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고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돌고래들이 초음파로 먹이나 장애물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에게 이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휘파람같이 휙휙 거리는 초음파를 내거나, 딱딱거리며 진동하는 초음파를 통해 사냥, 양육, 놀이 같은 행위를 하며 의견을 나눈다는 사실 역시 발견했다. 이 휘파람에는 또 다른 기능도 있는데 바로 친구를 알아보고 부르는 것이다. 각각의 친구를 나타내는 고유의 휘파람 소리가 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친구를 알아보기 위해 꼭 이름을 부르지는 않는다. 그의 걸음걸이, 목소리만 봐도 안다. 돌고래도 그럴까?

그 결과 돌고래들은 낯선 소변보다 친한 개체의 소변물에 더 오래 머물며 약 3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낯선 친구의 소변물이 있는 구역에서는 거의 머무르지 않았다. 그다음으로 연구팀은 돌고래들이 각 친구의 이름을 나타내는 고유한 휘파람과 소변을 짝짓는지도 실험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또 한 번 기발한 실험을 생각해냈는데, 바로 특정 친구를 나타내는 휘파람 소리를 들려주고서 이 친구의 소변이 아닌 다른 친구의 소변을 넣은 것이다. 인간으로 치자면 내 친구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면서 전혀 엉뚱한 이름을 부르는 경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브렌다 맥코완 교수 연구팀은 돌고래가 내는 휘파람 소리를 녹음한 다음, 비슷한 파형끼리 묶어 분석했다. 그 결과로 돌고래가 태어난 지 1개월 미만일 때는 휘파람의 개수가 53개, 2~8개월 사이에는 73개, 다 자랐을 때는 102개로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돌고래가 자라면서 단어를 배우고, 말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돌고래도 인간처럼 사회적 학습을 한다.
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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