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1. 2022년 7월 13일 기준, 전 세계 원숭이두창 발병 지도. 아프리카에서 산발적으로 보고되던 원숭이두창은 올해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출처: 미국 CDC)
원숭이두창, 원숭이와 인간 모두 걸리는 인수공통 감염병
비록 원숭이두창이라는 병명은 낯설지라도 수두(chickenpox)라는 질병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미열이 오르고 온몸이 가려워지며 물집이 곳곳에 잡히는데, 대부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가라앉는다. 한편 수두와 이름이 비슷한 우두(cowpox), 천연두(두창, smallpox)는 소와 인간에 이와 비슷한 증세를 일으키며 피부에 흔적을 남긴다. 증세만 보면 모두 같은 원인균에서 비롯된 것 같지만 뒤의 둘은 두창바이러스라는 종에 의해 일어난다.
이러한 사정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원숭이두창’은 원숭이에게서 수두와 비슷한 증상을 발견하며 등장했다. 1958년 코펜하겐의 연구원들이 실험실 원숭이에게서 처음 증상을 관찰했는데, 12년 후 콩고민주공화국의 어린이 감염자가 확인되며 원숭이두창이 동물과 인간 모두가 감염되는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염은 주로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수포에서 흐른 체액, 점막 등과의 접촉으로 이뤄진다.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해 전파될 수도 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달리 비말 감염은 흔치 않다. 새로운 감염병을 경계해야 하는 한편, 원숭이두창 전파가 코로나19 팬데믹만큼 범지구적 사태로 번질까 섣불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이유다.
원숭이두창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두창바이러스와 같은 오르소폭스바이러스속(Orthopoxvirus)에 속한다. 감염된 사람은 고열이 나며 두통, 근육통 등 전신에 통증이 온다. 열이 오른 지 하루에서 나흘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온몸에 수포가 발생하는데, 주로 몸통 쪽으로 피부 발진이 번지는 수두와 달리 팔다리 쪽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겨드랑이 등 림프절이 부어오르는 것도 수두와의 차이점이다.

원숭이두창은 변이종에 따라서 증세에 차이가 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중에서도 서아프리카형은 증세가 다소 약해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이 약 1%에 그친다고 한다. 지금 전파 중인 원숭이두창은 치명률이 낮은 서아프리카형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델타 변이, 오미크론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4·BA5까지 등장해 각국이 방역 경계를 다시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역시 예기치 못한 변이종의 출현으로 부지불식간에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떠올릴 만한 의문이다. 하지만 우선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구조가 안정적인 DNA 바이러스라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숙주와의 상호작용으로 유전물질을 금세 달리하는 RNA 바이러스와 달리 DNA 바이러스는 이미 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 즉각적인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다만 이번 유행이 아프리카 지역 바깥까지 퍼진 것은 다년간에 걸친 DNA 바이러스의 변이종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바이러스를 분석한 영국 에든버러대 앤드루 람바우트 교수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 결과가 2017년에 싱가포르, 이스라엘, 영국 등지에서 소규모로 발생한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2022년 바이러스가 2017년 바이러스와 비교해 염기 47개가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일반적인 돌연변이 발생 빈도보다 높은 수준으로, 인간을 감염시킨 2017년 바이러스가 인체 면역체계와의 상호작용 속에 새로운 돌연변이를 얻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참고 자료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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