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같은 환경에서 함께 살았는데 무엇 때문에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고 호모 사피엔스는 살아남아 지금까지도 이토록 번성했을까? 두 종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최근에 새롭게 제기된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 가설은 스반테 페보 교수 같은 고유전체학자의 노력으로 빛을 보았다. 우리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비교하면서 뇌 크기가 아니라 뇌 신경 구조의 차이가 있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아주 적은 유전자의 차이로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뇌 발생 과정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인류의 인지 능력이 더 뛰어났을 거라는 말이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의 ‘문화 경쟁’에서 패배해 멸종했을지 모른다. 뇌 발달 과정에서 생긴 인지 능력의 차이가 소통 능력, 사냥 기술, 환경에 대한 적응력에 차이를 가져왔고 이는 모두 정교한 언어와 사회 시스템 같은 ‘문화적 차이’를 가져왔을 것이다. 뇌 발달 과정에서 생긴 작은 차이가 이처럼 한 종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거대한 나비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글: 권오현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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