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커피가 한 잔 마시고 싶어 스마트폰 앱을 통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을 찾았죠. 앱이 네비게이션 역할까지 수행해 길 안내를 해주는 동시에 즐겨 마시는 커피도 미리 충전된 코인으로 자동 결제 했어요.

매장에 도착해서 커피를 받은 뒤,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 은행 업무도 봤어요. 이때 엄마가 앱으로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e-프리퀀시 다 모았으면 가방 꼭 바꿔와. 아들”

커피전문점 앱 하나로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아직까지는 상상 속의 미래에요. 하지만 앱 하나로 커피 주문은 물론 금융 및 결제, 길 안내, 메시지 송수신까지 가능해지는 미래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는 브랜드가 있어요. 바로 스타벅스에요.

스타벅스가 꿈꾸는 미래는 커피전문점만의 모습만은 아닌듯해요. 2009년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일찌감치 앱을 통해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더니, 2014년엔 매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모바일로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시작했죠.

잠깐만! 사이렌 오더란 : 자신의 스타벅스 계정에 충전된 금액만 있으면 주문과 결제, 할인 혜택 등을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에요. 한국 스타벅스에서 개발해 미국으로도 수출된 케이스이기도 하죠. 미국에서는 스타벅스 앱에서 결제해본 고객이 전체 고객의 40%에 달하는 2천 만명에 달한다고 해요. 또 스타벅스 충전카드 적립금 총액이 무려 12억 달러 (약 1조 4200억 원에 달했을 정도죠. [2016년 1분기 기준]

스타벅스가 은행 사업을 개시했다고?

2018년 스타벅스는 새로운 사업을 개시했어요. 아르헨티나 은행인 방코 갈리시아와 함께 ‘스타벅스 커피 은행’을 연 것이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에서 금융 규정을 개정하면서 스타벅스에 은행으로 확장하는 길을 열어준 셈이죠.

국내에서도 은행이 매장을 카페와 같은 분위기로 꾸며 운영하는 사례는 있지만 반대로 커피전문점이 은행으로 변신한 모델은 처음이에요. 또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핀테크 수단이 자리 잡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대출, 보험, 유가증권 거래 등 새로운 수익원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요. 결과적으로 스타벅스가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되고 개선된 형태의 새로운 금융업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미국 전 매장이 하루 동안 문을 닫은 사연은?

스타벅스는 단지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는 건 아니에요. 이미 10년 전부터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왔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법, 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했어요. 앞서 미래로 향했던 타임머신을 이번에는 과거로 돌려 2008년으로 함께 가볼게요.

2008년 2월 26일이었어요. 미국 전역 약 7100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단체로 하루 동안 문을 닫았죠. 매장 앞에는 한 장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우리는 최상의 에스프레소 한잔을 선사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고자 해요. 훌륭한 에스프레소는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요, 우리는 그 기술을 연마하는 데 전념하고자 해요.” – 스타벅스

이러한 조치는 스타벅스의 성공을 이끈 하워드 슐츠가 다시 최고경영자로 복귀하면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8년 만에 일선에 복귀한 그는 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스타벅스 고유의 특성인 “사람을 감동시키는 정신”이 소멸되고 있다고 판단했어요. 당시는 맥도날드가 맥카페를 통해 저가 커피 시장을 공략하고 나설 때였고,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던 시기였죠. 그래서 하워드 슐츠는 :

• 7개 혁신 어젠다 발표: 고객과의 정서적 애착을 위한 명확한 목표 수립
• 고객 CRM 체계 구축 :구매 횟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등급이 높아질수록 고객이 더 많은 보상을 지급받는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 개발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게임처럼?

특히 국내 커피전문점에서 시즌마다 진행하는 이벤트의 시초인 ‘스타벅스 플래너 e- 프리퀀시 이벤트’는 게임이 가진 속성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어요. 이벤트 음료 포함 17잔을 마시면 (최초에는 15잔) 다이어리를 무료로 주는데, 여성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았죠. 커피 한 잔에 프리퀀시 하나, 커피를 주문하는 일종의 게임 속 미션이 다이어리라는 보상으로 돌아오는 셈이죠.

잠깐만! 이런 이벤트를 만든 사람은 : 과거 스타벅스 최고정보책임자로 근무했던 스테판 질렛이 스타벅스의 디지털 기술 경영의 기틀을 잡았아요. 그는 특히 스타벅스에 입사하면서 자신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 에서의 경력을 써낸 인물로 유명한데요, 그가 몰고 온 경영의 변화가 오늘날 스타벅스가 진행하는 각종 게임화 경영의 시초가 되었죠. 한국이었다면 ‘리니지’ 경력만으로 입사할 수 있었을까요?

매장에 가지 않아도 커피 주문이 가능해?

스타벅스의 디지털 혁신은 주문, 결제, 보상을 개인화하는 ‘디지털 플라이휠 전략‘을 통해 고객마다 최적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집중되었어요. 매주 9000만 건씩 발생하는 거래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어떤 커피를 언제 어디서 마시는지 확인하고, 날씨나 위치 등의 상황별 데이터와 조합해 새로운 흐름과 동향을 찾아냈죠.

2014년부터 스타벅스 앱으로 음료를 선택해 결제하면 매장으로 주문이 자동 전송되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실시한 이들은 고객이 매장 밖에 있을 때도 가장 가까운 매장을 선택할 수 있게 했어요. 또 미리 등록된 차량이 드라이브 쓰루 (DT매장) 에서 주문 시 매장 직원이 결제 단말기를 통해 고객의 이전 구매이력을 볼 수 있게 하거나, 자사 매장 입지를 선정하는 데 필요한 앱을 개발해 활용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구축하기도 했어요.

커피 300잔 결제의 신화?

2020년 5월 국내에서 스타벅스의 적립 프로그램인 ‘e-프리퀀시’ 이벤트를 통해 소형 캐리어 가방 등 사은품을 증정한 일이 있었죠. 음료를 총 17잔 구매하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행사였는데요, 서울 여의도의 매장에서 한 고객이 커피 300잔을 결제한 뒤, 커피는 한 잔만 가져가고 사은품 가방 17개를 가져가는 일이 알려진 바 있어요. 일각에선 과소비를 조장하는 등 지나친 경품 지급 행사였다는 비판도 나왔죠.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렇게 이벤트가 눈길을 끈 것 자체가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환 전략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해요.

토키 가라사대, 스타벅스는 더 이상 커피전문점이 아니다?

하워드 슐츠가 디지털 기술 혁신을 단행하며 내건 취지는 ‘고객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커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었어요. 그 취지가 유지되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어쨌든 지금 스타벅스는 커피전문점을 넘어 최고 수준의 디지털 회사로 변모했어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에 합작 투자하면서 스타벅스 앱 기반으로 암호 화폐 결제 서비스를 시험한 것만 봐도 그래요.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스타벅스 앱을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도 환전 없이 스타벅스를 이용하고, 어느 매장에서든 동일한 경험을 누릴 수 있을 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 기대감이 디지털 혁신에 앞선 스타벅스를 더욱 앞서 나가는 브랜드로 이끈 힘이 아닐까요.

[퇴그닝 5분 교양시리즈] 퇴근 후 5분, 당신의 교양이 업데이트 되는 시간. 퇴그닝 5분 교양 시리즈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할애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혜를 쌓아보자는 취지로 시작해요. 사실, 교양(敎養, liberal art)이란 말의 뜻을 살펴보면 자유로운 (Liberal) 사고를 위해 폭 넓은 지식과 기술(art) 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우리 ‘더 나은 삶을 위한 교양’을 함께 쌓을 수 있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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