '한국보다 일본 먼저 상륙' 2027년 도쿄서 상용 운행 시작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234 공감 1
    • 제네시스 플래그십 오픈탑 진짜 나오나… 기술적 난제 푼 ‘차체 격벽’ 완성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257 공감 3 댓글 1
    • '버튼 시동 키' 누가 만들었나 봤더니... 114년 GM이 쓴 자동차 안전의 역사

      오토헤럴드 26.09.15.
      읽음 289 공감 2
    • [모빌리티 인사이트] 렉서스의 승부수... 신형 ES 전기차, 하이브리드보다 싸게

      오토헤럴드 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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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을 찍어 줘, 달리는 차가 찰칵" 토요타, '메타 스마트 글라스' 쏙 닮은 특허

      오토헤럴드 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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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에 체험 이벤트까지…경희대 사로잡은 컬러풀

      미디어픽 26.09.11.
      읽음 296 공감 2
    • 다양한 모바일 충전 솔루션 한자리에…AUKEY, 경희대 아카데미 참가

      미디어픽 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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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능 SSD부터 체험 이벤트까지…도우정보, 키오시아와 함께 대학생 만났다

      미디어픽 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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