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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향기(다나와)

    ‘고위험’ 고혈압 환자 기준 강화, 무엇이 바뀔까?

    2022.06.27. 14:13:31
    읽음761 댓글1
    성인 열 명 가운데 네 명꼴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매일 하는 숙제가 있다. 바로 혈압약을 먹는 것이다. 대표적인 성인병 질환 중 하나인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별명에서 암시하듯 고혈압은 환자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다. 게다가 주변에 고혈압을 진단받은 사람이 워낙 흔하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 병의 심각성을 잊기 쉽다. 하지만 이 질환은 매일 약을 복용하면서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해 주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일으킨다.
    ‘질병’으로서의 고혈압은 비교적 최근에 시작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범위보다 높을 때 진단된다. 그러니까 20세기 초 혈액 순환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축적되고 혈압 측정 기기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혈압 문제는 질병으로 인식조차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혈압과 수명, 기타 합병증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이 알려지고, 치료제인 혈압 강하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20세기 중반의 일이다. 고혈압에 자주 동반되는 질병인 당뇨병의 독특한 증상이 기원전 300년경 기록에도 남아있는 것에 비하면, 질병으로서 고혈압의 시작은 비교적 최근인 것이다.
    그림 1. ‘고혈압’이 질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혈압 측정 기기가 발명되면서부터다. (출처: shutterstock)
    흥미롭게도 고혈압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래,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이 병의 발병 빈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정 질환에 대해 더 많이 연구될수록 환자 수가 줄어들기 마련일 것 같은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의 증가 원인으로는 인구 고령화를 비롯해 스트레스, 짜고 자극적인 입맛의 식생활, 운동 부족, 흡연 및 음주 등의 위험인자가 꼽힌다. 고혈압의 발병 원인으로 회자되는 것 중에서 유전을 제외했을 때, 대부분의 위험인자가 생활 습관 및 환경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갈수록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밖에 발병 빈도에 영향을 주는 또 한 가지 원인이 있다. 바로   고혈압의 기준이 계속해서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정상 혈압 범위를 120/80mmHg 미만으로 보고,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그에 비해 20세기 중후반 고혈압 진단의 첫 기준은 이보다 높은 160/95mmHg이었다. 이처럼 기준이 점점 더 엄격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혈압 환자 수는 점차 증가했다.
    더욱더 많아지는 고혈압 환자
    역사적으로 고혈압 진단의 기준치는 계속해서 낮아졌다. 특히 지난 2017년 미국 심장학계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의미심장했다. 과거 정상 혈압을 120/80mmHg, 고혈압 전 단계로 120~139/80~99mmHg, 고혈압 진단 경계치로서 140/90mmHg 이상으로 분류했던 것과 달리,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전 단계를 ‘상승혈압’(120~129/80mmHg)과 ‘고혈압 1단계’(130~139/80~89mmHg)의 두 구간으로 세분화하였다. 또한 기존의 고혈압 기준을 ‘고혈압 2단계’라는 명칭으로 바꾸었다. 정리하자면, 고혈압 1단계를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140/90mmHg보다 더 낮은 130/8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정의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미국 학계가 더욱 엄격한 기준을 세운 것은 고혈압을 보다 조기에 진단해 초기부터 더 적극적으로 치료 및 예방하겠다는 학계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과거 분류상 고혈압 전 단계 후반에 진입하면 정상 혈압과 비교했을 때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이 2배 증가하는 등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 우리나라 의료계는 미국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따라가지 않고, 기존에 사용하던 기준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첫째로, 치료 효과 측면에서 140/90mmHg 기준의 근거가 130/80mmHg 기준보다 과학적으로 더 견고하며, 두 번째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을 시 고혈압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성인 중 고혈압 환자의 비율이 32.0%에서 50.5%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2년 고혈압 지침 개정안
    그런데 과거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던 대한고혈압학회가 변화를 택했다. 최근 발표된 2022년 지침에 따르면, 새로운 고혈압 관리 기준은 고위험 환자군을 중심으로 심각한 고혈압 환자의 기준을 보다 폭넓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표. 2022년 고혈압지침 개정안>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기존에 일반적 경계인 140/90mmHg가 아닌, 130/80mmHg 미만으로 예외적인 관리가 권장되던 환자군은 ‘고혈압 환자 중 당뇨병과 심뇌혈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뿐이었다. 그러나   새 지침에서는 심뇌혈관 질환을 앓지 않더라도 무증상 장기 손상, 만성 콩팥병 3기 이상 등 ‘고위험 당뇨병 환자’에 속하는 경우 130/80mmHg 관리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이 아닌 경우라도 최소 1, 2년마다 혈압을 측정하여 조기에 혈압 질환을 진단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개정에 앞서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혈압 수치 기준으로 보았을 때 환자가 고혈압 전 단계라도, 동반한 질병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혈압 진단 환자에 준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해왔다. 따라서 이번 지침 발표 이후 환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번 개정 이후 향방을 따져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고혈압 진단의 장벽은 향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모든 전문가가 입 모아 말하는 것은 고혈압의 예방, 조기 진단, 그리고 관리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건강 관리가 최근 흐름에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 정유희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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