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사용에 있어 전기 소모량은 무시못할 요인이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누진세도 문제지만, 직접적으로 특히 지금같은 여름철에 불쾌지수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인 열을 발생 시키기 때문이다. PC에 케이스 팬을 덕지 덕지 붙이고, 커스텀 수랭을 꾸민다해도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일단 발생한 열은 결국 집 안에 켜켜이 쌓여 온도를 높이게 된다.
환기를 자주한다는 대안이 있지만 여름 더위에 창문을 여는 것 자체가 꺼려지고, 에어컨을 틀어 열을 집 밖으로 빼는 것도 좋지만 종종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위험 수준이라는 뉴스가 나오는 상황에 가급적 전기 사용량을 줄이면 좋겠다.
그렇지만 전기 사용량을 줄이자고 넷북에나 볼법한 아톰 CPU에 내장 그래픽을 쓰면 답답한 성능에 속 터질까 두렵다. 결국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성능과 전력을 적절히 조절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PC에서 대표적으로 고성능을 위해 고전력을 요구하는 부품인 CPU는 일치감치 다양한 관련 기능들을 도입해왔다.
말복이 지나면서 아침 저녁으로 풀벌레 소리가 들리며 조금은 더위가 꺽이는 듯한 분위기 속에,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텔 CPU에서 전력 효율과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적용되어온 기술들을 정리해 봤다.
전력 효율 개선을 위한 기술 C1E/ EIST/ 스피드 시프트(Speed Shift)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CPU가 항상 최고 속도로 동작할 필요는 없다.
웹 브라우징할 때 필요한 성능과 최첨단 3D 게임 플레이할 때 필요한 성능이 다르다. 이에 따라 별다른 작업이 이뤄지지 않거나 고성능이 필요치 않은 작업에서는 동작 클럭과 전압을 낮춰 소비 전력을 낮추고, 작업이 시작되거나 높은 부하가 발생할 때 클럭과 전압을 높여 성능을 높여주기 위한 기술이 적용되어왔다.
극단적으로는 전력 공급을 줄이는 '절전' 기능도 지원한지 오래다. 하지만 전기 소비를 줄이는 속도는 어차피 높은 성능이 필요없기 때문에 속도가 별다른 문제가 아니지만, 높은 성능을 필요로할 때 다시 클럭과 전기 공급을 높이는 과정의 속도는 빠를수록 좋다.
이를 위해 쓰이는 대표적인 기술이 인텔의 EIST(Enhanced Intel SpeedStep Technology)와 스피드 시프트(Speed Shift)다. EIST는 프레스핫으로 유명한 펜티엄 4 시절 데스크탑 CPU에 확대 적용된 기술로, 원래는 배터리를 쓰기에 전력 효율에 민감한 노트북에 쓰이던 기술이다.
OS와 연동되어 동작하기에 원래 클럭으로 복귀하는 시간이 느리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었는데, 2015년 출시된 스카이 레이크에서는 복구 시간을 대폭 줄인 스피드 시프트 기능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스피드 시프트도 운영체제 의존형 기술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별도 관리를 위해 밀리초 단위로 제어하는 PCU(Power Control Unit)가 CPU에 심어져 있어 EIST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반응할 수 있다.
처음 등장한 6세대 스카이레이크에서는 EIST 대비 반응 속도가 두 배 빨라졌고, 7세대 카비 레이크에서는 6세대 대비 목표 클럭 도달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성능을 = 터보 부스트
터보 부스트, 작업과 부하 상태에 따라 전체 코어 성능을 자동 조절
C1E와 EIST, 스피드 시프트가 정해진 스펙 안에서 클럭과 전력 조절을 통해 '효율'을 추구하는 기술이라면, 이제 설명할 인텔의 '터보 부스트' 기술은 그의 발전형으로 '성능'을 추구하는 기술이다.
터보 부스트 기술은 인텔의 1세대 코어 i 시리즈인 네할렘, 린필드 시리즈 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기술로, 쉽게 말해 응용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만큼의 코어에 작업과 전력을 적절히 분배해 필요한 만큼만 코어를 활성화하고 클럭을 자동으로 끌어 올려준다.
보통 사용자가 신경 쓸 필요없이 바이오스에서 활성화만 해두면 자동으로 동작하는 기술이고, 거의 모든 인텔 칩셋 메인보드에서 기본 활성화되어 있어 사용자는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다.
터보 부스트는 1세대 코어 CPU에서 도입되었지만 2세대 코어 CPU인 샌디브릿지에서 바로 2.0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보통 터보 부스트라 하면 2.0 기술을 의미하는데, 2.0에서는 작업 유형, 사용 중인 코어 수, 예상 소비 전류/ 전력, 온도 등 여러 용인을 감안해 보다 지능적으로 동작하도록 변경되었다.
부스트 클럭 특성상 싱글 코어만 동작할 때 발열도 낮고 전력을 집중해줄 수 있는만큼 이때 가장 높은 클럭 달성이 가능하고, 인텔이 발표하는 부스트 클럭도 보통 싱글 코어의 최고 클럭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멀티 코어 활용도가 높은 근래 작업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였는지 10세대 코어 CPU인 코멧 레이크부터는 모든 코어가 동시 작업하는 환경에서의 부스트 클럭인 올 코어 부스트 클럭과 함께 다양한 부스트 클럭 정보를 함께 발표하고 있다.
그 이전세대에서도 올 코어 부스트 클럭 정보는 공개되어지만, 보통 백서라 부르는 별도 자료를 통해 공개되어 왔기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는한 올 코어 부스트 클럭 정보를 알기 쉽지 않았다.
발전하는 터보 부스트, 터보 부스트 3.0 맥스/ 써멀 벨로시트 부스트/ ABT
10세대 부터 구체적인 부스트 클럭 종류를 발표함에 따라 일반인들에게도 일반적인 터보 부스트외에 다양한 부스트 클럭이 존재하는 것이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들 부스트 클럭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터보 부스트 2.0'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최고 성능 코어 최대 2개에 올인한 터보 부스트 맥스 기술 3.0
터보 부스트 맥스 기술 3.0은 하이엔드 데스크탑(HEDT) CPU인 브로드웰-E에서 처음 지원하기 시작해 메인스트림까지 내려온 기술로, 전체 코어를 대상으로 동작하는 터보 부스트 2.0과 달리 가장 높은 클럭 잠재력을 갖춘 일부 코어를 대상으로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는 가장 높은 클럭 잠재력을 갖춘 싱글 코어에서만 적용되었지만 다음 세대의 HEDT CPU인 스카이레이크-X에서는 듀얼 코어까지로 확대되었다. 등장 초기에는 운영체제 지원이 미비해 별도 드라이버와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했지만, 윈도우 10 RS5(1809) 이상 운영체제에서는 네이티브 지원되어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자동 동작한다.
터보 부스트 2.0이 9세대 코어 CPU부터는 코어 i3부터 지원되는 것과 달리 터보 부스트 맥스 기술 3.0은 지원 모델이 더욱 제한적으로, 10세대와 11세대 코어 CPU에서는 코어 i7 이상 모델에서만 지원된다.
터보 부스트 2.0과 같이 워크로드 유형, 사용 중인 코어 수, 예상 소비 전류/ 전력, 프로세서 온도를 감안해 동작 여부와 최종 클럭이 결정된다.
70℃ 열 관리가 핵심인 써멀 벨로시티 부스트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8세대 모바일 코어 CPU에서 처음 적용된 써멀 벨로시티 부스트(Thermal Velocity Boost) 기술이다.
최대 듀얼 코어까지만 지원하는 터보 부스트 맥스 3.0과 달리 터보 부스트 2.0과 같이 싱글 코어부터 모든 코어까지 추가로 CPU 클럭을 높여주며, 이름처럼 CPU 발열 상황을 고려해 적용되는 기술이다.
CPU 온도가 70℃ 아래로 유지될 경우 워크로드를 담당하는 CPU 코어의 클럭이 터보 부스트 2.0 클럭보다 100MHz 더 빠르게 동작한다.
최대 100℃ 선에서 CPU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는 ABT
가장 최근에 공개된 새로운 부스트 클럭은 로켓 레이크 코어 i9-11900K(F) 한정으로 도입된 ABT(Adaptive Boost Technology)다.
ABT는 쉽게 말해 뒤를 생각하지 않고 모든 CPU 코어의 잠재력(클럭)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터보 부스트 2.0의 올코어 터보 부스트 클럭이 4.7GHz인 반면, ABT를 쓰면 CPU 온도 100℃까지 조건에서 올 코어 부스트 클럭이 5.1GHz까지 높아진다.
당연히 일반적인 터보 부스트 이상으로 클럭을 끌어올리는 만큼 발열과 소비전력 상승폭이 커지기 때문에 CPU와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쿨링 솔루션등 모든 여건을 든든하게 갖춰야 한다
간편하게 사용자에 최상의 경험을, 각종 부스트 클럭으로 무장하는 CPU
장기적으로 봤을 때, CPU를 포함해 전자 제품의 성능과 전력, 발열은 비례 관계에 있다.
하지만 고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최고 성능을 발휘하기 위한 전력과 클럭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와 열이라는 부작용을 낳기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번 기사에서 살펴본 터보 부스트다. 전체 코어를 대상으로 작업 환경과 발열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만큼의 성능을 내주도록 동작하도록 조절한다.
이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멀티 스레드 활용도 낮은 프로그램들을 위해 클럭 잠재력이 높은 일부 코어에 집중한 터보 부스트 맥스 기술 3.0, 냉각 성능이 여유 있을 때 추가로 클럭을 높이는 써멀 벨로시티 부스트, 거의 온도 한계까지 전체 코어의 클럭을 끌어 올리는 ABT까지 발전해 왔다.
부스트 클럭 기술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작업에 필요한 최대한의 성능을 제공해 일찍 끝낸다는 것이 원칙에 따라 동작하는 만큼, 원활히 동작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쿨링 솔루션에 신경 써줘야 한다.
반면, 고성능이 필요치 않을 때는 클럭과 전압을 낮추는 기술은 CPU에 기본이 된지 한참 전인 만큼 특별히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각종 부스트 클럭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EIST와 스피드 시프트등의 주변 기술도 발전 중이다. 본문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하스웰 시절 CPU에 전압 조정기를 통합(FIVR, Fully Integrated Voltage Regulator)한 것도 이러한 전력 효율 개선의 일환이었다.
CPU의 성능과 발열 아키텍처와 제조 공정등의 하드웨어적인 요소에 좌우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터보 부스트를 비롯한 각종 전력 관리 기술들이 뒷받침 되어야 더욱 효율적으로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다.
앞으로 인텔 CPU에 어떤 전력/ 성능 관리 기술이 등장할지 예상키 어렵지만, 매년 한계를 모르고 치솟는 온난화 시대에 미약하나마 쾌적한 지구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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