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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향기(다나와)

    위기에 처한 북극곰, 문제는 서식지 감소뿐만이 아니다

    2021.10.13. 09:12:17
    읽음3,970 댓글1
    지난주 초까지는 10월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더위가 계속됐다. 이례적인 더위의 원인은 한여름에 나타나던 아열대 고기압이 늦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탓이다. 기상청에서는 이러한 아열대 고기압이 발달한 이유를 서태평양 해수의 온도가 예년보다 1~2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만의 일이 아니다. 서태평양 고수온 현상은 지난여름 북미 폭염 사태의 원인이 되어, 이로 인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기후 변화의 징후는 지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발표한 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해수면의 상승과 해빙 유실 속도가 가속화되는 등, 해양 순환시스템의 붕괴로 인한 기상이변 현상이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담겼다.
     
     
    기후변화로 늘어나는 북극곰의 동계교배, 유전적 다양성 감소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는 대표적인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곰은 기후 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해빙 면적이 매우 빠르게 줄어드는 것을 위성 사진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도 있지만,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북극곰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사실은 지난 20년간 노르웨이군도 스발바르 지역 북극곰 개체군 6백여 마리의 조직 세포를 검사한 연구를 통해 알려졌다. 노르웨이 생물경제연구소는 9월 8일 영국왕립학회보B에 발표한 논문에서 얼음이 급격한 속도로 녹으면서 북극곰의 서식지가 파편화되었고, 외부 북극곰과의 접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북극곰은 이동 속도가 빨라 서로 다른 계통의 북극곰과 짝짓기를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해빙이 녹아 이동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북극곰은 집단 내 동계 교배를 하게 되며, 이는 유전적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유전적 다양성은 개체군의 적응력 및 생존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다. 질환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등장하거나 환경이 변화할 때 혹은 유전자 변이로 유해한 유전병이 발생했을 때, 개체군의 유전자풀이 클수록 이러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다. 새로운 도전이 닥쳤을 때 도구 한두 가지만 가진 것보다, 다양한 장비를 갖춰 놓은 상태에서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 사이의 교배는 유전자풀 내 대립 유전자의 다양성을 줄여 개체의 번식력과 강건성을 떨어뜨리고, 시간이 갈수록 개체군이 살아남기 힘들게 만든다.
     
    사진 1. 해빙이 녹아 이동할 수 있는 면적이 줄면서 북극곰의 동계 교배가 늘었다. 동계 교배는 유전자 다양성을 줄인다. (출처: shutterstock) 
     
    연구자들은 얼음이 녹아 사라지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북극곰들의 DNA 차이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특정 지역에 분리된 북극곰 집단 내 유전적 고립과 근친교배가 급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치상으로 보았을 때, 유전적 다양성은 20년 전과 비교해 약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주저자인 시모 마두나 노르웨이 생물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북극곰은 이미 서식지 소실과 먹이 수급 문제로 압박받는 상태에서, 유전적 다양성까지 떨어지며 유전적 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해 멸종 위협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지적했다.
     
     
    동계 교배는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계 교배 때문에 생물 종의 적응력이 떨어지는 ‘근교퇴화’ 현상은 심할 경우 생물 종의 멸종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러한 위험은 극심한 선택 압력 이후 개체군이 작아졌을 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가령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는 호주의 코알라는 이미 오랜 시간 축적된 동계 교배 탓에 체력이 약화되고 질병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코알라 개체군이 단 한 가지의 질병만으로도 한순간 멸종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보르네오코뿔소 또한 무차별적인 산림 파괴와 밀렵으로 인해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북부흰코뿔소는 2018년 유일한 수컷 북부흰코뿔소가 죽은 뒤로 사실상 멸종 상태다. 과학자들이 남은 2마리의 암컷과 냉동 정자로 종 복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 코로나19로 연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사진 2. 코알라는 서식지 파괴로 인해 오랜 시간 동계 교배가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질병에 취약해져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출처: shutterstock) 
     
    자연 상태가 아닌 인위적인 선택에 의해 멸종으로 향하는 사례도 있다. 반려동물로서 근친 교배로 개량된 많은 혈통견이 심장병, 난청 및 고관절 문제를 겪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이러한 질환의 원인은 열성 대립 유전자에 의한 것으로 개의 생존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일례로 2008년 영국에서 순수 혈통견으로 유명한 복서(boxer) 견종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20,000여 마리가 단 70마리 정도의 유전적 다양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근친도 높은 이 종은 선천적 기형이 많아 임신 중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과학자들이 예견하듯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이변과 극한 기후 현상이 증가할 확률은 매우 높다. 이러한 변화는 인류에 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야생 동물들에는 더 강한 선택압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온 상승으로 촉발된 변화는 서식지 파괴, 먹이 감소, 동종 교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들을 압박하고 결국 멸종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IPCC 보고서는 탄소 감축이 빠르게 이루어져 지구의 온도 상승을 늦출 수 있다면, 줄어든 북극해의 얼음도 조금씩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2050년이 오기 전에 북극 해빙이 모두 녹는 사태가 닥치게 될지, 아니면 점차 회복되는 희망을 보게 될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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