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동요의 가사에 등장하는 ‘케찰코아틀루스(Quetzalcoatlus)’와 ‘람포링쿠스(Rhamphorhynchus)’가 ‘공룡’이 아닌 ‘익룡’이기 때문에, ‘공룡’ 노래에 포함되기 부적절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흔히 공룡이라고 통칭되는 고생물 가운데 익룡, 어룡, 수장룡 등은 분류학적으로 따지고 보면 공룡이 아닌 비공룡 파충류에 해당한다. 그중 한 예로 익룡은 육상 동물인 공룡과 달리, 비행에 적합한 속이 빈 뼈나 날개 등 해부학적으로 독특한 특징을 지녔다. 즉 공룡과 익룡은 모두 파충류에 속하며 같은 조상을 공유하지만, 아주 오래전 분화하여 엄연히 구분되는 사촌지간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 공룡 애호가들이 날카롭게 지적한 문제는 다행히 옳고 그름을 명쾌하게 가릴 수 있지만, 사실 고생물학은 그야말로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단정할 수 없는 가설로 가득한 분야다. 익룡이 파충류 역사에서 언제 어떻게 분화했는지, 오늘날의 조류와 그 조상인 공룡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얼마나 유사했는지 등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많다. 게다가 이 분야는 어느 날 등장한 화석 하나에 계통군이 통째로 이동하고, 계통분류도가 수시로 바뀌니, 이따금 새로운 지식을 쌓지 않으면 혼란에 휩싸이기 쉽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대를 기점으로 사람들의 상식을 뒤바꾸었던 공룡의 깃털 문제이다. 아직 털 문제가 논쟁 중이던 1990년대, 영화 <쥬라기 공원>이 흥행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공룡과 익룡 등 중생대 파충류의 피부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도마뱀처럼 비늘로만 이루어졌을 것으로 상상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계통 공룡 화석에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모든 공룡은 아니더라도 여러 많은 공룡에 털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공룡의 깃털 유무는 단순히 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공룡의 체온과 멸종 문제와 맞물려 있어 계속해서 신중하게 논의되었다.

그렇다면 새와 공룡, 익룡의 털은 어떤 관계일까? 이들 모두 같은 기원을 공유할까? 아니면 겉보기에만 비슷하고 개별적으로 진화한 상동 형질일까? 얼마 전, 이와 관련하여 매우 뜻깊은 익룡 화석 연구가 발표되었다. 브라질 북동부 백악기 초기 퇴적층에서 발견된 투판닥틸루스 임페라토르(Tupandactylus imperator)라는 익룡의 두개골 화석을 관찰한 결과, 두 종류의 깃털 흔적이 나온 것이다. 이 연구의 주저자인 아일랜드 코크 대학(University College Cork)의 고생물학자이자 박사후연구원인 오드 신코타(Aude Cincotta)는 이번에 발견된 깃털이 기존에 알려진 피크노섬유와는 다른 새로운 것이며, 익룡의 깃털 유무 논쟁을 끝낼 수 있는 핵심 증거라고 강조했다.



2008년부터 고생물학자들은 고생물의 색깔을 연구하기 위해 세포 내 색소 과립을 담고 있는 멜라노솜을 이용하고 있다. 멜라노솜의 모양과 밀도, 분포된 형태 등을 보면 피부나 깃털에 발현된 색소의 음영을 추정하여 유기체의 대략적인 색상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도 연구진은 같은 기법을 통해 각각 다른 부위에서 서로 다른 모양의 멜라노솜을 관찰했으며, 이를 근거로 투판닥틸루스 익룡이 최소한 두 가지 색상의 깃털을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두 번째는 익룡이 두 가지 혹은 그보다 다양한 색상의 깃털을 가짐으로써, 이를 사회적 의사소통에 사용했을 가능성이다. 익룡이 새처럼 색색의 깃털이 가졌다면 이를 건강, 연령, 성별, 짝짓기 준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사회적 신호를 시각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을 수 있다. 아직 이를 확신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말이다. 맥너마라 교수는 화석 표본에 있는 멜라닌 색소 외 다른 색소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투판닥틸루스의 정확한 색상 패턴을 알아내 이 종의 행동 양식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우리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던 익룡의 깃털에 관한 수수께끼 하나를 풀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시작일 뿐, 공룡 애호가들에게는 아직 궁금한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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