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가 이끈 국제공동연구팀은 기후 변화로 이번 세기 중반까지 강력한 열대저기압(열대저기압은 발생지역에 따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으로 불린다) 이 두 배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캄보디아, 라오스, 태평양 섬 국가 등도 강력한 열대저기압의 위험 지역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국가들은 대부분 저소득 국가이며, 오늘날 열대저기압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해수면 온도가 증가하면 태풍은 더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기후 변화는 왜 강력한 태풍을 몰고 오는 걸까.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태풍은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공급받는다. 수온이 높아지면 그만큼 증발하는 수증기량이 많아져 태풍은 더 강력해지고, 소멸 속도도 느려진다.
해수면 온도를 낮추면 태풍 약화 가능할까
전 세계적으로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사람들은 지구공학을 이용해 태풍의 세기를 약하게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지구공학은 인위적으로 날씨 및 기후를 의도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연구하는 분야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디어는 인공 해양 냉각 방법이다. 태풍이 상륙하기 전에 바다의 온도를 낮춰 태풍의 세기를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아이디어처럼 인류에게 방대한 자원과, 대규모로 해수를 냉각시키는 기술이 있다면 태풍이 상륙하기 전에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팀은 지난 9월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대 26만㎢ 해역의 해수면 온도를 2℃까지 낮추면 허리케인의 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해수면 온도를 낮춰도 허리케인의 강도는 15%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꽤 많이 약화된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막대한 자원이 든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팀은 2019년 미국에서 사용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00배가 넘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해결책이라는 뜻이다.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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