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만약 LPG 차를 갖고 있다면 휘발유차 대비 한 달 평균 5만 원을 절약하고 있다는 셈이 나왔다. 유종별 대표 모델의 평균 연비와 전국 평균 하루 주행 거리를 근무일수, 오피넷 유가를 기준으로 월 유류비를 따져 본 결과 LPG 경제성이 디젤은 물론 하이브리드차까지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또는 경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연료 효율성 때문에 홀대를 받아 왔던 LPG 차가 치솟은 고유가에 계산기를 두들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인기 차종인 SUV 가운데 LPG, 휘발유, 경유 그리고 하이브리드를 대표하는 모델을 기준으로 월 연료비를 계산해봤다. 연료비는 오피넷(7월 11일 기준)을 참고해 ℓ당 LPG 1099원, 휘발유 2094원, 경유 2134원으로 했다. 평균 주행거리는 국가통계시스템(KOSIS)이 제공하는 자동차 주행거리통계의 승용차 기준 1일 평균 주행거리인 34.7km(2020년)로 셈을 했다.

그 결과 LPG를 사용하는 르노 QM6 월 연료비가 8만 5697원으로 가장 낮았다. 휘발유를 쓰는 쏘렌토의 월 연료비는 13만 7098원, 디젤차 폭스바겐 티구안은 9만 4936원으로 계산됐다. 연료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하이브리드카 토요타 라브4(RAV4)의 월 연료비도 9만 5607원으로 LPG보다 많았다. 

LPG가 독보적 경제성을 보이게 된 이유는 유가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1년 전 유가와 비교해 LPG는 906원에서 1099원으로 17% 오르는데 그친 반면 경유는 32%, 휘발유는 21%나 올랐다.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치솟은 덕분에 LPG차가 순수 전기차 등을 제외한 연료 타입별 최고의 경제성을 갖게 됐다.

비교 모델 간 배기량과 구동방식, 타이어 규격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LPG 경제성에는 변화가 없다. 덕분에 LPG 차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가운데 가장 다양한 LPG 라인업을 갖고 있는 르노 코리아에 따르면 판매 비중이 지속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PG차 비중은 저공해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에 올해 한때 27%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고유가 지속으로 6월 37.9%까지 치솟았다. 르노 코리아가 상반기에 기록한 총 판매량 2만 6000대 가운데 LPG 점유율은 34.4%에 달했다. 우리나라 내수 총판매량에서 LPG 비중은 5월 기준 5%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르노 코리아 LPG 점유율은 독보적이다. 

10대 가운데 6대를 LPG가 차지하는 르노코리아 QM6

특히 중형 SUV QM6의 LPG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데 관심이 모아진다.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차종의 특성에도 QM6 전체 판매량에서 LPG 점유율은 60%를 넘고 있다. 경쟁차가 마땅히 없는 것도 있지만 경제성 이상으로 성능에서도 만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르노 코리아 설명이다. QM6 LPe는 60ℓ를 채우고 약 534km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9.7kgf·m의 무난한 성능 제원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외 변수에 민감한 국내 에너지 경제의 사정으로 봤을 때 LPG 차종 다양화와 혜택으로 미래 친환경차 시대에 대비하는 과도기의 대안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미 유럽에서도 LPG차를 완전 전동화 시대로 전환해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차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유럽은 물론 북미에서도 디젤과 가솔린을 쓰는 ICE(내연기관차) 퇴출 시기가 임박하면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LPG를 저공해차 대상에서 제외해 혜택을 없애는 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LPG 기술을 활용해 더 다양한 차종이 보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더 다양한 차종의 등장과 함께 혜택의 지속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참고로 쏘렌토 가솔린 CO2 배출량은 159g/km, QM6 LPe는 147g/km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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