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논 창립 110주년 기념 헤드쉘 부착 MC형 카트리지 DL-A110 개발자 인터뷰

데논은 2020년 10월 1일 창립 110 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인티앰프와 AV리시버, MC카트리지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그중에서 방송국 사양의 헤드쉘을 복각하여 부착한 DL-A110 카트리지가 아날로그 오디오 애호가들의 눈길을 끄는데요.
이번에는 데논 창립 110 주년 기념 모델인 전용 헤드쉘 부착형 MC 형 카트리지인 DL-A110의 개발을 담당한 오카제리 료(岡芹亮)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GPD 엔지니어링 스페셜 프로젝트 수석 매니저 오카제리 료

MC 형 카트리지 Denon 창립 110 주년 기념 모델 DL-A110
DL-103 Cartridge를 위한 방송국 사양 헤드쉘을 복각
문) 이번에 데논의 창립 110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DL-A110이 출시되었습니다. 그 경과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요?
답) 우선 DL-A110에 대해 설명하자면, DL-103이라는 Denon을 대표하는 MC 카트리지와 그 개발 당시 만들어진 DL-103 전용 헤드쉘을 세트로 한 제품입니다. DL-103은 현재도 발매중인 MC 카트리지입니다만, 전용 헤드 쉘은 대부분 방송국의 업무용으로만 유통되어 일반적으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것인데, 이를 민수용으로 복각했습니다.

문) DL-103은 처음 업무용으로 만든 후 홈 하이파이용으로도 발매되고 장기간 계속 만들어지고있는 카트리지군요.
답) DL-103은 우선 방송국 용 레코드 플레이어의 MC 카트리지로 1963년에 개발 된 이후 1970년에 컨슈머 시장에도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56년 동안 같은 사양으로 제조되고 있습니다.
문) DL-103이 개발된 전후 사정이 궁금하군요.
답) 이전의 인터뷰에서도 몇 번 언급했듯이, 데논의 원류 중 하나는 일본 전기 음향 주식회사였는데 그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 電音(덴온)입니다. 덴온은 방송 장비를 주로 제조하고 있었고 역사적으로 NHK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1963년 NHK가 FM 스테레오 방송을 시작할 때 그 레코드 재생을 위해서 방송국 사양의 카트리지가 주문되었습니다. 그 당시 회사명은 일본 콜롬비아(주)였습니다.
문) NHK에서 요구한 사양이 있었습니까?
답) 물론 요구된 사양이 있었습니다. 설계의 목표는 "재생 대역 얼마, 출력 전압 얼마, 전압 차이 얼마, 평탄한 주파수 등"이 기제되어 있었고, 특히 주파수 특성의 경우 20Hz-20kHz까지의 대역을 평탄하게 재생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카트리지 뿐 아니라 톤암을 포함한 진동 계통의 전체까지에 요구한 사양이었습니다.

DL-A110 제작 발표회 자료
문) 요구된 사양은 당시 카트리지의 수준과 비교하면 어땠나요?
답) 하이 스펙입니다. 가장 엇비슷한 제품이 오르토폰의 SPU-G였습니다. 그 카트리지는 NHK가 요구한 사양에 가장 근접한 제품이었고 개발 회의록을 살펴봐도 SPU-G와 음질을 비교하고 있는 등 여러 면에서 참고가 되었던 것이 오르토폰으로 추정됩니다. 고음질의 FM 스테레오 방송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NHK 기술 연구소와 협업 하에 당시 덴온에 의뢰를 한 것입니다. 첨언하면 개발회의록을 살펴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향후 일본 방송 업계와 오디오 분야에서 레전드로 불리는 분들이 여럿 참가하고 이었었습니다. 예를 들면 나중에 CD의 사양을 책정하여 CD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카지마 헤이타로를 비롯하여 파이오니아 음향 연구소 소장으로 나중에 부사장을 역임하는 야마모토 다케오 등이 DL-103의 사양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응답하여 덴온이 제작한 것이 DL-103이죠. 그것이 지금도 생산되고 있으니 어떤 제품보다도 풍부한 스토리 텔링이 있는 카트리지죠.

DL-103 개발 자료

처음에는 톤암과 헤드쉘을 포함한 진동계로 개발
데논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DL-103 개발 시험 제작기. 톤암과 헤드쉘 전체가 개발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바닥의 문서는 개발 청사진에 제시된 사양.
문) 데논 창립 110 주년을 기념하여 전용 헤드쉘이 부착된 DL-110이 출시되었는데, 이 복각 모델의 개발 동기가 있었습니까?
답) 앞서 언급 한 바와 같이 DL-103의 개발 당초 NHK에서 의뢰를 받아 제작 한 것은 카트리지뿐만 아니라 전용 헤드쉘 톤암까지를 포함한 진동계 전체였습니다. NHK에서 제작 의뢰한 것도 톤암까지 포함한 사양이었죠. 그래서 이번 110주년을 맞아, 기억이 희미해져가는 DL-103의 제작 배경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로 전용쉘을 제안하였습니다. 톤암까지도 복각해보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제작 여건을 고려하여 헤드쉘까지 만들었습니다.
문) 50년전 제품의 복각이지만, 거기에는 어떤 생각이 담겨있는 것입니까?
답) 110 주년을 계기로 'DL-103 카트리지가 개발되던 당시의 소리를 확인해보고 싶다'라는 컨셉이었습니다. 현재 나의 상사는 미국에 있습니다. 그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DL-103이 원래 톤암과 헤드쉘을 포함한 진동계 전체로 개발되었다는 기술 스토리를 들려주었고 이번 110주년 프로젝터로 헤드쉘이 결합된 카트리지를 제작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는 기술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어쿠스틱 엔지니어이면서 아날로그 쪽으로 조예가 깊었기에 이 덕분에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복각 헤드쉘 부착형 카트리지의 제품화가 실현될 수 있었습니다.
문) 이번에 복각된 DL-103 전용 헤드쉘은 업무용으로 밖에 존재하지 않았습니까?
답) 대부분 업무용으로 밖에 생산되지 않았지만, 한 번 DP-4500이라는 턴테이블에 DL-103 전용 헤드쉘과 톤암이 장착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컨슈머용으로 발대된 것은 전무하다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지금도 인터넷 옥션 등에서 가끔 등장하고 있는데, 중고 시장에서의 수요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 신품으로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번에 제작된 복각 헤드쉘은 당대의 업무용 사양에 입각한 것입니다.

전용 헤드쉘에 장착된 DL-103과 케이스(업무용 사양의 오리지널 제품)
문) 전용 케이스가 가죽으로 근사하네요.
답) 카트리지는 소모품이므로 PD가 방송국의 녹화 스튜디오에 와서 레코드 플레이어의 톤암에 직접 카트리지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미세한 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톤암을 포함한 전용 설계이기에 그런 세세한 세팅 없이 장착만 하면 최적값으로 작동하도록 설게되어 있었죠.
문) 조정 없이 다이렉트로 장착하여 쓴다는 것은 업무용 기기답습니다. 게다가 단순한 구성이라서 손상의 가능성도 줄겠는데요?
답) 전문 방송 분야의 현장에서 조정에 신경을 쓸 시간은 없기 때문에 미리 설계 단계에서 부품의 정밀도를 높여서 언제 어디서나 최적으로 작동하도록 하자는 생각이었죠.

이번에 복각된 DL-A110도 가죽 전용 케이스가 포함되어 있다
문) DL-103의 헤드쉘에는 특별한 소재가 사용되고 있습니까?
답) 신소재가 아닌 일반 플라스틱입니다. '흔히 DL-103은 어째서 플라스틱이야?'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불요진동이 최소화되고, 착색이 없습니다. 헤드쉘에 의해서 카트리지의 소리가 상당히 변화되지만, DL-A110의 헤드쉘은 DL-103의 소리가 여과없이 나오도록 중점을 두었습니다. 즉 소리에 착색이 전혀 없습니다. 이 이유중 하나가 DL-103과 같은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헤드쉘이 DL-DL103과 완벽하게 일체화되는 형태라는겁니다.
문) 카트리지가 장착되는 헤드쉘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집니까?
답) 바뀝니다.

문) 전용 쉘과 결합하면 DL-103의 원래 소리가 더 명확해집니까?
답) 주파수 특성은 카트리지의 특성뿐만 아니라, 주변 기기, 예를 들어 헤드쉘과 톤암의 특성에 따라 크게 바뀝니다. 예를 들어 헤드쉘은 특히 저역의 특성과 관련이 있거든요.
문) 헤드쉘이 무거운 쪽이 저음이 더 나오는 것입니까?
답) 이 헤드 쉘은 플라스틱 소재인 만큼 가벼운 편이지만, 가볍다거나 무거운 것과는 상관 없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면, 레코드 골을 트랙킹할 때 톤암 전체가 진동을 하게 됩니다. 레코드 재생시 댐퍼와 톤암 전체의 등가 질량에 의해 일어나는 공진 주파수를 적정 값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카트리지 뿐 아니라 헤드쉘과 톤암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설계를 통해서 의도하는 주파수 특성이 성립되는 거죠. DL-A110에 헤드쉘을 단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입니다.

DL-A110의 헤드쉘 파트
문) 헤드쉘 손잡이 부분의 모양도 특이한데요.
답) 이 형상에 따라서 재생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에 떻게 결정했는지 당시의 회의록을 살펴보니 방송중 사용이 편리하게 해달라는 점을 감안하여 큰 형태의 곡선이 채택했다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문) 원래 DL-103과 이번 DL-A110은 서로 청감상 구별이 되나요?
답) DL-103의 음질의 본질적인 부분은 거의 동일하지만 데논 시청실에서 들어보니 복각 제품의 정보량이 증가한 것처럼 들렸습니다.

오리지널 업무용 DL-103 카트리지(앞 화이트 모델)와 이번에 복각된 DL-A110 (안쪽 블랙 모델)
문) DL-A110의 소리는 한마디로 어떤 소리인가요?
답) DL-103 전용 헤드쉘은 지금까지 계속 방송국에서 레코드를 걸 때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따라서 DL-A110의 소리는, 일본인이 방송을 통해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우리 세대는, FM 방송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 몇번이고 들었던 기억이 있잖아요. 적어도 우리 세대(편집자주: 아날로그 세대)에서 가장 귀에 익숙한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고음질로 음악을 듣는다고 했을 때 표준이 되는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이 성향이 없는 안심하고 들을 수 있는 사운드가 아닐까 합니다.
문) 사용자가 카트리지와 헤드쉘을 교체하는 것은 음색의 차이를 맛볼 수 있는 재미 때문이라고 보여지는데요, 그렇다면 DL-A110은 그런 재미와 방법과는 구별되는 분명히 스탠더드한 소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답) 네. DL-103은 표준 카트리지로 지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개조하여 판매하기도 합니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Denon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의도한 것은 DL-103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DL-103이 본래 어떤 소리인지, 실제로 방송국에서는 어떤 소리로 울리고 잇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데논 110주년 기념 모델인 DL-A110 카트리지 제작의 목적입니다.
문) 긴시간 인상적인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