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가 오르면 화질이 따라 오릅니다. 아직 8K는 시기 상조지만 4K는 흔하며 그리고 싸기까지 합니다. 4K 모니터를 낮은 가격순으로 정렬하면 20만원 초반에도 수두룩하고요. UHD TV로 눈을 돌리면 고해상도에 화면까지 큰 제품들이 잔뜩 나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4K 해상도로 게임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면 해상도가 높아지면 그 만큼 그래픽카드가 연산하는 부담도 늘어나거든요. 따라서 고해상도에 걸맞는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있어야 하며, 그런 그래픽카드는 비쌉니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꺾여가는 분위기를 탔다고는 하지만 감히 4K 씩이나 되는 해상도를 거론하는 자신감을 갖춘 그래픽카드는 여전히 비쌉니다.  

그래픽카드가 고해상도를 공략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하드웨어의 발전입니다. 반도체 제조 기술을 향상시켜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수의 코어를 넣고 더 빠르게 작동하도록 만들어 더 높은 해상도를 감당하는 방법입니다. 그래픽 업계에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썼던 아주 정직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입니다. 표시하려는 해상도보다 더 낮은 해상도로 그래픽을 그려 하드웨어 부담을 줄이고, 여기에 AI나 이미지 업스케일링 등의 수단을 동원해 더 높은 해상도로 그린 것처럼 잘 단장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전이었다면 그게 무슨 불성실한 편법이냐고 타박을 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빠르게 움직이는 게임 화면에서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AMD는 그동안 이 분야에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선 2019년에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RIS. Radeon Image Sharpening)을 발표했습니다. 해상도를 유지하면서 샤프닝을 더해 선명도를 높여주거나, 해상도를 낮추고 선명도를 더해서 성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이었습니다. 2021년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피델리티 FX 슈퍼 레졸루션(FSR. FidelityFX Super Resolution)이 나왔습니다. 개선된 업스케일링 기술을 도입해 화질을 한층 더 높였고, 다양한 하드웨어와 API를 지원해 호환성이 대폭 향상되었으며, 관련 기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FSR을 쓰려면 게임에 이를 추가하는 작업이 필요했기에 보급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FSR이 좋은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쓰기 쉬우면서도 게임을 일일이 수정할 필요 없이 빠르게 쓸 수 있는 기능의 필요성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올해 3월에 정식 발표된 라데온 슈퍼 레졸루션(RSR, Radeon Super Resolution)입니다. AMD 소프트웨어 아드레날린 에디션. RSR과 FSR 2.0이란?(https://gigglehd.com/gg/11940705 )에서 소개한대로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차원에서 제공하는 기능이기에 게임에 이 기능을 추가하는 작업을 할 필요가 없으며, 약간의 게임 설정만 바꾸면 바로 적용되기에 어떤 게임에서든 적용 가능하고 또 쓰기도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능을 잘 활용한다면 성능이 부족한 보급형 그래픽카드에서도 매우 쉽고 간단하게 4K 같은 고해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RSR을 쓰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드라이버에서 RSR을 켜고, 게임에서 해상도를 낮춥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그런데 저게 전부입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지요. AMD 그래픽 드라이버인 라데온 소프트웨어의 설정(오른쪽 위의 톱니바퀴)을 누르면 나오는 메뉴에서 그래픽을 선택하고, 거기에서 라데온 슈퍼 레졸루션을 켭니다. 

AMD 그래픽 드라이버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니 당연히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가 장착된 시스템에서만 쓸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라데온 RX 5000 시리즈 이상의 그래픽카드에서만 RSR을 제공합니다. 그래픽 드라이버는 당연히 3월 이후에 나온 최신 버전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해상도를 낮춰야 합니다. 3840x2160의 4K UHD 해상도 모니터를 사용한다면 게임 해상도는 그보다 낮은 3200x1800이나 그보다 낮아야 합니다. 1920x1080의 FHD, 2560x1440의 QHD 등으로 설정하면 됩니다. 당연히 해상도를 낮출수록 성능은 오르지만 화질은 다소 낮아지겠지요. 플레이하려는 게임과 사용하는 하드웨어, 취향에 따라서 고르면 됩니다.

또 전체 화면 모드에서만 RSR이 적용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 RSR과 FSR을 함께 켤 수도 있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기술이 동시에 작동하기에 성능이나 품질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RSR을 켜고 해상도를 낮췄다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게임 안에서 Alt+R을 누르면 나오는 라데온 소프트웨어 오버레이 창에서 업스케일링 상태를 보면 됩니다. 여기에선 RSR 기능이 켜져 있고, 1920x1080을 3840x2160으로 업스케일링한다고 나와 있네요.

그럼 그 효과는 어떨까요? AMD의 공식 이미지입니다. 적용 게임은 워프레임이고, 4K 네이티브, 1800p to 4K, 144p to 4K, 1080p to 4K의 네 가지 조건에서 비교했는데 이렇게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더 낮은 해상도로 렌더링했기에, 더 높은 프레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까지만 쓰고 RSR이 어떤 기술이라고 결론을 내려도 되겠지만, 정말 그런가 확인하기 위해 직접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넉넉하다면 굳이 RSR 같은 기술을 동원할 필요가 없겠죠. 그래서 여기에선 저렴한 시스템에서 RSR을 쓴다고 가정하고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CPU는 라이젠 5 5600X입니다. 괜찮은 게임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멀티팩 기준 20만원 초반대까지 가격이 내려와, AM4 소켓 메인보드에 구형 CPU를 쓰고 있다면 게임용으로 무지성 구매할만한 제품입니다. 

다른 테스트 환경입니다.

MSI MEG B550 유니파이 https://gigglehd.com/gg/9497905

BYKSKI B-FRD 360 RBW https://gigglehd.com/gg/5761047  

DDR4-3200MHz 16GB 듀얼채널 

윈도우 10 21H2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RX 6600을 썼습니다. 30만원 중후반의 가격에 최신 아키텍처를 쓴 그래픽카드를 쓸 수 있으니, 풀 HD 해상도에서 게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큰 부담없이 살만한 제품이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https://gigglehd.com/gg/11065603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더트 5

레드 데드 리뎀션 2

우선 화질 비교입니다. 눈에 힘을 팍 주고 화면을 자세히 보면 당연히 4K 네이티브 렌더링이 가장 좋은 화질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대충 본다면 그 차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쉼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 화면을 계속 본다면 RSR은 실사용하기에 충분한 화질을 제공합니다.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더트 5

포르자 호라이즌 5

레드 데드 리뎀션 2

컨트롤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디비전 2

게임 성능입니다. RSR이 완전한 3D 렌더링은 아니고 그래픽을 출력하는 단계에서 업스케일링 작업을 하는 것이니, 3D 연산만큼은 아니지만 그래픽카드의 자원을 어느 정도 소모합니다. 그래서 1920x1080 해상도보다 1920x1080에 RSR을 더한 것이 더 낮고, 마찬가지로 2560x1440보다 거기에 RSR을 더한 쪽의 프레임이 더 낮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를 댓가로 지불해서 네이티브 4K 해상도 그래픽과 비교할만한 업스케일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건 분명한 장점입니다. 또 그 설정은 매우 간단하고, 게임 개발자가 따로 추가 작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4K 해상도로 게임하기 위해 백만 원에 육박하는 그래픽카드를 살 필요 없이, 40만원 이하의 보급형 그래픽카드에서도 4K 게임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RSR을 한번 쯤 써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고 생각됩니다. 

네이티브 FHD

FHD+RSR

네이티브 QHD

QHD+RSR

최저 프레임 이야기가 있어서 결과 스크린샷을 추가했습니다. RSR을 걸기 전이나 걸고 난 후에나 fps 그래프 양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성능에 지속적인 영향을 조금씩 주긴 하지만 큰 폭의 프레임 하락은 없다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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